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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 보도]연합뉴스TV의 이정현 ‘영웅 만들기’(2016.9.5)
등록 2016.09.05 23:00
조회 373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9/2~4)
‧ 연합뉴스TV <반년만에 '공수' 뒤바뀐 국회의장 중립논란>(9/2, 3번째, 이경희 기자,
https://goo.gl/NyKwTC),
‧ 연합뉴스TV <심판대 오른 이정현…거야 파상공세에 강경대응>(9/2, 3번째, 김남권 기자,
https://goo.gl/eCQoL1),
‧ 연합뉴스TV <달라진 이정현 야당 때리며 집안 틀어잡기>(9/3, 13번째, 이경희 기자,
https://goo.gl/wXctj6)
‘집권 여당의 집단 보이콧’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파행에 이르렀던 20대 국회가 하루 만에 정상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이 겨우 통과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추태에 가까웠다. 1일, 본회의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전원 퇴장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실까지 찾아가 고성을 지르며 사퇴를 요구했다. 정 의장을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상태로 몰고 밤늦게까지 의장실 앞을 점거하며 농성하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퍼붓고 집기를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음주 상태에서 난동을 부렸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의장실 경호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은 2일 정 의장의 이름을 빗대 “악성균, 테러균, 추경파행균, 민생파괴균”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당 의원들의 추태가 이어졌음에도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조용했다. 2일 국회 정상화와 추경 통과를 전하는 지상파 3사 보도는 1~2건씩에 그쳤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을 보도한 TV조선, 채널A, YTN은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을 내세웠다.


그나마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이 종편인 MBN이다. MBN은 <“정세균은 암세균” 원색 비난>(9/2, 3번째, 윤석정 기자, https://bit.ly/2bLgea9)에서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이름을 빗댄 원색 비난을 하는가 하면, 의장실 경호원과 멱살잡이까지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MBN은 바로 다음 보도에 “한국 헌정 사상 가장 희한한 상황을 목격하고 계신 겁니다. 새누리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지키는 행동대원들로 전락한 것”이라고 여당을 비판한 야당 측 입장을 1건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JTBC도 1건의 보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를 전하면서 야당의 비판을 덧붙였다.

 

 

△ 9개 방송사 국회 정상화 관련 보도량 상세 비교(9/2)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와 달리 연합뉴스TV는 야당과 정세균 의장만 문제 삼는 황당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연합뉴스TV는 <반년만에 '공수' 뒤바뀐 국회의장 중립논란>(9/2)에서 2008년 한미FTA를 둘러싼 여야 대치 당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본회의장 점거농성까지 불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 바 있다며 이번엔 ‘공수’가 바뀐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입장을 그대로 옮겨온 프레임이다.


게다가 연합뉴스TV는 2일부터 3일까지 이정현 당 대표를 집중 조명한 보도를 1건씩 내놨다. 연합뉴스TV는 이번 국회 파행 사태 후폭풍을 전하면서 유독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을 짚어줬다. 연합뉴스TV <심판대 오른 이정현…거야 파상공세에 강경대응>(9/2)은 “대표 취임 이후 비교적 순항하던 이정현 호가 거친 풍랑을 만났”다면서 그 이유를 “20대 첫 정기국회 벽두부터 거대 야당의 강공에 맞닥뜨린 겁니다. 형식은 국회의장 개회사였지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문제에 대한 야당의 강공 의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는 “이 대표는 ‘중증 대권병’ 등 거친 단어까지 써가며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고 전한 뒤, “1년 반이나 남은 박근혜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식물정부를 만들려 하는 그런 계책을 가지고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하고 있다”는 이정현 대표의 주장을 녹취 인용했다. 이는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가 야당과 공조 하에 벌어진 정부여당에 대한 강공 의지라고 단정한 것이다. 기자는 이어 “야당에 밀린다면 공약했던 ‘당청 일체를 통한 박근혜 정부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판단”, “이 때문에 강경 대응에는 청와대와 교감도 있을 거라는 관측”이라며 이 대표가 처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이어 “친박 비주류 대표로 최고위원단 다수인 친박 주류와 관계 설정도 숙제”, “이 대표로선 안과 밖 모두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은 모습”이라고 이정현 대표의 당내 과제까지 짚어주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다음날 이어진 <달라진 이정현 야당 때리며 집안 틀어잡기>(9/3)에서 또 이정현 대표의 ‘강경 모드’에 주목했다. 앵커는 “새누리당은 대야 ‘강경 모드’를 유지할 태세”, “이정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모습”이라더니 “정기국회 초반 기선제압과 동시에 내부 균열도 차단하겠다는 이중포석이 깔려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리포트에서는 “정세균 의장이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자 새누리당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보이콧에 의장실 농성, 피켓시위까지 파행의 27시간 동안 새누리당 지도부는 강경 일변도였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그간 원내문제를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일임했지만, 이번에는 주도적인 모습”이라고 평했다. 의장실을 점거한 채 막말과 고성, 음주에 물리적 사태까지 벌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태는 은폐한 채 ‘강경일변도의 투쟁’과 ‘투쟁을 주도한 이정현 대표’만 띄운 것이다.

 

△ 국회 파행 사태 주도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이틀 내내 칭송한 연합뉴스TV(9/2~3)

 

가히 ‘이정현 찬양 방송’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여당 의원들의 추태에 눈감은 타사도 문제가 있으나, 은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당 대표를 ‘영웅’으로 묘사한 연합뉴스TV의 태도는 독보적이다.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추태나 그 추태를 우호적으로 보도한 연합뉴스TV나, ‘난형난제’라 할 만 하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9/2~4) 2 l
‧ TV조선 <“박정희 존경” 우즈벡 대통령 별세>(9/3, 19번째, 김혜민 기자,
https://bit.ly/2bOTv0h)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 2일, 타계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을 25년 간 통치하면서 중앙아시아 최악의 권위주의 지도자로 꼽혀왔다. 그는 2005년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기관총과 장갑차를 동원해 수백 명의 비무장 시민을 살해했다. 이외에도 장기집권 내내 야당 인사 및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이어졌다.
우리 정부는 3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대변인 성명을 통해 카리모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했다. 성명은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서 조속히 벗어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정부도 카리모프 별세에 입장을 냈지만 한국 정부처럼 고인을 칭송하는 표현은 쓰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던 카리모프 대통령에게 지나친 예우를 보이다가, 그의 반민주주의적 행태까지 정당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TV조선은 우리 정부와 똑같은 입장을 취하다 못해, 카리모프 대통령과 그가 존경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웠다. 3일 9개 방송사 중 카리모프 대통령의 별세를 전한 것은 TV조선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꾸준히 옹호해온 TV조선이, 다시 자사의 반민주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TV조선 <“박정희 존경” 우즈벡 대통령 별세>(9/3)에서 이상목 앵커는 “경제성장을 이끌며 생전에 박정희 전대통령을 존경한다던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이라며 고인을 소개했다. 보도 시작부터 카리모프 대통령을 ‘장기집권 독재자’가 아닌 ‘경제성장’의 주역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 인물로 칭송한 것이다. 이어진 리포트에서 기자는 “야권 인사와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한 독재자였지만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라며 반민주주의적 ‘과’ 대신 ‘경제성장’이라는 ‘공’에 무게를 뒀다. 여기서도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평소 밝혀온 것으로도 우리에게 유명합니다”라는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선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간직한 나라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어록을 '명언'이라고 지칭하면서 ‘한국의 기적을 일으킨 분’이라고 경의를 표하기도” 한 사례까지 덧붙였고 “고인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제 발전 모델로 박 전 대통령 정책을 많이 참고”했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별세하자 독재와 민주주의 탄압 대신 ‘박정희 존경’만 부각한 TV조선(9/3)

 

TV조선의 보도는 카리모프 대통령 별세를 전하는 보도인지, 그가 존경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리는 보도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카리모프 대통령을 설명하는 TV조선의 태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기존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기도 한다. 두 인물은 모두 경제성장이라는 지상목표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탄압했으며 물리력으로 국민을 살해했다. TV조선의 보도는 ‘한국의 기적을 일으킨 분’이라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평가와 그가 참고했다는 ‘박정희 경제 성장 모델’을 앞세워 박정희 대통령을 한껏 추켜세우면서 두 인물의 반민주주의적 행태에는 입을 다문 것이다. 이는 카리모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한 박근혜 정부의 의중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에 137억43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배정하는 등 ‘박정희 살리기’에 ‘올인’하고 있기도 하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9/2~4) 3 l
‧ SBS <‘사드’ 거론…푸틴 ‘반대’ 안 밝혀>(9/3, 톱보도, 한승희 기자,
https://bit.ly/2bOPY25),
‧ MBN <한-러 정상 “북핵 용인 못해”>(9/3, 톱보도, 윤석정 기자,
https://bit.ly/2bLDKZn)
2일 러시아, 중국, 라오스 3개국 순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동방경제포럼(EEF) 참석 차 방문한 러시아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북핵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공유했다. 하지만 최대 화두인 사드 배치와 북핵에 대한 대처 방안에서는 여전한 견해차를 확인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에 있었던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려면 북한에 단호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호소했다. 정상회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제재·압박 강화 입장을 밝고 “북핵이 제거되면 사드 배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직접 언급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한반도 핵 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 긴장 완화의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며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담의 계기가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등 한-러 경제협력인 만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대해 함구했다고 해서 러시아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5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순방이 동북아 갈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표정은 달랐다. 3일, 박근혜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을 보도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일제히 러시아의 ‘북핵 반대 입장’만 부각하면서 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설득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았다. 특히 이날 박 대통령의 행보를 톱보도로 전한 지상파 3사와 MBN은 시종일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쓰고 그 성과를 선전하면서 ‘땡박뉴스’를 선보였다. 특히 사드와 관련해 러시아가 박 대통령에게 동의했다는 해석을 내놓은 SBS와 MBN이 단연 두드러진다.


SBS 톱보도 <‘사드’ 거론…푸틴 ‘반대’ 안 밝혀>(9/3)에서 두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건설적인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져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라는 말로 보도를 시작했다. 기자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박 대통령과 “분명한 것은, 양국은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고 자칭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라고 화답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서 “푸틴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종전의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과 “두 정상이 사드 문제를 포함해 동북아 안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했다”는 청와대 발표만을 근거로 “북핵이 제거되면 사드 배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에 러시아가 공감한 걸로 해석”된다고 단언했다.

 
MBN도 마찬가지이다. MBN 톱보도 <한-러 정상 “북핵 용인 못해”>는 SBS가 인용한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 발언을 똑같이 녹취 인용한 후 “푸틴 대통령 역시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해 사드 배치 필요성을 일정 부분 공감했다는 해석”을 전했다.


물론 이날 KBS와 MBC 역시 박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정상회담 기자회견을 톱보도로 전하면서 한-러 간 협력 강화에만 방점을 찍었다. TV조선, 채널A, YTN, 연합뉴스TV도 마찬가지 내용이었다. JTBC는 4일 <‘평행선 한‧중’ 사드 돌파구 마련할까>(3번째, 김상진 기자, https://bit.ly/2c0NVpb)에서 사드를 거론하지 않은 러시아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에선 이같은 무응답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지만, 러시아 측의 입장이 별반 달라진 게 없어서, 사안 자체를 외면한 것이란 풀이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에 우리의 투자를 원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평가도 나옵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내용은 SBS와 MBN의 해석과 완전히 배치된다.


결국 한-러 정상회담 결과를 ‘러시아의 사드 배치 필요성 공감’으로 단언한 방송사는 SBS와 MBN뿐이다. 두 방송사의 이런 태도는 섣부른 예단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대북 정책에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은 강경 기조를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대화를 앞세웠다. 같은 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힌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 안보 수호’라는 언급으로 논란을 피해갔다. 북핵 대응에 있어서도 중국이 긴장 고조 행위 자제와 ‘상황을 올바른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한 것과 달리 미국은 북한의 위협과 대북 제재를 내세웠다. 한-러 정상회담과 비슷한 대립구도가 드러난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사드 배치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는 SBS와 MBN의 해석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다. 두 방송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외교성과를 부풀리려다 국제 정세까지 왜곡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현재 연달아 이뤄지고 있는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로 인한 동북아 긴장 국면이 가시화되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박 대통령의 행보만 부각한 다른 방송사들의 태도 역시 비판을 면키 어렵다.

 

■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9/2~4) 4 l
‧ KBS <“북 SLBM, 중 모방품…기술 이전 가능성”>(9/2, 15번째, 고은희 기자,
https://bit.ly/2c4FFsG),
‧ KBS <앵커&리포트/“북 핵‧미사일 개발 중 묵인‧지원 의혹”>(9/2, 16번째, 김학재 기자,
https://bit.ly/2c2ZWxa)
KBS가 2일,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이 보도에만 2건을 할애했는데 그 근거가 매우 부실하다. 사드 배치 논란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른 중국을 ‘북핵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국내외 사드 반대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KBS <“북 SLBM, 중 모방품…기술 이전 가능성”>(9/2)는 “중국이 북한 SLBM 개발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미국의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발사한 SLBM은 'JL(쥐랑)-1'처럼 2단 미사일인 것으로 보이고, 또 고체 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라고 말한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 주립대 교수의 발언뿐이다. KBS는 쥐랑 1호와 북극성의 사진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실제로, 쥐랑 1호는 북극성과 같이 골프급 잠수함에서 발사돼 크기가 10미터 정도로 유사합니다”라고 설명도 덧붙였다. 브루스 교수의 발언을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다음 보도인 <앵커&리포트/“북 핵‧미사일 개발 중 묵인‧지원 의혹”>(9/2)은 SLBM 뿐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체를 중국이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상무 앵커는 “75년에는 두 나라는 탄도미사일을 공동개발에 착수할만큼 협력의 역사가 깊습니다”라며 냉전 시대 북중 간 협력 사례까지 언급했고 리포트는 그런 협력이 지금도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학재 기자는 “2차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003년 북한은 유럽에서 고강도 알루미늄관 200여개를 중국을 경유해 들여오다 독일에서 압수”당했던 사례를 들었고 “북한의 KN-01 대함 미사일은 중국의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을 갖고 들어와 다시 설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고 근거를 보충했다. 보도 말미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배치를 격렬히 반대하는 동시에 이면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중국의 속내에 대한 의구심도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라며 중국을 비판했다.


KBS는 미국 브루스 벡톨 교수의 발언 한 마디를 통해 중국이 북한의 SLBM 기술을 이전했을 가능성을 보도하면서 이를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가능성까지 확장한 셈이다. 외교적 파장이 클 수 있는 의혹 제기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벡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 자리에서 정보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KBS는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드로 인한 한중 간 대립 구도에서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KBS는 이것도 묵살했다. 2일, 브루스 벡톨 교수의 발언을 보도한 것은 KBS와 채널A뿐인데, 채널A는 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다른 3국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이고요.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서 과도한 해석이 있는 것 아니냐”며 ‘신중론’을 제기한 김동엽 경남대 교수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TV조선은 하루가 지난 3일, <북, 핵‧미사일 중국 따라하기>(9/3, 13번째, 안형영 기자, https://bit.ly/2c59E3A)에서 북한과 중국의 SLBM을 비교하기는 했으나 브루스 벡톨 교수를 언급하지 않았고 북한이 “철저하게 중국의 개발 방식을 베끼고” 있다고만 보도했다. 중국이 북한을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다는 식의 단정적 보도는 KBS에서만 나온 셈이다. KBS는 이렇게 논란 중인 사안을 기정사실로 보도하면서 중국이 SLBM 뿐 아니라 핵과 미사일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나아갔다. 그 근거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재원들을 중국을 통해 입수했다는 사례들이다. 이 부분에서도 여전히 중국이 실제로 직접 건넨 것인지, 북한이 3국을 통해 획득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무엇보다 KBS가 보도한대로 중국이 냉전기에 유지했던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지금까지도 유지했다면, 어째서 KBS가 지금까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중국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간혹 고개를 내민 적이 있다. 지난 6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 공식적인 만남을 가지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국이 북핵을 승인했다”며 열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북중 대표 모두 기자회견에서 핵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 북핵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고 그 후 북중 관계에 큰 변화도 없는 상태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동북아 주도권 경쟁에서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는 와중에도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에는 확고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언론들은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 마다 중국을 북한의 ‘배후’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KBS도 이번 브루스 벡톨 교수의 발언 한 마디로 보수언론들의 책동과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KBS는 심지어 보도에서 사드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이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BS가 중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과의 군비 경쟁을 우려하는 사드 반대 목소리를 ‘북한의 배후에 동조하는 주장’으로 갈음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