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개입 드러나도 계속되는 ‘세월호 은폐’(2016.7.1)
등록 2016.07.01 18:18
조회 993

■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30)
‧ KBS <‘경찰 개인정보 요구’…‘의원 갑질’ 논란>(7번째, 천효정 기자,
https://me2.do/FUUmfKIw), TV조선 <청와대 길목 대형 조형물 구설수>(4번째, 강상구 기자, https://me2.do/Ffbukz7a), <“경찰서장 금융정보” 보복논란>(5번째, 윤우리 기자, https://me2.do/x6l8KOyN)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7개 언론단체는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KBS 당시 KBS 보도국장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내용은 참담했다. 녹취에는 2014년 4월, 정부의 참사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청와대-KBS 핫라인’이 있었음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로 김시곤 국장에게 KBS 기사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리포트를 빼달라거나 기사의 단어를 바꿔달라고 거침없이 요구했다. 그 이유는 정부와 해경에 대한 비판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하필이면 또 세상에 (박근혜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번만 도와주시오 국장님”이라며 대통령 심기를 경호하는 발언도 있었다. 김시곤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전 작성한 비망록에서도 길환영 당시 KBS 사장으로부터 청와대에 우호적인 보도를 앞쪽으로 배치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대적 보도는 물론, KBS 보도 전반이 친정부적 편파성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린 배경이 드러난 것이다. 최악의 ‘권언유착’이 포착됐지만 방송사들은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의 녹취록은 JTBC와 TV조선만이 온전한 1건의 보도로 청와대의 보도 개입을 다뤘다. KBS, 채널A, MBN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MBC와 SBS는 단신 1건에 그쳤다. 그나마 MBC의 단신 1건은 녹취록 내용은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아 사실상 보도를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TV조선의 경우, <‘녹취록 공개’ KBS 개입 논란>(엄성섭 기자)를 1건 보도했지만,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TV조선은 “이 전 수석은 4월 21일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뉴스를 내고 있다’ ‘보도에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주문”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대통령 심기를 거론” 등 통화 녹취 내용을 전하기는 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발언의 본질인 청와대의 공영방송에 대한 보도 개입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청와대 개입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며 야당의 주장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에는 최대한 말을 아낀 것이다.


이는 JTBC와 대조적이다. JTBC는 <‘KBS 보도 개입’ 녹취 파장>에서 “정부에서 정한 이른바 보도지침이 각 언론사에 전달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전의 일”이라며 이번 사태를 전두환 군부독재의 ‘보도지침’에 비유했고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아파하고 있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영방송인 KBS 보도국장에게 비판 보도를 자제해 달라, 심지어 기사를 빼달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기사도 빠졌던 것”이라고 사태를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일방적인 특조위 활동 기간 종료 역시 JTBC만이 조명했다.

 

이정현 녹취록 대신 ‘박주민 갑질 논란’
더 황당한 사실은 청와대 압력에 따라 보도를 왜곡한 당사자인 KBS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녹취록에는 침묵한 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대적 보도를 또 반복했다는 것이다. 30일 KBS는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대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갑질 논란’을 보도했다. 그 내용은 “더불어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세월호 집회를 담당한 일선 경찰서장 2명의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해, 이른바 '갑질횡포'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KBS <‘경찰 개인정보 요구’…‘의원 갑질’ 논란>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무더기 자료 요구 ‘사적 분풀이’ 논란”이라는 큼지막한 자막을 화면에 내보냈다. 리포트에서는 26일과 28일, “세월호 유가족과 경찰이 마찰을 빚자” 박주민 의원이 종로경찰서장과 영등포서장의 개인정보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또한 박 의원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 “경찰서장의 인사 기록과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 등뿐만 아니라 서장의 개인 부채와 급여 압류 현황, 신용불량 여부 같은 사적인 금융정보, 심지어 4촌 이내 친인척 보직까지 모두 19가지가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조차 피감기관에 대한 압력성 자료 요구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녹취록을 1건 보도했으나 ‘청와대의 보도 개입’에는 최대한 말을 아낀 TV조선 역시, <“경찰서장 금융정보” 보복논란>라는 제목으로 KBS와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그나마 TV조선은 “4급 이상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공개하게 돼있는 재산내역 그걸 개인정보인 것처럼 얘기하셔서 참 답답합니다”라는 박 의원의 반박을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가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겁박한 초유의 사태에는 침묵해놓고, 국회의원의 정당한 자료 요구 및 감시권을 논란으로 키우려는 KBS‧TV조선 태도부터가 불순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박주민 의원이 경찰서장의 상세한 정보를 요청하게 된 배경은 언급조차 않는 이들의 악의적 은폐이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등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25일부터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 기간 연장을 요구하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자 경찰은 26일,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이에 항의하는 유가족 4명을 연행했다. 유가족들은 농성에 앞서 서울경찰청에 농성에 필요한 공문을 발송했으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항의했지만 27일에도 이런 공권력의 ‘폭거’가 반복됐다. 전날 경찰의 강제 철거로 그늘막도 없었던 유가족들의 농성장에 경찰은 또 난입했고, 깔고 앉는 은박지 깔개마저 탈취해갔다. 심지어 깔개를 뺏기지 않기 위해 경찰이 전력질주로 도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8일, 유가족들의 국회 앞 집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참사 유가족의 목소리를 짓밟는 데 그치지 않고 ‘앉아있을 자유’마저 빼앗은 비인간적이며 몰상식한 탄압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에 대한 항의와 공권력 견제의 의미로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정당한 감시권을 행사한 것이다. 25일부터 30일까지 단 한 번도 이런 배경을 설명한 적이 없는 KBS와 TV조선은, ‘세월호 변호사’에 대한 ‘마녀사냥’에만 열을 올린 것이다.

 

예술 작품에도 시비…TV조선의 ‘세월호 참사 혐오’
한편 TV조선은 박주민 의원에 대한 공세 뿐 아니라,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세월호 참사 혐오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TV조선 <청와대 길목 대형 조형물 구설수>에서 오현주 앵커는 “법적으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오늘 끝났습니다. 3개월의 보고서 작성 기간만 남았는데요, 특조위 활동 연장과 하반기 예산 책정을 놓고 또 논란이 예상입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하더니, 대뜸 “이런 시점에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 앞에 대형 조형물이 설치되고 있는데, 세월호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딴지’를 놓았다. 정부‧여당의 어깃장으로 진상규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는데도 특조위의 활동 기간이 종료됐다고 단언하고 심지어 조선일보의 오보로 판명된 ‘하반기 예산 책정 논란’까지 트집을 잡더니, 이제는 예술 작품에도 시비를 거는 모양새다. 보도 내용은 청와대 앞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되는 “폐 화물선을 뒤집어 놓은 이 조형물이 세월호와 닮았다는 논란”이라는 것이다. 해당 조형물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6’ 당선작인 ‘템플’이다. TV조선은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저 조형물 보면 뭐가 연상되세요?”라고 물었고 일부 시민들이 “세월호요” “아까도 지나가면서 봤는데 누가 봐도 세월호인데요?” “세월호, 타이타닉 무섭지. 난 저기서 오면서 왜 저기 저런 게 있어야 하나...”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심지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당혹”스럽다는 문화체육부의 반응까지 전했다. 이는 도무지 보도의 취지를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억지에 불과하다. 뱃머리를 뒤집어 놓은 형상의 예술작품이 어째서 논란이 되어야하며, 그 조형물이 세월호를 의미한다면 그것은 또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 어떤 이유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이 보도를 보며 느낄  수 있는 것은 뼈 속까지 깃든 TV조선의 ‘세월호 혐오’ 뿐이다.

 

△ TV조선 <청와대 길목 대형 조형물 구설수>(6/30)

 

청와대의 보도 개입부터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문제까지, JTBC만 ‘제정신’
모든 방송사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에 입을 다물고 심지어 KBS와 TV조선은 엉뚱한 ‘물타기’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적대적 보도를 이어나간 30일, JTBC만이 합리적인 보도를 했다. JTBC <‘KBS 보도 개입’ 녹취 파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6일째인 2014년 4월 21일, “관제센터가 세월호의 변침 등 위험 징후를 읽어내지 못했고, 교신에서도 적극적인 탈출 조치를 하지 않은” 해경의 부실 대응이 도마위에 올랐고 이를 KBS도 보도하자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하게 항의”하면서 “해경의 입장을 대변” “비판적인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30일에도 반복된 이정현 의원의 압박에는 대통령의 심기도 배경으로 작용했고 결국 “재방송이 예정돼 있던 세월호 관련 보도 8건 중 골든타임 허비를 지적한 기사는 빠졌습니다”라며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 보도인 <“특조위 오늘까지” VS “내년 2월까지”>는 특조위의 활동기간 종료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특조위에서는 실질적인 조사 활동이 가능해졌던 지난해 8월부터 계산해서 내년 2월까지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30일로 활동 종료를 통보했고, 이 때문에 “특조위가 고용한 별정직 공무원들도 언제 면직 처리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요. 조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나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월급 역시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JTBC는 “국가정보원의 경우에는 ‘자료 제출은 불가하다. 와서 열람만 하라’는 식으로 대응했고요. 청와대에는 참사 당일,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나 참사와 관련한 회의 일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에 대해서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은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했고 “대통령의 참사 당일 행적을 조사할지 말지 결정할 때에는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기도 했고,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사퇴했던 황전원 의원이 최근 다시 의원으로 돌아오기도”했다며 여당의 훼방도 언급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들은 청와대의 보도 개입 뿐 아니라 특조위의 활동 기간 종료도 일제히 외면했다. 하지만 진상규명 활동을 일방적으로 종료해버린 정부의 결정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뉴스타파는 30일, <세월호 특조위만 다른 잣대…정부의 전대미문 법해석>에서 “지난 20년 동안 특별법 등에 의해 구성된 정부산하 행정위원회 가운데 세월호 특조위와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 12개를 모두 분석한 결과 위원회 구성 시점은 모두 관련 시행령이 제정된 이후”였다면서 “정부가 유독 세월호 특조위에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세월호 특조위 강제종료 진짜 이유?… ‘청와대 조사 저지’>에서는 “지난 1년 간 유기준, 김영석 두 해수부 장관과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사이의 수 차례 비공식 협의 내용을 취재한 결과, 두 장관 모두 특조위 활동 개시일을 지난해 1월 1일부터로 규정하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을 내비치며 합리적 해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특조위가 청와대 조사를 논의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이 같은 노력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고, 특조위 활동을 6월 말로 종료시키는 게 정부 공식 입장으로 굳어진 정황들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새누리당이 특조위 활동 기간 연장을 논의하던 중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주면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방송사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침묵은 도를 넘어섰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에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며 윽박지른 녹취록마저 은폐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박근혜 정부와 함께 세월호 참사를 묻어버리려 작정한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