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세월호 참사 초기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정부비판 보도 모니터 보고서(2016.8.18)
등록 2016.08.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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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모니터 개요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정현 보도통제 지시 잘 들은 KBS, 알아서 충성한 MBC
-  세월호 당시, JTBC 이외의 5개 방송사는 사실상 정권의 나팔수였다 -

 

 

8월 9일 밤,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인 2016년 4월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그는 참사 초기에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KBS 보도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정부 비판보도를 내지 말라고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즉 언론통제다. “아이 선배! 사실 우리만큼 하는 데가 어디 있어요”라며 난처함을 보이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못내 언짢았는지 그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했다. 그리고 2016년 6월 30일,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이정현 청와대 전 홍보수석(이하 이 전 수석)과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하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을 폭로했다. 4월 21일과 30일, 이 전 수석이 김 전 국장과 두 차례 나눈 통화내용이었다. 경악할 수준의 대화는 12분 13초간 이어진다. 요점은 하나다. 청와대가 KBS에게 정부 비판 보도를 멈추라고 겁박한 것이고, 세월호 보도 외압설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짜증과 분노와 애절함까지 뒤섞인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야 되겠냐고요. 직접적 원인도 아닌데”라는 이 전 수석의 목소리는 정권에 유린당하는 한국 공영방송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아픈 상황을 다시 모니터를 시작하며 가진 의문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궁금했다. 이 전 수석의 항의 이후 KBS의 정부 관련 보도에 실제 변화가 있었을까? 김 전 국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만큼 도와주는 데”가 또 있을까? 이 전 수석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몰상식하고 치욕적인 전화 통화 내용이 폭로되었음에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태연하게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말했고 버젓이 당대표 후보로 나서서 당선되었다. 이 정도 확신에 찬 행태를 감안하면 청와대의 언론 통제는 분명 KBS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의문을 풀어 보고자 민언련은 다시 2014년 4월 16일부터 5월 8일까지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6개사 저녁종합뉴스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모니터 기간이 5월 8일까지인 이유는 이날까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분석 방법은 간단하다. 조사 기간 동안의 세월호 보도 중 정부를 비판한 아이템이 몇 꼭지였는지 그리고 유병언 이슈로 화제를 돌린 아이템이 몇 꼭지였는지 나누어 보았다. 참사 초기 하루에 같은 뉴스를 2번 한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경우는 한 꼭지로 처리했다. 저녁종합뉴스가 방영되지 않은 날(JTBC 2014년 5월 3일,4일, TV조선 2014년 5월 3일,4일)은 집계에서 빠졌다. KBS의 경우 보도 1꼭지에 기자의 리포터가 2개 이상인 경우가 있었는데 이 경우도 1꼭지로 처리했다. ‘정부 비판 보도’를 체크할 때 한국선급, 해경, 해수부 등 관계 기관의 문제를 지적한 모든 보도를 포함했다. 한마디로 조금이라도 정부의 책임을 지적한 보도는 모두 정부 비판 보도로 분류했다. 유병언 관련 보도는 유병언과 그의 일가, 주변인, 비자금, 자회사 등 유병언을 둘러싼 문제들로 국한했다. 단순한 청해진 해운의 내부 문제는 유병언 이슈로 꼽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객실 증축 감독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선급과 해양수산부를 지적한 보도는 정부비판 보도로 분류했다. 반면 유병언 사진 전시실을 만들기 위해 세월호 5층을 증축했다는 보도는 유병언 관련 보도로 나누었다. 청해진 해운의 채용 고령화 문제는 양쪽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민언련은 이렇게 모은 보도를 양적, 질적으로 분석해보았다.

 

드러난 청와대의 공영방송 보도 통제, 더 참담했던 MBC와 SBS의 세월호 보도
그 결과, 신기하게도 이정현 수석이 전화를 걸었던 4월 21일과 30일은 KBS의 정부 비판 보도량이 8건과 11건으로 조사 기간 중 가장 많은 날이었다. 이 수석의 전화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통화한 후, 정부 비판 평균 보도량은 4.6건에서 3.3꼭지로 줄었다. 대신 유병언 관련 보도량이 급격히 늘었다. 21일 첫 전화 이후 일주일간 KBS의 유병언 관련 보도량은 34꼭지, 조사기간 중 유병언 보도량의 74%가 이 때 집중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가 마치 짠 듯 같은 추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5개사 모두 조사기간 동안 정부 비판 보도량이 꾸준히 줄었다. 특히 MBC는 6개 방송사 중 정부 비판 아이템이 일 평균 2.2꼭지로 가장 적었다. 사실상 더 줄이기도 민망한 수치임에도 보도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대신 유병언 보도가 급증했다. 특히 22일부터 일주일 간, JTBC와 SBS를 제외한 4개 방송사는 모두 유병언 보도량이 정부비판 보도량을 넘어섰다. 이 기간 JTBC는 유병언 관련 보도를 23건을 보도했지만, 정부비판 보도는 81건으로 유병언 보도의 4배에 달했다. ‘유병언 주간‘에도 꿋꿋이 해경의 민간잠수사 갈등, 오락가락하는 관계 부처의 대응 등 세월호 참사의 원인부터 구조, 대처 등에 꾸준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물리적 보도량 뿐 아니다. 보도 논조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21일 해경의 초기 구조 미숙을 지적했던 KBS는 다음날 톱보도까지 할애해 민관군의 필사의 수색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반면 29일까지 해경 구조의 적절성에 대한 보도는 단 2건에 불과했다. 그리고 30일 KBS는 다시 해경의 구조 문제를 지적했다. 해경이 해군의 구조 투입을 통제했다는 내용이다. TV조선을 제외한 5개사는 같은 날 각자의 관점으로 해군 통제를 보도했다. 그리고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다시 침묵을 택했다. MBC는 8일까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SBS도 8일만에 언딘이 선박 인양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보도 한 건이 전부였다. 보도 내용은 차치하고 3건을 언급한 KBS가 양호한 수준으로 보일 정도였다. 반면 이 기간, JTBC는 실종자 가족들이 참사 직후 해경에게 해군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묵살되었던 상황을 알렸다. 언딘 계약에 대한 의혹만 무성한 상황에서, 청해진 해운이 10년간 거래했던 구조 업체와의 계약을 4시간만에 파기한 정황을 공개하는 등 나홀로 고군분투했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두 차례 전화로 이루고자 한 언론통제 목표는 딱 하나였다. 구조 실패의 책임이 정부를 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언련의 소급 모니터 결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우연히도 시기마다 그의 뜻과 일치했다.

 

1.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정부 비판 보도량은 어땠을까?
 
■ 정부비판 보도 KBS가 JTBC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고, MBC가 6사 중 가장 적었다
이정현 의원은 왜 KBS에 전화했을까. 그 의문은 참사 초기 23일간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정부 비판 보도 총량을 비교해보니 어림짐작 되었다.

 

<표1> 세월호 참사 초기, 정부비판 보도와 유병언 보도량 비교(2014.4.16.~5.8)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부 비판의 보도량이 가장 많은 방송사는 JTBC였다. JTBC는 모니터 기간 동안 총 196꼭지를 보도했는데 이는 일일 평균 9.3꼭지를 정부 비판에 할애한 것이다. 정부의 문제점을 가장 적게 보도한 방송사는 MBC였다. 조사기간 23일 중 51꼭지, 하루 평균 2.2꼭지에 불과했다. 채널A, SBS, TV조선 모두 JTB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KBS의 정부 비판 보도는 87꼭지, 일일평균 3.8꼭지였다. KBS의 보도량은 JTBC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JTBC 다음으로 많았다.

 


물론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JTBC의 정부 비판 보도와 KBS의 정부 비판 보도는 같은 경중을 두기엔 질적 차이가 크다. 민언련이 지적한 두 세가지 KBS의 문제보도 사례를 별도로 아래 정리했다. 그러나 KBS의 수박 겉핥기 식 정부 비판조차 하지 않은 MBC의 보도는 더욱 심각했음이 이번 보고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정부만 감싸고돌며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는 비판은 누구보다 정부 비판을 가장 적게 한 MBC가 받아야 했다. 

 

 

 

 

■ 4월 21부터는 갑자기 유병언 관련 보도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
4월 22일부터 28일까지는 100여 명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골든타임을 놓쳤음이 명백해진 시기였다. 따라서 방송은 보다 구체적으로 초기 구조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고 지적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4월 21일 이후 방송이 주목한 것은 유병언과 세모그룹, 구원파 그리고 청해진해운의 비리였다. 모니터 기간 중 유병언 관련 보도는 채널A가 88꼭지로 가장 많았고, TV조선도 80꼭지로 보도량이 압도적이었다. 유병언 관련
보도를 가장 적게 한 방송사는 30건을 보도한 SBS였다. 지상파는 대체로 TV조선과 채널A에 비해 유병언 보도가 적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가 지상파 중 가장 유병언 보도를 많이 해서 63꼭지(일일평균 2.7꼭지)를 보도했고, KBS는 46꼭지(일일평균 2꼭지)를 내놨다.

 

■ 정부 비판 보도 – 유병언 관련 보도 격차, JTBC는 +147, MBC는 -12
각 방송사의 정부비판 보도와 유병언 관련 보도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JTBC는 정부 비판 보도가 유병언 관련 보도보다 무려 147건이나 많았다. JTBC가 참사 초기부터 정부의 책임을 짚어보는 “왜?”라는 질문을 타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했음이 수치로도 드러난 셈이다.


이어 SBS 역시 정부비판 보도가 52건 더 많았다. KBS의 정부 비판 보도도 유병언 보도보다는 41건 더 많았다. 김시곤 보도국장 체재에서 KBS가 보도내용에서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어도 나름대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아이템을 다루었음이 드러났다. 반면 MBC는 지상파 중 유일하게 유병언 보도가 12건이나 더 많았다. 물론 채널A는 유병언 보도량이 34건이나 더 많았다. 수치만으로 유병언 보도로 거의 도배하다시피 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채널A를 제외하면 MBC의 보도량이 가장 심각하다. TV조선조차도 유병언 보도가 정부 비판보도보다 3건 정도 더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MBC는 청와대의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친정부적인 보도, 정부가 원하는 보도를 했거나, 청와대의 요청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짠 듯이 쏟아져 나온 유병언 보도(4.22~28), 보도지침이라도 있었나?
특이한 것은 유병언 보도가 쏟아져 나온 시기이다. KBS의 유병언 관련 보도는 21일에 나왔는데, 이 날은 이 전 수석이 정부 비판을 자제하라고 요구한 바로 그날이다.
다음날부터 KBS <뉴스9>는 유병언 보도가 장악했다. 22일부터 일주일동안 KBS는 유병언 관련 보도만 34건을 다루었다. 이번 모니터 기간 중 KBS의 유병언 보도는 모두 46건이었는데 그중 74%가 이 일주일에 집중되었다. 이 시기 KBS에서 해경 구조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제기는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표2> KBS 유병언 관련 보도량(2014.4.21.~4.28)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사 당일인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유병언 관련 보도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MBC, SBS 1건, KBS, JTBC, 채널A 2건 그리고 TV조선은 3건에 불과했다. 우연히도 이 전 수석이 전화한 다음 날부터, 전 방송사가 유병언 보도에 집중했다. 일주일 간 정부 비판 보도가 유병언 관련 보도보다 많았던 방송사는 JTBC와 SBS뿐이었다.

 

 

<표3> 2014.4.22.~4.28 갑자기 늘어난 방송사 유병언 관련 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정부 비판 보도는 한국선급, 해경, 해수부, 정부 등 관계 기관에 관한 보도를 모두 꼽은 것이다. 참사의 원인부터 구조 및 대응 등이 모두 포함된다. 청해진 해운을 둘러싼 문제는 짚어야 함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문제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밝히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실제 언론이 유병언에 대해 다룬 내용 역시 횡령, 배임, 사생활 등이다. 언론의 역할은 현장과 사실관계를 정확히 전달해 구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행태가 세월호 참사 해결에 과연 보탬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2. 두번째로 정부비판 보도량이 비교적 많은 KBS, 보도내용도 바람직했나?

 

■ “인력·장비 총동원 구조활동” 검증 없는 받아쓰기 
참사 현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큰 책무다. 하지만 KBS가 전한 구조현장은 사실과는 너무도 달랐다. 16일 KBS <육·해·공 총동원 입체 수색>(4/16, 23번째, 최준혁 기자, https://me2.do/5bF4vTSV)는 “투입된 경비함정만 81척, 헬기 15대가 동원됐고, 2백 명에 가까운 구조인력이 배 안팎에서 구조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참사 6개월 후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16일 투입 인원은 10명에 불과했다. 당시 기자들은 참사 현장에 있었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참사 직후부터 구조 인원이 부풀려졌다고 끊임없이 호소했다. 그럼에도 KBS의 보도는 흔들림 없었다.


17일 <500명 잠수부 투입에도 수색 지연, 왜?>(4/17, 4번째, 김기홍 기자, https://me2.do/5DUKcWW9)는 “선체 수색을 위해 500명이 넘는 잠수요원“이, 19일 <수색 요원·장비, 민관군 혼성 배경 달라>(4/19, 14번째, 이중근 기자, https://me2.do/Flah9aLS)는 “구조와 수색작업의 핵심인력인 잠수요원은 600여 명”이, 20일 <민관군 총력 수색 박차>(4/20, 8번째, 변진석 기자, https://me2.do/IM3iwkcG)는 “오늘 하루 선내 수색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된 잠수요원들은 민관군 640여 명”이, 24일에는 <인력·장비 총동원… 수색 작업 더뎌>(4/24, 톱보도, 황현택 기자, https://me2.do/IM33UkZh)에서 “수색 작업에 참여한 잠수부는 사고 이후 가장 많은 720여 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만 보면 일주일간 매일 평균 600명 가량이 구조작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하루 투입 인원은 수 십명, 70여 명 규모가 최대였다. 17일의 경우 정부는 555명이 투입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청와대에 보고된 투입 인원은 8명에 불과했다. 참사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공공연해진 사실이다.

 

하지만 KBS는 당시에도 정부 발표가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19일 <‘대규모 투입’에도… 지휘 체계 문제 있나?> (4/19, 15번째, 박석호 기자, https://me2.do/xaGwNG2e)는 “실종자 가족들을 가장 애태우는 건 수중 탐색 자체가 더디다는 점입니다. 600명이 넘는 잠수 요원이 있다지만 실제 투입되는 인원은 하루 수십 명에 불과”하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고, 스스로 정부의 입을 자처한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 왜곡 차원이 아니다. 모든 인력이 투입되어 대대적 구조를 하고 있는 양 속였다. 골든타임을 놓친 데에는 재난KBS의 역할도 컸다.

 

■ “구조대원들은 지켜만 보았다“, 해야 할 말만 방송에서 사라져
보도는 과장되었고, 진실은 축소되었다. 하지만 구조에 대한 국민의 염원만큼은 변함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세월호 의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세월호 승객이었던 고 김홍경씨 역시 사고 당시 침몰 직전까지 수십 명의 아이들을 구조했다. 여러 언론사가 그를 취재했다. KBS도 그 중 하나였다. KBS는 17일 밤 <“더 구할 수 있었는데…” 학생 20여 명 살린 ‘용감한 승객들’>(4/17, 38번째, 고아름 기자, https://me2.do/GZ7zTKou)에서 그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마지막 학생 너도 올라와, 빨리 올라와 하고 저도 올라갔는데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쏴 소리가 나지… 그래서 뒤도 못 돌아봤어요." 그가 전한 탈출 직전의 상황이다.

 

이후 고 김홍경씨는 KBS에 더 많은 내용을 인터뷰 했지만 모두 편집되었다고 증언했다. “진도 앞바다로 출동한 해양경찰청 해양구조대가 너무나 어설프게 대응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자신이 커튼과 소방호스를 밧줄로 삼아 아이들을 끌어 올리는 동안 구조대원들은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만 보았다”, “선실 안에 남아 있던 승객들에게 바깥으로 나오라고 해경이 방송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등 당시로는 충격적인 증언이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찍은 휴대폰 동영상에 이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했다.

당시 해경의 판단과 대응은 배 안에 갇힌 304명의 목숨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구조를 방기한 해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전 국민이 정부에 구조를 압박할 수 있게끔 알렸어야 한다. 더 이상의 참사를 막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KBS는 증인의 결정적 증언까지 받았음에도, 추가 취재는커녕 인터뷰 내용마저 몽땅 편집해 버렸다. KBS의 보도가 참사 수준이었다.

 

■ ‘진도체육관 대통령 방문시 음소거되어버린 가족들 목소리’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사고 이튿날 박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 소식을 전한 <구조 활동 독려… 실종자 가족 위로>(4/17, 7번째, 송창언 기자, https://me2.do/IM3iS66S)에서 대통령의 약속과 실종자 가족들의 박수 소리만 전했다는 점이다. KBS를 보도를 통해서는 현장의 거친 항의와 원망의 목소리, 격양된 가족의 반응은 느낄 수 없었다. 실제 2014년 5월 8일 KBS 38~40기의 입사 4년 미만의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을 냈다. 그들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라진 목소리였다. “대통령의 첫 진도방문 리포트는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습니다. 거친 목소리의 채널투는 사라지고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습니다. 욕을 듣고 맞고 하는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10kg가 넘는 무게를 어깨에 메고 견디는 이유는 우린 사실을 기록하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고백했다. 

 

■ 세월호 참사보다 오바마 방한이 휠신 중요한 KBS, 민간 잠수사 논란 보도도 JTBC와는 달라
참사 9일 후 미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한 4월 25일 역시 상징적이다. 이날 KBS는 톱뉴스부터 무려 다섯 건을 연이어 오바마 방한에 할애했다. 국민의 슬픔과 고통은 미뤄놓고, 웃으며 반기는 대통령부터 북한 핵 제재 공조 등을 알리는 선전성 보도가 이어졌다. 그리고 25일 KBS의 정부 비판 보도 중 한 건은 ‘민간 잠수사 논란’이다. <민간 잠수사 투입 필요성 논란>(4/25, 12번째 보도, 옥유정‧김선영 기자, https://me2.do/GfUEzYz8 )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간잠수사(언딘)는 머구리 방식을 도입하고 가장 먼저 인도줄을 달았으며 선내에 가장 먼저 진입하기도 했다, 민간잠수사 구조 실적 논란은 머구리 잠수에 투입된 자원봉사자 4명이 명단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잠수사들의 활약은 인정해야 하고, 투입 실효성 논란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 활약에 자원봉사자의 일부도 함께했다’로 해석된다. 고로 언딘은 전혀 문제없고, 오히려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보도는 ’청해진 해운과 언딘의 계약에는 법적 문제가 없지만, 실종자 가족은 언딘이 수색 작업을 독점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반면 같은 날 JTBC도 오바마 방한과 ‘민간 잠수사 논란’을 다뤘다. 하지만 오바마 방한 보도는 세월호 관련 보도를 모두 다룬 후, 31번째, 32번째로 뉴스 말미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그 날 JTBC 역시 ‘민간 잠수사 논란’을 다루었다. 하지만 내용은 극명히 다르다. <특혜 논란 ‘언딘’은 어떤 업체> (4/25, 6번째 보도, 한윤지 기자, https://me2.do/FS3uyOck)는 한 보도에서 여러 문제를 짚었다. 언딘이 구조보다는 인양 전문 업체라는 점, 언딘 투입 때문에 해군 특수요원과 실력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언딘의 수색 성과는커녕 자사 소유의 최신 선박을 설치하느라 구조 최적기인 소조기를 놓쳤다는 점을 꼬집었다. KBS는 언딘의 구조 독점문제를 마치 실종자 가족들의 투정처럼 전했고, 민간잠수사 활약은 폄하하기 어렵다고 옹호했다. 이를 상기해보면 두 방송사의 보도가 결코 같은 한 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3. 이정현 전 수석 전화 이후, KBS의 정부보도 비판 보도량과 논조 변화는 실제 있었나

 

■ 이정현의 전화 2통 이후, KBS의 정부 비판 보도량은 줄어들기 시작
그렇다면 정부 비판을 두 번째로 많이 보도한 KBS는 칭찬받아 마땅한 것일까. 이 전 수석의 전화 이후 KBS 보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표4> 세월호 참사 초기 KBS 정부 비판 보도량과 이정현 전화 연관성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KBS의 정부 비판 보도는 하루 평균 4.6꼭지였다. 특히 KBS는 21일에 정부 비판 보도를 총 8건, 그중 해경 비판에 7건을 할애했다. 바로 이날 이정현 홍보수석은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특히 KBS <구조 선박 몰렸는데 선장에게 미뤄>(4/21, 20번째, 강나루 기자, https://me2.do/5F5FbvdK)은 이 전 수석이 콕 찍어 지적한 보도이다. 세월호와 교신했던 곳은 해경 관할인 진도선박관제센터다. 관제센터는 세월호 측에 ‘선장이 판단해 알아서 탈출여부를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기자는 탈출 여부를 선장에게만 맡긴 해경의 소극적 대응을 지적했다. 재난 시 구조 작업의 기본 책임은 해경에게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는 신속한 판단은 해경의 기본 임무다. 따라서 KBS의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고 합리적이었다. 그럼에도 이 전 수석은 해경 비판은 정부 비판이고 곧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라는 위정자들의 논리에 따라 이 보도에 화가 났던 모양이다. 게다가 4월 19일부터 3일 연속 정부 비판 보도량이 일일 7~8건씩 나오는 것에 대한 불쾌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4월 21일 이 전 수석으로부터 정부 비판을 자제하란 경고를 받은 이후, KBS의 정부비판 보도량은 차이를 보였다. 이정현 수석의 두번째 전화가 오기 전인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까지 평균 보도량은 3.3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4월 30일, 이 수석은 초강력 겁박, 항의, 애걸복걸 전화를 해왔다. 이날은 KBS의 정부비판 보도량이 11꼭지. 유일하게 두자릿수를 기록한 날이었다.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이후, 김시곤 국장이 사퇴한 8일까지 KBS의 일일 평균 정부 비판 보도량은 2.4꼭지였다. 한마디로 KBS의 정부 비판 보도량은 이정현 전 수석의 전화를 받으면서 계속해서 줄어든 것이다.

 

■ KBS <뉴스9>, 이정현 전 수석 전화 이후 논조 급속히 바뀌어
물리적 보도량 이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KBS 보도 내용의 변화이다. 이 전 수석은 4월 21일 “해경을 두들겨 패고 그 사람들(세월호 선장, 선원들)이 마치 별 문제가 없듯이 해경이 잘못이나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라고 말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이런 전화를 받은 바로 다음 날, KBS 뉴스9의 보도 논조는 급격히 바뀐다.

 

4월 22일 톱보도와 두번째 보도 모두 필사의 수색에 집중했다. KBS <식당 격벽 뚫기 집중, 3·4층 동시 수색>(4/22, 톱보도, 윤진 기자, https://me2.do/5oFA6G6t),  <‘산소 부족’ 경보에도 한 명이라도 더“>(4/22, 2번째, 김지숙 기자, https://me2.do/GwkKdCnV)의 보도 영상에는 생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을 다하는 민관군 합동 구조팀의 분투가 충분히 담겨있었다.

 

특히 4월 24일 보도는 상징적이다. KBS는 톱보도 <인력·장비 총동원… 수색 작업 더뎌>(4/24, 톱보도, 황현택 기자, https://me2.do/IM33UkZh)에서 ‘잠수부가 720여명으로 늘었다’는 해경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옮겼다. 최소한 같은 날 SBS는 <사망자 171명.. 또 애끊는 하루가 갔다>(4/24, 4번째, 김요한 기자, https://me2.do/xmGG88UJ)에서 민관군 75명의 잠수요원이 교대로 투입되었다고 보도했다. JTBC는 <세월호 9일째 현장 분위기는>(4/24, 5번째, 한윤지 기자, https://me2.do/xlZZnWJz)에서 민간 잠수사들을 직접 취재한 내용을 공개했다. 실제 민간 잠수요원 343명 중 실제로 구조에 나선 사람은 16명이었고, 해경이 이를 막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반면 KBS가 29일까지 ‘해경 구조의 적절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보도는 단 2건에 불과하다. 6일간의 침묵 이후 그나마 낸 보도 2건이 28일 합동수사본부에서 목포 해경을 압수수색했다는 <합수부, 해경 초동 대처 수사> (4/28, 9번째, 곽선정 기자, https://me2.do/5xhbIlN1)와 29일 선원을 먼저 구조한 해경의 미숙함을 지적하는 <해경의 ‘선원 구조’, 구조 체계 무너뜨려> (4/29, 6번째, 김성한 기자, https://me2.do/5DUWxSE9)였다. 이렇게 해경 구조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는 단 2건밖에 없었고, 정부 비판 보도 대부분은 안전검사, 과적 단속 부실, 해운조합과 정·경 비리 등 여객선에 집중했다.

 

■ 4월 30일, 두 번째 통화 이후 다른 뉴스에 나가지 못한 보도
“국장님 나 요거 한 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주던지. 아니면 한다면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번만 더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주시오.” 4월 30일 이 전 수석의 두번째 전화 내용이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 수석은 21일 통화에서 열흘 후엔 “해경이 아니라 해경 할애비라도“ 마음껏 욕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흐레 만에 이 전 수석은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급했을까 되짚어보자.

 

그 날, KBS는 11건을 정부 관련 보도에 할애했다. 그 중 8건은 해경과 언딘에 대한 비판이었다. 4월 30일은 해경이 해군의 구조 투입을 통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날이다. 그 배후에는 해경과 언딘의 유착관계가 있었다. 해경이 민간 잠수사인 언딘 투입을 위해, 해군을 막았다는 것이다. 4월 16일 오후, 해군 해난구조대가 첫 인도줄을 설치했다. 이후 해군의 구조 활동은 없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해군 특수 정예요원들은 대기상태였다. 28시간 동안 해경과 언딘의 요원만이 투입되었고, 성과는 없었다.


KBS는 30일 이전까지 언딘의 문제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4월 23일 JTBC가 <[이 시각 팽목항] 야간 구조 상황>(4/23, 톱보도, 한윤지 기자,https://me2.do/FVhv1JhT)에서 민간 잠수사와 해경의 갈등부터, 해경-언딘을 둘러싼 의혹을 수면위로 올리는 동안에도 KBS는 별 문제 지적이 없었다. 오히려 <실종자 수색 민간 잠수사 활약>(4/21, 4번째, 공아영 기자, https://me2.do/GmwAdrnC)에서 해경이 “구난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이러한 전문업체(언딘)가 조금 더 능력이 있다”라고 칭찬한 것을 전했다.

 

그러던 KBS가 30일 톱보도부터 3번째 보도까지 해군 통제 문제를 다뤘다. <“해경, 언딘 우선 잠수 위해 군 투입 통제”>(4/30, 톱보도, 황현택 기자, https://me2.do/xC9akCmH)와 KBS <둘쨋날 밤 군 재투입, ‘황금시간’ 놓쳐>(4/30, 2번째, 김민철 기자, https://me2.do/FUUDFfdJ)에서 해경이 흘려보낸 골든타임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이어 <해경, ‘통제’ 인정 “초기 혼선 초래 책임 통감”>(4/30, 3번째, 김덕훈 기자, https://me2.do/Frn3cqQG)에서  는 “초기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경찰청장의 말을 녹취 인용했다.

 

이 전 수석은 이 보도들을 하필이면 누군가가 보았다고 하소연했다. 급해진 이 전 수석은 방송사 보도국장에게 편집 지점까지 알려준다. ‘해경은 통제한 것이 아니다. 지휘기관인 해경이 투입순서를 정했고 그에 따라 대기 했을 뿐이다.’ 국방부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쓰라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의 전화 이후, 11시 <뉴스라인>과 다음날 아침 <뉴스광장>에서는 두 번째 보도를 제외한 나머지 두 보도만 나갔다. 첫 보도는 해군 통제 의혹이 있었다는 사실 전달 수준이고, 세 번째 보도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해경의 입장 전달 수준이었다면, 누락된 두 번째 보도는 가장 구체적이었다. 두 번째 보도는 세 보도 중 해경의 책임을 가장 명확히 물었다. 군이 첫 구조 이후 28시간 동안 대기하고, 그 동안 해경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일분 일초가 급한 시간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며 구조당국의 책임을 정확히 짚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사실상 편집되거나 삭제될 어떤 이유도 없었다. 그 시간 해경 지휘로 인해 해군이 입수하지 않은 것은 해경도 해

군도 인정한 사실이었으며, 국방부의 답변서에 따른 보도였기 때문이다.

 

4. 같은 시기 타 방송사의 보도태도는 어땠을까?

 

■ 이정현 전화겁박 기간별 보도량 비교에서 KBS와 타사 보도추이 큰 차이 없어.
이정현 전 수석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KBS의 정부 비판 보도량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타사는 어땠을까. 비교를 위해 이정현 수석과의 통화를 기준으로 나눈 KBS와 기간을 동일하게 나누었다. 그 결과 6개 방송사 중, JTBC만 첫 기간 대비 두, 세 번째 기간 보도량이 더 많았다. 나머지 5개 방송사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보도량이 줄었다. 일반적으로 참사 직후는 현장 상황, 구조 현황 등에 대한 보도가 집중된다. 사고를 둘러싼 각종 문제는 이후 차례로 취재, 보도되기 마련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의혹이 나날이 늘었다. 참사 초기의 긴급 구조가 아닌 책임을 묻는 보도가 이어져야 할 2기, 3기 시기에도 정부 비판 보도량이 계속 줄어들었다는 것은 고의적 누락 이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특히 MBC의 정부 비판 보도는 정말 최악이다.

 

 

 <표5> 세월호 참사 초기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정부 비판 일평균 보도량 기간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 KBS에 이정현 두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