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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실질심사에도 ‘삼성위기론’…영장 기각 부추긴 방송사들
2017년 1월 18일일
등록 2017.01.19 15:58
조회 510

1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법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됐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톱보도로 냈습니다. 19일 현재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했죠. 실질심사를 맡은 조의연 판사에 재벌 총수 구속영장의 ‘기각 칼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최대 규모, 초유의 정경유착에도 법원이 재벌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방송 보도는 19일 저녁종합뉴스를 확인해야 하지만 18일에도 방송사별로 태도가 확연히 갈렸습니다. 공영방송은 ‘이재용 부회장의 하루’를, TV조선은 ‘이재용 부회장의 표정 변화’를 조명하면서 ‘이재용 구속’의 의미는 등한시했고 채널A는 또 ‘이재용 구속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부각했습니다. 사실상 일부 방송사가 영장 기각 여론을 부추겼다고 볼 수 있는 보도들입니다. 

 

1. 이재용 구속되면 삼성 위기에 ‘보호무역주의 후폭풍’? 채널A의 갸륵한 마음
채널A의 18일, 이재용 부회장 구속 관련 보도는 단 3건으로 MBC와 함께 7개사 중 최소 보도량을 기록했습니다. 타사의 경우 KBS‧MBN 4건, SBS 5건, JTBC‧TV조선 7건입니다. 고작 3건의 채널A 보도 중 <삼성 ‘글로벌 뭇매’ 위기>(1/18 https://bit.ly/2iTIXjG)는 이날 모든 방송사의 관련 보도를 통틀어 단연 유일무이한 보도입니다. 


채널A 박선희 기자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라며 영장 실질심사를 기다리는 삼성그룹의 표정을 전하더니 “이번 사태로 인한 삼성의 진짜 위기는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나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미국 사법 당국이 외국 부패 기업에 적용하는 '해외부패방지법'에 걸릴 소지가 생겼기 때문”에 “최대 200만 달러의 벌금과 함께 수출면허 박탈, 증권거래 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입니다. 채널A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반부패 관련한 것도 확대적용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이사의 인터뷰로 설명을 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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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영장 실질심사에도 ‘삼성의 위기’ 조명한 채널A(1/18)

 

물론 이날 KBS‧SBS‧JTBC‧TV조선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삼성 측의 표정을 1건씩 보도했지만 채널A처럼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규모의 피해’를 구구절절 읊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결정되지도 않았던 시점에서 미국의 ‘부패방지법’ 위반까지 걱정을 하고 아직 출범도 안 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후폭풍’까지 타진했으니 채널A가 얼마나 삼성의 관점에 서 있는지 역력히 보입니다. 채널A의 우려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도 문제이지만 430억 원 뇌물공여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뇌물 혐의, 거기다 국정파탄 사태에 재벌 총수가 일조한 초유의 사태에도 ‘삼성의 피해’부터 따지는 근본적인 시각이 더 큰 문제입니다.

 

2. ‘재벌 총수 구속은 경제위기와 관련이 없다’ JTBC의 일갈
채널A가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놓고 삼성의 위기, 더 크게는 한국 경제의 위기를 점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채널A는 지난 16일에도 <삼성 경영 시계 ‘멈춤’>(1/16 https://bit.ly/2ivMo1J) 제하의 리포트에서 ‘한국 경제의 맏형 삼성이 각종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또한 이런 ‘경제위기론’이 채널A만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12일 이재용 부회장의 피의자 특검 소환 이후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 모두 이런 보도를 냈습니다. 


이를 참지 못했는지 결국 JTBC <팩트체크>(1/18 https://bit.ly/2jBchMD)가 나섰습니다. 안나경 앵커는 “총수가 없으면 투자가 위축되고 실적이 나빠지고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서 결국 손실이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재벌 총수에게 수사 편의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를 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대영 기자는 넥스트소사이어티재단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총수가 기소되고 확정 판결을 받은 5대 재벌이 수익성에서는 평균적으로 1.7%정도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시가총액에서는 “총수가 기소된 이후 계속해서 상승”했고 투자와 고용도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그래프와 함께 보여줬습니다. 오 기자는 대내외적 경제상황과 정부정책 등 변수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기업이 '총수 수사'라는 하나의 변수만으로 휘청거린다거나, 나라 경제가 악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은 이 수치들로 반박”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3년 2월 4일에 최태원 회장이 구속” 당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그날 이후로 주가가 오히려 계속 올랐”고 “도리어 최 회장이 사면된 2015년 8월 13일, 31만 500원 이후에, 사면 이후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례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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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 구속에도 재벌의 시가총액‧투자‧고용 상승했다고 반박한 JTBC(1/18)

 

또한 JTBC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업 투명성이 확보됐을 경우에 오히려 더 좋은 (국가) 경제적이나 경영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총수에 의해서 기업이 망하고, 그 기업에 의해 국가가 망한다면, 그건 망할 국가고 망할 기업이죠”라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 인터뷰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재벌 개혁을 위한 영장>(1/16),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캔들이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개선을 갖고 올 것>(1/16) 등 해외 사설들도 덧붙였습니다. “더 나아가서 나라 경제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반박할 수 있다는 겁니다. 

 

3. 단골 메뉴인 ‘동정 보도’로 ‘이재용의 하루’ 조명…보도 가치는 어디에?
도대체 그 의미와 보도 가치를 알 수 없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공영방송 KBS‧MBC와 TV조선은 ‘이재용의 하루’, ‘이재용의 표정’을 조명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KBS <특검부터 구치소까지…긴박했던 하루>(1/18 https://bit.ly/2jBcijH)는 “이재용 부회장은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면서 “특검에 나왔다가, 이후 법원에 출석하고, 다시 영장발부 여부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서울구치소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하루”를 시간대별로 보여줬습니다. “굳은 표정의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거나 “이 회장을 태운 차량은 경찰의 경계 속에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갔다며 일거수일투족을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MBC와 TV조선도 똑같은 보도가 1건씩 있습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여기다 ‘이재용의 표정 변화’ 보도까지 추가했습니다. TV조선 <이재용 ‘구치소 가는 길’ 표정 화제>(1/18 https://bit.ly/2k2g4Q9)에서 정혜전 앵커는 “이런 표정 처음이야! 오늘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이재용 부회장 모습”이라고 운을 뗐고 김미선 앵커는 “청문회에 출석할 때도, 심지어 지난 13일 22시간 동안 특검 조사를 받고나온 뒤 기자들에 둘러싸였을 때도 왼편에 보이는 것처럼 미소를 보였”다면서 평소 “늘 미소를 띄는 얼굴”의 이재용 부회장을 사진으로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오늘은 달랐”다며 “참담한 표정” “기자들을 쏘아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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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대별로 이재용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 조명한 KBS의 ‘이재용의 하루’ 보도(1/18)

 

사실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특검 사무실과 서울구치소를 오간 상황에는 비화가 있습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 판결까지 유치시설이 있는 구치소나 유치장에서 대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법원이 특검 사무실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라고 결정한 겁니다. 애초에 특검 사무실 대기를 발표했던 특검은 ‘이재용 봐주기’라는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 부회장을 구치소로 이동시켰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선’을 굳이 보도하고 싶었다면 이 논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BS와 MBC는 ‘이재용의 하루’를 보도하면서 이 논란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이 논란을 1건 보도했지만 ‘이재용의 하루’와 ‘이재용의 표정’까지 보도한 행태는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4. ‘국정파탄 세력에 부정청탁하고 뇌물 준 삼성’, 본질에 천착한 SBS‧JTBC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두고 이 사안이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의 측면에서 파고드는 방송사는 SBS와 JTBC입니다. 두 방송사는 보도량도 5건, 7건으로 타사보다 많았고 타사와 달리 삼성의 뇌물 대가성을 입증할 새로운 정황을 단독보도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SBS <“승계 도와달라…부정한 청탁” 명시>(1/18 https://bit.ly/2iLERqD)는 특검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지원과 지지를 해 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명시했음을 단독으로 전했습니다. “지난 2015년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직전, 청와대 비서실이 작성한 대통령 말씀 자료에도 '합병 배경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정황을 특검은 확보”했다는 겁니다. JTBC는 <‘독대 일정’까지 미리 전달>(1/18 https://bit.ly/2jaXNA8)은 18일 영장 심사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 일정 자료를 최순실씨가 미리 받아봤고, 이후 최 씨가 대통령에게 금전 지원 요구와 함께 삼성 승계 관련 내용이 담긴 말씀자료를 만들어 줬다”는 새로운 정황을 들고 나왔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5. ‘국정파탄 사태 삼성 연루’ 대충 보도하나…기본적인 보도도 안 낸 공영방송과 TV조선 
SBS와 JTBC 모두 특검의 수사 내용을 집중 취재해 특검이 파악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내용을 단독 보도한 겁니다. 이는 두 방송사가 삼성 수사에 역량을 집중했고 그만큼 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반면 타사는 이런 보도가 없을 뿐 아니라,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에 따른 특검 수사의 향방’이라는 기본적인 아이템조차 보도가 없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재용의 하루’ ‘이재용의 표정’을 보도했던 KBS‧MBC‧TV조선이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TV조선은 관련 보도량이 7건이나 되면서도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 시나리오 분석’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보도 7건의 내용은 △특검과 삼성 양측의 법리 공방 △이재용의 하루 △이재용 대기장소 논란 △특검팀과 삼성 변호인단 ‘드림팀’ 인적 구성 △긴장한 삼성그룹 표정 △긴장한 청와대 표정 △이재용 표정 변화입니다. 관련 첫 보도인 ‘양측의 법리 공방’을 제외하면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나 국정파탄 사태 연루 혐의와 관련이 없는 ‘가십 보도’에 가깝습니다. 특히 삼성, 청와대, 이재용 부회장의 표정을 일일이 따로 1건의 보도로 조명했다는 사실은 TV조선이 해당 사안을 ‘수박 겉핥기’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정파탄 사태’의 일부로 보도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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