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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효순 양 15주기, 채널A는 ‘통진당’ TV조선은 ‘심드렁한 시민’
등록 2017.06.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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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주한미군 2사단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효순 양의 15주기 추모식이 거행됐습니다. 추모행사 공동준비위원회는 사고 현장인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서 추모행사를 열었고 추모 평화공원 조감도도 공개했습니다. 14년 만에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은 “긴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하며 “이 계기가 불평등한 한미 소파 개정에 밑거름이 되어서 떳떳한 대한민국 국민의 지름길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2002년 발생한 미선‧효순 양 사건은 끊임없이 우리 국민에게 위해를 가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주한미군의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하는 요구로 이어졌습니다. 최근엔 박근혜 정부가 졸속으로 배치를 결정한 사드 문제와 겹쳐 SOFA 개정은 물론 한미동맹관계가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러나 일부 방송사들이 미선‧효순 양 15주기를 대하는 태도는 이런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KBS‧MBC‧채널A는 미선‧효순 양 15주기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고 대신 의정부시의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 파행을 비판했습니다. TV조선은 추모가 아닌 ‘심드렁한 시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선‧효순 양 15주기 보도 없는 KBS‧채널A, 채널A는 ‘통진당 마녀사냥’
13일, SBS‧JTBC‧TV조선‧MBN만 미선‧효순 양 15주기 추모 관련 보도를 1건씩 냈습니다. 보도가 없는 세 방송사 중 KBS와 채널A는 이미 사흘 전 논란이 됐고 바로 하루 전(12일) MBC와 TV조선이 왜곡한 ‘미2사단 100주년 기념 콘서트 파행 논란’을 조명했습니다. MBC와 TV조선이 그랬듯, 두 방송사도 콘서트를 기획한 의정부시의 책임은 은폐한 채, 콘서트를 반대한 시민들만 문제삼았습니다. 


특히 채널A가 눈에 띕니다. 채널A는 MBC와 TV조선이 보여주지 않았던 ‘통진당이 콘서트 반대’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습니다. 채널A <콘서트 파행 뒤 통진당 그림자>(6/13 https://bit.ly/2sySbry)는 이미 보도 제목이 ‘음모론’에 가깝습니다. 콘서트 파행을 이미 해산된 통합진보당이 주도했다는 취지입니다. 채널A는 “콘서트를 반대한 의정부 시민 연석회의에는 강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단체 두 곳이 포함”됐다면서 “'민중연합당 의정부시위원회”와 “민주민생 의정부희망연대”를 지목했습니다. 이어서 “민중연합당은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통합진보당 전직 의원 등이 다수 참여한 원외 정당”이라며 민중연합당을 ‘통진당의 후신’으로 암시했고 그런 통진당이 “당 강령에 주한 미군 철수를 명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채널A는 “이들이 초청 가수에 대한 조직적인 압박을 주도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진보 언론 및 시민단체의 인신공격성 악성 게시글과 개인별 비난”으로 콘서트가 파행됐다는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발언을 덧붙였습니다. “미 2사단은 6.25 당시 최대 격전장 중 하나인 지평리 전투에 참여해 큰 공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7천 명이 넘는 전사자를 내는 등 큰 희생을 치렀던 부대”라며 ‘미2사단 칭송’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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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2사단 콘서트 파행에 ‘통진당 음모론’ 암시한 채널A(6/13)

 

채널A는 ‘우리를 위해 희생한 미2사단의 창설 기념 콘서트를 통진당이 참여한 시민단체가 막았다’는 주장을 한 것인데요. 이는 전형적인 ‘통진당 마녀사냥’ 프레임입니다. 통진당 출신 의원은 사회 현안에 대해서 그 어떤 목소리도 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매우 반민주주의적인 발상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보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콘서트를 무리하게 강행하다 비판 여론에 부딪힌 의정부시의 책임을 은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군 부대의 창설 100주년을 우리 혈세 5억 7000만 원을 들여 축하해준다는 기본적인 취지도 문제였지만 미2사단의 창설일이 10월 26일인데도 무려 4개월이나 앞당겨 하필 미선‧효순 양 15주기에 시기를 맞췄다는 사실에 여론은 분노했습니다. 미2사단의 미선‧효순 양 사건의 가해자를 무죄로 방면한 부대입니다. 채널A는 이런 본질을 제쳐두고 ‘시민단체에 통진당이 있다’, ‘비난 댓글로 콘서트가 파행됐다’는 프레임을 내세운 겁니다.

 

KBS는 ‘댓글 폭탄’에 우려…왜 본질을 외면하나

MBC와 TV조선도 12일 이미 선보였던 ‘비난 댓글로 콘서트가 파행됐다’는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왜곡입니다. 납득할 수 없는 콘서트를 의정부시가 강행했기 때문에 ‘비판 여론’이 댓글로 쏟아진 것입니다. KBS도 이 왜곡 대열에 가세했는데요. KBS는 시민들의 ‘댓글 공세’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KBS <“콘서트 파행, 시민단체 책임”…법적 대응 예고>(6/13 https://bit.ly/2sqLPuo)는 시민단체에 책임을 전가한 의정부시의 입장을 아예 제목으로 뽑았죠. 보도 내용은 제목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KBS도 채널A처럼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네티즌들의 항의와 압력으로 가수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며 ‘시민단체 책임론’을 주장했고 “민주노총 등 진보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겁박과 방해가 파행의 원인”이라는 의정부시 입장을 받아썼습니다. 시민단체가 어째서 콘서트를 반대했는지는 설명하지도 않은 채, 오히려 “이들은 의정부시가 미군이 반환한 땅에 추진하는 한미 우호증진탑 건설 계획도 반대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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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2사단 콘서트 파행에 ‘문자·댓글 처벌’ 주장한 KBS(6/13)
 

더 눈길을 끄는 보도는 KBS <도 넘은 문자‧댓글…‘처벌’ 목소리 고조>(6/13 https://bit.ly/2smRlxl)입니다. 이 보도는 KBS 스스로 콘서트 파행의 원인으로 꼽은 시민들의 ‘문자와 댓글’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KBS는 먼저 “이번 공연 파행 사태처럼 온라인상에서 항의성 댓글이 쏟아지고, 협박성 게시물이 올라오면 연예인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치권에서도 최근 인사 청문 위원들에게 수백, 수천통의 항의성 문자가 빗발치면서 논란”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욕설이나 협박성 내용이 담긴 문자는 근절돼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한다면서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는 있겠지만, 상대방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문자나 댓글은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것은 ‘주객전도’입니다. 개인의 인신을 공격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문자‧댓글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근절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정부시의 콘서트와 국회 청문회에서 쏟아진 문자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두 사례 모두 근본적인 원인은 의정부시와 국회의원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의정부시는 시민을 희생시킨 미 2사단의 창설 기념일을 시민들의 혈세로 축하해주려다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국회의원, 특히 야권 의원들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대중교통만 타고 다닌다더니 왜 자가용을 이용하나”와 같은 황당한 질문을 ‘인사 검증’이라며 던졌습니다. 도덕성에 심각한 흠결이 있는 의원들이 도덕성을 운운한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시민들의 문자‧댓글 세례를 문제 삼기 전에 이런 원인들을 먼저 톺아봐야 하지만 KBS는 ‘문자‧댓글 처벌’만 조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문자나 댓글”이라는 표현 자체가 매우 주관적이며 법의 잣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의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처벌 운운하는 것은 언론의 시민 겁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보도라 하겠습니다.
 
추모 보도라고 다 같은 추모 보도 아냐…‘잊혀진 추모제’로 보도한 TV조선
미선‧효순 양 15주기 추모 관련 보도를 낸 방송사 중에서도 의도가 수상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TV조선 <15주기 추모제 열려…“소파 개정”>(6/13 https://bit.ly/2s92orK)에서 윤정호 앵커는 “오늘은 미선-효순 양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어 숨진 지 꼭 15년 되는 날”이라면서도 “추모제가 열렸는데, 시민들은 아이들을 잊은 듯 했습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사드 철수’ 현수막도 있었”다고 따로 강조해 ‘사드 철수’가 뭔가 부적절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리포트가 시작되자마자 조명한 것도 ‘미선‧효순 양 추모제를 외면한 시민’들입니다. 박소영 기자는 “효순-미선을 기리는 분향소를 시민들이 심드렁하게 지나갑니다”라고 말했고 “추모제에 대해서 알아요?”라는 질문에 “무슨 행사인지 잘 몰라요”, “아뇨, 전혀 무슨 행사인지(몰라요)”라 답하는 시민 2명을 보여줬습니다. 그후 기자는 “15년 전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집회 문화를 낳았던 효순-미선은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다고 설명했고 “추모제 참석자들도 100여명 남짓, 조용히 추모 공연을 지켜볼 뿐”이라며 ‘소규모에 그친 추모제’를 연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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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선·효순 양 15주기 추모제‘ 보도하면서 ’심드렁한 시민‘ 조명한 TV조선(6/13)
 

“행사장 한켠에는 ‘진상 규명’과 ‘한미 소파협정 개정’과 함께 ‘사드 철수’ 현수막이 걸려 있”다면서 ‘사드 철수’가 문제라도 되는 양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양주시에서 있었던 추모제에 참석한 미선‧효순 양의 인터뷰 중에서는 효순 양 아버지 신현수 씨의 “촛불 시위가 아이들 때문에 시작이 된 것이지만 우리도 시민으로서 평화적으로 모든 시위를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발언만 담았습니다. 


TV조선은 전날(12일) 보도에서도 “그동안 참석을 못해 죄송하다. 참석을 했어야 했는데, 마음도 편치 않아서 참석을 못했다”, “오랫동안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기억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미선 양 아버지 인터뷰 대신, 무려 5년 전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싫다’는 인터뷰만 인용한 바 있습니다.
 
SBS‧MBN은 ‘추모’, JTBC는 ‘진상규명’…TV조선, 의도가 뭔가
타사와 비교하면 TV조선의 ‘추모 없는 추모식 보도’가 얼마나 부적절한지 한 눈에 보입니다. MBN <앳된 얼굴은 그대로>(6/13 https://bit.ly/2syEXLu)는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영정 사진 속 미선이와 효순이는 예전 모습 그대로”라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추모제에 함께 한 두 아버지”를 조명했고 “주최 측은 사고 현장 주변에 두 소녀를 기리기 위한 공원과 기념비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전했죠. SBS도 MBN과 비슷하게 ‘추모’ 자체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JTBC는 ‘진상규명’을 촉구했습니다. JTBC <효순‧미선양…그리고 15년>(6/13 https://bit.ly/2rZdWPT)는 “우리 국민이 피해자였지만 재판권은 미국에 있었습니다. 가해자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시민들은 사건의 진상을 우리 손으로 규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며 미선‧효순 양 사건의 본질을 짚었고, “지난 2009년 중단된 진상 규명 활동도 다시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미선‧효순 양 15주기는 추모제의 규모가 본질이 아닙니다. 15년이 지난 만큼, 참사 자체를 기억하려는 노력과 불평등한 한미관계라는 본질이 중요합니다. TV조선이 ‘시민들의 망각’을 각성시킨다는 의도로 보도를 냈다고 해도 비판을 면키는 어렵습니다. 그런 의도라고 해도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먼저이지 ‘심드렁한 시민들’을 먼저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또한 보도에서 연거푸 ‘사드 철수 현수막’을 문제 삼는 태도에도 ‘사드 철수’를 터부시하는 TV조선의 편협한 인식이 녹아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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