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인도·태평양 구상 거절, TV조선의 황당한 분노
등록 2017.11.13 09:45
조회 790

지난 7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에 참여해줄 것을 제안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 축임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어디까지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는 것이지 우리가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겁니다. 청와대 측은 이 개념이 우리 외교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참여 제안 자체가 갑작스럽고,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추진한 정책인데다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이례적인 상황’ ‘한미간 신뢰 손상’ 운운하며 ‘호들갑’
그런데 이 소식에 몹시 화가 난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이날 관련 보도 <“인도-태평양 안보 축 동의 안 해”…논란>(11/9 https://goo.gl/jhzWPq)을 무려 톱보도로 배치하고 청와대가 미국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 ‘한미간 신뢰손상’을 들먹이며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전원책 앵커부터가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 공동발표문 일부 내용을 정면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불과 하루 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핵심축’이라는 문구에 문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겁니다. 공동발표 하루만에 다른 문구 해석을 내놓는 이례적인 상황인데 한미간 신뢰 손상이 우려됩니다”라는 멘트를 내놓았고요.

 

최지원 기자도 “발표문을 이렇게 해석하면 대북 방위 목적의 미 군사력 사용, 성공적 사드 배치 평가, 한미 FTA 균형 조정 등의 문제도 부정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하며 “인도-태평양은 미군이 이전부터 내세워온 새 안보전략”이라는 점과 “중국을 고려하다 미국과 신뢰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014.jpg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 제안에 한국정부가 곧바로 동의하지 않았다며 ‘신뢰 손상’ 운운한 TV조선(11/9)

 

즉 TV조선은 한미 공동언론발표문 속 미 대통령의 ‘제안’을 한국 대통령이 ‘개념 합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인데요. 제안과 명령, 속국과 동맹국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채널A도 ‘논란 불가피’라는 평가 내놔
이날 TV조선과 비슷한 수준의 보도를 내놓은 곳은 채널A였습니다. 채널A <코리아 세일즈 바쁜 현직 대통령>(11/9 https://goo.gl/xJnWY8)는 “잘 끝난 것으로 알았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하룻만에 삐걱거리는 조짐이 나타났”다며 “‘인도 태평양’ 구상을 두고 청와대가 (미국과) 시각차를 드러”낸 것을 문제삼았는데요. 왜 정부가 미국 측 제안에 선을 그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이 “미국이 새로 제시한 전략은 우리 정책방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봅니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혼선을 드러낸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보입니다”라고 말하며 ‘미국만 따라가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의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JTBC는 ‘일본 주도 전략’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가능성’ 지적
반면 JTBC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구상이 일본이 주도하는 전략이라는 점과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일 주도 ‘인도․태평양구상’ 거절>(11/9 https://goo.gl/TY7xEZ)은 우선 “일본이 주도하고 미국과 인도, 호주가 참여하는 이 구상은 사실상 중국의 해상 진출과 첨예하게 부딪힐 수 있고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논쟁적 이슈이기 때문”이라는 청와대 측 입장을 소개했고요. “한미일 군사동맹은 일본 자위대와 직접적으로 엮이는 문제여서 우리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 “인도태평양 안보구상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확대될수 있다는 분석” “이번주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 등의 설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측 제안의 의미와 한국 정부의 의도를 분석한 것인데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청와대를 비판하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SBS도 ‘일본 주도 전략’ ‘중국 견제’ 문제 언급
SBS도 <‘중 견제라인’ 참가 제안…“수용 안 해”>(11/9 https://goo.gl/CZazyc)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은 일본이 설파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안보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이 전략은 미국, 일본, 호주, 인도로 이어지는 안보 협력라인 구축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정도의 설명은 내놓았고요. 평가 역시 “미국이 한·미 동맹을 인도 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으로 거론한 만큼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 불가입을 담고 있는 우리 정부의 3불 원칙과 미국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수준입니다. 이는 의견차이로 인한 불협화음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미국을 열심히 따르지 않았다고 화를 낸 TV조선이나 채널A 주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71113_58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