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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고영태 때문? 억지 프레임 확대 재생산하는 공영방송
2017년 2월 8일~2월 19일
등록 2017.02.20 18:20
조회 648

탄핵심판과 관련, 박 대통령 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공영방송 KBS와 MBC의 편파보도가 심각합니다. 한마디로 대통령 변호인단 측에 서서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입니다. KBS와 MBC는 ‘고영태 녹음파일’을 두고 고영태 씨가 개인적 사익을 추구했으며, 사실상 국정농단 사태를 고영태 씨가 기획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녹음파일 내용의 대부분이 김수현 고원기획 대표의 사적 대화이거나 오히려 ‘최순실의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의 깊은 관계’를 증명하고 있죠. 헌법재판소는 16일 이 녹음파일을 공개 청취하자는 박 대통령 측 요청을 거부했을 정도로 중요하지 않은 증거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와 MBC는 이러한 헌재 결정마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1. 매일 1건 이상 ‘고영태 게이트’ 보도한 공영방송
고영태 녹음파일 관련 2월 8일부터 19일까지 KBS와 MBC가 내놓은 보도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방송사는 각각 13건, 11건을 ‘고영태 게이트’에 할애했습니다. 하루에 1건 가량 보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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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MBC의 ‘고영태 게이트’ 관련 보도 목록(2/8~2/19)
 

2. KBS와 MBC 고영태 국정농단 및 사익추구 부각 보도만 10건
10건을 넘긴 두 공영방송과 달리, 채널A는 9건, TV조선 8건, MBN 6건, SBS는 4건만을 보도했습니다. 20건인 JTBC 이외에는 모두 공영방송보다 적게 다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보도량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뿐만이 아닙니다. JTBC는 공영방송보다 훨씬 많은 20건을 다뤘지만, 그 내용은 ‘고영태 녹음파일’이 ‘최순실의 전횡’과 ‘박근혜-최순실의 관계’를 입증한다는 사실을 보도한 겁니다. 박 대통령 측의 ‘고영태 게이트’ 프레임을 반박하는 데 열중했죠. 반면 KBS‧MBC는 고영태의 사익추구, 고영태의 언론 폭로 기획만을 다뤘고 급기야 고영태가 사실상 국정농단을 저질렀다는 수준까지 나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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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 경향 비교(2/8~2/19)

 

2월 8일부터 19일까지 고영태 녹음파일을 ‘고영태 게이트’로 규정한 보도는 KBS, MBC가 각 10건이었고, SBS와 JTBC는 이런 보도가 한건도 없습니다. 채널A가 공영방송과 비슷하게 보도한 것이 6건이 있었고, TV조선과 MBN이 각 2건씩 있습니다. MBC는 7개사 중 유일하게 최순실 국정농단을 조명한 보도가 단 1건도 없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와 고영태 게이트 보도의 보도 비중을 보면, KBS는 8%:77%, MBC는 0%:10%로 20%:0%의 JTBC와 매우 대조됩니다. 타사의 경우 SBS가 50%:0%, TV조선은 60%:20%, MBN이 67%:33%로 대부분 ‘고영태 게이트’가 아닌 ‘최순실 국정농단’에 비중을 뒀습니다. 채널A가 22%:67%로 공영방송 이외의 방송사 중 가장 ‘고영태 게이트’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3. 헌재의 공개청취 거부에는 침묵, “고영태 게이트로 사태가 전개됐다”는 MBC
16일에 열린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녹취 파일이 소추 사유와 직접 연결된 부분은 아니”라고 말하며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주장한 ‘공개 청취’는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BS와 MBC에서는 헌재가 공개 청취를 거부했다는 보도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헌재가 탄핵사유와 무관하다고 결론지은 고영태 녹음파일을 단독까지 달아 2건씩 보도했습니다. 


KBS는 <단독/고영태 파일 보니…최태원 사면 미리 알아>(2/16 https://bit.ly/2laV63C)에서 고 씨의 SK 회장 사면 개입 의혹을 전했습니다. <단독/계획적 폭로 준비·언론보도 조율 정황>(2/16 https://bit.ly/2lluSgY)에서는 “고영태 씨 측이 국정개입 의혹을 계획적으로 폭로할 준비를 한 정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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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태 게이트'로 사태가 진행됐다는 MBC(2/16)

 

MBC <단독/"박근혜 끝났다…다른 쪽과 얘기하자">(2/16 https://bit.ly/2lmTAxs)에서 앵커는 아예 녹음파일을 두고 “고 씨와 측근들이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최순실 게이트'가 전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이 아니라 고영태와 그 측근이 주도한 것이라는 의미이죠. 


MBC <“36억 원 예산으로 노잣돈 만들자”>(2/16 https://bit.ly/2lV2ijs)는 “고영태 씨의 측근들이 고 씨를 이용해 정부 예산을 빼내려 한 정황”을 전하면서 측근들이 고 씨를 ‘벌리면 구라’라는 뜻의 ‘벌구’라고 칭하는 대화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고 씨의 측근들이 고 씨를 거짓말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MBC가 주장하는 ‘고영태 기획설’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고 씨가 경찰에서 “제가 최순실과 연결돼 있고, 최순실이 비선실세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저를 통해 뭔가를 해보려고 한 것 같다”라고 말한 진술과 맞닿아 있습니다. 

 

4. 타사는 ‘탄핵심판과 무관’…KBS는 같은 녹취 다르게 해석하기도
두 공영방송과 달리 다른 방송사들은 ‘고영태 녹음파일’이 탄핵심판과 무관하고 최순실의 전횡을 증명한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JTBC <고영태 파일 ‘선 그은’ 헌재>(2/16 https://bit.ly/2lS2Ya4)는 장일원 재판관이 “녹취 일부에서 등장하는 고 씨의 수익 추구 정황 등은 박 대통령을 탄핵할지 말지를 심판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SBS <‘고영태 녹음파일’ 큰 변수 안되나> (2/16 https://bit.ly/2kNd4b4)도 “이정미 재판관은 변론 말미에 특별히 새로운 게 튀어나올 게 없다고 언급해 녹음파일 역시 탄핵심판에 큰 변수로 보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음을 강조했습니다. 채널A와 MBN도 녹취록을 증거로는 채택하겠지만 파일 재생으로 검증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고영태 녹취록’ 해부> (2/16 https://bit.ly/2lOhsLi)에서 녹음파일에 “오히려 최순실 씨나 박대통령에게 불리할 것처럼 보이는 내용도 있”다면서 고 씨 측근의 통화 내용 중 “박대통령 뇌물죄 수사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이른바 ‘공동지갑’, 그러니까 최순실씨와 대통령이 이익을 공유하는가”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 사례로 류상영 씨가 김수현 씨에게 경기도 지역 땅을 두고 “그 땅 최순실 씨 등기를 챙겨 놓아라”, “가족 외에는 정보 단속 잘해라”, “VIP 땅 갖고 흔들고 다닌다는 소문나면 다 끝나는거야”라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채널A는 이런 대화가 “최순실씨 명의 땅을 개인적으로 이용할 계획을 세우면서 대통령 땅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최순실-박근혜 공동지갑’과 연관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통화내역을 KBS는 <감찰받자 ‘증거 삭제’…언론 폭로 계획도>(2/15 https://bit.ly/2lP38ir)에서 앞 뒤 맥락을 지우고 “가족 외에는 아직 정보 단속 잘 해야지. 누가 무슨 VIP 땅 갖고 흔들고 다닌다고 소문나면 끝장나는 거야”라는 발언만 조명하면서 고 씨 지인들이 “평소에도 자신들이 은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조심스런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공동지갑’ 관련 대화를 ‘고영태 일당의 은밀한 행동’으로 바꾼 겁니다. 

 

5. 고영태 녹음파일 끝까지 사수하는 MBC와 자사 등장하나 ‘제 발 저린’ TV조선
18일 1건의 ‘고영태 게이트’ 보도를 추가한 MBC의 보도도 눈에 띕니다. MBC <언론 폭로 준비…증거 인멸 정황>(2/18 https://bit.ly/2kVN3qt)는 고영태 씨가 측근들과 함께 언론 폭로를 기획했고 그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가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깊숙이 개입”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음파일 중 고 씨 측근 이 모 씨가 “내가 휴대폰을 없애야 돼, 어제 ‘(이** 기자)’가 그렇게 하라 하더라고…전화기를 그냥 한강 같은 데다가 던져버리라고 (이** 기자가) 그러더라고”라는 내용, 그리고 고 씨가 “이제 막 일이 막 쏟아지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데 갑자기 또 이** 기자가 발목을 잡네”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해당 언론사의 이 모 기자가 “그 지난번에 영태가 한 사십 며칠 기다려달라고 한 게 (펜싱)클럽 때문에 그런 거지?”라고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에 묻는 녹취도 인용해 ‘언론사 기자의 증거인멸 정황’으로 지목했습니다. 


MBC가 ‘증거인멸 지시 언론사’로 꼽은 것은 TV조선 이진동 기자입니다. 사실 TV조선은 하루 전날 이 내용을 먼저 보도했습니다. TV조선 <“TV조선이 발목을 잡네”>(2/17 https://bit.ly/2legfK5)은 재단을 독차지하려던 고영태 씨가 “이제 막 일이 쏟아지고 있는데 잘 되고 있는데 갑자기 이진동(TV조선 부장)이 발목을 잡네 씨X”이라며 TV조선 보도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도가 시작되면 최씨 사업이 모두 중단 될 것을 두려워” 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고 씨가 “(최순실이) 지금 하던 일 다 스톱 이렇게 해버리면 제가 챙겨야 할 애들이 8명 되는데... 클럽을, 펜싱클럽을 펜싱 후배들 데려다 코치시키고”라고 하는 녹취를 인용하면서 TV조선에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실제론 고씨와 지인들의 사익 챙기기 계획은 TV조선의 취재로 가로막힌” 것이라 설명했고 “이들은 TV조선 보도를 막으려고 별별 구상을 했으나, 2주 뒤, TV조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를 시작”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TV조선은 19일에도 <TV조선 보도 막으려 거짓말 계속>(2/19 https://bit.ly/2lYOLvo)이라는 보도를 추가해 “고영태 씨가 최 씨 지시로 K스포츠재단을 좌우하는 일이 드러날까봐 두려워” 해서, “보도가 나가도 꼬리를 자르면 된다고 모의”하는 등 TV조선 보도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이 헌정 유린의 혐의를 흐리고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들고 나온 ‘고영태 녹음파일’을 두고 MBC의 TV조선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양새인데요. 그동안 녹음파일을 대체로 ‘최순실 국정농단 정황’으로 보도하던 TV조선도 자사 기자 이야기가 나오자 고영태 씨를 ‘사익을 챙기려다 TV조선 취재에 막힌 공범’으로 규정했습니다. MBC는 TV조선이 고영태 씨와 짜고 기획폭로를 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두 방송사 모두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를 두고 소모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6. 세월호 참사까지 돈벌이로 이용한 최순실…JTBC만 끝까지 반박
한편 JTBC는 18일에도 2건의 단독보도를 추가해 고영태 녹음파일이 최순실의 추악한 국정농단 정황만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JTBC <세월호 참사 뒤 ‘생존 수영’ 이권도 노려>(2/18 https://bit.ly/2kMm2Vp)는 강지곤 K스포츠재단 당시 차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2015년부터 생존 수영을 초등학교 교육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충분히 돈도 벌 수 있는 일인 것 같고, 그렇게 힘들지도 않고”라며 돈벌이에 이용하려 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어진 <최씨, 차관 후보 고른다며 ‘세월호 검열’>(2/18 https://bit.ly/2m0lFbp)은 “ 최순실 씨가 마치 대통령처럼 문체부 차관 후보자를 한명한명 면접하듯이 검토하는 내용”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A교수 뭐 세월호 관련된 무슨 칼럼 누가 쓴 거를 페이스북에다 포스팅을 한 번 했나봐. 차관 자리 하나 하는데. 무슨 (세월호) 성금 낸 것도 아니고”라는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의 녹취를 인용해 “최 씨가 차관 후보자를 검토하면서 A교수의 소셜미디어를 보고 '사상 검증'을 했다”는 정황을 보여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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