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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가석방, ‘폭력집회 주도자 풀어줬다’는 TV조선․채널A
등록 2018.05.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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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민중총궐기 등 13건의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2년 5개월여 만에 가석방되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 앞에서 “다시 동지들과 머리띠를 동여매고 노동 해방과 평등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출소 소감을 밝혔습니다.


TV조선과 채널A 이외 방송사중에서는 JTBC가 이 소식을 뉴스룸 단신으로 전한 정도이고, 다른 방송사들은 메인뉴스 이외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뉴스로만 사안을 처리했습니다. 

 

 

국제엠네스티 공식 입장 무시하고 한상균은 양심수 아닌 폭력범이라 우기는 TV조선 
반면 TV조선과 채널A는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통해 한 전 위원장이 ‘폭력 집회를 주도했던 인물’임에도 가석방되었다는 점을 적극 부각했습니다. 일부 폭력에 해당되는 행위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 전체를 ‘폭력 집회’로 매도하고, 집회 주도자에게 ‘폭력 집회 주도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그런 인물을 옹호하는 정부’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인데요. 이를 위해 TV조선은 ‘국제 인권단체’를, 채널A는 ‘전의경 부모들’의 입장을 앞세웠습니다. 


먼저 TV조선 <포커스/“다시 머리띠 매겠다”…돌아온 한상균>(5/21 서주민 기자 https://bitly.kr/Yb7X)에서 서주민 기자는 한상균 위원장이 양심수가 아니라 폭력범임을 강조하기 위해 황당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기자멘트를 그대로 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양심수를 ‘폭력을 행사하거나 옹호하지 않았지만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그런데 법원 판결문은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주도한 2015년 민중총궐기 대회 상황’을 ‘쇠파이프로 경찰관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경찰버스의 주유구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등 경찰버스들에 대한 방화를 기도하였다’” 


국제엠네스티 기준으로도 한 전 위원장은 양심수로 분류될 수 없음에도, 이번 정권이 ‘특혜’를 베풀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이런 논리를 편 것인데요. 실제 국제엠네스티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2016년 12월 13일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국제엠네스티는 이를 ‘평화 시위 권리에 대한 또 다른 공격’으로 규정하며 ‘전반적으로 평화로웠던 시위의 주최자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한상균 위원장이 소수 인원의 폭력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체 집회에서 소수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행동했다고, 집회 주최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즉, 국제엠네스티는 애초 한 전 위원장을 ‘폭력을 행사하거나 옹호한 인물’로 분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한 전 위원장의 가석방을 문제 삼기 위해, 이 사안에 대한 국제엠네스티가 꾸준히 밝혀온 공식 입장은 무시한 채 해당 단체의 ‘양심수에 대한 정의’만을 맥락을 지우고 입맛에 맞게 잘라내 소개한 것입니다. 국제엠네스티 뿐 아니라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과 국제노동기구(ILO) 등도 한 전 위원장의 석방을 권고한 바 있지만, TV조선 보도에는 이런 내용 역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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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균 전 위원장 가석방 소식을 전하며 21일 여의도 국회에서의 민주노총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 몸싸움을 함께 보여준 TV조선  


TV조선은 한상균 전 위원장 가석방 소식을 전한 이 보도에서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에서의 몸싸움 양상을 갑자기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법원 판결문을 소개한 뒤 곧바로 “오늘, 국회 본관 앞. 고성이 오갑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국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기습시위 몸싸움 영상을 “급기야 국회 직원 한 명이 다쳤고 조합원 12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등의 멘트와 함께 보여주는 식이었는데요. 이번 기습 집회도 한 전 위원장의 ‘사주’를 받아 폭력적으로 진행된 것인양 ‘오해’를 유발하는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상을 보여준 뒤 TV조선은 “한 전 위원장은 출소 뒤 첫 일성으로 다시 투쟁을 외쳤는데, 한 전 위원장이 말하는 투쟁…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투쟁이 아니길 바랍니다”라는 멘트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채널A도 한 목소리로 ‘폭력 집회 주도자를 가석방?’ 지적
채널A <한상균 가석방…의경 부모 ‘허탈’>(5/21 권오혁 기자 https://bitly.kr/aH1H)도 “형기를 반년 앞두고 있었는데, 법무부가 출소를 허가”했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고 있습니다.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된 뒤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던 한 전 위원장이 “형기를 6개월가량 남겨 놓고 법무부의 가석방 허가로 출소했”다고 상황을 설명한 뒤, 이 뒤에 “지난 2015년 당시 불법 집회를 막다가 부상당한 전의경들의 부모들”의 “주범자가 가석방이 됐어요. 부모로서는 너무 기가 막히고 할 말이 없는 거예요”라는 지적을 소개하는 식입니다. 집회 주도자인 한 전 위원장에게 집회에서 발생한 국소적 폭력 행위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전의경들이 입은 피해의 책임을 모두 떠넘긴 것인데요. 이후 평화롭게 진행된 촛불집회 양상을 감안하면, 당시 공권력이 차벽을 세워가며 과도하게 집회를 막았던 것이 ‘폭력의 시발점’이 된 것 아닌가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21일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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