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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심리전 문건, MBC 보도는 ‘30초’
등록 2017.09.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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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개혁위)는 적폐청산 테스크포스(이하 적폐청산 TF)로부터 ‘MB 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 등을 보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적폐청산 TF가 분석한 기간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012년까지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기인데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MB정부 비판세력에 대해 문화‧연예계는 물론이고 정치인‧교수 등 사회 각계인사에 대하여 전방위적으로 비판활동을 전개했다고 합니다. 


또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는 ‘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논리 개발·활용 계획’, ‘정치권의 노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의 별도의 문건을 만들어,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이 이명박 정권이 아닌 ‘좌파’에 있다는 취지의 심리전을 전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날 국정원 개혁위는 ‘정치인·교수 등 MB 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이명박 당시 국정원은 민간기업·공공기관까지 동원해가며 극우논객 변희재 씨가 창간한 극우언론, ‘미디어워치’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개혁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정치관여 위반과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채널A는 미보도․MBC는 30초짜리 단신으로 처리
우선 국정원 개혁위의 이 같은 발표를 아예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채널A입니다. 대신 이날 채널A는 항공권 취소 위약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 <‘절반’ 최소 위약금 피해 줄이려면>(9/25 https://goo.gl/7yFU6x) 보도나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남경필 아들 “선후배들과 2~3번 마약”>(9/25 https://goo.gl/HRq4Cm)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관련 보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SBS 역시 25일 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내용을 별도로 다룬 보도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SBS는 이날 단독 보도인 <국정원 ‘박원순 공격 단체’ 만들었다>(9/25 https://goo.gl/v4d7pV)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지원하며 이들을 통해 정치공작을 벌인 것을 넘어 아예 스스로 이런 단체를 세”웠으며, 이 중에는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 단체”도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는 했습니다.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 중 가장 부실한 보도를 선보인 것은 MBC입니다. MBC는 관련 사안을 30초짜리 단신 <국정원개혁위, 원세훈 ‘수사의뢰’ 권고>(9/25 https://goo.gl/sxGVAf)로만 전했는데요. 보도 순서도 11번째입니다. 참고로 해당 보도 바로 앞에 소개된 보도는 추석을 전후해 발생할 수 있는 항공이나 택배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일 방안을 소개한 <항공 택배 피해 급증…소비자 피해주의보>(9/25 https://goo.gl/J5zLAs)입니다. 이 보도는 길이도 무려 2분10초에 달합니다. 
  


TV조선은 ‘정치 공방’에 은근슬쩍 묻어가기
MBC의 뒤를 이어 황당한 보도를 내놓은 것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이 이날 7번째 꼭지로 내놓은 <“노 서거 때 댓글 심리전”>(9/25 https://goo.gl/ZC4f1C)은 국정원 개혁위가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MB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해 제압 활동을 했”으며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야당의 정략적 악용과 대국민 선동을 비판하고 노 전 대통령 미화 영상물에도 대응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보도를 “정치권 소식입니다. 정진석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발언으로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노 전 대통령 사후 친노 진영을 비판하는 댓글 심리전을 벌였다고 국정원 개혁위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당시 원세훈 원장이 MB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교수들도 공격했다며 수사 의뢰를 권고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입장 표명을 검토중입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가 아닌 ‘정치권의 공방’을 먼저 앞세운 설명인데요. 이런 설명을 내놓을 경우 개혁위가 발표한 조사 내용이 자칫 정치 공방처럼 여겨질 소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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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논란의 본질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에 있다 주장하고 있는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의 ‘정보 기관 정치 개입’ 발언을 부각해 마치 한국당을 피해자인양 보이도록 보도를 구성한 TV조선(9/25)

 

 

TV조선이 이 보도를 통해 소개한 관련인사 발언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국가안보에 전념해야 할 정보기관의 있을 수 없는 정치 개입입니다” 뿐이라는 점도 황당합니다. 이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국정원의 심리전 대상이었다는 사실에 발끈하여 내놓은 발언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당과 강 대변인은 이번 논란의 본질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보복에 있다며 노 전 대통령 뇌물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이런 발언을 유일무이하게 부각하여 전달함으로서 마치 한국당이 MB 국정원으로부터 일방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라도 되는양 소개한 것이지요.
 


KBS․MBN은 ‘미디어워치’ 언급 피해
KBS와 MBN은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내용을 요약 전달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미디어워치’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두 방송사 모두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는데요. 이를테면 KBS가 이날 6번째 순서로 내놓은 <“제압활동 지시”…원세훈 수사의뢰 권고>(9/25 https://goo.gl/ju7t9R)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인과 교수 등에 대해 비판여론을 조성하는 이른바 ‘제압활동’”을 했으며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해가며 “서거는 본인의 선택이며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다, 대통령 재임 중 개인적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유포했다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정원의 극우매체 미디어워치 지원 사실에 대해서는 “보수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보도 협조를 받거나, 보수단체 명의를 빌려 중앙일간지에 시국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MBN은 8번째 꼭지 보도인 <게시 즉시 댓글공작>(9/25 https://goo.gl/b9JZ7p)과 9번째 꼭지 보도인 <“비판세력 제압”>(9/25 https://goo.gl/PfefBP)을 통해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내용을 전했는데요. 보도량은 KBS보다 한 건 많지만 미디어워치 등에 대한 지원 및 광고 게재 행태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JTBC는 관련 보도 톱보도로 배치 
반면 JTBC는 해당 사안을 이날 톱보도를 비롯한 총 3건의 보도를 통해 다루며, 주요하게, 충실하게 보도했습니다. 먼저 첫 보도인 <한국당, 노무현 전 대통령 정치의 장에 ‘소환’>(9/25 https://goo.gl/c3N9Et)에서는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정치인 등에 대한 이른바 심리전에 뛰어든 계기는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였”다며 이와 관련한 국정원의 심리전 행태를 전했습니다. 이어지는 <“국정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창간부터 지원”>(9/25 https://goo.gl/EdV5JY)에서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변희재 씨가 대주주로 있는 미디어워치라는 매체”의 “창간 재원 마련을 조언하고 광고비를 민간기업에 요구”했다는 사실 등을 전했습니다. 또 <조국․박지원에 홍준표․정두언도 ‘심리전 표적’>(9/25 https://goo.gl/rHcUKn)에서는 국정원의 심리전 대상 인사들 명단을 언급하며 보수 정치인에 대한 심리전이 이뤄진 이유를 짚어보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22일~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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