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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파탄 사태 묻으려는 공영방송
2017년 1월 234
등록 2017.01.25 16:35
조회 404

24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최순실 씨의 7차 공판이 주요 소식이었습니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과 노승일 부장은 재단이 박근혜 대통령 주도로 만들어졌고 최순실이 위임받아 운영을 담당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 4차 ‘최순실 청문회’에서 공개됐던 최순실 씨와 노승일 부장의 통화 녹취록(2016.10.27)도 공개됐습니다. 녹취록에서 최순실 씨는 “태블릿을 블루K 사무실에 놔뒀었잖아. 그 책상이 남아 있잖아”, “우리 쓰레기를 가져다놓고 이슈 작업하는 것 같다”며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임을 드러냈습니다. 노승일 부장에게 증거인멸과 관계자 설득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혐의를 부인하던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 빠져나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공영방송 KBS와 MBC는 이렇게 한창 진행 중인 국정파탄 사태를 작은 비중으로, 주요 사실도 누락한 채 보도했습니다.

 

1. 최순실 재판 열렸는데 보도량이 고작 3건? 공영방송의 현주소
24일에는 최순실의 7차 공판이 열렸고 6차례나 출석을 거부했던 최순실 씨는 25일 특검의 체포영장 집행이 있고 나서야 겨우 특검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에서 집요한 지연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만큼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는 긴박하고 첨예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언론이 주목해야 하고 구체적인 보도를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그렇게 하고 있지만 KBS와 MBC만 예외입니다. 두 공영방송은 지난해 12월 중순 3차 청문회 이후 보도량을 급격히 줄였습니다. 최근에는 5건 이하로 보도를 내고 있는데 중요한 재판이 열린 24일, 급기야 두 공영방송은 관련 보도를 4건씩 내는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KBS는 4건 중 1건이, MBC는 4건 중 2건이 표창원 의원의 전시회 논란 보도였습니다. 즉 국정파탄 사태 현황 보도는 KBS 3건, MBC 2건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날 타사의 표창원 의원 논란을 제외한 국정파타 사태 현황 보도는 SBS 5건, JTBC 19건, TV조선은 13, 채널A 7건, MBN 9건이었습니다. 

 

2. ‘최순실-노승일 통화 녹취록’ 누락한 공영방송
공영방송은 보도량이 2~3건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히 주요한 사실관계가 누락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와 MBC는 이날 핵심 피의자인 최순실과 핵심 증인인 노승일‧정동춘이 출석한 7차 공판을 고작 1건으로 다뤘는데요. 다른 모든 언론이 주목한 ‘최순실-노승일 통화 녹취록’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정동춘‧노승일 두 증인이 모두 폭로한 안종범 전 수석의 ‘검찰 조사 위증 지시’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KBS <정동춘 “재단 만든 사람, 대통령이라 판단”>(1/24 https://bit.ly/2jo9Lcb)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협찬을 받으려면 대통령 정도 권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정동춘 이사장 증언과 “최순실이 더블루K와 재단을 모두 운영했다”는 노승일 부장 증언만 전하고 보도를 끝냈습니다. 

 

MBC <“안종범 지시로 허위 진술했다”>(1/24 https://bit.ly/2jvkf7s)는 “재단 이사진을 전경련이 추천한 것으로 해달라”며 안 전 수석이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전했지만 KBS처럼 ‘최순실-노승일 통화 녹취록’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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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7차 공판의 핵심 증언 및 증거 누락한 KBS(1/24)
 

나머지 5개 방송사는 모두 ‘최순실-노승일 통화 녹취록’을 최소한 언급은 했습니다. 특히 태블릿PC 보도 당사자인 JTBC는 2건으로 적극적인 분석 보도를 내놨습니다. JTBC <“내 태블릿” 시인…최순실 육성>(1/24 https://bit.ly/2jvnc81)은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가 “태블릿PC 속 파일에 대한 최초 보도가 10월 24일로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임을 주지시키면서 녹취록 중 최순실이 “큰일났네. 걔네들이 이게 완전 조작품이고 이거를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것으로 해야하고 이성한도 돈도 요구하고 그렇게 저걸로 해서 하지 않으면 다 죽어”라고 말하는 부분을 들려줬습니다. 심수미 기자는 “내 태블릿이 그렇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 그걸 갖다 놓고서 JTBC랑 짜갖고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더블루K 사무실에 놔뒀었잖아. 그 책상이 남아있잖아”, “우리 쓰레기를 가져다 놓고 이슈 작업 하는 것 같아”라고 하는 부분도 공개됐다며 최 씨가 자신의 PC라는 점과 그 PC가 있던 장소까지 알고 있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채널A도 1건에서 “이것들이 완전 짰어”, “나도 검찰에 불려가서 구속될지 몰라”와 같은 최순실 씨 발언에 초점을 맞췄고 SBS‧MBN 역시 1건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언급하며 “지금까지의 주장과 달리 최 씨가 태블릿 PC의 존재를 알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라고 전했습니다. 

 

3. 최순실이 ‘조작’으로 몰았던 증거가 TV조선 ‘의상실 영상’?

그런데 최순실 통화 녹취록을 보도한 5개 방송사 중 TV조선의 보도가 유독 눈에 띕니다. TV조선 <“의상실 영상 ‘조작’ 몰아라”>(1/24 https://bit.ly/2jPAI7l)는 녹취록 내용 중 “큰일났네.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라고 하는 최순실의 발언을 “TV조선이 박근혜 대통령 옷을 만드는 의상실 CCTV영상을 보도하자, 깜짝 놀라 멘붕 상태라며 조작으로 몰아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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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이 조작으로 흠집 내고자 했던 증거가 자사 의상실 영상이라는 TV조선(1/24)
 

이는 다른 매체와 매우 다른 해석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SBS와 MBN은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 내용을 “최순실 씨가 태블릿PC의 존재를 미리 알았던 정황”으로 보도했고 JTBC도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방송사뿐만이 아닙니다. 통신사인 뉴시스는 <노승일 “최순실, ‘내 태블릿PC’ 표현”…최순실 측 “반문한 것” 공방>(1/24 https://bit.ly/2jo6fyp)에서 TV조선이 보도한 똑같은 최순실 발언을 전하면서 “고가 정신 바짝 차리고 완전히 조작품이고 이거(태블릿PC)를 훔쳐서 했단 걸로 몰아야 한다. 잘못하면 류 부장과 걔네들 좋은 일만 시키니까. 이것들이 지금 완전 작전을 짰다”라고 표기했습니다. 아예 최순실이 ‘이거’라고 지칭한 부분에 자체적으로 ‘태블릿PC’라고 명시한 겁니다. 뉴시스에 의하면 노승일 부장은 “(최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에) 최씨가 ’내 태블릿 PC’라고 하는 표현이 나온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통화 녹취록 자체가 ‘태블릿PC 출처’를 따지는 공방 도중 나온 것임을 의미합니다. 왜 TV조선만 같은 내용을 자사가 보도한 ‘의상실 영상’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했을까요? 과도한 특종 욕심이 빚어낸 해석오류거나 과대망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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