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SBS 경희대 입학특혜 보도, ‘아이돌’만 남았다
등록 2018.01.18 10:41
조회 20042

지난 16일 SBS는 뉴스8 <아이돌 연예인, ‘면접 0점’ 받고도 박사과정 합격>(1/16 https://goo.gl/4hoRMH)을 통해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가 공식 면접시험을 치르지 않고서도 대학원 박사과정에 합격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인 A씨”는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지원해 놓고 면접 시험장에도 나오지 않았으나 합격했으며, 논란이 일자 “이 교수가 소속사 사무실을 찾아온 자리에서 이게 면접이라고 말해 면접 시험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후 SBS의 해당 보도는 ‘입학특혜’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와 ‘아이돌’이라는 키워드의 조합으로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대학도 기업인도 아닌 ‘아이돌’에 방점 찍은 SBS, 왜?
대학이 홍보를 위해 연예인에게 입학 특혜를 주고 있다거나, 대학원들이 자격 여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학생을 유치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이는 언론이 마땅히 주목해야 할 주요한 사회적 이슈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SBS 보도가 초점을 지나치게 ‘아이돌’에만 맞추고 있다는 점에 있는데요. 보도의 초점이 아이돌에 치중된 이런 현상은 제목, 앵커멘트, 보도 분량에서 뚜렷하게 보입니다. 


방송 보도의 어깨걸이 제목은 <아이돌 연예인, ‘면접 0점’ 받고도 박사과정 합격>이며, 온라인 송고용 제목 역시 <유명 아이돌 멤버, 면접 없이 박사과정 합격…경찰 수사>입니다.

 

앵커멘트는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가 공식 면접시험을 치르지 않고서도 대학원 박사과정에 합격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해당 멤버와 당시 입학을 주도한 교수를 경찰이 소환 조사했다”는 것입니다. 총 보도시간 1분 51초 중 앵커멘트 포함 1분 30초에 달하는 시간이 이 유명 ‘아이돌’이 ‘특혜’를 받은 것에 할애되어있죠. 


그러나 보도에서 “(유명 아이돌) A씨 말고도 다른 연예인과 기업 대표 등 여럿이 면접 평가 없이 대학원에 합격한 것으로 전해져 경찰 수사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마무리된 바와 같이 이번 입학 특혜는 유명 아이돌 A씨만이 아니라 다른 연예인과 기업 대표 등 ‘여러 명’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본질은 아이돌 한명의 특혜가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서 일관성 없이 입학특혜를 제공한 대학원의 행태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SBS는 유독 ‘아이돌’에만 집중한 것입니다.

 

K-048.jpg

△ 대학원 입학특혜에서 유독 ‘아이돌’을 부각한 SBS(1/16)

 

다음날 SBS가 내놓은 후속보도 <정용화 공개 사과…‘면접 없이 합격’ 또 확인>(1/17 https://goo.gl/5Gji5H)는 특혜를 받은 인물로 밝혀진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 씨의 사과를 전하고, 작곡가 겸 가수인 조규만 씨의 특혜입학 사례를 추가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보도는 전날에 비해 경희대 관련 언급은 늘어났지만, 방송에 나간 어깨걸이 제목에는 여전히 ‘경희대’라는 언급이 없으며 새로운 특혜 사례자도 연예계 인사라는 점에서 같은 문제점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용화 씨 혹은 조규만 씨가 받은 특혜의 수준이 가장 높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아이돌 혹은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이 주목도는 높은 반면, 기업인을 비판하는 것 보다 언론사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덜한 ‘손쉬운 타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SBS의 ‘아이돌 및 연예인 부각 행보’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희대 연예인 리스트’ 유포로 마녀사냥 독려한 어뷰징 기사
SBS의 보도 직후 ‘경희대 아이돌’ 등의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쏟아져 나온 온라인 ‘어뷰징 기사’의 상태는 더 심각합니다. 이 기사들은 SBS 보도 내용을 정리하여 보여주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온라인상에 유포된 ‘경희대 출신 연예인’ 명단을 이용해서 기사 제목과 본문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부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와 기자는 실제 해당 학교에 박사과정이 있는지, 지목당한 연예인이 현재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아, 사실상 ‘리스트에 오를 이유가 없는 연예인’들이 밤사이 ‘특혜입학 수혜자’라는 루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한 ‘나름의 검증’을 했다고 해도 대중적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추측을 근거로 ‘공격 타깃’을 정리하여 대중 앞에 내놓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이기도 합니다.


이는 연예인 관련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적지 않은 언론사가 ‘취재를 통한 올바른 정보 전달’보다, 수익창출을 위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연예인을 ‘인권을 지켜줘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독자의 이목을 끌 소재’ 정도로 취급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언론이 스스로 ‘보도’와 ‘찌라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한 번 증명 된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6~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monitor_20180118_2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