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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관리 기준 보도, ‘포상금’ ‘안락사’만 부각해도 좋을까?
등록 2018.01.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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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 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정부가 18일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3월 22일부터 시행이 되는 이번 대책에는 견주의 안전관리 의무위반 및 인명사고 시 처벌 강화, 맹견범위 확대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대책은 성숙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반려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견주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근간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논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공공장소에서 2m 이내 목줄 착용과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관리대상견의 기준을 ‘체고(바닥에서 어깨뼈 상단) 40㎝ 넘는 개’로 지정했다는 것입니다. 우려를 표하는 측은 체고와 개의 공격성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음에도 정부가 정확한 근거나 사회적 논의 없이 규정을 만들었다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개 물림 사고로 문제가 된 가수 최시원 씨의 개도 다리가 짧아 체고가 작은 프렌치 불도그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물림 사고의 근본 원인은 개를 너무 많이 쉽게 번식시키고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준비 없이 아무나 개를 구입하고 기르는 현실에 기인”하는 것이며 “제대로 된 사회성 교육과 사회화 교육, 양육과정에서의 적절한 관리가 없다면 어떠한 법적 규제에도 개 물림 사고와 비극적인 희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개파라치’로 불리는 신고포상금제도의 경우, 신고자가 주소 및 인적사항을 포함해 신고하도록 되어있어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견주들을 대상으로 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소지도 있습니다. 몰래카메라와 스토킹 등의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반려견 관리 및 처벌 수위는 높이면서 동물학대나 유기, 등록에 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이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논란에도 문제의식 없이 자극적 정보 전달에만 방점
정부 발표 당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한 것은 KBS와 MBC, SBS, TV조선, 채널A였습니다. 이 중 이번 대책의 문제점을 짧게라도 짚은 방송사는 MBC와 TV조선입니다. 


MBC는 <다리 길면 ‘맹견’? 반려견 대책 논란>(1/18 https://goo.gl/4iEtXi)에서 “맹견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어깨높이 기준 40cm가 넘어가는 개들은 앞으로 관리 대상견으로 분류돼 산책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 착용까지 의무화될 전망”이라며 이를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는 기준”이라 지적했습니다.

 

“관리대상견, 즉 ‘위험할 수 있는 개’의 기준을 몸높이로 규정하면, 다리가 긴 푸들은 입마개를 채워야 하지만 다리가 짧은 불도그는 관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고 “사망사고를 일으킨 가수 최시원 씨의 반려견은 일반 불도그보다도 더 작은 프렌치 불도그였”다는 것입니다.

 

이어 MBC는 전문가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관리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규정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조차 “개를 하나하나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를 일으켰을 때 누가 책임질지 명확하지 않다”고 반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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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의 문제짐 짚은 MBC(1/18)

 

TV조선의 <반려견이 사망 사고 내면 주인 징역형>(1/18 https://goo.gl/P7Vks8)은 “입마개 대상만 늘렸다는 지적도 많습니다”라는 기자 설명과 함께 “입마개를 잘못 채우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야기시키고 공격성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40cm 이상 되는 순한 반려견들이 더 많습니다”라는 전문가 발언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반려견 외출 때 목줄·입마개…사람 물면 안락사”>로 뽑고, 앵커와 기자가 각각 “만약 사람이라도 물게 되면 그 개를 안락사 시킬 수 있게 됩니다” “사고를 낸 개는 주인 동의가 없어도, 안락사를 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는데요. 시행까지 2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점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견주 동의 없이 강제 안락사 조치가 가능해진다는 설명만을 부각한 것은 오해와 불안감을 키울 소지가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이번 대책을 단순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KBS <반려견 목줄 2m 제한…사고 시 형사처벌>(1/18 https://goo.gl/7RR3ne)은 27초짜리 단신으로 정부 발표 내용의 일부를 간단하게 전했습니다. SBS와 채널A는 각각 <‘개파라치’ 뜬다… 목줄 길이도 2m로 제한>(1/18 https://goo.gl/pHZ8zQ), <목줄 2m 제한…‘개파라치’ 출범>(1/18 https://goo.gl/xChBtD)에서 ‘개파라치 제도’를 전하기만 할뿐, 문제점이나 논란은 전혀 전하지 않았습니다.

 

개 물림이나 관련 정책을 전할 때 견주와 정부, 견주와 견주가 아닌 이들, 소형견과 대형견 견주 간에 불거질 수 있을 갈등양상이나 자극적 사례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양상은 매번 반복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야기한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 없는 보도, 단정적인 진단은 사람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한 논의의 기회를 빼앗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에 기여하는 반려견 관련 보도가 아쉬운 시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1월 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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