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KBS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와 기자 징계에 대한 보고서(2016.8.4)
등록 2016.08.04 20:18
조회 417

 

KBS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천상륙작전’ 보도 행태와 기자 징계

 

 

 

 

KBS가 자사와 KBS미디어가 30억여 원을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에게 무리한 지시를 내렸고, 이 지시를 거부한 KBS 송명훈, 서영민 기자를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KBS 경영진과 보도본부가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공정해야 할 뉴스를 사유화하려 시도했고 이를 거부한 실무자를 탄압하기 위해 방송법에 근거를 둔 KBS 편성규약조차 어기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 투자한 ‘반공 영화’로 ‘반공 뉴스’ 만드는 KBS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KBS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보도량만으로도 경악할만한 수치가 나왔다. KBS는 영화가 크랭크인하기도 전인 지난해 8월부터 ‘인천상륙작전’의 홍보에 열을 올렸다. 국민의 수신료가 재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공영방송이 1년에 걸쳐 특정 영화에 대해 52건의 홍보 보도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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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영화 홍보

15 

35 

북한 비판 

 6.25 전쟁 관련

10 

 합계

18 

52 

 

 

 

△ KBS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 및 프로그램 (기간 2015. 8. 13~2016. 8. 3) 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아침뉴스타임’부터 ‘뉴스9’까지 모든 시간대의 뉴스에 걸쳐 무려 52건의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쏟아냈고 이중 노골적인 영화 홍보만 35건에 달했다. 영화를 빌미로 북한을 비판하는 보도도 7건이 나왔고 6‧25전쟁의 승리를 강조하는 보도도 10건이나 있었다.


특히 메인뉴스인 KBS ‘뉴스9’에서도 6건의 관련 보도가 쏟아진 것은 충격적이다. ‘뉴스9’ 보도의 주요 사례를 보면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리암 니슨 내한>(7/13, 26번째, 김빛이라 기자)는 영화에서 맥아더 장군 역할로 분한 배우 리암 니슨의 인터뷰를 보도로 옮긴 ‘홍보 보도’였다. <“사드 위한 영화”…북 ‘인천상륙’ 맹비난>(7/29, 16번째, 이학재 기자)의 경우, 영화를 맹비난한 북한의 반응에 주목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의 패배를 인정할 경우 북한의 가짜 국가 정체성이 탄로나기 때문” “이 영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유입될 것도 두려워하고 있다” 등 북한 비판에 힘을 쏟았다. <인천상륙 성공의 비밀 ‘엑스레이 작전’>(7/21, 25번째, 김빛이라 기자)은 영화의 핵심 배경인 ‘엑스레이 작전’을 설명하면서 6‧25전쟁 당시 “영웅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이 보도엔 주연 배우 이정재와 함명수 전 해군 참모총장이 모두 등장했다.

 

 

 

 

 

△ KBS ‘뉴스9’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리암 니슨 내한>(7/13)

 

 

 

이렇듯 KBS의 ‘인천상륙작전’ 보도 물량 공세가 단순한 자사 투자에 대한 광고 뿐 아니라,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KBS는 심지어 ‘인천상륙작전’ 개봉 전날인 26일에는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 프로그램으로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송하면서 화면 대부분을 ‘인천상륙작전’으로 채웠다.

 

 

 

 

편성규약에 따른 정당한 거부의사 밝힌 기자 탄압하는 KBS 경영진
이렇듯, 스스로 투자한 ‘반공 영화’를 이용해 자사 뉴스마저 ‘반공 뉴스’로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던 KBS 경영진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치부를 공개한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를 탄압하고 나섰다.

 


7월 29일, KBS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은 두 기자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두 기자는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며 지시를 거부했다. 공교롭게도 KBS 보도본부가 두 기자에게 지시한 보도 내용이 같은 날 MBC <영화 관객 vs 평론가 '정반대'의 평점·시각, 왜?>(7/29, 20번째, 이경미 기자)에서 그대로 재현되었다. MBC 보도의 취지는 “이념에 빠진 영화 평론가들이 실수한 게 역사적으로 쭉 뒤져 보면 반공영화는 나쁜 영화는 아니다”라는 최공재 감독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났는데, 이는 KBS 경영진이 원한 ‘반공영화 찬양’과 ‘이념에 빠진 평론가 비난’을 제대로 담아낸 것이었다. 


그나마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의 양심적 행동으로 KBS 경영진이 원했던 편향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KBS 경영진은 두 기자에 대한 탄압에 나섰다. 8월 1일, KBS 보도본부는 ‘상사의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성실’ 규정 위반을 이유로 두 기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KBS 경영진은 편성규약 상 보장된 기자협회장의 보도위원회 개최 요구마저 묵살했고, 결국 두 기자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부서장과 국장의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를 징계에 회부하는 것은 취업규칙보다 상위 법규인 ‘KBS 방송 편성규약’을 위반한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KBS 방송 편성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5조 4항)’,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제작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6조 3항)’라고 명시해 취재 실무자인 기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KBS 방송 편성규약’은 KBS 경영진이 노조나 기자의 권리를 향상시켜주기 위해 인심 쓰듯 만든 규약이 아니다. 방송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하기 위해 제4조 ④항에서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 방송편성규약은 이 방송법 제4조에 근거해서 만든 규약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법규이다.


공익성을 담보해야 할 공영방송이 반공 이념에 치우쳐 캐릭터마저 잃었다는 혹평을 받는 영화에 거액을 투자하고, 이를 빌미로 뉴스를 ‘공안정국의 첨병’으로 사유화하는 행태는 독재 정권에서나 볼법한 한심한 작태다.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과 사드 보도지침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박근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KBS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KBS의 행태는 국민의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가져오기 위해 KBS의 양심적 언론인과 국민 모두가 나서야함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