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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제주4․3, 좌익 폭동’ 발언을 다루는 4가지 방식
등록 2018.04.04 20:19
조회 531

지난 3일 제주 4·3 사건 70주년 희생자 추념식이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추념식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3이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비극적 사건임을 강조하며,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유가족·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을 비롯한 국가 차원의 방안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날 문 대통령은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에 앞서 SNS에 4·3을 좌익폭동으로 규정하는 부적절한 글을 올렸으며, 같은 당 장제원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홍 대표를 거들었습니다.

 

 

추념식 이전부터 연일 관련 기획 보도 내놓은 MBC
4월 3일 저녁종합뉴스에서 4·3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은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다만 MBC, SBS, JTBC는 4월 3일 이전 모두 관련 기획 보도를 내놓았으나, KBS, TV조선, 채널A, MBN은 당일에만 관련 보도를 냈다는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3/31

-

2건(10)

-

-

-

-

-

4/1

-

2건(8)

-

1건(16)

-

-

-

4/2

-

2건(16)

1건(20)

1건(20)

-

-

-

4/3

3건(3)

4건(톱)

2건(6)

3건(14)

1건(톱)

2건(22)

1건(9)

△제주 4·3 관련 보도량(3/31~4/3)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과 MBN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당일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1건의 보도로 전하는데 그쳤습니다.

 

채널A는 여기에 4·3과 천안함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북한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지적을 담은 후속 보도 <“4․3은 봉기…천안함은 모략극”>을 추가했습니다.

 

이 보도는 “북한의 역사 인식은 우리와 다릅니다. 4·3사건은 미제에 맞선 인민봉기로, 천안함 폭침은 자작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해서 “한미 갈등, 남남 갈등 유도를 위한 북한의 노골적인 선동으로 보입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이른바 ‘남남갈등’ 프레임을 부각하기 위한 보도입니다.


반면 지상파 3사와 JTBC는 추념식 소식을 전한 뒤 후속 보도로 4·3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고 남은 과제를 짚거나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TV조선·채널A·KBS 이외 방송사는 홍준표 발언, ‘외면’ 혹은 ‘반박’ 택해
위에서 언급한 채널A 보도를 제외하면 당일 관련 보도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수준미달 발언을 어떻게 처리했는가’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7개 방송사의 홍준표 발언 처리 방법은 ‘외면’, ‘반박’, ‘전달’, ‘부각’ 중 하나였습니다.  


우선 MBC와 SBS, MBN의 선택은 ‘외면’이었습니다. 특히 MBC는 당일 4건의 보도를 내놓았지만 홍준표 대표의 발언 자체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MBN도 문 대통령 추념사 위주로 보도를 구성했습니다.


JTBC는 ‘반박’을 택했습니다. 이날 <비하인드 뉴스/대변인 논평…이번에는 '꼴뚜기'다>(4/3 박성태 기자 https://goo.gl/NCCSYh)의 첫 번째 키워드는 <제주 4·3 ‘오해들’>이었는데요. 기자가 홍 대표의 SNS 글을 소개하자 앵커는 “좌익 폭동으로 양민들이 희생됐다는 그런 얘기, 문자 그대로 보자면 그렇게 되는 건데 이건 사실과 다르잖아요”라고 곧바로 지적했습니다.

 

또한 이 대화 직후 기자는 2003년 진상조사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당시 가해자가 “토벌대, 즉 경찰과 서북청년단 등 우익단체가 약 80%가까이”되었고, “무장대, 이른바 좌익, 당시 남로당도 들어가 있고요. 가해 비율이 12.6%”였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홍 대표 주장과는 달리 왜 4·3이 국가폭력일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홍준표 발언만 자막처리하며 ‘부각’
TV조선은 해당 발언을 ‘부각’했습니다. 단 한 건 내놓은 관련 보도 제목부터가 <“국가 폭력 사과”…“좌익 폭동에 희생”>(4/3 신정훈 기자 https://goo.gl/ufPx7h)입니다.

 

보도 내에서도 기자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4·3은 좌익 무장 폭동 개시일’이라고 했습니다”라는 멘트 뒤, 홍준표 대표의 “우리는 무고하게 학살당한 제주도민 추모하는 거지. 김달삼이 무장봉기한 날을 추모하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기자 멘트가 나오는 동안에는 <홍준표 “4·3 좌익 무장 폭동 개시일”>이라는 자막을 띄웠으며, 이후 홍 대표의 발언 역시 모두 자막처리를 해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 뒤에 여당과 한국당 이외 야당의 ‘진상규명’ 주장은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진상규명을 강조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의 “무엇보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채 있는 진상에 대한 정확한 사실도 밝혀져야 하고”라는 발언을 전하는 수준으로 처리했습니다. 물론 관련 자막 역시 일체 달지 않았습니다. 

 

0403.jpg

△ TV조선 홍준표 대표 발언(위)과 ‘진상규명’ 요구 목소리 자막(아래)의 자막 처리 행태 비교

 

 

KBS․채널A는 비판 없이 ‘받아쓰기’
KBS와 채널A는 해당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먼저 KBS는 이날 3번째 관련 보도 <진상 규명 한목소리…개념 정립 딴 목소리>(4/3 신지혜 기자 https://goo.gl/YrsvZW)에서 홍 대표의 발언을 소개했는데요.

 

앵커 멘트에서는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제주 4·3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고 진상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월 3일은 ‘좌익 폭동’이 시작된 날‘이라며 학살당한 피해자를 추모하려면 기념일 날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해 마치 문제점을 짚을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월 3일은 남로당 제주도당 위원장이었던 김달삼이 좌익 폭동을 일으킨 날’이라며, 희생자를 추모하려면 기념일 날짜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절차가 필요하다는 대통령 생각에는 동의한다고 덧붙였습니다”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여기에 홍 대표의 “민간인을 학살한 날이 정해져 있어요. 4월 3일날, 무슨 남로당 무장봉기일을 추모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아주 안 맞지”라는 발언까지 소개했습니다. KBS는 이 과정에서 <“4월 3일은 남로당이 ‘좌익 폭동’ 일으킨 날”>이라는 자막을 달고 홍 대표 발언을 모두 자막 처리하여 보여줘서 TV조선과 같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다만 KBS는 홍 대표만 ‘편애’하지는 않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나 바른미래당 박주선 대표의 발언에도 모두 별도의 자막을 달아주었습니다.


채널A <“4․3 완전한 해결 향해…>(4/3 곽정아 기자 https://goo.gl/2v2yqW) 역시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발언을 전한 뒤 “자유한국당은 정권이 역사를 규정하는 오만한 인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SNS를 통해 4월 3일은 남로당 위원장인 김달삼이 좌익 무장 폭동을 개시한 날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날로 잡아 추념하는 것이 오히려 제주 양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를 붙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료화면으로는 문제의 SNS 게시글 이미지를 보여주고 <홍준표 “좌익 무장 폭동 개시한 날”>이라는 자막을 띄웠습니다.  


제주 4·3을 ‘남로당에 의해 주도된 폭동’ 따위로 규정하는 한국당과 홍 대표의 주장은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ㆍ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계승한 것입니다. 이들 정권은 모두 집권 정당성을 얻기 위해 반공을 기치로 내걸고, 제주 4·3의 진상규명을 호소했던 이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바 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희생자를 모욕하는 이런 세력의 주장을 아무 비판 없이 소개하고 심지어 부각하는 언론의 행태가 참담할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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