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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대통령 꽃길’에 집착한 채널A, 대통령 향한 애달픈 사랑(2016.6.14)
등록 2016.06.1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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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6/13)
‧ 채널A <예전 같지 않은 ‘새누리 꽃길’>(19번째, 노은지 기자,
https://me2.do/5PqT5poU), <90도 인사 어색한 악수>(20번째, 성시온 기자, https://me2.do/F6wSF8sI)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자, 7개 주요 방송사가 모두 보도했고 MBC와 채널A를 제외한 5개사는 톱보도로 전했다. 그러나 방송사 중에서 대통령의 고압적 태도를 언급한 곳은 JTBC뿐이고 나머지 방송사들은 대통령이 ‘협치’를 약속했다고만 전했다. 특히 채널A는 박근혜 대통령의 옷차림, 대통령을 맞이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꽃길’, 의원들의 박수 횟수 및 대통령과 악수한 의원 등 온통 가십거리로 보도를 채워 연예 뉴스를 방불케 했다. 심지어 채널A의 관련 보도 2건 중에는 대통령 연설 내용만을 분석한 보도가 아예 없다. 이는 연설을 찬양하든, 비판하든 최소한 1건의 보도를 연설 내용에 집중한 타사와 대조적이다.


이번 박 대통령 국회 연설은 20대 총선 참패 이후 이뤄진 국내 첫 공식석상이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관심법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대 국회에 “직무유기”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등 강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상시청문회법’에 임기 중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20대 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국 경색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렇게 19대 국회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만큼, 대통령이 20대 국회에서 어떤 태도 변화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3당 대표 회담 정례화를 언급하며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약속했다. “국회는 국정운영의 한 축”이라며 19대 국회에 펼쳤던 ‘국회 심판론’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안에 있어서는 종전의 일방적 태도를 유지했다. “노동개혁이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며 노동개혁법의 처리를 재촉구 했고 “비핵화 없는 대화 제의는 국면전환을 위한 기만일 뿐”이라며 대북 관계에서 강경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재천명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고, 정쟁을 거둘 수 있는 정치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여야의 의견 차이나 토론을 정쟁으로 치부하는 의중이 드러냈고 “20대 국회가 국민의 간절함을 꼭 들어주셔서 우리 앞에 놓인 소중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달라”며 ‘국민의 뜻’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태도 역시 여전했다. 이런 대통령의 이중적 태도를 제대로 전한 방송사는 없다. 
오히려 채널A는 대통령을 찬양하는 보도를 내놨다. 먼저 <예전 같지 않은 ‘새누리 꽃길’>는 제목과 김설혜 앵커의 멘트에서 '새누리 꽃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했지만, 대통령이 입장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열해서 박수를 치는 모습을 ‘새누리 꽃길’ 이라 칭한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대목이다. 보도는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대통령의 분홍색 옷차림을 보여주더니 “분홍색 상의를 입고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13일 여야 3당 원내지도부를 만났을 때와 같은색 옷”이라며 이를 “일명 ‘전투복’으로 불리는 감색이나 붉은색과 달리 협치의 의지를 담은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기자는 “이어진 여야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일일이 협조를 요청하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연출”했다고 평한 뒤, 박 대통령이 “국회와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해나갈 예정인데 여러분께서도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장면을 녹취 인용했다. 이어 기자는 “여소야대 정국을 의식한 듯 한결 부드러워진 모습. 국회 심판론을 언급하며 '레이저'를 쏘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라며 “임기 국정과제 마무리에 대한 의지”라고 찬사를 덧붙였다.

 

 

이어진 <90도 인사 어색한 악수>는 더 황당하다. “여당의원들의 중앙통로 사수로 박 대통령은 마치 새누리당길을 걷는 듯” “야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기도 했지만, 야당의 피켓 시위가 있었던 작년과 비교하면 예의를 갖춘 모습”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은 90도 인사” 등 대통령을 맞이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마치 ‘풍속도’처럼 묘사했다. 또한 “새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안내를 받으며 입장한 무소속 유승민 의원도, 올 초 박 대통령을 불러 세웠던 윤상현 의원도 새누리길에는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번 연설 후에는 친박 김태흠 의원이 박 대통령을 불러 악수를 청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이 가까이 오라고 권하고, 조원진 의원이 끌어당겨 보지만 한발 떨어져 있다가 부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눕니다”라며 대통령과의 악수를 기준으로 대통령 측근을 가늠하기도 했다. 대통령 옷차림과 일부 발언에 최대한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새누리당 꽃길’부터 ‘악수한 의원 명단’까지 나열하는 보도 행태는 사실상 대통령을 ‘제왕’으로 묘사한 것이다. 반면 다시 한 번 ‘불통’ 논란이 일은 대통령 연설에 대한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채널A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의 잔상에 젖어있음을 보여주는 보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날 대통령이 국회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존중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춘 KBS, MBC 역시, 대통령 행보의 문제점을 은폐하는 고질적 행태를 반복했다. 심지어 KBS는 야당의 비판도 전하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TV조선과 MBN도 마찬가지였다. MBN은 채널A처럼 대통령 옷차림과 악수에 집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연설 관련 보도 모두가 ‘가십’인 경우는 채널A 뿐이다. MBN은 그나마 3건 중 1건에서는 대통령 발언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JTBC만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회에 대한 존중과 소통, 협력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시장 개편 등 기존 정부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국회의 협조를 강하게 주문했습니다”라며 대통령 연설의 이중성을 언급했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6/13) 없음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6/13) 없음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6/13)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