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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국민 ‘안전’은 ‘뒷전’ KBS의 황당한 지진 특보(2016.9.13)
등록 2016.09.13 17:38
조회 273
12일, 경북 경주 일대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국가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지진 발생에도 방송 중이던 드라마를 계속 내보냈고 1시간 후 ‘지진 특보’로 구성한 <뉴스9>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대피요령, 안전 수칙, 추가 여진 여부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피해 지역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만 열중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열려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규명했으나 방송사들은 침묵했다. SBS는 1건을 보도했지만, 경찰의 직사 살수 정황, 청와대 경호 정황 등 주요 의혹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고 경찰의 자료 제출 거부 등 무책임도 전하지 않았다. 그저 여야 의원들의 대립을 단순 전달하며 사안의 엄중함을 물타기했다. 민언련은 KBS의 지진 특보 보도와 SBS의 백남기 농민 청문회 관련 보도를 오늘(9/12)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했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 1 l 지진 상황 묘사에 몰두한 재난주관방송사 KBS

 

경북 경주 일대에서 규모 5.1, 5.8의 강진이 두 번 발생했다. 관측 사상 최대 위력의 이번 지진은 진원에서 200km 거리인 수도권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고 전국에서 4만 건에 가까운 신고·문의 전화가 경찰서와 소방서에 몰렸다. 그러나 이런 비상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민안전처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지진이 발생한 지 8분 뒤에야 뒤늦게 재난 문자를 발송한 국민안전처는 2번째 5.8 규모의 지진에 대해서는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고, 첫 번째 문자 역시 각종 이유로 송신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다. 거기에 지진 이후 접속자가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가장 먼저 정보를 전달해야 할 정부부처들이 소식이 끊어지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인명피해 등 큰 피해가 없었음에도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였다. 지진과 같은 재난이 드문 한국에서는 진동이 느껴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지진 사태에서도 진동에 놀라 무작정 건물 밖으로 피신한 주민들이 공포에 떨며 밤이 늦도록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에 모여 쉽사리 자택으로 귀가하지 못했다. 누구 하나 분명한 정보를 제시하지 못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지진 대피요령’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인명사고 등 큰 피해는 없었지만 분명한 비상사태였다.


그런데 재난 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보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국가재난 주관방송사 KBS는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시사 교양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하고 있었고, 이후에도 편성표대로 일일연속극 ‘별난가족’을 그대로 내보냈다. KBS는 9시 저녁종합뉴스인 <뉴스9>를 지진 특보로 구성하여 보도를 했으나 이때는 지진이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난 이후였다. 8시에 방송하는 저녁종합뉴스인 MBC와 SBS는 지진 속보를 전하긴 했지만 2건과 4건씩을 단순 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JTBC는 유일하게 저녁종합뉴스인 ‘뉴스룸’에서 지진 특보를 16꼭지에 걸쳐 보도했다.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와 YTN과 지진 발생 이후 계속 지진 관련한 뉴스를 전했다.

 

· 주민 문의 쇄도한다면서…국민안전처 대응은 무보도
이번 지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다. 소방서와 방송국에 전화가 빗발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사건 초기에 명확한 정보 전달과 사고 행동요령을 전달했다면 많은 국민들이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도에서 이런 정부의 대응 부실은 제대로 지적조차 하지 않았다.


KBS는 <전국이 ‘흔들’…소방서·방송국 전화 빗발쳐>(9/12, 6번째, 윤나경 기자, https://goo.gl/VAQfYA), <해운대 고층 건물 ‘휘청’…주민 문의 쇄도>(9/12, 9번째, 공웅조 기자, https://goo.gl/P59rLQ)에서 지진에 많은 불안감을 느끼는 주민들의 반응을 보도하면서도, 정작 그 원인인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지난 5월 27일 국민안전처와 교육부, 행정자치부 등은 이른바 범정부 차원의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지진 발생 시 긴급대응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분석기술 개발, 관측망 확대 등을 통하여 지진 조기 경보 시간을 현재 50초에서 2020년까지 10초 이내 단축을 목표로 추진한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두 번의 강진에 대해서 국민안전처는 8분 늦게 문자를 보냈고, 두 번째 지진에 대해서는 문자조차 보내지 못했다. 또 그마저도 일부 주민들에게만 전달돼 많은 혼란을 낳았다. 국가 재난 사태에 가장 먼저 대응해야 할 정부 부처의 컨트롤 타워가 또다시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당연히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KBS <해운대 고층 건물 ‘휘청’…주민 문의 쇄도>(9/12, 9번째, 공웅조 기자, https://goo.gl/P59rLQ)는 더 황당하다.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것을 두고 “여진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문의 전화가 119와 기상청, 방송국 등에 쇄도”하고 있다는 등 ‘문의 쇄도’만 급박하게 부각했다. KBS는 이 보도와 같이 주민들의 ‘문의 전화 쇄도’를 5건이나 보도하면서도 정작 추가 여진 여부나 국민안전처의 안이한 대응에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23건의 지진 관련 보도 중 안전에 대한 내용도 기상청의 지진 브리핑을 그대로 보도한 1건이 전부였다.

 

· 황급히 대피한 주민에게 “건물에 금이 좀 갔냐”는 KBS
KBS의 안일한 태도는 피해 주민을 인터뷰하면서도 나타났다. KBS <경주 내남면 이장 전화연결…“주민 모두 대피”>(9/12, 3번째, 박종원 이장, https://goo.gl/futXpA)은 진원지였던 경주 내남면에서 긴급히 대피한 내남면 이장 박종원 씨를 인터뷰했다. 이 보도에서도 지진 상황을 스케치하는 데 그쳤고, 주민들의 안전과 대피요령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인터뷰에서 △지진 규모 △피해 상황 △대피 여부 등에 대해 질문했지만, 대피소를 알고 있는지, 경고 문자를 받았는지 지진 상황에서 어디로 대피하는 것이 안전한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심지어 앵커는 “그러면 말이죠 혹시나 집 같은데 건축물에 금이 좀 갔다거나 그런 피해는 없습니까?”라며 벽에 금이 갔는지를 질문하기도 했다. 지진에 놀라 대피한 주민들에게 ‘건물 벽의 금’ 등을 언급하면서 자극적인 ‘피해 상황’ 묘사에만 몰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9시가 다 되어 이미 어두워진 상황에서 신변에 위기를 느껴 대피한 주민들에게 벽에 금이 갔는지 정도의 질문이 꼭 필했는지도 의문이다. 또 앵커는 “오늘밤 그곳에서 밤을 지새야 될 텐데 여러 담요나 필요한 물건이 필요할 듯한데, 어떤 게 가장 필요하십니까?”가장 필요한 물품을 언급하기도 했다. 역시 무의미한 질문이다. KBS는 이런 질문을 통해 국민들의 안전 대신 피해와 참상만을 강조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 대피 주민에게 “건물에 금이 좀 갔냐”고 물은 KBS(9/12)


KBS는 박종원 이장을 한 번 더 인터뷰 한 KBS <진앙지 마을 이장 “주민 모두 대피”>(9/12, 10번째, 박종원 이장, https://goo.gl/BCEdq1)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재차 진문하면서 상황에 대한 피상적이 묘사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내용을 보도한 JTBC는 <허수경 경주시 주민 “굉장히 불안…2차 지진이 더 강했다”>(9/12, 18번째, 손석희 앵커, https://goo.gl/d8ZfNm)에서 역시 제보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당시 상황 △엘리베이터 고장 이유 △국민안전처의 경고 문자 수신 여부 △계단으로 대피했는지 등 훨씬 구체적이고 비슷한 처지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질문했다. 인터뷰를 통해 피해현장을 전달할 뿐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 공익적인 내용이 될 수 있는 질문을 인터뷰한 것이다. 이 보도에서는 말미에 “전문가들은 고층에서 사시는 분이 지진을 만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라는 전문가의 의견을 전하는 등 유미있는 정보를 제공했다. JTBC는 <홍태경 교수 “경주 779년 대지진 기록…동일본 지진 뒤 불안정”>(9/12, 홍태경 연세대 교수, https://goo.gl/PXywWg)에서 주민뿐 아니라 전문가와 인터뷰도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현재 피해규모는? △지진 전조는 없었는지 △원전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원전 안전설계는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와 재난 상황에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했다.

 

· 23건이나 보도했지만…국민 안전 관련 내용은 없어
경주 지진 발생 당시 KBS를 제외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는 이미 방송 중이었다. 방송 중에도 특보를 내세워 16건의 뉴스를 내보낸 JTBC와 지진 당시부터 특보를 낸 보도전문채널 YTN, 연합뉴스TV를 제외하고, 모든 방송사가 시간상의 이유로 지진 보도를 많이 내지 못했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KBS의 <뉴스9>의 문제는 심각하다. 시작부터 지진 속보를 내며 대대적인 ‘특보’를 내세웠지만 국민안전에 필수적인 정보를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0조는 방송사들에 대해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할 것 △재난지역 거주자와 이재민 등에게 대피ㆍ구조ㆍ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 명시하고 있지만, KBS는 ‘1시간 늦은’ 뉴스 특보에서 지진 관련 긴급속보를 전하면서도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KBS는 이날 총 23건의 지진 관련 속보를 전하면서도 △안전수칙 △대피요령 △정부 대응 △추가 여진 여부를 따로 다룬 보도가 없었다. KBS <전국이 ‘흔들’…소방서·방송국 전화 빗발쳐>(9/12, 6번째, 윤나경 기자, https://goo.gl/VAQfYA)에서 “기상청은 앞으로 여진이 더 발생한 가능성이 있다며 주민들에게 외부 활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며 여진 여부를 한 마디 언급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KBS는 주민들이 건물 밖에서 발을 동동 굴리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셈이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총 23건의 보도조차 KBS <경주서 5.1 5.8 잇따라 지진 발생>(9/12, 4번째, 신방실 기자, https://goo.gl/krZyOI), KBS <경주서 5.1 5.8 잇따라 지진 발생>(9/12, 11번째, 신방실 기자, https://goo.gl/DEPfYc)처럼 특보를 가장해 같은 내용의보도를 반복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두 보도의 차이점이라고는 “새로운 소식 없습니까”라는 앵커의 발언뿐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공익대신 같은 내용 반복 보도하는 KBS의 지진 ‘특보’(9/12)


KBS는 정부의 부실대응과 국민들의 재난 대처방법에는 침묵하면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23건이나 반복한 것이다. JTBC가 보도한 지진 관련 보도가 16건 모두 다른 뉴스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TV조선 역시 저녁종합뉴스인 <뉴스쇼판>에서 5건의 지진 관련 속보를 다뤘지만, <전문가 “여진 느껴지면 건물 밖으로 피신할 것” 권고>(9/12, 37번째, https://goo.gl/h37Xbe)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첨부하여 국민들이 어떻게 재난에 대처해야 할지 명시했고 추가 여진 가능성과 그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보도했다. 또 TV조선 <경북 지진에도 재난문자 미발송…왜?>(9/12, 34번째, 박상현 기자, https://goo.gl/MK8rtY)에서는 △여진 가능성 △재난문자 미발송 △원전 피해 상황 △원전 가동 중단 여부 △안전 대피요령 등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KBS의 23건이 TV조선의 5건만도 내용에서 못한 것이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9/12) 2 l 백남기 농민 청문회, ‘국가 폭력’ 은폐한 SBS

KBS, MBC, JTBC, TV조선, YTN, 연합뉴스TV의 백남기 농민 청문회 무보도와 SBS <“과잉진압” vs “폭력시위”>(23번째, 정유미 기자, https://bit.ly/2c6NRID)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농민 백남기 씨는 경찰이 직사 살수한 물대포를 맞고 그대로 쓰러져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선제적 차벽 설치와 함께 경찰의 폭력, 과잉 진압이 도마 위에 올랐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경찰 과잉진압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으나 이번에도 경찰은 기초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이런 와중에도 곡사 살수를 했다는 경찰의 물대포 사용보고서와 달리 경찰이 처음부터 직사 살수를 했다는 사실이 CCTV를 통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사건 당시 서울지역 모든 경찰서장이 지역 현장을 비웠고 그 중 8명은 청와대 경비를 위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일부 시위대의 ‘폭력 시위’ 여부를 묻는 데 열중하면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불법시위 공방’으로 만들어버렸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불법시위로 부상당한 경찰도 상당한데, 시위 책임자들은 사과했나”라고 묻기도 했다. “아무도 안 했다”고 답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과도, 위로 방문도 거부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살수차 운용 경찰관들은 “사람에게 (물대포를) 쏘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가”와 같이 경찰 측에 민감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경찰의 ‘살인 진압’ 정황과 책임 회피가 드러났지만 KBS, MBC, JTBC, TV조선, YTN, 연합뉴스TV는 이 사안에 대해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12일, 경북 경주 일대에서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모든 방송사들이 지진 속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명백한 국가 폭력에 대한 무관심을 덮어도 되는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나마 SBS, 채널A, MBN이 1건씩 보도를 하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들의 보도는 겨우 드러난 진실마저 은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SBS 보도는 ‘물타기’ 수준이 심각했다. SBS <“과잉진압” vs “폭력시위”>는 이미 보도 제목에서 여야의 주장을 나열하는 기계적 중립에 그쳤다. 보도 내용은 야당이 제기한 ‘과잉진압’ 정황마저 은폐했다. SBS는 “경찰이 불법, 과잉 진압을 했다는 야당의 주장과 시위대의 폭력이 원인이라는 여당의 주장이 맞섰”다고 전했다. 그리고 “3차 살수 다 직사, 4차 살수, 저 직사에 백남기 농민이 당하신 거예요”라는 박남춘 더민주 의원의 발언 장면과 “저렇게 밧줄로 끌고 망치로 차량을 깨고 경찰을 저렇게 린치를 가하고”라는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나열해서 보여줬다. 이이서 “여생 손주 재롱 보면서 지내시면 되는데 국가폭력으로 인한 살인미수에 의해서 이렇게 병원 신세를 300일 넘게 지고 계시고”라고 말하는 백도라지 씨의 모습과 “모판처럼 생긴 것을 아이들 얼굴에 직접 던지니까 안경 쓴 아이들은 눈하고 코 사이가 다 찢어졌습니다”라는 전‧의경 부모모임 대표의 발언을 대비해서 보여줬다.


SBS가 보도한 청문회 내용은 이게 전부다. 직사 살수 의혹, 서울지역 경찰청장 청와대 경호 정황 등 주요 의혹들은 야당 의원의 발언 한 마디를 녹취 인용한 것 외에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셈이다. 자료제출을 거부해 청문회를 무력화시킨 경찰의 책임도 언급되지 않았다.

SBS 보도는 오히려 백남기 농민과 관련 없는 ‘폭력 시위대’ 이미지만이 새누리당 의원과 전‧의경 부모모임 대표의 발언으로 부각된 셈이다. 여기에 보도 말미에 “사람이 다쳤거나 또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모습을 비추면서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야당의 사과 요구에 재판에서 법적 책임이 가려지지 않았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무비판적인 단순 전달에 불과했다. 이는 기계적 균형을 맞춘 보도가 아니라 은폐 왜곡 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기계적 중립 가장해 ‘국가 폭력’ 은폐한 SBS(9/12)

 

채널A와 MBN도 마찬가지로 기계적 균형에 그쳤다. 그나마 채널A와 MBN은 SBS보다 경찰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채널A <가림막 뒤의 백남기 청문회>(21번째, 이철호 기자, https://bit.ly/2c53sn8)는 SBS와 달리 살수차 경찰관들이 가림막 뒤에 숨었음을 제목에서 강조했다. 리포트에서는 여야 주장을 나열하면서 SBS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가림막 뒤의 경찰관들은 민감한 질문을 받을 때면 때때로 침묵을 지켰습니다”며 살수차 운용 경찰관의 태도를 지적했고 야당이 추궁한 “경찰 살수차가 백 씨를 향해 총 7차례나 직사 살수했다며 과잉 진압 의혹”도 언급했다. 또한 “경찰이 끝내 초기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는 '맹탕 청문회'를 면치 못했”다면서 경찰의 자료제출 거부도 거론했다. MBN <폭력시위 vs 과잉진압>(13번째, 이동석 기자, https://bit.ly/2c52s2r)은 역시 여야 대립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경찰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났”다는 언급이나 “경찰이 모두 7차례에 걸쳐 직선으로 물대포를 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보도 내용은 SBS보다 훨씬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침묵한 6개 방송사의 은폐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보도를 내면서 ‘과잉진압’ 정황과 경찰의 무책임을 은폐한 SBS는 국가 폭력을 방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끝>

문의 최민호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