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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20대 첫 정기국회 파행, 모든 책임을 야당에 전가한 MBC(2016.9.2)
등록 2016.09.02 17:26
조회 263

■ 민언련 오늘(9/1)의 나쁜 방송 보도
․ MBC <국회의장 ‘작심 발언’…첫날부터 파행>(톱보도, 장재용 기자,
https://bit.ly/2bOafDt)
가까스로 여야가 합의를 이끌어 낸 추가경정예산안이 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일,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됐기 때문이다. 사태의 발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였다. 정 의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우병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에 대해서도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강력히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고 정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국회법에서 정한 ‘중립의무’를 내팽개치고 야당 입장을 대변했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서 정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반박했고 정 의장도 사과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보이콧’으로 인해 국회 일정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일제히 이 소식을 타전했다. 모든 방송사가 1~2건의 보도를 냈고 KBS, MBC, JTBC, 채널A, YTN, 연합뉴스TV는 톱보도로 국회 소식을 전했다. 이 중 MBC의 보도는 단연 눈에 띈다. MBC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야당 입장에 서있다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전적으로 정 의장과 야당에 돌리는 프레임을 보여줬다.


MBC 톱보도 <국회의장 ‘작심 발언’…첫날부터 파행>에서 이상현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국회의장의 야당 편들기 논란으로 첫날부터 파행됐습니다”라고 말했다. 1일 정기국회 사태를 ‘국회의장의 야당 편들기 논란’으로 규정한 것인데 이런 용어와 단정적 태도는 MBC에서만 볼 수 있다. KBS <정 의장 개회사 반발…첫날부터 파행>(톱보도, 박민철 기자, https://bit.ly/2bXFIGI)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와 사드 배치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자, 새누리당이 강력히 반발”했다는 앵커 멘트로 보도를 시작했고, 다른 방송사들도 모두 정 의장의 발언 내용 등 사실관계를 먼저 설명했다. MBC만 정 의장의 ‘야당 편들기’를 명시한 것이다. 리포트에서도 MBC의 이런 단정적 태도가 이어졌다. 장재용 기자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배치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야당 입장을 거들고 나선 게 발단”이라고 단언했다. 이번엔 정세균 의장이 “야당 입장을 거들고 나섰다”는 여당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전한 것이다. 이 역시 타사 보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편파적 내용이다. 타사는 모두 정 의장이 야당을 대변했다는 주장을 새누리당의 입장으로 처리했다. 다만 연합뉴스TV가 “무소속 신분인 정 의장이 사실상 야당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격하게 항의”했다고 전해 MBC와 비슷한 논조를 보였지만 이마저도 MBC처럼 단정적이지는 않다. 심지어 MBC는 “중립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국회법은 국회의장이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장 당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는데 이 역시 새누리당 입장을 그대로 읊은 것으로서 타사 보도에는 없는 내용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당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MBC의 의지는 MBC가 인용한 여야 의원들의 발언 장면에서도 나타났다. 일단 모든 방송사가 “그야말로 아주 중증의 '대권병'이 아니고는 이러한 국회의장의 도발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 등으로 새누리당 입장을 보여주었다. 이어 △“(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서 정기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KBS, SBS, MBN, 연합뉴스TV) △“민정수석을 지키는 것이 추경안 통과, 대법관 인준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인가?”(TV조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한다고 국회 일정 전체 보이콧하는 태도가 과연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태도인가”(채널A, YTN)라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반박을 대비시켰다. 그런데 유독 MBC만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여당의 국회의장 사퇴요구?) 제가 웃었다고 전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장면을 인용했다. 우상호 대표가 한 발언 중 굳이 이처럼 감정이 담긴 반응을 뽑아 인용한 것은 ‘여당의 주장에 반박하는 야당’이 아닌 ‘여당을 비웃는 야당’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보도 내내 ‘꼼수’를 부리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정 의장이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몰아붙인 MBC의 태도는 최근 ‘친여 성향’에서 뒤지지 않는 KBS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개회사 몇 마디에 국회 일정을 보이콧해버린 새누리당의 책임이 막중함을 고려할 때 MBC가 작심하고 여당을 비호하고 나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정 의장의 개회사 중 새누리당을 자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가까스로 합의한 추경 처리가 예정된 본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19대 국회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새누리당 출신 정의화 전 의장 역시 의장석에서 청와대를 비판한 바 있고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야당을 훈계한 사례도 과거에 더러 있었다. 그러한 사례마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과 별도의 유감 표명이 있었을 뿐 개회사를 빌미로 집단 보이콧을 한 사례는 없다.


 MBC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쓴 정 의장의 ‘중립의무 위반’ 역시 과장이나 다름없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직접적으로 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우병우 수석을 향해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지적하거나 사드 배치에 대해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하는 등 이미 만연해 있는 국민적 비판 여론을 전달한 발언을 어떻게 편파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단순한 여론 전달을 ‘중립의무 위반’으로 낙인찍는 새누리당의 인식이야말로 애초에 색안경을 낀 관점은 아닌지 톺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지닌 새누리당 입장을 사실인 양 전달한 MBC 역시 비판을 면키 어렵다.

 

■ 민언련 오늘(9/1)의 방송 무보도
․ 또 외면당한 세월호 참사 청문회, 언론이 이럴 수는 없다

1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3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에서 특조위는 정부가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밝히지 않은 채 CCTV 영상 저장장치인 VDR를 수거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VDR 기록이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사 직후 구조 기간 당시 에어포켓 공기주입 작업에서, 정부가 암석을 깨는 데 사용되는 소형 콤프레셔를 사용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사실도 회자됐다. 또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증언으로 길환영 전 KBS 사장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부당한 보도개입이 있었음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독단적으로 특조위 활동 기간을 강제 종료한 정부로 인해, 청문회는 전반적으로 맥이 빠진 채 진행됐다. 정부의 비협조 아래, 출석을 요구받은 29명의 증인 중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증인은 탑승 생존자 및 김시곤 전 국장 등 8명에 불과했다. KBS 보도개입의 당사자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재난대응 지휘·보고체계’ 조사의 핵심 증인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여당 측 인사는 모두 불참했다. 안광한 MBC 사장은 청문회에는 불참하면서도 같은 날 있었던 방송의날 행사에 참석하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특조위가 정부의 방해 공작 속에서 근근이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방송사들은 또 외면했다. 이미 1, 2차 청문회에서도 견고한 침묵을 보였던 방송사들이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1차 청문회 당시 KBS와 MBC는 단신 1건, SBS와 TV조선이 1건만을 보도했다. 그나마 JTBC가 3건으로 적극적이었고 타사는 아예 보도가 없었다. 지난 3월 28일, 29일에 걸친 2차 청문회는 더 심각해서 JTBC의 2건 외에는 방송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1일, 3차 청문회 첫 날의 풍경도 비슷하다. KBS는 <간추린단신>(23번째, https://bit.ly/2bHj2VC)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3차 청문회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조치와 책임'을 주제로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고만 보도해 사실상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사는 아예 보도가 없었고 JTBC만이 2건을 보도했다. 


JTBC는 <“홍보수석 전화 4번…압력”>(10번째, 정해성 기자, https://bit.ly/2cjECEI)에서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직후에도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핵 관련 통화를 한 소식을 뉴스 초반부로 넣으라고 지시해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며 보도개입 정황이 드러났음을 전했다. 이어지는 <“세월호 영상 일부 삭제 의혹”>(11번째, 신진 기자, https://bit.ly/2cuQWTT)은 “세월호 선내 CCTV 영상을 일부 삭제했다는 의혹”과 구조 당시 정부가 주장한 ‘에어포켓’의 실존 논란을 다뤘다. 국민들은 JTBC가 아닌 방송 뉴스에서는 이러한 진실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민언련 오늘(9/1)의 비추 보도
․ KBS <“불합리한 규제 혁파”…“지상파 UHD 지원”>(24번째, 김주한 기자,
https://bit.ly/2bGMtfG)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의 당사자인 KBS는 세월호 참사 청문회 대신 ‘방송의날 축하연’을 보도했다. KBS <“불합리한 규제 혁파”…“지상파 UHD 지원”>는 “제53회 방송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축하연”에 “황교안 국무총리와 방송 관계자 등 5백여 명이 참석”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방송은 '한류의 전초기지'라고 강조하면서, 방송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방송협회장인 고대영 KBS 사장은 지상파 광고 시장이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는 중간광고 금지라는 불합리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자사 고대영 사장의 발언 장면도 빼놓지 않았다.

 

△ 세월호 참사 청문회 대신 ‘방송의날 축하연’ 보도한 KBS(9/1)

 

이날 방송의날 축하연을 보도한 것은 KBS와 SBS뿐이다. SBS도 세월호 참사 청문회 보도 없이 <“낡고 불합리한 규제 혁파”>(20번째, 우상욱 기자, https://bit.ly/2bHoUnR)에서 방송의날 축하연을 다뤘다. SBS 역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에 반색을 드러냈다.

 

KBS와 SBS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도한 것과 달리 이날 방송의날 축하연장 밖에서는 언론 노동자들이 ‘언론자유와 독립’을 외치며 박근혜 정부 아래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언론 탄압을 비판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송의날은 일제 치하에서 방송이 독립된 걸 기념하는 날이지만 오늘날 방송은 정권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았다”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보도지침 논란 등에 대한 방송장악 청문회를 열고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지침’의 당사자인 KBS가 이런 목소리 대신 대통령의 ‘규제 완화 약속’에 반색하기만 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면서 그 은폐를 위해 벌어진 ‘보도지침’까지 모른 척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행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실을 파헤치고 권력의 횡포를 견제해야 할 언론이 이럴 수는 없다.

 

* 모니터 대상 : 9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2부), 연합뉴스TV <뉴스20>) *YTN은 홈페이지 사정상 관련 보도 URL 링크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