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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고 누락 사태에 미국은 불만? MBC의 ‘외신 쪼개기’
등록 2017.06.0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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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드 허위 보고 파문 관련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청와대는 2일, 사드 배치 과정 전반을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라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핵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사드 허위 보고 파문에도 양해를 구했습니다. 두 사람은 압박과 대화의 병행이라는 대북 기조에 합의했고 맥매스터 보좌관은 사드 보고 누락 관련 설명에 “설명해줘서 고맙다”며 이해를 표했습니다. 3일에는 보고 누락 사태의 장본인인 한민구 국방장관이 아시아 안보회의에 참석하여 “한국 정부의 조치는 기존의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해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투명하게 협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방송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전달했는데요. 유독 MBC만 ‘한미동맹 균열’을 강조하면서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미국 내 일부 ‘문재인 정부 비판’만 모아 보도한 MBC
MBC는 2일과 3일 이틀 간, 미국 내 일부 비판 여론만 2건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2일 보도인 MBC <심상치 않은 미 기류…“중국 환심 사기”>(6/2 https://bit.ly/2rPdnJS)는 문제가 많습니다. MBC는 이미 보도 제목부터 ‘미국 기류가 심상치 않다’면서 ‘중국 환심 사기’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분명 맥매스터 장관도 “설명해줘서 고맙다”며 이해를 표명했다는데 무슨 근거로 이런 제목을 뽑았을까요? 


MBC는 “정의용 안보실장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 논란이 한미 동맹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거라는 불만과 우려도 표출되고 있”다면서 “미국 내 심상치 않은 기류”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 국방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됐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것으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면서 이미 이틀 전 나온 미 국방부 입장으로 ‘불쾌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죠. 백악관의 안보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이 ‘이해’를 표명했지만 이는 제쳐두고 ‘불쾌감’만 애써 부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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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공식적 반응 대신 일부 언론 주장으로 정부 비판한 MBC(6/2)

 

‘미국 내 불만’ 부각하기 위한 MBC의 창의력, ‘외신 쪼개기’
이 보도의 심각성은 이어서 MBC가 나열한 ‘미국 내 반응’ 사례에서 두드러집니다. MBC는 “미국 언론과 보수 싱크탱크들은 보다 직설적”이라면서 CNBC 방송국의 “사드를 놓고 벌어진 드라마는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문 대통령의 시도”라는 분석과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사드를 배치해서 해가 될 일은 없다”, “사드와 관련한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 사용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주장을 나열했습니다. “미국 내 일각에선 중국이 사드 논란을 이용해 한미 관계를 틀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MBC 보도만 보면 마치 미국이 전반적으로 현 사태에 불만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MBC는 “미국 언론과 보수 싱크탱크들”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MBC에서 인용한 내용은 모두 CNBC <China renews call for Seoul to halt THAAD amid 'shocking' news of new launchers>(6/1 https://cnb.cx/2qLAFA0)라는 단 하나의 기사에 있는 내용입니다. 한 기사 담긴 내용을 나열하면서 교묘하게 출처가 다른 여러 의견인 양 부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CNBC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CNBC는 중국의 관영매체가 “한국 정부의 허가도 없이 사드 발사대가 비밀리에 반입됐다”고 보도했다고 먼저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를 분석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로부터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을 보고받지 못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는 사실과 “사드 전개를 완전히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문 대통령 발언을 모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드가 꼭 한국에 필요하다는 미국 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을 나열했는데요. 바로 여기에 MBC가 다른 출처가 있는 것처럼 인용한 헤리티지 재단의 주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CNBC는 “워싱턴에 본부가 있는 보수성향 싱크탱크”라며 헤리티지 재단을 소개하며, 존 베너블 연구 위원의 “사드를 보유하는 것에는 아무런 해가 없다” “이는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다”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이어서 CNBC는 “사드를 놓고 벌어진 드라마는 한국에서 사드를 제거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중국의 호감을 얻기 위한 문 대통령의 시도”라고 정리했습니다. 모두 MBC가 인용한 내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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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BC 방송국의 기사 하나에 포함된 주장들을 마치 출처가 다른 분석인 것처럼 쪼개 보도한 MBC(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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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BC 방송국의 기사 하나에 포함된 주장들을 마치 출처가 다른 분석인 것처럼 쪼개 보도한 MBC(6/2)

 

더군다나 헤리티지 재단의 존 베너블 연구 위원이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지목한 것은 ‘사드 보고 누락 사태 조사’인 것으로 보이지만 MBC는 “사드와 관련한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는 오독에 가깝습니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완전히 뒤집는 것은 아니고 오로지 국내 문제라고 강조한 것은 오히려 미국의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MBC와 보도 내용이 너무나도 비슷하여 MBC가 상당 부분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조선일보의 <美 CNBC "사드 조사, 중국 환심 사려는 文대통령의 시도">(6/2 https://bit.ly/2sHu2eQ) 역시 해당 문장을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거리를 두기 위해 사용하고 싶어 하는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조선일보도 헤리티지 재단의 주장인 CNBC의 기사 하나에 포함된 것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CNBC는 문 대통령의 조사 지시가 중국의 호감을 사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favor’라는 단어를 썼는데요. MBC는 ‘환심을 사기 위한 시도’라고 과도하게 해석하는 한편, CNBC가 분명 언급한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은 아예 누락해버렸습니다. 미국이 마치 엄청난 불만을 지닌 것처럼 묘사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동원한 겁니다. 

 

타사는 ‘공식 내용’만 단순 전달, MBC의 여론전 돋보여
MBC는 3일에도 <청 “문제없다”…미 내부에선 ‘우려’>(6/3 https://bit.ly/2rpcTZj)라는 보도에서 미국 내부의 불만을 부각했습니다. 정의용 안보실장이 “한미가 사드 문제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지만 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사드와 같은 안보 사안을 국회 절차를 거치게 하는 것은 문제를 만드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청와대가 실제 발언과 다르다고 해명한 딕 더빈 상원의원의 “사드 비용을 다른 데 쓸 수 있다”는 지난달 31일 발언도 덧붙였죠. 맥매스터 안보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 미국 안보 수장들이 모두 이해를 표명했는데도 MBC는 미국 내 일부의 반응을 반복적으로 ‘불만’으로 부각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무리수를 불사하며 ‘미국의 불만’을 부각한 MBC의 태도는 독보적입니다. 타사는 정의용 안보실장의 방미와 환경영향평가 회피 논란 등 확실히 드러난 사실들만 보도했습니다. TV조선‧MBN이 MBC와 함께 1건의 보도로 야권의 비판을 나열한 점만 조금 다릅니다. 방송사들은 대부분 정의용 실장의 방미를 전하면서 북핵 대응 방안 합의와 사드 관련 조사 양해와 같이 알려진 사실들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정의용 방미 2 1 1 2 2 2 2

아시아 안보회의

4 1 2   1 2 4
청와대 입장 2   2 2   1  

환경영향 평가
회피 논란

    1 1     1
여야 공방         1 1  
기타         1    

미국 내 비판 여론

  2          
야당의 비판   1     1   1
총 보도량 8 5 6 5 6 6 8

△ 7개 방송사 사드 허위 보고 파문 관련 보도량 비교(6/2~6/4)
 

KBS‧SBS‧JTBC‧채널A가 보도한 청와대 입장에는 사드 배치 전반을 조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내용과 ‘사드 배치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더빈 미 상원의원 발언이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는 청와대 주장이 다뤄졌습니다. SBS와 JTBC는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논란도 조명했는데요. 


특히 SBS <‘전략 환경평가’ 피하려고 ‘꼼수’?>(6/2 https://bit.ly/2rPfjly)는 “경북 성주에 있는 사드 부지 면적은 32만 제곱미터 정도”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으면 되는데 그 절차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면서 “군이 사드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서 까다로운 평가를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군이 사드 부지로 확보한 롯데 골프장 면적은 148만 제곱미터”인데 “군이 이중 32만 8천여 제곱미터만 사드 부지로 미군에 제공“했고, 이 때문에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피하려고, 군이 미군에 제공한 부지 크기를 기준에 끼워 맞췄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겁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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