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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용비어천가’ 읊는 공영방송과 ‘세월호 천막’ 걷자는 TV조선
2017년 1월 23일
등록 2017.01.24 16:18
조회 470

2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을 주목해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증인을 39명이나 추가 신청하면서 심판 지연작전을 노골화했고 증인으로 나온 차은택 씨에게 고영태 씨와 최순실의 내연관계를 집요하게 물어 ‘핵심 증인 흠집내기’ 전략도 선보였습니다. 공영방송 KBS‧MBC는 박 대통령의 이러한 악의적 술수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받아썼습니다. 한편 황교안 총리는 자신의 대권행보를 비판한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질책해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22일부터 ‘황교안 띄우기’에 나섰던 TV조선은 이걸 ‘본격적 대권행보’로 해석했습니다. TV조선은 서울광장에서 ‘텐트 농성을’ 시작한 ‘친박단체’를 비판하는 척하면서 ‘광화문 세월호 천막’도 걷어야 한다는 악의적 프레임도 선보였습니다. 

 

1. ‘친박단체’ 천막과 함께 ‘세월호 천막’도 걷어라? 본성 못 숨기는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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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 텐트’와 ‘세월호 천막’ 동일시하며 모두 걷자는 TV조선(1/23)

 

TV조선 <서울광장, ‘탄핵 반대’ 텐트 20여 동>(1/23 https://bit.ly/2km2xDk)는 세월호 참사 당시부터 TV조선과 조선일보가 꾸준히 보여준 세월호에 대한 적대감을 다시 보여준 보도입니다. 


정혜전 앵커는 “서울 시청 앞 서울 광장에 텐트 20여 동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텐트 농성에 들어간 것”이라 운을 뗐습니다. 이를 광화문 세월호 천막과 비교하며 “강대강 천막 충돌”이라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윤우리 기자는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2년 동안 광화문에 있는 세월호 천막이 철거될 때 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세월호 천막 걷으면 우리도 걷겠다는 거예요. 여기에 천안함 용사들 분향소 설치할거예요”라는 익명의 ‘텐트농성 참가자’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탄핵 반대 농성 텐트’에 붙어 있는 “태블릿PC 조작 의혹 진실을 밝혀라”라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나왔습니다. 


TV조선은 이처럼 ‘친박단체’의 입장을 다 전달한 뒤 “시민이 이용해야 할 공간이 어떤 특정한 분들한테 점령된다”는 시민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얼핏 보면 이 보도는 ‘친박 텐트농성’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비상식적인 논리로 박 대통령을 옹호하고 박 대통령 국정파탄의 최대 피해자인 세월호 참사를 물고 늘어진 ‘친박단체’의 모순을 단 한 마디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친박단체’의 ‘탄핵 반대’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동일선상으로 비교했습니다. 앵커는 “‘강대강 천막 충돌’이 벌어진 건데 분열된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라고 말했고 윤우리 기자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된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이 본래 취지에 맞게 돌아오기를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싸잡아 비판했죠. 서울광장과 광화문에서 벌이고 있는 ‘친박단체’나 ‘세월호 천막’이 모두 부적절하니, 둘 다 걷으라는 겁니다. 


이미 특검과 검찰이 입수경위와 증거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태블릿PC에 계속 트집을 놓으며 사상 초유의 헌정유린을 저지른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친박단체’. 이들의 ‘탄핵 반대 텐트 농성’을 헌정유린 세력의 피해자인 ‘세월호 참사 천막’과 어떻게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TV조선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7시간과 관련된 ‘비선진료 의혹’ 및 ‘주사아줌마 백 선생’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꾸준히 보도해왔습니다. 스스로 국정파탄 사태에서 자사의 공이 크다고 자화자찬하는 보도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이자 박 대통령 국정파탄의 피해자인 ‘세월호 천막’을 걷으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늘 강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TV조선의 일관성만큼은 인정할 만합니다. 

 

2. 탄핵심판 방해하는 박 대통령…공영방송은 ‘용비어천가’
지난해 10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 관련 1차 대국민사과부터 공영방송 KBS‧MBC의 무비판적인 ‘대통령 받아쓰기 보도’는 계속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금도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은 더 이상 두 공영방송을 신뢰하지 않고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대통령 지지율과 비슷한 4% 시청률을 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한 건 없습니다. 23일 헌재 8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지연작전과 ‘고영태 흠집내기’로 탄핵심판에 훼방을 놓았지만 두 공영방송은 또 ‘용비어천가’를 읊었습니다. 


특히 23일 KBS의 탄핵심판 관련 보도는 단 1건입니다. MBC‧SBS 3건, JTBC 10건, TV조선 5건, 채널A‧MBN 4건과 대조적입니다. 고작 1건에 불과하니 내용도 부실합니다. KBS <김종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 언급…충격”>(1/23 https://bit.ly/2j7QOaB)는 “대통령이 직접 정유라를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는 김종 전 차관의 증언과 “(최순실이)컴퓨터로 국무회의 말씀자료 등을 수정하는 것도 봤다”는 차은택 씨 증언을 먼저 전했습니다. 이어서 “최 씨와 고영태 씨를 내연관계라고 추측했다”는 차 씨 증언을 언급했고 “대통령 대리인단은 오늘(23일)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수석을 포함한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며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작 차은택 씨의 ‘최순실-고영태 내연관계’ 증언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집요한 질문 때문에 나왔다는 점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연작전’도 전혀 지적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국회 소추위원단의 비판에 대통령 측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사유를 많이 기재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라며 국회와 박 대통령 측의 대립으로만 처리했습니다.

 

3. ‘고영태 내연관계’와 ‘증인 39명 요청’ 따로 보도한 MBC가 더 심각

8차 변론기일 관련 논란을 1건의 보도로 얼버무린 KBS보다 MBC가 더 심각합니다. MBC는 차은택 씨의 ‘최순실-고영태 내연관계’ 증언과 박 대통령 측의 증인 추가 신청을 따로 1건씩 다뤘는데요. MBC <“최순실‧고영태 내연 관계라고 추측”>(1/23 https://bit.ly/2jSHmvK)은 “고영태 씨는 최순실 씨와 연인 관계라는 세간의 의혹을 거듭 부인해 왔”지만 차은택 씨가 23일 “두 사람이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다며 마치 엄청난 의혹이 드러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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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고영태 내연관계’ 증언 자막까지 동원한 MBC(1/23)
 

MBC는 “2014년 고 씨가 만나자고 해 이른 아침 청담동 레지던스의 레스토랑에 갔더니, 최 씨와 고 씨가 딱 붙어서 식사하는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았다”와 같은 구체적인 차 씨 증언을 큼지막한 자막으로 강조하기도 했고 “고 씨의 측근인 더블루케이 관계자는 지인 김 모 씨와의 통화에서 고 씨를 '왕의 남자'로 지칭”했다며 ‘내연관계의 정황’까지 덧붙였습니다. 반면 ‘내연관계’에 집착한 주체가 박 대통령 측이라는 사실은 외면했습니다. 사실상 ‘고영태 흠집내기’에 나선 박 대통령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입니다. 


이어지는 MBC <증인 추가 채택…“선고 다음 달 이후로”>(1/23 https://bit.ly/2jk9lUt)는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9명의 증인을 추가로 법정에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1월 31일, 임기를 마치는 박한철 소장의 퇴임 전에는 결론을 낼 수 없게 됐습니다”, “추가 증인 채택이 결정되면 탄핵심판 일정은 더 길어지게 됩니다” 등 ‘탄핵 심판 일정 연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지연작전’이라는 지적은 전혀 없고 KBS처럼 국회의 비판과 박 대통령 측의 해명을 나열했을 뿐입니다. 이런 보도 행태는 ‘받아쓰기’를 넘어 사실상 박 대통령 관점에 선 것입니다. 

 

4.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해 작전’, KBS‧MBC빼고 모두 비판
박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방해 전략을 받아쓰고, 심지어 박 대통령 관점에서 보도한 것은 KBS와 MBC뿐입니다. SBS와 JTBC의 경우 ‘최순실-고영태 내연관계’ 증언이 보도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SBS는 2건, JTBC는 무려 6건으로 증인 추가 신청을 가장한 박 대통령의 ‘지연작전’을 비판했습니다. JTBC는 톱보도 <불리해진 탄핵심판…“노골적인 지연 전략”>(1/23 https://bit.ly/2klV5rB)부터 “박 대통령 측이 노골적으로 지연 전략을 편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면서 “사실 증인 신청뿐만이 아닙니다. 최순실씨의 특검 불출석, 친박단체들의 주말 집회, 특히 이번 사건의 스모킹건이 된 태블릿PC에 대한 문제 삼기 등등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지는 총 6건의 관련 보도에서 JTBC는 박 대통령이 국정파탄 사태와 관련이 없는 현직 수석 비서관 2명 등 청와대 참모들을 동원했다고 지적했고 이러한 박 대통령의 행보가 “이미 검찰과 특검 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JTBC의 태블릿 PC를 마치 조작된 것처럼 유포하는 세력과 최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친박단체들의 움직임”과도 연계되어 ‘여론 반전’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KBS와 MBC처럼 ‘고영태 내연관계 증언’을 언급한 TV조선‧채널A‧MBN은 모두 이것이 탄핵 심판과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MBN <대통령 측이 고영태 흠집내려는 이유는>(1/23 https://bit.ly/2iYHD0A)은 “최 씨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더라도 고 씨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면, 반대로 최 씨 진술에 신빙성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탄핵심판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라며 “차 씨는 최순실 씨가 말하면 사업이 노출되는 시점에 항상 대통령이 나타나 소름끼칠 정도였다며, 최 씨는 비선 실세가 맞다고 인정”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5. 황교안 총리가 민생현장을 챙기고 있다? TV조선의 무리수
TV조선은 22일부터 갑자기 황교안 총리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적극적으로 행보를 선전해주고 있습니다. 23일에도 2건이나 할애해 ‘황교안 대권 행보’를 띄웠습니다.

 

TV조선 <출마설에 “그런 생각할 상황 아냐”>(1/23 https://bit.ly/2iYMH56)은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첫째, 국가안보는 어떠한 경우에도 굳게 지키겠습니다. 둘째, 우리 경제에 희망의 돌파구를 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황 총리 모습을 보여주며 황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을 전했습니다. 여기다 대선 출마 질문에 “지금은 (대선 출마)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고 어려운 국정을, 그것도 조기에 정상화하고”라고 답하는 황 총리 모습도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황 총리의 대선 행보를 비판한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에게 황 총리가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면서 당사자인 장 의원이 “'장제원 의원의 생각인가? 논평을 장제원 의원이 직접 쓴 것이지요?'라며 꾸짖듯이 말했습니다”라고 밝히는 기자회견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TV조선의 해석이 이상합니다. 윤우리 기자는 황 총리의 ‘전화 항의’에 “황 대행이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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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민생행보’ 집중 부각한 TV조선(1/23)
 

TV조선 <판 포커스/민생행보를 보는 두 가지 시각>(1/23 https://bit.ly/2j86drj)도 황당한 수준의 ‘황교안 띄우기’ 보도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요즘 행보를 보는 두 가지 시각”이라면서 “권한대행으로서 국정공백 없이, 적극적으로 민생현장을 챙기고 있다는 칭찬, 그리고 권한대행의 역할을 넘어 차기 대선주자처럼 돌아다닌다는 비판”을 언급했습니다. 리포트는 이 중 ‘칭찬’만 소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보도는 기자가 아닌 성우가 진행하는 ‘미니 다큐’ 형식인데요. “새해 들어 황 권한대행은 거의 매일 민생행보”라며 웅장한 음악과 함께 ‘황교안의 민생행보’를 나열했습니다. ‘노숙인 요양시설 방문’ ‘중국 불법어선 단속 현장 방문’ 장면을 연달아 보여주고 “중소기업 어린이집에선 할아버지 미소를 보였”다며 미화하기도 합니다. “대선주자들이 꼭 한 번씩 한다는 청년과의 대화.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젊은이들의 신조어를 써가며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며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황 총리 모습을 보여줄 땐 이것이 보도인지 황 총리 홍보물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황 총리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당의 “권력에 취한 대통령 코스프레에서 깨어나 본인의 정치적 책임부터 자각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비판과 바른정당의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비판을 보도 말미에 덧붙인 게 끝입니다. TV조선은 “정당후보별 6자 가상대결에선, 황 총리가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경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앞서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하는 것”까지 강조했습니다.


철저하게 황교안 총리의 입장에서, 황 총리에 유리하게 모든 상황을 해석한 사실상의 선거운동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황 총리가 장제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일에 장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는데 야당 대변인에 대한 훈계전화가 다양한 방식의 소통이냐”며 강력 반발했는데요. TV조선은 이걸 쏙 빼고 ‘출마 염두’라는 해석만 달았습니다. 황 총리에 대한 평가가 ‘민생현장을 돌본다는 칭찬’과 ‘대선주자 같다는 비판’ 두 가지라는 TV조선의 시각도 매우 자의적이고 편협합니다. 탄핵을 이끈 촛불시민들이 지금도 매주 토요일 광장에 모여 외치는 주요 구호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 부역자, 황교안도 물러가라’ 입니다. 즉 황 총리에 대한 평가 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박근혜 정부 부역자’라는 것입니다. TV조선은 마음대로 이 여론은 제외해버리고는 마치 황 총리가 민생현장을 적극적으로 돌보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TV조선이 본격적으로 ‘황교안 대망론’에 불을 지피는 것인지, 향후 보도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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