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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활비 ‘관행’ 주장, JTBC와 TV조선은 어떻게 다뤘나
등록 2017.11.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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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간부들로부터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수십억 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청와대에 상납된 특활비가 지난 2013년부터 4년 동안 무려 4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사용 내역을 제출할 필요가 없으며, 감사원의 기본적인 실태점검 조차 받지 않습니다. 때문에 특활비는 그간 고위 공직자들의 쌈짓돈으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는데요. 이번 검찰 조사로 청와대가 국정원의 특활비를 전용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비공식적으로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을 이 특활비로 정산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문고리 3인방’이 이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나 최순실 씨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별도로 특활비를 개인 용돈으로 따로 받은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앞으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전해진 특활비의 쓰임새에 대해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입니다. 

 

 

MBC 관련보도 이틀간 고작 2건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방송사들은 10월 31일과 11월 1일에 걸쳐 모두 관련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다만 적극성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였는데요. 우선 MBC는 이틀간 관련 보도를 하루에 1건씩 내놓는데 그쳤습니다. 보도 순서도 10월 31일에는 8번째로, 11월 1일에는 10번째로 배치했습니다. 참고로 MBC는 11월 1일 평창올림픽 성화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2건의 보도로, 8번째와 9번째 순서로 전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KBS도 3건의 보도를 3번째 혹은 4번째 꼭지로 전했을 뿐입니다. 


반면 JTBC는 이틀간 총 11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고요. 11월 1일에는 관련 단독 보도를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채널A와 SBS는 이틀 연속 관련 보도를 톱보도로 배치했으며, 총 보도량은 각각 7건과 5건에 달합니다. MBN과 TV조선은 이틀 내내 관련 보도를 단 한 번도 톱보도로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량은 각각 6건과 5건으로 MBC와 KBS의 2~3배였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10/31

보도량

1

1

3

5

2

2

2

순서

4

8

1․2․3

5․6․7․8․

29

6․7

1․2

67

11/1

보도량

2

1

2

6

3

5

4

순서

3․4

10

1․2

1․2․3․4․33․34

6․7․8

1․2․3․4․5

10․11․12․13

총 보도량

3

2

5

11

5

7

6

△ 안봉근 이재만 긴급 체포, 청와대 특활비 전용 관련 보도 양상(10/31~11/1) ⓒ민주언론시민연합

 


JTBC ‘관행’ 주장, ‘구체적 근거 없다’ 반복하여 전달
관련 보도에서 매체별 논조 차이는 청와대의 특활비 전용 문제를 “역대 정권이 계속 해왔던 관행”으로 치부하며 이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몰아가는 한국당 등의 주장을 다루는 방식에서 두드러졌습니다. 가장 뚜렷한 대비를 보인 방송사는 JTBC와 TV조선이었습니다. 


우선 JTBC는 법사위원인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인터뷰 보도인 <이재만․안봉근에 매달 1억 ‘국정원 뒷돈’ 파문>(10/31 https://goo.gl/xXVwJV)에서 이러한 일각의 주장을 잠시 언급했는데요. 


손석희 앵커의 “그런데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들은 뭐라고 얘기를 했냐 하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이 관행이다, 이렇게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근거로 주장을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노 원내대표는 “구체적 근거 제시는 없었고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국회 정보위원장을 지낸 권영서 의원 같은 경우에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국정원을 다루는 국회 위원회에 있었던 분이 한 얘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국정원에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이 있을 뿐이고 구체적인 근거가 아직 제시된 바는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고요. 


이어 손 앵커가 다시 “그런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른바 전임 정부에서도 했었다는 관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뿐만 아니라 그 전까지도 포함해서 주장을 하는 것이겠죠?”라는 질문을 하자 노 원내대표는 “그렇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다 있어왔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구체적 증거로 제시된 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관행’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하여 전달한 셈입니다. 물론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관행’ 강조하며 여지 남겨보려 노력 
TV조선은 5건의 보도 중 2건의 보도에서 관련 의혹을 언급했습니다. 먼저 10월 31일 <“10년에 4조” 특수활동비란?>(10/31 https://goo.gl/12FdB8)에서는 “특수활동비 사용처를 놓고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며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의 “역대 정부에서는 국정원에서 어떻게 특수활동비를 청와대나 권력자에게 상납한 사실관계까지 균형있게 수사를 하시는 것이…”라는 발언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그 다음날 <뇌물죄 되나?…용처는?>(11/1 https://goo.gl/AjSLVm)에서는 전원책 앵커와 강상구 사회부장이 뇌물죄 성립 여부를 따지다가 이 ‘관행’ 주장을 언급했는데요. ‘관련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정리한 JTBC와는 매우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K-023.jpg

△ 과거 정부 사례를 들어가며 국정원 특활비 관련 문제를 ‘관행’으로 몰아가려 한 TV조선(11/1) 

 

이를테면 전 앵커의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건너가는 건 명백히 잘못이긴 하지만 관행이기도 했다는 말이 많습니다. 법적 판단에 영향은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강 부장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관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예컨대, 검찰과 법무부 간부 사이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이 있었죠? 당시 돈봉투가 오갔지만 뇌물죄를 적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면, 법무부와 검찰은 이름만 다르지 사실상 같은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행이 생긴 것도, 과거 청와대와 국정원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었을 겁니다. 두 기관의 관계가 하나의 법적 쟁점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라고 답했고요. 


전 앵커의 “과거에도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갔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는 “김대중 정부 때는 당시 임동원·신건 원장이 차남 김홍업 씨에게 3,500만원을 준 사실이 수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시 ‘떡값’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과거 정권에는 매달 1일 국정원 간부가 청와대를 돌면서 비서실장과 수석들에게 봉투를 돌렸다는 전직 국정원 간부 전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개인적인 착복이 아니라 기관운영비로 쓰이는 것으로 서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관행은 문제가 되지 않고 계속 내려왔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즉 TV조선은 ‘과거에도 관행으로 다 이어져왔던 행위이니 꼭 문제를 삼지 않을수도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남겨보려 애를 쓴 셈입니다.

 

 

기관운영비 해석도 TV조선은 ‘애매함 강조’ JTBC는 ‘불법성 의심’
위 보도에서 강 부장이 ‘특수활동비를 총선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면 기관운영비로 볼 수 있냐’는 취지의 전 앵커의 질문에 “좀 애매하죠. 총선 여론조사 비용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공적인 성격을 띄고, 넓게 보면 기관운영비 성격을 가질 수 있죠. 결국 이 사건의 분수령은 세간의 관심처럼,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흘러간 돈의 용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공적 업무라면 굳이 청와대 공식 예산이 아닌 특활비로 처리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또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같은 사안에 대해 JTBC는 <‘국정원 상납금’으로 여론조사…결정한 ‘윗선’은?>(11/1 https://goo.gl/yP22Vj)에서 “이번 조사는 비용 집행 자체가 은밀하게 이뤄졌”고 “영수증 증빙이 필요 없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충당”했다며 “이 부분에서 이미 불법성이 상당히 짙게 나타”난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채널A도 공방보도로 ‘정치보복’ ‘관행’ 주장 소개
채널A는 ‘정치보복’ 혹은 ‘관행’ 관련 사안을 정치 공방 보도 <최악의 도적질 vs 반격 기대하시라>(11/1 https://goo.gl/uMbC81)에서 언급했습니다. 


먼저 앵커는 “한쪽은 ‘최악의 도적질’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쪽은 과거엔 검찰이 수사하다가 나온 것도 덮어버리지 않았느냐고 맞섰”다고 현 상황을 소개했고요. 기자는 “역대 정권들도 관례처럼 해온 것을 두고 유독 박근혜 정부만 ‘표적’으로 삼았다는 주장” “지난 2001년 대검 중수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임동원·신건 국정원장이 홍업 씨에게 3500만 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고, 2004년 대선 자금 수사 때는 10만 원 권 국정원 수표 뭉치 일부가 권노갑 고문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공개수사까지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자유한국당 측 주장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이게 지난 정부만의 일이겠습니까? 역대 정권마다 다 해왔던 것인데 마치 (박근혜) 청와대가 뇌물받은 것처럼 표현한 데 저는 분개합니다” “(당 차원에서나 대응은) 영화에서 보듯이 개봉박두니까 기대하시라는 표현으로…” 라는 발언도 소개되었습니다.


반면 지상파 3사와 MBN은 아예 이러한 주장 자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30일~11월 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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