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자사의 ‘박근혜 찬양 보도’ 받아쓰는 MBC, 이제는 염치도 없나
등록 2017.03.13 23:49
조회 4102

12일 방송뉴스는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의 청와대 퇴거 관련한 뉴스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박근혜가 예상보다 늦게 사저로 출발하면서 퇴거 장면을 생방송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는 헌재 결정에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사실상 불복 발언만 전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MBC는 박 대통령이 떠나는 게 아쉬운 모양입니다. MBC 보도에서는 ‘파면된 전 대통령’이 아닌 ‘지지자들에게 환호 받으며 사저로 복귀한 박근혜’만 보입니다. MBC는 ‘박근혜 재임 4년’에 찬사를 보내면서 자사의 이틀 전 보도를 받아쓰기도 했습니다. 분명 서로 다른 기자가 쓴 보도인데 내용은 똑같습니다. 어떤 지침이라도 따로 있는 걸까요?

 

 

1. ‘박근혜 퇴거’…너무나 안타까웠던 MBC
박 전 대통령의 퇴거 장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만 한 다른 방송사와 달리 MBC는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톱보도에서 박근혜의 퇴거를 전한 MBC는 바로 두 번째 보도인 <눈물의 송별 착잡한 청와대> (3/12 https://bit.ly/2mWgj4z)에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준희 앵커는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과 친박계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포트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의 참모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는 내용뿐입니다. 김준형 기자는 “박 전 대통령은 도착하자마자 사저 앞에 도열해 있는 이들과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사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중요하게 다룬 반면에 MBC는 박 전 대통령을 누가 배웅해줬는지까지 보도했습니다. 


이는 사저에 도착했다는 뉴스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운집한 지지자들 “착잡하고 마음 아파”> (3/12 https://bit.ly/2meNrA8)라는 보도에서는 2명의 지지자들의 인터뷰를 따서 보도했습니다. MBC를 제외한 어떤 방송도 지지자들의 인터뷰를 직접 따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타사는 지지자들의 규모와 구호만 전했는데 MBC만 “여기 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뭐라고 말로 표현이 안 돼요. 잘못하신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이건 정말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와 같은 인터뷰를 통해 “지지자들은 현 상황에 대한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강조했습니다.

 

 

K-002.jpg

△ 박근혜 퇴거에 아쉬움 표한 MBC(3/12)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MBC <영욕의 세월 뒤로하고 쓸쓸한 퇴거>(3/12 https://bit.ly/2lQaOo8)는 박근혜에 대한 MBC의 ‘송별가’에 가깝습니다. 앵커는 “아버지를 흉탄에 잃은 뒤 쓸쓸히 퇴거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굴곡진 삶”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리포트에서도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흉탄으로 잃었”고 “퍼스트레이디로서 5년을 보낸 뒤, 1979년 10.26으로 아버지마저 잃게 되면서 18년 청와대 생활을 비극적으로 마감했”다고 침통함을 표했습니다. 또 “선거 때마다 보수 정당의 승리를 이끌었”다며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언급 없이 박 대통령의 정치인생을 비극적이고 쓸쓸한 모습으로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2. 또 민망한 ‘박근혜 찬양 보도’…심지어 이틀 전 보도와 판박이


MBC <외교·안보 집중‥미완의 4년>(3/12 https://bit.ly/2lQbha2)은 박근혜 재임 4년을 평가하는 보도입니다. 이 보도는 박근혜를 칭송하는 내용보다도, 익숙한 표현들이 먼저 눈에 띕니다. 김지훈 기자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 그러나 임기 내내 소통과 타협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했습니다”라고 말했고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는 박근혜의 대국민 담화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바로 이틀 전 보도의 재탕입니다. MBC <파면으로 막 내린 박근혜 정치 역정>(3/10 https://bit.ly/2mcB9sy)에서 박충희 기자는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18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임기 내내 소통과 타협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했습니다”라고 똑같이 보도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 ‘임기 내내 소통과 타협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계속됐습니다’와 같은 핵심 표현들이 동일합니다. 두 번째 문장은 아예 똑같습니다. 뒤에 붙은 대국민 담화도 13일의 보도와 똑같습니다. 분명 다른 두 기자가 쓴 다른 기사인데 어떻게 똑같은 문장이 나오는 걸까요. 기자가 베껴서 쓴 건지, 박근혜 평가에 대한 보도 지침이 있는 건지 알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K-003.jpg

△ ‘박근혜 칭송 보도’ 재탕한 MBC(3/12)

 

이어지는 내용도 문제입니다. MBC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지뢰 도발 이후의 8·25 합의 등은 원칙 있고 단호한 대북 기조로 평가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일방적이고 급작스러운 결정이었습니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개성공단을 ‘북핵 자금줄’로 몰아붙여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켰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최순실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개입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까지 있었습니다. MBC는 이런 정황을 모두 무시한 하고 일방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입니다.

 

MBC는 개성공단 이외의 논란이 되는 박근혜 정부의 노선을 모두 일방적으로 칭송했습니다. “취임 3년 동안 한일 정상회담을 하지 않고 위안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여론 악화가 부담이 되기도 했”다고 했는데 이는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한 겁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밀실합의, 졸속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와 ‘범죄 인정’도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쟁범죄 피해국가가 오히려 돈으로 그 범죄를 무마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또한 MBC는 “종북 논란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공무원연금 개혁”은 아예 “의지를 갖고 이뤄낸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이것도 모두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는 문제입니다. 통진당 해산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 참여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고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MBC가 삼성과의 뇌물 거래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의 손실까지 감수했다는 사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운용했다는 사실 등 박근혜의 범죄 행위는 쏙 빼놓고 ‘공적’만 나열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 보도에서 국정농단 사태 관련 내용은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수사의 피의자로 전락했습니다”라는 언급 딱 한마디뿐입니다.   

 

 

3. 재심 청구 어렵다면서도 헌재 판결에 ‘박근혜 반박’ 붙여주는 MBC


MBC <탄핵 재심 청구‥가능성은?>(3/12 https://bit.ly/2ncu2EF)에서 정다희 앵커는 “재심 청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리포트를 보면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MBC는 헌재 판결 뒤에 박근혜 측 입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박근혜 정당화’ 보도를 했습니다. 김태윤 기자는 리포트 시작부터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적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며 노골적으로 ‘박근혜 대리인단의 지적’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헌재가 박 전 대통령에게 헌법수호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 “대리인단 측은 이에 대해 ‘소추사유에 적시된 내용이 아니며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의심된다’고 반발”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헌재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 최순실 씨의 사익추구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한 후 “최순실 씨와 대통령, 두 사람의 공모 관계 등 사실 인정에 대한 입증 정도를 설명하지 않았다”, “적법한 증거들에 의해 엄격한 증명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등 박근혜 측 입장을 2개나 붙였습니다. 여기다 “이 밖에 8인 체제 구성과 고영태 등 주요 증인 신청이 기각된 것도 문제라는 입장”까지 인용하면서 헌재의 파면 사유보다 박근혜의 주장을 더 많이 다뤘습니다. 심지어 “이를 근거로 박 전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재심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물론 MBC는 보도 말미에 “재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고 했지만 보도 내내 ‘파면 사유에 대한 박근혜의 해명’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이 보도는 재심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측의 주장들은 모두 터무니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게 헌법수호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헌재에 “소추사유에 적시된 내용이 아니며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 의심된다”고 반박한 대목은 헌재 결정문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것인지 의심될 지경입니다.

 

헌재는 박근혜가 최순실과 공모하여 미르‧K스포츠재단을 사적으로 설립 및 운용한 점을 인정했고 이를 통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 사실과 이런 혐의에도 불구하고 특검 조사를 모두 거부한 사실까지 비판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인데 근거는 외면하고 결론에만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어깃장을 놓은 겁니다. 
 

 

monitor_20170313_14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