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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들이 노골적으로 손 벌려’…채널A의 정치혐오 조장
등록 2017.12.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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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특정 후원세력에 얽매이거나 정경유착 폐단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신 정치인들은 국민 다수가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 등을 통해 정치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데요. 이런 소액 다수 정치후원금은 정치인들에게 투명하고 건전한 정치자금을 조달해, 특정 세력이 아닌 다수의 국민 의견을 반영한 정치 활동을 가능케합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채널A는 정치인들이 국민 다수에게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활동이 영 보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노골적으로 손 벌린다’며 비아냥
실제 채널A의 <“10만 원만”…손 벌리는 금배지들>(12/8 https://goo.gl/8aKpdZ) 보도는 정치인들의 후원금 모금활동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부추기는, 전형적인 정치혐오 보도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의원들의 절절한 후원금 모금 백태”를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보도 제목 등을 통해 ‘손 벌리기’ ‘노골적인 호소’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국회의원이 왜 돈이 없냐’는 일반 시민의 냉소적인 반응을 무책임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는 앵커의 “대통령 선거를 치른 올해는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평년보다 2배 더 걷을 수 있습니다. 의원들의 절절한 후원금 모금 백태를 이현수 기자가 보도합니다”라는 멘트로 시작됩니다. 이 설명 그대로 이후 기자는 후원금이 필요하다는 의원들과 정당의 홍보 영상을 보여주며 ‘이렇게나 돈을 노골적으로 모으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를테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올린 ‘후원금 모금 영상’이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동안 기자는 “‘후원금을 달라’고 돌직구를 날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상을 올린지 40시간 만에 후원금 한도인 3억 원을 채웠고, 그 덕분에 동료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홍보에 찬조출연까지 했습니다”는 설명을 내놓았고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SNS에 올린 후원금 모금글을 보여주며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아예 대놓고 ‘10만 원 만 보태달라’는 노골적인 호소 전략을 택했습니다”라는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기자는 “최대 100억 원까지 모을 수 있는 정당들도 홍보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당 대표라고 망가지는 연기를 마다하진 않습니다”라며 정의당과 민주당이 공개한 정당 후원회 홍보 동영상의 일부를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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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있다 강조하며 정치혐오 부추긴 채널A(12/8)

 

 

정치후원금의 의미․필요에 대한 설명 전무
문제는 채널A가 보도가 끝나는 지점까지, 대체 왜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후원금을 모아야만 하는 것인지, 소액 후원금 모금의 순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후원금 모금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만을 부각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널A가 소개한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의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요. 양성적인 차원에서 이렇게 치열한 홍보경쟁이라든지 마케팅 같은 시도를”이라는 발언은 맥락상 정치자금 모집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방점은 어디까지나 ‘치열한 홍보경쟁이나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찍혀 있습니다. 


또한 채널A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며 소개한 “대놓고 받는 게 더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의원들이) 돈이 없다는 게” “재미는 있는 거 같긴 한데 너무 노골적이고…”라는 시민 반응은 모두 정치인의 정치자금 모금 활동에 대한 노골적 냉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 의견이라고 소개된 “대놓고 받는 게 더 차라리 나은 것 같기도 하고…”라는 말조차 정치인에 대한 혐오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보도 구성은 결국 ‘정치인들은 참 돈 욕심이 많다’는 결론만을 이끌어낼 뿐입니다. 


그러나 채널A가 ‘노골적인 후원금 요구’의 첫 사례로 제시한 박주민 의원만 해도 후원금 요청 40시간 만에 연간 후원금 한도를 모두 채웠습니다. 이는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정치인을 향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박주민 의원의 해당 후원금 모금 영상의 경우 ‘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지’ ‘통상 지출 항목과 액수’ ‘의정활동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채널A는 ‘왜’가 아닌 ‘얼마나 노골적으로 모금하고 있는지’만 부각하면서 일부 국회의원과 정당을 ‘그냥 기회가 있으니 돈 욕심을 내보는’ 존재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조용’ 설명도 수상하다
심지어 이 보도는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은 조용합니다. 정당후원회는 아직 열지 못했고 의원들도 문자메시지로 독려하는 정도입니다”라는 설명으로 마무리되는데요. 때문에 이 보도만 보면 얼핏 한국당은 ‘다른 정당처럼 노골적으로 국민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는 점잖은 정당’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정치자금이나 정치인 특혜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그래서 이러한 자금과 특혜가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하기위해 필요한 것인가’입니다. 단순히 ‘비 정치인 대비 많은 돈과 특혜가 주어졌다’는 잣대로 평가한다면, 우리 국회는 결국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 아닌 그냥 조용히 자리만 채우는 이들로 채워질 겁니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언론이 대중의 정치혐오 정서를 자극하고 키우는 보도를 내놓는다면, 그 의도가 무엇이던지 결과는 국민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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