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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뉴스에서는 이미 반기문이 대통령
2017년 1월 12일
등록 2017.01.13 20:02
조회 537

12일 방송 저녁뉴스에서 KBS‧TV조선‧채널A‧MBN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대통령급’으로 다뤘습니다. 이날 방송사의 톱보도는 뇌물 공여 및 횡령 혐의로 피의자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보도와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낸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귀국 둘 중 하나로 갈렸는데요. 이는 각 방송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 국정파탄 사태를 중시하는지, 아니면 그 사태로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의 정치권 판도에 더 관심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했습니다. 


1. SBS‧JTBC 빼고 모두 ‘반기문 귀국 톱보도’…MBN은 무려 10건이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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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일제히 ‘반기문 귀국’ 톱으로 타전한 KBS‧MBC‧TV조선‧채널A

 

12일 KBS‧MBC‧TV조선‧채널A‧MBN은 모두 ‘반기문 귀국’을 톱보도로 냈습니다. SBS와 JTBC만이 박근혜 국정파탄 사태에 동조한 혐의로 9년 만에 피의자로 검찰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톱으로 다뤘습니다. 보도량에서도 방송사마다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반 전 총장 귀국을 톱으로 낸 방송사들은 모두 보도량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소환보다 반 전 총장에 더 많은 비중을 뒀습니다. 특히 채널A는 반기문 전 총장은 8건이나 보도해놓고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 소식은 단 1건 보도했습니다. MBN의 경우 반 전 총장 보도가 무려 10건으로서 7개사 중 최다 보도량이자 이날 자사 전체 보도 31건 중 1/3을 반 전 총장에 할애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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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2일, 7개 방송사 톱보도 아이템 및 보도량 비교

 

2. 채널A의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 보도 단 1건…그럴 사안인가
국정파탄 사태 가담으로 피의자 소환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관련 보도는 12일 방송보도의 핵심 뉴스거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KBS‧TV조선‧채널A‧MBN은 반기문 전 총장 귀국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뜨거운 선전 경쟁을 펼치고 삼성 이재용 소환에는 무심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보도가 단 1건으로서 소환된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과 특검의 수사 상황을 짧게 전달했을 뿐입니다. 이는 보도량이 2~3건인 KBS‧MBC‧MBN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혐의와 정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파탄에 일조했는지 분석하거나 추가적인 정황을 내놓는 보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나마 5건을 이재용 부회장에 할애하면서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커넥션을 분석하고 ‘기업풍토’를 비판한 TV조선이 조금 나은 편입니다.

 

3. SBS‧JTBC는 이재용 부회장 혐의에 집중
이날 ‘유이하게’ 반기문 전 총장 귀국보다 이재용 부회장 소환 조사를 비중 있게 다룬 SBS와 JTBC는 보도의 양과 질에서 모두 타사를 압도합니다. SBS <사실은?/이재용의 “잘 모르겠다”…사실일까?>(1/12 https://bit.ly/2iKzRmR)는 특검에 소환된 이 부회장이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돈을 낸 건 밑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서 자기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를 직접 사실인지 따져본 보도입니다. 박세용 기자는 “어제(11일) 최순실 씨 재판에서 검찰이 기업 총수들로부터 받은 진술조서를 다 공개”했다며 거기에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기업 총수 17명을 불러놓고 “재단 설립할 건데 300억 정도 생각하고 시작하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 이재용 부회장도 참석했으니 이 부회장 입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박 기자는 여기다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도 검찰 조사에서 “VIP가 여러 차례 청와대에서 기업 회장에게 얘기한 사안이다. 안종범 전 수석이 이랬다는 말을 전경련으로부터 듣고 본인들이 돈을 냈다”고 진술했으니 이 부회장이 미르 재단 거액 출연을 몰랐을 리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JTBC는 단독보도를 냈습니다. JTBC <2번째 독대에서도 3번째 독대에서도…>(1/12 https://bit.ly/2jqmDwr)는 “2차 독대 이틀 전인 2015년 7월 23일 최순실 씨가 독일에서 갑자기 귀국”해 “'승마'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그리고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등 4가지 내용이 담긴 메모를 만들”었고 이를 박 대통령에게 건네 2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전달되도록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세 번째 독대에서도 “장시호 씨는 최 씨로부터 지시를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0억 원을 지원해 달라는 기획서를 작성”했고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이 문건을 건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모두 박 대통령이 최순실 일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돈을 달라는 요구를 이 부회장에게 전달했고 이 부회장은 독대 직후 이를 추진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4. 그 많은 ‘반기문 보도’에 검증은 하나도 없어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반기문 전 총장의 귀국과 대선 행보를 가장 뉴스가치가 높은 사안으로 다뤘고 그만큼 보도량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을 대선 주자로서 전제하고 보도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자격 논란과 친인척 범죄 등 많은 의혹이 나온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을 검증하는 보도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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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반기문 전 총장 관련 보도량 상세 비교(1/12)

 

KBS는 4건 중 2건, TV조선은 6건 중 4건, 채널A는 8건 중 4건, MBN은 10건 중 4건을 반기문 총장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옮기는 받아쓰기 보도에 할애했으며 심지어 TV조선‧채널A‧MBN은 현장 중계를 하며 ‘반기문 귀국 보도’에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나머지 보도에서도 여야 반응을 전하는 정치권 동향 보도에 그쳐 ‘대선주자 반기문’에 대한 검증보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MBN이 대선 출마 자격 논란을 1건 다뤘을 뿐입니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 부자가 뇌물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포함한 검증이라고 할 수 있는 보도는 JTBC에서만 2건이 나왔습니다.

 

5. KBS와 TV조선‧채널A‧MBN은 팬클럽 수준…보기 민망할 정도
특히 KBS와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3사의 받아쓰기 보도는 ‘반기문 팬클럽’을 방불케 합니다. KBS <반기문 귀국…“국가 위해 한몸 불사를 것”>(1/12 https://bit.ly/2imEumn)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한 몸 불사르고, 일류 국가를 만들겠다”는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의지를 전달했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은 뒤 조만간 '사심없는 결정'을 하겠다” “정치권은 아직도 광장 민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다면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를 해야 한다” 등 반 전 총장의 입장을 기자의 입으로 직접 대변했습니다. 여기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없었다며 의혹 제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며 23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한 입장도 그대로 읊었습니다. 


이어진 KBS <지지자 공항 운집…철도 타고 서울역 이동>(1/12 https://bit.ly/2jelmuO)은 ‘반 전 총장 지지세’를 선전해준 보도입니다. 황진우 기자는 “VIP 입국 절차 대신, 보통의 여행객처럼 입국한 후,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며 반 전 총장의 ‘뜨거운 환영식’과 ‘서민행보’를 읊어줬습니다. “환한 표정으로 입국장에 나타난 반 전 총장은 공항에 모여든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 차례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묘사하는가 하면, “반 전 총장을 뜨겁게 환영”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줬고 “편의점에 들러서 생수를 직접 사서 마셨고, 공항철도 승차권을 자동판매기에서 직접 발권받았”다면서 ‘서민적 모습’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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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귀국’, 중계차 연결해 현장중계한 채널A(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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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귀국’, 중계차 연결해 현장중계한 MBN(1/12)

 

TV조선‧채널A‧MBN은 KBS와 내용은 별 차이가 없지만 보도량과 구성에서 훨씬 더 열성을 다했습니다. 특히 종편 3개사의 ‘중계차 현장 중계’는 이들의 반 전 총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TV조선은 톱보도인 <서울역 귀국 메시지 “민심 받들겠다”>(1/12 https://bit.ly/2jKTdMZ)부터 서울역 중계차를 연결해 환영 인파는 물론, “대합실에 있는 국군장병라운지를 들른 뒤, 지금은 기념품 판매센터에서 기념품을 구입”한 반 전 총장의 ‘서민 행보’를 전했습니다. TV조선은 이후 반 전 총장 자택에도 중계차를 연결해 반 전 총장의 ‘귀가’까지 현장 중계했습니다. TV조선 <반 전 총장,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1/12 https://bit.ly/2jejZfI)는 “추운날씨에도 주민 200여 명이 한 시간여 전부터 반 전 총장 집 앞에 나와 기다렸”고 “반 전 총장은 차에서 내려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둔채 서민행보”를 전했습니다. 채널A과 MBN 역시 각각 3건과 1건의 현장 중계로 서울역에서 자택으로 이어지는 반 전 총장의 ‘귀가길’을 조명했고 ‘뜨거운 환영 인파’를 연신 강조했습니다. 

 

6. ‘동생 뇌물죄 혐의 사과’? 방송사들 기본적 책무도 져버렸다
이렇듯 KBS‧TV조선‧채널A‧MBN은 낯 뜨거운 ‘반기문 귀국 환영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들의 보도 중에는 ‘현재 진행형 의혹’인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과 반기상 부자 사기 혐의 피소를 반 전 총장이 부인했다고 전하기만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TV조선 <동생‧조카 기소 사과, 악재 털어내기>(1/12 https://bit.ly/2jqdHXW)는 그 내용을 아예 1건의 보도로 구성해 “동생과 조카의 범죄연루 혐의에 대해서는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사과했고, 자신에 대한 의혹은 단호하게 부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타사도 1건을 따로 보도하진 않았지만 “친척이 그런 일에 연루가 돼서 개인적으로 민망하고 국민들께 심려 끼쳐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와 같은 반 총장의 ‘해명도 아닌 사과’를 그저 받아썼습니다. 심지어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이것은 우리 위안부 할머니 한 풀어줄수 잇는 수준돼야 한다 생각”한다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입장을 바꿔버린 발언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은 채 그대로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언론이라면 아직 완전하게 해명되지 않은 의혹, 특히 친인척의 사기 혐의에 연관된 정황이 남아 있는 사안은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진상을 드러내야 합니다. 위안부 합의 관련 입장을 바꾼 것도 단순 전달할 사안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위안부 합의 당시 반 전 총장은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극찬해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된 것이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제 와서 ‘완벽한 결론은 아니었지만’이라며 말을 흐린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JTBC의 경우 이 발언을 보도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말을 바꿨습니다”라고 분명히 지적해 타사와 결을 달리했습니다. JTBC는 <반기문 ‘성완종 독대’ 왜?>(1/12 https://bit.ly/2ijAS9t)에서 “반 전 총장 동생이 경남기업에 대한 사기 사건을 한창 진행중이던 때 반 전 총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단 둘이 만났던 부분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 “반기상 씨가 2008년부터 7년간 경남기업 고문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것도 성 전 회장과 반 전 총장 간의 친분 때문이었다”며 반기상 사기사건에 반 전 총장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검증하기도 했습니다. 

 

7. ‘반기문 서민 행보’? 왜곡‧은폐나 다름없는 보도들
방송사들이 반 전 총장의 ‘낮은 자세’와 ‘서민 행보’를 지나치게 부각한 것도 왜곡에 가깝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MBN이 두드러집니다. MBN <환영 인파로 ‘북적’>(1/12 https://bit.ly/2j73IHm)은 “반 전 총장은 직접 자신의 짐을 찾고,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는 등 의전을 간소화했습니다” ““평시민이 됐다”고 말한 반 전 총장은 경호와 의전을 최소화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비행기에서 직접 자신의 짐을 찾고 입국 수속도 직접 밟은 뒤 입국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반 전 총장은 직접 발권기에서 공항철도 표도 끊고, 편의점에서 생수도 구입했습니다” 등 반복적으로 반 전 총장의 ‘의전 최소화’와 ‘서민적 행동’을 묘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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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 표와 생수 직접 산 반기문’ 대서특필 한 MBN(1/12)

 

언론이라면 ‘생수를 직접 사는 반기문 전 총장’과 같이 사소하고 일시적인 ‘보여주기 행보’를 선전하는데 매몰될 것이 아니라, 반 전 총장의 정책과 비전이 정말로 서민의 편에 있는지 분석을 해야 ‘서민 행보’도 보도할 수 있는 겁니다. 방송사들의 ‘호들갑’과 달리, 12일 한겨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을 앞두고 인천공항공사에 대통령 등 ‘3부요인 급’에게 제공되는 의전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12일 반 전 총장의 귀국 행보에서도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이 있었고 오마이뉴스 등 타 매체는 “반기문이 유명인사니 보고 있는데, 쇼 하는 것 아닌가” “반기문이 유명인사니 보고 있는데, 쇼 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시민들의 비판적 반응도 전했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이 역서 JTBC만이 “일부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시민들과 실랑이가 있기도 했”다고 한마디 지적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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