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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한일정상회담 보도는 일본 언론과 비슷했다
등록 2018.10.0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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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은 UN총회 참석차 방문한 뉴욕에서 일본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공개된 모두발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북일관계 정상화 언급을 요청했던 아베 총리에게 “총리님의 메시지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충실하게 전달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베 총리도 “납치 문제를 포함해서 북일관계에 대해서 언급을 하신데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며 화답했습니다.

 

그러나 비공개 회담은 조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아베 총리가 지난 2015년 체결한 12‧28 위안부 합의안을 지켜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이에 문 대통령은 합의 자체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하지 않겠다면서도 “합의안에 대한 반대 여론과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많다”, “이를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정부가 비로소 ‘재단 해체’로 노선을 바꾼 것이며, 사실상 대통령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12‧28 합의 전면 무효화’ 및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체’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합의 직후부터 줄곧 요구해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재단에 기부한 10억 엔을 대체하는 명목으로 103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설치하는 등 그간 ‘즉각적 재단 해체’ 대신 ‘우회적인 합의 무력화’이라는 정책방향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 ‘위안부’ 생존 피해자가 28명만 남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비로소 ‘피해자 중심주의 해결’이라는 공약에 다가선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설립부터 ‘논란 투성이’였던 화해치유재단, 지금은 ‘빈 깡통’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의 골자인 화해치유재단은 설립 과정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된 재단이었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 앞장 서왔던 시민단체와 위안부 전문가는 이사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 역시 재단설립에 반대의사를 표했습니다. 또한 정부 관계자가 파견 됨에도 불구하고 민간재단을 고수하며 국회의 감시를 피하려한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뿐만 아니라 SBS <그것이 알고싶다>(2017/2/25)는 김태현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받도록 회유했다는 점을 고발하기도 했는데요. SBS는 김 이사장이 “받을 건 받아야죠. 할머님 받으셔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저는 받을 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피해자들에게 합의금을 받을 것을 종용하는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일본이 지불한 돈을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지급하여 위안부 협상을 합리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피해자 중심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정부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TF’를 만들어 12‧28 위안부 합의를 전면 재검토했고 그 결과 공개된 합의안 내용 외에 박근혜 대통령의 위안부 단체 설득 및 해외 소녀상 건립 지원 중단 등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7월 김태현 이사장이 사임했고 연말까지 모든 민간이사가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재단이 된 것이죠.

 

그럼에도 화해치유재단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단독/활동 중단한 ‘화해치유재단’, 월평균 인건비만 1940만원>(8/15 https://bit.ly/2ORoNV7)는 “일감은 없지만 재단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며 “지난 2~6월 사이 상근직원 5명의 인건비 9,700만원과 관리운영비 4,500만원이 지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일본정부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103억원)를 편성했기 때문에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셈”이라 비판했습니다.

 

가장 많이 보도한 방송사는 JTBC, 유일하게 톱보도로 배치한 방송사는 MBN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 총리 앞에서 ‘재단 해산’을 시사하자 7개 방송사 모두 이 소식을 저녁종합뉴스에서 다뤘습니다. 보도량에서는 JTBC가 3.5건으로 가장 많았고 MBN은 유일하게 이 소식을 톱보도로 배치하며 3건을 할애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1건

(5번째)

1건

(7번째)

2건

(6번째)

3.5건

(6번째)

1건

(4번째)

1건

(7번째)

3건

(톱보도)

△‘문재인 대통령 화해치유재단 해체 발언’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9/26)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의미와 그간 화해치유재단이 보여 왔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TV조선은 아베 총리의 북일 관계 정상화 관련 발언을 보여주며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장보다 ‘한일 관계’를, 나아가 ‘일본의 입장’을 더 걱정한 겁니다.

 

TV조선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언’ 보도엔 아베가 먼저 나온다

TV조선은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앵커멘트부터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했습니다. TV조선 <문, 화해‧치유재단 사실상 해산 통보>(9/26 김정우 기자 https://bit.ly/2OTA47w)에서 신동욱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협상으로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사실상 해산을 통보했습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전하더니 곧바로 “이렇게 되면 한일 관계는 더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는데, 아베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의지를 보였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으로 한일관계 악화’라는 프레임을 처음부터 꺼내든 점, 위안부 문제와 관련이 없는 아베 총리의 북한 관련 발언을 끼워넣은 점이 눈에 띕니다. 

 

이어진 김정우 기자의 리포트 역시 문 대통령 발언보다 아베 총리 발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김 기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의지를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나겠다고 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습니다”라는 아베 총리의 유엔 총회 발언을 화면으로 보여줬고 기자가 “북한이 가진 잠재력이 발휘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는 발언을 대신 전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에 “지난해 연설 시간 대부분을 북한 도발 비판에 할애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 총리를 만나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돕겠다고 말했”다며 “북일 관계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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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해산’ 대신 아베 총리 유엔 연설 부각한 TV조선 (9/26)

 

‘재단 해산은 한일관계 냉각’?

이렇게 보도의 절반 이상을 ‘일본 아베 총리의 북일관계 정상화 발언’에 할애한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이르러서야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화해·치유 재단을 사실상 해산할 방침을 전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덧붙였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의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라는 발언을 화면으로 보여줬고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이 사실상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라고 전한 겁니다.

 

TV조선은 문 대통령의 ‘사실상 재단 해산 선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피해자들은 어째서 합의 무효와 재단 해체를 요구해왔는지, 합의와 재단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단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일관계가 다시 냉각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만 언급한 채 보도를 끝냈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TV조선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대체 어째서 화해치유재단 해체가 한일관계 냉각으로 이어지는지, 그 근거 역시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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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치유재단 해산’ 대신 아베 총리 유엔 연설 부각한 TV조선(9/26)

 

일본 언론과 유사한 논조를 보인 TV조선

TV조선의 보도에서는 신기하게도 문재인 대통령보다 아베 총리가 더 많이 등장했습니다. 1분 46초의 보도 중에서 아베 총리가 유엔 총회에서 발언하는 장면은 29초가량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회담에서 발언하는 장면은 고작 9초였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의 발언이 등장한 3초를 더하더라도 아베 총리가 단독으로 나온 장면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다룬 장면보다 2배 이상 많았던 것이죠.

 

보도 내용

시간

앵커 멘트

23초

아베 총리 유엔 총회 발언 장면

29초

문재인 대통령 공개회담 발언 장면

9초

김의겸 대변인 발언 장면

3초

양국 공개 정상회담 장면

42초

합계

1분 46초

△ TV조선 <文, 화해‧치유재단 사실상 해산 통보>(9/26) 내용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의 이와 같은 보도 구성은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한국 언론이 외교 관계에서 상대국가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은 아무리 비판적 사고를 통해서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런 보도 구성과 ‘한일관계 냉각’을 우려한 논조는 일본 언론과 유사합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 새 불씨 될 것"…日언론 '위안부 재단 해산론' 경계>(9/27 https://bit.ly/2OnnUqE)에 따르면 니혼게이자 신문은 “일본은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고, 다수 위안부 피해자가 재단을 통해 지급금을 받아갔다”, “해산되면 출연금이 공중에 붕 떠서 한일 간 위안부 합의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도쿄신문은 “재단 해산은 한일 위안부 합의 수정으로 이어지면서,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죠. TV조선의 시각과 정확히 일치하며, TV조선 외에 이런 논조를 노출한 방송사는 없습니다.

 

타 매체가 ‘수요집회’ 찾아갈 때 TV조선만 ‘한일관계 악화 우려’

그렇다면 타 방송사의 보도는 어땠을까요? TV조선을 제외한 6개 방송사는 문 대통령의 발언 의미와 화해치유재단이 보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외교정책 전반에 꾸준히 부정적 보도를 내놨던 채널A도 <화해치유재단 사실상 해산>(9/26 김민지 기자 https://bit.ly/2IlIJgH)에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으로 지난 2016년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은 지금까지 92명의 피해자에게 위로금 44억 원을 지급했지만, 상당수 위안부 피해자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과 “올해 1월부터는 별다른 활동 없이 상주 직원 인건비로 매달 1900만 원이 지급돼 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JTBC <시작부터 논란…화해치유재단 ‘끝’ 보인다>(9/26 안나경 앵커 https://bit.ly/2Of4zr)는 화해치유재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일본이 10억 엔을 출연을 하고 우리가 사업을 하면서 할머니들의 많은 한을 풀어드리고…한·일 간에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라는 과거 김태현 이사장의 발언을 보여준 뒤 “‘한을 풀어드린다’고 했지만 정작 할머니들은 거짓 사과와 돈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시민들 역시 밀실에서 이루어진 '10억 엔 짜리 합의'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반발했고, 직접 돈을 모으자면서 '정의 기억 재단'을 설립했”다며 여론 역시 좋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소녀상 이전을 조건으로 한 사실상의 '이면 합의'가 존재했고, 피해자들에게 '현금 수령'을 종용했다는 것도 밝혀졌”다며 “시작부터 '화해치유 재단'은 논란의 연속”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외 KBS‧MBC‧SBS‧MBN 모두 보도를 통해 재단의 문제점을 통해 해체의 필요성을 지적했고, MBN <일본은 애써 외면>(9/26 조경진 기자 https://bit.ly/2Qf3blV)의 경우는 당일 수요집회를 직접 찾아가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도 했습니다. MBN은 “화해 치유재단이 한 달에 몇천 만원씩 임대료만 내고 하는 것도 없다고 하니까 당연히 해산해야죠”라는 시민의 의견,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우중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고, 국민이 전국 각지에서 목소리를 내줬던 것을 우리 정부가 비로소 받아 안은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라는 정의기억연대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타 방송사들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피해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때 오로지 TV조선만이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걱정한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2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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