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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은 왜 ‘이재용 보도’ 김주하 앵커 멘트 스크립트를 수정했나
등록 2018.02.0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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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36억여원의 뇌물·횡령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 의한 강요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대거 파기했습니다. 


2심 재판부의 논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이 행위가 이 부회장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없으니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이를 청탁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부 회장이 뇌물을 준 것은 맞지만 국외로 재산을 빼돌릴 ‘의사’까지는 없었으니 재산 국외도피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 △승마 지원에 사용한 돈은 사회공헌 활동비용의 일환이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사용한 말 소유권을 삼성전자가 최 씨에게 넘겨줬다는 증거가 없으니 그 부분은 뇌물이라고 할 수 없다”


1심과 다른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재판부는 국정농단의 증거였던 ‘안종범 업무수첩’과 ‘김영한 업무일지’의 증거능력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과거 유사한 혐의만으로도 실형이 선고된 일반 사건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성 선고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다못해 안종범 전 수석에게 뇌물 5000만 원을 준 박채윤 씨만 해도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되었는데요. 36억 뇌물 공여 혐의가 인정된 이 부회장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는 매우 동떨어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종편 저녁종합뉴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채널A와 MBN은 ‘최대한 보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했습니다. TV조선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특검의 기소 자체를 ‘애초 무리한 기소였다’고 비아냥댔습니다. KBS, SBS는 판결과 판결을 둘러싼 잡음을 ‘전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나마 MBC, JTBC는 2심 재판부 논리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SBS 4분의 1수준에 그친 MBN 보도량
보도 논조를 짚기 이전에 보도량과 배치 양상을 살펴보겠습니다. 판결 당일인 5일부터 그 다음날인 6일까지 이틀간 보도량은 SBS가 13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JTBC(11건)와 MBC․TV조선(10)도 적지 않은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채널A와 MBN인데요. 두 방송사는 모두 판결 당일에만 4~3건의 보도를 내놓는데 그쳤습니다. 


특히 MBN을 제외한 다른 6개 방송사는 5일 이 소식을 모두 톱보도로 전한 반면, MBN은 9번째로 이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2/5

4(톱)

6(톱)

10(톱)

6(톱)

8(톱)

4(톱)

3

2/6

2

4

3

5

2

0

0

6

10

13

11

10

4

3

△이재용 2심 선고 관련 보도량(2/5~6)ⓒ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의 두 가지 ‘삼성 사랑 기법’
7개 방송사 중 이번 소식에 가장 반가운 기색을 드러낸 것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이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기법은 크게 △‘삼성이 피해자라는 판결 내용만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반박 논리를 전하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고생을 부각하고 앞날의 일정을 함께 염려한다’로 나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하나. ‘문제점 외면하고 판결 내용만 제목으로 부각’
‘삼성이 피해자라는 판결 내용만을 부각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반박 논리를 전하지 않는다’는 특징은 TV조선과 채널A, MBN이 모두 공유했습니다.


이 중 TV조선의 경우 특검의 입장을 다룬 <난처해진 특검 “안타깝다…상고로 다툴 것”>(2/5 https://goo.gl/hpW7hk)과 정치권 공방을 다룬 <여 “판결 존중 못해”…‘파면’ 국민청원 쇄도>(2/6 https://goo.gl/7aAsPR), <“유전무죄 판결은 적폐” vs “사법부 살아있다”>(2/5 https://goo.gl/oLKWTK) 등의 보도에서 판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보도는 ‘특검과 정치권에서 반발이 있다’는 정도의 피상적 설명만 담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비아냥도 빠트리지 않았는데요. 신동욱 앵커는 5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적어도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판결에 대한 분석보도인 <판결 쟁점과 뒷이야기>(2/5 https://goo.gl/KPiZGz)에서조차 TV조선은 여상원 변호사의 입을 빌려 “법률가들은 조금 이해가 가는 면이 있습니다” “같은 증거를 놓고, 1심은 오른쪽으로 판단했다면 2심은 왼쪽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는 증거들이었거든요”라는 정도의 해석을 보여줄 뿐입니다. 문제점을 짚지 않고 오히려 이를 지적하는 이들을 비판함으로서 사실상 이번 판결이 ‘충분히 법리적으로 나올만한 판결이었으니 따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입니다.

 

반면 판결 내용에 대해서는 <“청탁 없었다…뇌물 강요 받은 피해자”>, <“승마 지원 중 말 사용료만 뇌물 인정”> 등의 보도 제목과 내용을 통해 열심히 부각했습니다.


그 외 채널A는 <뉴스분석/무너진 ‘특검 프레임’>(2/5 https://goo.gl/c1VYWa)에서 이번 판결로 기존의 ‘특검 프레임’이 무너졌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검의 입장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를 적용한 298억 원 중 36억 원만 인정한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은 수동적 뇌물이라는 법원의 판단에 크게 반발했는데요. 박영수 특검팀은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라고 전해습니다.

 

판결에 대한 자체 분석을 통한 실질적 문제점은 전하지 않고, 그저 특검의 아쉬움 표명과 반발만을 대충 전한 것입니다. MBN은 여론은커녕 아예 특검 측 반박조차 전하지 않았습니다. 

 

 

둘. ‘이재용 고생 부각하고 앞날을 걱정한다’
언론이 이재용 부회장의 인간미를 부각하고, 재벌 총수 일가와 해당 기업, 한국 경제의 미래를 동일시하며 논점을 흐려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장 심한 것은 물론 TV조선이었지만, 채널A, MBN, KBS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TV조선 관련 첫 보도 <이재용 2심 집행유예…353일 만에 석방>(2/5 https://goo.gl/8zyA8t)의 경우 아예 인터넷 송고용 제목이 <이재용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아버지 병문안부터>입니다. 이미 판결의 구체적 내용이나 사회적 파장 및 의미보다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K-034.jpg

 

기자 역시 이 부회장을 “1심 때보다 야윈 듯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법정 밖을 나서자마자, 얼굴엔 미소, 걸음걸이는 당당, 구치소 직원들에겐 목례를 세차례나 합니다. 석방 소감을 묻자 울먹이기도 했습니다”라고 묘사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보도는 “353일의 구치소 생활을 끝낸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이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이 부회장의 복귀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보도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공식 반응 자제…휴식 없이 복귀할 듯>(2/5 https://goo.gl/xZdjKj)에서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반도체 외의 사업부문은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빨리 복귀해 경영을 챙길 거란 시각이 우세합니다”라며 ‘이 부회장 복귀=성장세 회복’이라는 공식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이틀째 아버지 병문안…복귀 시점 ‘저울질’>(2/6 https://goo.gl/y5Y7xi)에서는 “IOC 위원이던 아버지 이 회장이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외부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라며 그럴싸한 복귀 계기를 슬쩍 흘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채널A <삼성, 탄력받는 공격 경영>(2/5 https://goo.gl/FJzQPD)도 “한동안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던 삼성이 이제 4차 산업 시장을 놓고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나설 전망입니다”라며 ‘이재용 복귀=정상화’라는 공식을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MBN도 홈페이지 다시보기에는 올리지 않았으나 방송은 했던 <바로 경영 복귀…성장동력 재점검>(2/5 서남빛 기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선 복귀 일정에 대한 전망과 재계의 환영 목소리 등을 전했는데요.

 

김주하 앵커의 시작 멘트부터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석방 소식에 재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은 석방 직후 기자들 앞에서 죄송하다는 소감을 밝혔는데, 경영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이고요. 리포트가 진행되는 내내 좌측 상단에 <재계 일제히 환영>이라는 제목을 걸고 있습니다. 

 

 

KBS도 은근슬쩍 ‘걱정’…그 외에는 ‘삼성 입장 전달’ 수준
KBS <“더 세심히 살피겠다”…총수 공백 끝>(2/5 https://goo.gl/vBwaJj)도 보도 말미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의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사회환원 정책을 이행할 것으로 예상하며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나 혁신경제정책에 부합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라는 멘트를 소개하며 은근히 이 부회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내비쳤습니다.

 

실제 KBS는 이 멘트 뒤에 외신의 “‘최대 기업 제국의 리더십 공백이 끝났다’ ‘재벌에 더는 약한 처벌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던 검찰에 타격이다’ 등의 평가를 내놨습니다”라는 평가와 “주식시장에선 하루 종일 하락세던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반전하며 장을 마쳤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 외 MBC <석방 후 ‘아버지 문병’ 말 아낀 삼성>(2/5 https://goo.gl/vhpL8F), SBS <얼굴에 ‘미소’…부친 병문안 뒤 귀가>(2/5 https://goo.gl/3ApVuf), JTBC <긴장된 표정…선고 뒤 ‘미소’>(2/5 https://goo.gl/vefmZr)는 삼성 측이 말을 아끼고 있다는 정도의 설명을 내놓는 선에 그쳤습니다.

 

 

KBS조차 안종범 수첩 문제는 언급
MBC와 JTBC는 이번 판결에 대한 특검의 반박 논리와 비판 여론을 전달하고, 직접 그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특히 MBC 보도는 제목만 봐도 그 논조를 짐작케 하는데요. <“감옥은 안 간다” ‘재벌불패 공식’ 부활?>(2/5 https://goo.gl/D5jSXq), <특검 강력 반발 “소가 웃을 판결”>(2/5 https://goo.gl/mfeLyv), <“경영권 승계 아니다?” 기존 판결과 모순>(2/6 https://goo.gl/9p3tBQ), <위증 정황에도 ‘무죄’ 결론>(2/6 https://goo.gl/JbiqmX), <“직접 안 썼으면 재산도피 아니다?”>(2/6 https://goo.gl/nRC4Yy), <새로고침/‘묻지 마’ 집행유예?>(2/6 https://goo.gl/MjEaG7) 등입니다. 


JTBC도 <‘묵시적 청탁-재산 국외도피’ 판단 논란도>(2/5 https://goo.gl/GiLuVx), <특검 “술 마셨지만 음주운전 안 했다는 논리”>(2/6 https://goo.gl/y4HBne), <국정농단 재판서 유죄 증거 된 ‘안종범 수첩’>(2/6 https://goo.gl/rwF43Z) 등의 보도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짚었고요.

 

<“사법부, 역사 시계 거꾸로”…김남근 민변 부회장>(2/6 https://goo.gl/UBmFWY)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판결의 문제점을 적극 비판하고 있는 김남근 민변 부회장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두 방송사에 비해 수위는 약하지만 SBS 역시 <청탁 없었는데 청 알아서 개입했나…특검 반발>(2/5 https://goo.gl/HC7icd), <“재벌특혜 3․5 공식 부활”…시민단체 반발>(2/5 https://goo.gl/uNNKZ8), <“겁박 프레임으로 재벌 봐주기” 논란>(2/6 https://goo.gl/F9dJ1L) 등의 보도를 통해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소개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보도에서 사실관계를 나열하기만 했던 KBS조차 <2심 “안종범 수첩 증거력 없다”…왜?>(2/6 https://goo.gl/LFeh9F)를 통해서는 ‘스모킹 건’으로까지 불렸던 안종범 수첩이 이번에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핵심 정황증거를 너무 쉽게 무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김주하 앵커 멘트, 홈페이지 스크립트에선 ‘수정’
덧붙여 MBN의 경우 관련 첫 보도 다시보기 스크립트를 실제 앵커 멘트와 다르게 수정하기도 했는데요.

 

<이재용 집행유예…353일 만에 석방>(2/5 https://goo.gl/woYZVU)에서 김주하 앵커의 실제 멘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수백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죠. 1심에서 5년형을 받았었는데 형이 획기적으로 감형된겁니다. 다른 공범들도 마찬가지고요”입니다.

 

그러나 MBN은 이 멘트를 다시보기 스크립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수백억 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이로써 1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해온 이 부회장은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라고 수정하여 올렸습니다. ‘획기적 감형’ ‘다른 공범들’이라는 다소 비판적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이 빠져버린 것입니다. 


홈페이지의 보도 스크립트를 실제 방송내용과 다르게 올리는 것은 보도 조작이며, 기사수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문제적 행위입니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MBN과 TV조선 등 종편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될 법한 멘트’를 지우거나 문제 발언을 무난한 표현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논평 기능과 사안을 정리․요약하고 방점을 찍는 기능을 수행하는 앵커 멘트를 이런 식으로 슬쩍 수정하여 올리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2월 5~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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