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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한중관계 이상무’, 전 세계를 속인 KBS의 거짓말(2016.7.27)
등록 2016.07.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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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7/25~26)
‧ KBS <앵커&리포트/중 ‘사드 유감’ 불구 한중 대북제재 확고>(7/25, 3번째, 조빛나 기자,
https://me2.do/54lgjiyY)
KBS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보도하면서 한중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북한과의 친밀을 과시한 반면, 우리 정부에는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렇게 중국의 ‘사드 보복’ 및 동북아 군비 경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지만, KBS만이 이런 현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폭로된 KBS 간부진의 ‘사드 보도지침’을 감안하면 KBS의 사드 관련 왜곡 보도 행진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려는 KBS의 ‘노오력’이, 급기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외교장관회담을 왜곡하는 수준까지 번졌다.


KBS <중 ‘사드 유감’ 불구 한중 대북제재 확고>(7/25)는 ‘앵커&리포트’라는 형식의 보도로서 첨예한 사안에 대해 앵커가 논평을 하고 리포트가 이뤄지는 분석 보도다. 24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첫 한중 고위급 회담으로서 당연히 한중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KBS는 우리 외교부의 입장만 받아 적으면서, 사드 배치에도 불구하고 한중관계가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김민정 앵커는 중국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북한과의 친밀감을 강조했음을 전하면서도 “중국이 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 관계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단언했다. 조빛나 기자의 리포트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작심한 듯 강한 유감 표명으로 회담을 시작”했다며 사드 배치에 유감을 표명한 왕이 부장의 발언 장면을 보여준 뒤, 곧바로 “하지만 비공개 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한 확고한 이행 의지를 표명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재무장관회담에서도 두 나라는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등 외교부 입장을 줄줄이 읊었다. 특히 외교 및 군사 문제를 다룰 리가 없는 ‘한중 재무장관회담’까지 언급하면서, 이 자리에서 “사드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강조한 부분은 기만에 가깝다. 조 기자는 “중국이 사드에 대한 불만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전략적 이익 등을 고려해 한중 협력 관계의 근간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까지 덧붙이면서 보도를 마무리했다.

 

 

이는 사실관계를 완전히 뒤틀어버린 왜곡보도이다. KBS가 은폐했지만 한중 외교장관 만남은 살얼음판과도 같았다. 중국 왕이 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입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에 윤병세 장관이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라고 반박했으나 왕이 부장은 손사래를 치거나 표정을 찌푸리는 등 시종일관 불만을 드러냈다. 왕이 부장은 ‘관계 복원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중 KBS가 보도한 것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양국의 상호 신뢰에 해를 끼쳤습니다.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왕이 부장의 발언뿐이다.


“한중 협력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KBS 보도의 결론은 왜곡의 절정이다. 이날 중국의 태도로 인해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의 동북아 군비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여전히 사드를 한미일 공동 미사일방어체계의 일환으로 파악하여 미중 간 대결에서 한국이 중립을 버리고 미국에 편승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비관세 장벽 등 중국의 경제제재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제적 공조에서도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도 점쳐졌다. KBS가 강조한 ‘중국의 북핵 공조 의지 확인’ 역시 외교부 입장일 따름이다. 오히려 사드 배치 이후 북한이 스커드 및 노동 등 미사일 도발을 했음에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이 답보상태인 이유가 중국의 반발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KBS가 현실을 왜곡하는 이유는 중국의 반발과 그로인한 동북아 긴장 상태를 은폐하여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옹호하려는 의도에 있다.


25일 타사의 보도를 비교해 봐도 KBS의 태도는 독보적이다. MBC, SBS, JTBC, 채널A, MBN은 화기애애했던 북중 외교장관회담과 냉랭했던 한중 회담을 비교하며 틀어진 한중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MBC <중 외교 무대서 북과 공개 밀착 행보>(톱보도, 정동욱 기자, https://me2.do/GgtoJ8tU)는 중국의 의도를 “남중국해 갈등 속에서 미국 영향력이 동북아에서 커지는 것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다시 만들어 견제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KBS의 사드 관련 보도 전체에서 나온 적이 없는 분석이다. JTBC <한국엔 쌀쌀…북한엔 훈훈>(5번째, 안의근 기자, https://me2.do/xwaT8kgv)도 “한·중, 북·중 관계는 대북제재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을 전하며 KBS와 정반대의 내용을 보도했다. KBS는 8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사드 배치가 외교적 패착이라는 평가를 단 한 번도 언급한 적 없다. TV조선은 <북-중 밀착에 전기봉 ‘장막’>(7/25, 2번째, 이채현 기자, https://me2.do/5umARKWo)에서 왕이 외교부장의 태도가 “외교적인 결례”에 해당한다며 “대국답지 못하다”고 중국을 비난하는 호전적 태도까지 나아갔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7/25~26)
‧ JTBC <‘위안부 합의’ 뒤 첫 만남>(7/25, 톱보도, 윤영탁 기자,
https://me2.do/GQ0Whagw), <소녀상 걸고 넘어진 일본?>(7/25, 2번째, 김상진 기자, https://me2.do/FvYXO0d9), <‘위안부 지원재단’ 28일 발족>(7/25, 3번째, 박현주 기자, https://me2.do/GQ0WhanW), <‘식사‧돈’ 내세워 참석 종용?>(7/25, 5번째, 강버들 기자, https://me2.do/G5BHUzjA)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보도에서 배제하고 있다. JTBC만이 지난 6월부터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일본군 강제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사업이 중단되었음을 보도했고,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정부의 태도변화를 꾸준하게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번엔 25일 있었던 한일 외교장관회담이다. 방송사들은 바로 하루 전에 있었던 한중 외교장관회담과 북중 회담은 대서특필했지만 위안부 문제가 걸려있는 한일 회담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JTBC만 톱보도부터 4건의 보도를 할애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의혹들을 조명했다. JTBC는 톱보도 <‘위안부 합의’ 뒤 첫 만남>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회담을 가졌지만 “회담 이후 발표된 내용은 이처럼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재단 출범이 임박한 상황이지만, 일본이 약속한 10억 엔을 언제 출연할 것인지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 보도인 <소녀상 걸고 넘어진 일본?>은 “이처럼 일본 측이 10억 엔 출연 시기를 확답하지 않은 배경에는 결국 소녀상 이전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면서 “집권 자민당 의원들이 소녀상 조기 철거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일본이 소녀상 철거를 빌미로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을 조명했다. 이런 일본의 의도가 “합의 파기라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그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이어진 2건의 보도에서는 문제가 된 위안부 지원재단을 더 자세히 파고들었다. 3번째 보도 <‘위안부 지원재단’ 28일 발족>의 경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와 치유 재단’이 28일 발족을 앞두고 있지만 정작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음을 조명했다.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는 정부의 일방적 재단 설립에 반발해 시민 모금으로 운영되는 '정의기억재단'을 출범”시켜 정부의 위안부 지원재단이 사실상 명분을 잃었다는 것이다. 관련 마지막 보도 <‘식사‧돈’ 내세워 참석 종용?>은 외교부가 어떤 행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외교부에서 다음 주 수요일 식사 자리에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이것이 재단 설립 행사에 동원하려는 시도였다고 전했다. 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경우 “아프면 모시러 간다. 본인이 와야 돈을 준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 당사자가 거부하고 있음에도, ‘굴욕 합의’라는 오명을 쓴 일본과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JTBC는 25일 한일 외교장관을 계기로 이를 재차 이슈화한 것인데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나머지 방송사들의 역사의식이 우려될 따름이다.

 

■ 민언련 오늘의 ‘분노 유발’ 방송 보도(7/25~26)
‧ KBS <심층리포트/‘이건희 동영상’…협박‧공갈도 수사 쟁점>(7/25, 13번째, 오현태 기자,
https://me2.do/GaC7UaUs)
21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이하 뉴스타파)의 단독보도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성매매 의혹이 알려진 이후, 이건희 회장을 호위하려는 KBS의 여론전이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다. 22일, KBS는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경찰, 내사>(20번째, 천효정 기자, https://me2.do/5Gs7Qaqu) 제하의 리포트에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에 초점을 맞추며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인 성매매 의혹은 은폐한 바 있다. 25일에는 ‘협박용 몰래카메라’로 프레임을 짜면서 뉴스타파를 비윤리적 언론으로 매도했다.


KBS <심층리포트/‘이건희 동영상’…협박‧공갈도 수사 쟁점>(7/25)는 ‘심층리포트’라는 이름을 달고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이건희 회장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이 보도는 이미 보도 제목에서 성매매 의혹이 아닌 ‘협박‧공갈’을 쟁점으로 삼고 있다. 리포트가 시작되면 느닷없이 “몰래카메라가 장착된 자동차 열쇠”와 “넥타이나 안경, 시계 등으로 위장된 몰래카메라”가 화면으로 소개된다. 여기에 “유튜브에 올리겠다, 카카오톡에 올리겠다 이런 케이스들이 있고..돈 뜯어서 협박하는 경우 (많아요)”라는 동영상 삭제 전문가 인터뷰도 덧붙였다. 다음 화면은 성관계 동영상 파문으로 법정 공방을 벌였던 배우 이병헌 씨를 등장시켜 “몰카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등의 위협을 가했다면 협박죄, 협박하면서 돈까지 요구했다면 공갈죄로 처벌”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는 화면에 큼지막한 빨간 자막으로 “협박죄” “공갈죄”가 부각되기도 했다. 이렇게 전체 2분여의 보도 분량 중 1분을 ‘협박용 몰래카메라’에 할애한 뒤에야 이 보도는 이건희 회장을 언급했는데 황당하게도 그 내용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촬영한 일당도 삼성 측에 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오현태 기자는 여기서 “몰카 촬영 행위는 형사처벌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이어지는 추세”라며 다시 ‘몰카 처벌’에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처음부터 범죄에 악용할 목적으로 불법 촬영된 영상물을 취재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언론윤리에 위배된다며 거부”했다며 이를 보도한 뉴스타파를 ‘언론윤리에 위배된 언론’으로 매도했다.

 

 

이러한 KBS의 태도는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에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MBN 등 타 매체보다 더 악의적이다. 먼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을 배우 이병헌 씨 사례와 비교한 부분은 억지에 가깝다.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을 찍은 주체가 삼성에 돈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희 회장 사건은 이병헌 씨의 사례와 비교할 수 없는 ‘공익적 요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헌 씨의 경우 성매매가 아닌 성관계 자체가 논란이 되었지만 이건희 회장은 영상에서 여성들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뉴스타파 보도에는 김인 현 삼성 SDS 고문이 계약한 13억 원 전세의 논현동 고급빌라가 성매매를 위한 ‘안가’로 사용됐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을 예상케 한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과 삼성그룹의 성매매 장소 제공은 모두 현행법 위반이다. 거기다 삼성그룹은 대표적인 재벌기업으로서 뉴스타파의 보도는 ‘대한민국 1%’의 민낯을 고발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성이 최대 광고주임을 감안하면 이 보도의 가치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KBS는 이를 두고 도리어 “언론윤리에 위배”를 운운했는데, 삼성의 눈치를 보며 이 사안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야 말로 언론의 기본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MBC, SBS, TV조선, 채널A, MBN 등 방송사는 22일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보도 1건 외에 보도가 없다. KBS는 더 심각하다. 이건희 회장을 보위하기 위해 공익적 폭로의 당사자인 뉴스타파를 공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JTBC는 KBS와 태도가 달랐다. JTBC는 22일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초점을 맞춰 기본적인 사실들을 모두 보도했고, 25일 <앵커브리핑/루쉰이 그렇게 말했으니까…>(2부 1번재, 손석희 앵커, https://me2.do/xp8MIGCz)에서는 저널리즘의 의미를 되짚었다. 손석희 앵커는 “그 기업이 어느 기업이고, 그가 누구냐에 있지는 않았습니다”라며 삼성그룹의 사건이라는 사실이 보도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단지 뉴스의 가치”만을 따져 보도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힘 있는 대기업이 그 힘을 가지고 언론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사실 삼성이 받고 있는 의심은 바로 그런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보도를 두고 ‘언론윤리 위배’를 운운한 KBS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사안은 “힘 있는 대기업 회장의 문제냐, 아니냐를 떠나 무엇이 저널리즘의 본령에 맞느냐를 놓고 고민할 수 있는 자유”가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