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설조 스님 단식, 철저히 외면하는 언론
등록 2018.07.04 09:39
조회 612

MBC <PD수첩>은 지난 5월 1일 ‘큰스님께 묻습니다’(1153회), 5월 29일 ‘큰스님께 묻습니다 2부’(1157회) 두 차례 방송을 통해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 자승 전 총무원장, 종상 불국사 관장 등 이른바 ‘조계종 큰스님’들이 학력위조, 성폭력, 금권선거, 상습도박 등의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방송 이후 대한불교조계종은 MBC와 <PD수첩> 제작진, 그리고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후보자를 검증했던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 위반 등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뉴스렙 <불자들 목요일마다 조계사앞 촛불집회 까닭은?>(6/26) 보도에 따르면 조계종은 종단 차원에서 전국사찰 일주문에 ‘공영방송 망각 MBC는 불교파괴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합니다. 진상규명을 통한 적폐청산에 돌입하기는커녕, 문제제기를 한 언론과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전면 투쟁’에 나선 것으로도 보입니다. 

 

K-057.jpg

△조계종 ‘큰스님’ 들의 각종 비위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이런 상황에서 종단의 원로 설조 스님은 6월 20일부터 ‘목숨이 다하거나 종단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며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 모임은 조계사 측에 설조 스님 단식 천막 설치와 일주문 앞 계단 화분 철거를 위한 협조 요청을 했으나, 조계사 측은 “철거를 요구한 일주문 계단 화분은 조계사를 찾는 불자와 서울시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심 속 조계사의 외관을 보완하기 위해 해마다 진행하는 꽃 장엄”이라며 “설조 스님 단식협조 및 계단화분 철조는 협조할 수 없을뿐더러 불허함을 명백히 밝힌다”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이에 설조 스님은 20일부터 지금까지 조계사 옆 공터에서 노숙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교포커스 <단식 8일 설조스님 ‘건강 적신호’…의사 “부정맥 감지”>(6/27) 보도에 따르면 단식 8일차에 들어서면서 부정맥 등 건강 이상 징후까지 감지되었다고 합니다. 
  


758개 언론사 중 보도는 ‘10곳’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설조 스님의 이러한 단식 투쟁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일간지와 방송통신사, 인터넷 언론사, 지역지와 전문지 등을 포함해 758곳에 달합니다. 그러나 이 중 설조 스님의 단식 소식을 전한 곳은 열 곳에 불과합니다.

 

이 10개 매체 중 7개 매체(BBS NEWS, BTN불교TV, 가톨릭프레스, 뉴스렙, 불교포커스, 천지일보, 현대불교신문)는 종교전문지로 분류되는 곳들입니다. <PD수첩>을 통해 관련 의혹을 사회적 현안으로 끌어낸 MBC 조차 설조 스님 단식 등 이후 상황을 보도로 전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보도를 내놓은 비종교전문매체는 연합뉴스, TBS 교통방송, 더팩트 세 곳에 불과합니다. 연합뉴스는 설조 스님이 단식을 선언한 20일 <‘PD수첩’ 여진 계속…조계종 혁신위 성과 낼까>(6/20) 기사를 한 건 내놓았습니다. 더팩트 <TF포토/조계종 의혹 관련, 설조스님 ‘종단 변화할 때까지 단식 선언’>(6/22)은 사진기사였습니다. 


그나마 TBS가 6월 2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명진 스님 인터뷰로 관련 내용을 언급했으며, 7월 3일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는 설조스님이 직접 출연해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내용은 TBS 인터넷 기사로도 게재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불교 최대 종파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감안하면 조계종 내 비위 문제는 결코 해당 종단만의 문제로 볼 수 없습니다. 해당 종교, 해당 종단이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회 전반의 관심과 견제가 더욱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은 종교계 적폐 문제를 일부 종교전문지에 떠넘기며 계속 외면하고 있습니다. 종교계의 해묵은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답습되도록 언론이 사실상 ‘독려’하고 있는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6월 20일~7월 3일 방송, 신문, 온라인 기사 전반

monitor_20180704_165.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