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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휠체어 승하차 시위, ‘미보도’ 혹은 ‘시민 불편 부각’
등록 2018.06.18 10:11
조회 861

14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휠체어를 타고 정거장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휠체어 탑승 승하차’ 시위를 했습니다. 사고 위험이 높은 장애인리프트를 철거하고 역사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는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시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장애인의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 방안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을 할 것과 2015년 발표된 ‘장애인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장애인이동권 증진을 위한 서울시 선언에는 ‘2022년까지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는 27개에 달하며, 이 중 16개 역사는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안조차 제출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광화문역의 경우 계획대로라면 2016년 이미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어야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휠체어 리프트 이용자들의 사망 사건과 중상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해왔습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신길역 내 휠체어 리프트 이용자가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유족과 장애인 단체는 휠체어 리프트 이용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고에 대해 서울교통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 측은 법적․사회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장애인 단체가 14일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시위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아무리 요구하고 외쳐도 단지 지하철역을 이용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알리고 또 바꾸기 위함이었던 셈입니다. 

 

 

미보도한 KBS․JTBC․채널A․MBN
열차 지연문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시위였음에도, 이날 시위를 당일 저녁종합뉴스로 보도한 방송사는 MBC, SBS, TV조선뿐이었습니다. KBS, JTBC, 채널A, MBN은 당일은 물론이고 시위 4일 뒤인 17일까지도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중 KBS는 14일 관련 온라인 기사 <장애인단체, “이동권 보장하라”…지하철서 휠체어 탑승운동 벌여>는 내놓았습니다.  

 

 

시민 불편 부각한 TV조선
MBC, SBS, TV조선 보도는 온도차가 있었습니다. MBC의 관련보도 제목은 <휠체어 장애인 지하철 탑승 시위>이며,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전철역 휠체어 시위대>입니다. SBS 방송 보도 제목도 <“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항의 집회>였으며, 온라인 송고 제목은 <"위험한 리프트 대신 승강기를"…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였습니다. 두 방송사 모두 장애인들의 요구 사항과 시위라는 행위를 제목에 부각한 것입니다. 두 방송사 보도의 앵커 멘트 역시 시위 소식을 전하고, 관련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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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제목에 시민 불편 부각한 TV조선(6/14)

 

반면 TV조선은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부각했습니다. 방송 보도 제목은 <“이동권 보장” 장애인 시위…지하철 2시간 지연>(6/14 이채림 기자 https://bitly.kr/UmvR)이며, 온라인 송고용 제목도 <“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장애인 시위, 지하철 2시간 지연>입니다. 앵커 역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지하철에서 리프트를 이용해 오르내리는데요, 이 리프트가 사고가 잦다며,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라고 말한 뒤 “6개역에서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는 시위였는데,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불안한 리프트 대신 안전한 엘리베이터 설치가 요구 사항”이라는 점과 함께 시위 참가 장애인의 “리프트는 탈 때부터 매우 불안하거든요. 벨 누르는 것도 힘들고, 위험한 계단을 내려간다는 게”라는 목소리를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예 미보도로 사안을 외면해버린 것 보다는 나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문사 중 동아일보만 관련 온라인 기사 내놓아 
신문사 중 관련 소식을 지면에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온라인 기사까지 범주를 넓히면 동아일보가 유일하게 <내렸다 탔다 반복…서울지하철 1호선, 장애인 단체 시위로 지연 운행>(6/14) 기사를 내놓았을 뿐입니다. 해당 기사는 “한 장애인단체가 14일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시위를 하면서 열차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데요. TV조선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14~17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2018년 6월 15일~1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 및 온라인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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