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노골적으로 삼성 광고 영상 퍼나르는 MBC․TV조선
등록 2017.10.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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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자사가 출시한 QLED TV와 동급의 LG전자 OLED TV의 성능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영상의 요지는 삼성전자의 QLED TV는 LG의 OLED TV와는 달리 ‘잔상 현상’이 없다는 것인데요. 자사 상품의 우위를 드러내기 위해 경쟁 업체를 깎아내리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마케팅’ 홍보 영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마케팅 기법은 다양한 업계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이용되어 온 것이기도 합니다. 그 자체로 특별하게 취급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이런 홍보 영상을 LG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포장해 굳이 저녁종합뉴스에서 ‘홍보’ 해 준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MBC와 TV조선입니다.
 


MBC, 노골적으로 삼성 신상 TV 홍보 영상 소개
먼저 MBC는 관련 보도인 <진흙탕 TV 전쟁…또 비방 동영상>(10/16 https://goo.gl/dwYQuJ)을 이날 12번째 꼭지로 2분4초에 걸쳐 소개했는데요. 앵커의 “세계 시장에서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요. 이따금씩 벌어졌던 이전투구식 싸움이 이번에는 TV 시장에서 재연될 분위기입니다”라는 발언과 함께 시작된 이 보도는 ‘삼성전자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노골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보도는 김세의 기자가 리포트했는데요. “삼성전자가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자세히 보여주면서, “왼쪽에는 LG OLED TV를, 오른쪽에는 삼성 QLED TV를 켜놓고 프로게이머들에게 12시간 연속 비디오게임을 하도록 했습니다. TV를 끝 뒤 LG TV에는 잔상이 남아있지만 삼성 TV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라고 멘트했습니다. 이렇게 삼성전자가 올린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ld1RqqFMZWo)을 직접 보여주는 시간만 무려 23초에 달합니다. 


김세의 기자는 이어 “TV를 오래 켜놓으면 (OLED는 유기물인 빨강, 초록, 파랑 소자 중 수명이 짧은 파란색 소자가 타버려 잔상으로 남는 '번인 현상'이 발생하는데 QLED는 무기물을 사용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라며 이 동영상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때의 자료화면은 OLED와 QLED의 차이점을 짚어주는 인포그래픽 영상입니다. 여기에 이어 MBC는 익명의 삼성전자 관계자의 “OLED TV는 장시간 사용하면 한곳이 집중적으로 타는 번인 현상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고 있어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기술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는 발언을 소개하며 다시 자료화면으로 삼성전자의 유튜브 동영상을 10여초가량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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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TV에 사용된 QLED 기술이 LG전자의 OLED 기술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준 MBC(10/16)

 

보도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삼성 TV 홍보 영상을 소개하고, 해당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 동영상은 영어 버전인데다가, 영상 내에 구체적 설명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이 영상만을 가지고 모두가 MBC가 말하는 ‘이전투구’ 현상이 벌어진다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때문에 김세의 기자의 이 보도는 사실상 삼성전자 동영상을 한국어 버전으로 ‘번역 및 해석’한, 또 다른 버젼의 삼성 광고로 보일 지경입니다. 


이렇게 실컷 삼성전자 측 주장을 실컷 홍보한 뒤, MBC는 이 광고에 불쾌감을 표현한 LG전자 측의 입장과 삼성전자의 영업실적, 과거 두 회사가 이렇게 ‘경쟁’을 펼쳐온 사례를 소개하며 마무리했습니다. 
 


TV조선도 삼성 홍보영상에 관계자 발언 나열
같은 사안을 보도한 TV조선  <삼성, LG 비판 마케팅…TV 주도권 격화>(10/16 https://goo.gl/hNmEiq)은 MBC 수준으로 삼성전자 동영상 소개 비중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20번째 꼭지로 소개된 1분37초짜리 보도에서 16초 동안, 삼성전자의 유튜브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상이 나갈 때, 김자민 기자는 “55인치 대형TV 두 대를 나란히 놓고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을 시작합니다. 12시간 게임 후 전원을 껐더니 LG전자 올레드TV엔 이미지 잔상이 군데군데 남은 반면, 삼성전자 큐레드TV는 깨끗하다는, 온라인 홍보영상입니다”라는 멘트를 했고요. 이어 MBC와 마찬가지로 익명의 삼성전자 관계자의 “(OLED TV는) 버닝현상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고 있어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의 기술 이해를 돕기 위해”라는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 기자는 “경쟁사 제품을 노출시킨 건 물론, 온라인용 영상에 대형 세트장 등 만만찮은 비용을 들인 걸 두고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며 호들갑을 떤 뒤 “가전을 놓고 삼성과 LG가 신경전을 벌인” 역사를 읊으며 보도를 마무리 했습니다. TV조선 보도는 MBC에 비해서는 그나마 삼성전자에 대한 홍보효과를 조금 덜 준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같은 구조의 보도인 셈입니다. 

 

정식 한국어 광고도 아니고 인터넷에 올린 영어로 제작된 동영상 홍보물을 가지고 마치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 부각한 이 보도를 보면서 시청자는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기자는 무엇을 목적으로 이 사안을 다루었을까요? 가전업계의 무리한 경쟁을 전할 수 있었을겁니다. 또한 삼성전자 측 동영상처럼 타사와 노골적인 비교를 하는 실험을 하는 방식의 홍보가 적절한가를 다뤄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번 보도는 이런 문제제기는 없이 삼성전자 QLED 홍보 동영상을 부각하고만 있습니다. 따라서 두 방송사의 실제 의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MBC와 TV조선의 이러한 보도는 사실상 삼성전자가 새롭게 출시한 TV를 노골적으로 ‘광고’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고는 광고로, 보도는 보도로’ 이런 최소한의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방송사 혹은 언론사라고 불릴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이런 볼썽사나운 보도는 이제 제발 좀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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