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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유권자행동도 못 하는 나라와 유권자행동 탄압을 옹호하는 방송사(2016.6.18)
등록 2016.06.18 14:50
조회 203

■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6)
‧ KBS <‘총선 낙선운동’ 참여연대 등 압수수색>(22번째, 송금한 기자,
https://me2.do/GkiY9F8j), MBC <‘총선 낙선운동’ 시민단체 압수수색>(23번째, 곽동건 기자, https://me2.do/FCKcMSRh), TV조선 <낙선운동 압수수색…“총선 보복” 반발>(24번째, 최원희 기자, https://me2.do/5LtWi2as)
16일, 경찰이 ‘2016총선네트워크(이하 총선넷)’의 활동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총선넷 사무실로 이용되었던 참여연대 사무실, 활동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지난 4월 12일,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서울시선관위)의 고발에 따른 조치이다. 서울시선관위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넷이 온라인상 전국유권자를 상대로 최악의 후보, 최고의 정책 등을 투표로 선정·발표한 것과 오세훈 후보자의 지역구 등 9곳의 선거사무소 앞에서 ‘낙선투어’ 기자회견 등을 개최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안진걸 2016총선넷 공동운영위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총선넷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수사에 나선 것이다. 총선넷은 “설문조사가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법률전문가와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확인한 바 있으며, 각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명시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기 어렵게 하는 현행법임에도 총선넷은 법 규정 내에서 활동”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압수수색에 반발했다.


이례적인 시민단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졌으나, 16일 이를 보도한 것은 KBS, MBC, TV조선뿐이었다. 그나마 보도를 한 세 방송사의 보도마저 엉망이다. 일단 총선넷이 이번 20대 총선 기간 내내 스스로의 활동을 ‘낙선운동’이 아닌 ‘유권자 행동’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방송사 모두 보도에서 총선넷의 활동을 ‘낙선운동’으로 지칭했다. 총선넷이 현행 공직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 선관위의 안내와 요청에 충실히 따랐지만 KBS, MBC, TV조선은 서울시선관위와 경찰의 관점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KBS <‘총선 낙선운동’ 참여연대 등 압수수색>, MBC <‘총선 낙선운동’ 시민단체 압수수색>, TV조선 <낙선운동 압수수색…“총선 보복” 반발> 세 보도의 제목에서 이미 총선넷의 활동은 ‘낙선운동’으로 규정되었다.

 

 

이외에도 총선넷 측의 반론조차 제대로 실어주지 않는 등, KBS, MBC, TV조선의 보도에는 문제가 많다. 먼저 KBS의 경우, 보도가 시작되자마자 황상무 앵커가 “20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10여 곳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낙선운동을 벌인 혐의’라는 황 앵커의 규정은 낙선운동 자체를 범법으로 바라본 것인데 이는 총선넷의 활동을 ‘낙선운동’으로 몰아가는 동시에 ‘낙선운동’ 자체의 위법성 여부를 왜곡한 것이다. 물론 한국의 현행 공직선거법과 법원의 판례는 낙선운동이 특정 후보에 대한 당선운동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상 선거운동에 준하는 각종 제한을 가하고 있다. 낙선운동에 있어 확성장치 사용, 연설회 개최, 불법행렬, 서명운동, 선거운동기간 중 집회 개최가 금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권적 기본권과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자발적 낙선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결국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2000년, 매우 미흡하지만 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져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 반대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 하는 것이 합법화되었으며(선거법 58조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 행위), 또한 선거운동기간 중에도 “단체가 그 명의 또는 그 대표의 명의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반대할 것을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되었다(선거법87조 단체의 선거운동금지의 예외조항). 이에 따라 2016총선넷 역시 20대 총선에서 선관위의 의견과 안내를 구해가며 유권자 운동을 펼쳤다. 모든 낙선운동이 선거법 위반 ‘혐의’가 될 수 없음에도 KBS는 먼저 낙선운동에 ‘범법 낙인’부터 찍어놓고 보도를 시작한 것이다.


리포트에서는 “총선시민네트워크가 후보자 이름이 들어간 인쇄물을 설치하는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다” “총선넷이 이른바 최악의 후보 등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고 결과를 공개한 것도 문제”라는 서울시선관위의 고발 내용을 전했다. 이에 대한 총선넷 측의 반론은 “구멍이 뚫린 피켓을 사용해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 “총선넷은 설문조사일 뿐 여론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짤막하게 덧붙였는데 이는 총선넷이 제시한 반박을 얼버무린 것이나 다름없다. 총선넷은 압수수색이 벌어질 당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넷의 설문조사는 여론조사가 아니라는 것을 법률전문가와 여론조사기관으로부터 확인한 바 있으며, 각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명시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총선넷의 온라인 설문조사는 선거법이 신고대상으로 정한 여론조사와 달리 특정 지역구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후보 간 선호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전국 여야 후보 중 몇몇을 전국민이 온라인 투표로 정한 이벤트였다. “후보자 이름이 들어간 인쇄물을 설치”한 혐의의 경우, 애초에 서울시선관위가 2016총선넷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후보자 이름, 정당명을 명기한 문서 등의 배포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으니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총선넷은 그대로 따랐다. 심지어 선관위가 공식 배포한 단체의 선거운동에 대한 안내에도 옥외 낙선 기자회견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번 압수수색이 유권자의 정당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탄압일 수밖에 없는 배경들이다. KBS 보도에서 이런 배경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이런 불공정은 MBC와 TV조선 보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MBC는 “오늘 압수수색 대상은 참여연대를 비롯해 20대 총선기간 동안 '총선네트워크'를 꾸렸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유권자 행동에 이념적 기준을 들이댔다. 심지어 총선넷 측의 반론은 “17년 만에 처음으로 압수수색까지 강도 높은 방법을 사용한 것은 매우 특이한 걸로 수사의 배경, 의도에 대해서 매우 의심됩니다”라는 인터뷰 단 한 마디만 인용하여 KBS보다도 불성실했다. TV조선 역시 “선관위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진행한 정당한 선거 활동이었는데, 경찰이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보복수사를 한다고 주장”한다는 설명으로만 총선넷 입장을 갈무리했다. 또한 “서울 종로 등 9곳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이름을 적은 현수막을 걸어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습니다”라며 “각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후보자의 이름과 사진 등을 명시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총선넷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기정사실처럼 전하기도 했다. 총선넷의 활동 기간 동안 의견을 전달하며 별 문제 없이 선거운동기간을 보내고도 선거 당일이 되어서야 총선넷을 고발한 서울시선관위, 그리고 선관위 고발에 따라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펼친 경찰의 행태는 정부‧여당의 선거 패배에 따른 보복 조치라는 의혹을 자초했다. 동시에 현행 선거법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론이라면 응당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KBS, MBC, TV조선은 시민의 자발적인 유권자 행동에 대한 탄압을 지원 사격한 셈이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6/16)
‧ MBC <뱃머리 들다 손상…인양 8월에나 가능>(24번째, 김장훈 기자,
https://me2.do/GAG9Vo9A)
해양수산부와 상하이샐비지 사가 12일 세월호 인양 작업에 돌입했으나 뱃머리 들기에 실패하면서 13일 인양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선체가 파손되기도 했다. 해수부는 타이완 쪽에서 발생한 너울이 10시간 동안 계속되면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4월16의약속국민연대’(이하 416연대)는 16일 논평을 내고 “해수부가 선수 들기 실패의 원인을 기상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맹골수도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조류 변화가 심한 곳이라는 사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로 작업 당일 파고가 높아져 실패한 것이라는 변명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416가족협의회’도 “진상조사의 중요 자료인 선체가 훼손됐고, 인양 작업 또한 날씨 등을 이유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철저히 배제된 인양 과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TBC는 15일, 인양 실패를 보도하면서 이미 두 달 전 인양 컨설팅 업체인 TMC가 ‘선수들기’에 필요한 날씨 등 변수와 하중에 대한 계산이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고, 특히 세월호를 들 장비에 대한 실험 등도 권고했지만 상하이샐비지와 해수부가 묵인했다고 전했다. 곧바로 ‘졸속 인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고 왜곡하기 바빴던 MBC의 태도는 달랐다. MBC는 인양이 중단된지 3일이 지난 16일이 되어서야 관련 보도를 내놓더니 “정부가 강한 너울성 파도 때문에 중단한 세월호 뱃머리 들기 작업을 다음 주에 재개하기로 했습니다”라며 노골적으로 해수부 입장을 대변했다.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만큼 가능한 한 완벽하게 인양이 진행될 수 있도록”라는 김영석 해수부 장관의 발언도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인 416연대나 가족협의회의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졸속 인양’ 논란도 누락됐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MBC의 태도는 사상 최악의 왜곡과 은폐, 적대성으로 점철됐던 2014년 4월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