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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파탄 보도 줄이고 ‘반기문 대권’은 띄우고…방송사들의 엇나간 전략
2017년 1월 17일
등록 2017.01.18 17:32
조회 382

17일 방송 저녁뉴스는 국정파탄 사태와 관련해 다룰 뉴스가 정말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과 최순실‧장시호‧김종 1차 공판 등 이날 한꺼번에 열린 재판부터,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여부 및 헌법재판소에서 나온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증언, 블랙리스트 수사 등 전반적인 상황까지 중요한 뉴스거리가 산더미입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오히려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이 급감했습니다. 반면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대선 행보를 포함한 대선 주자 관련 보도는 꾸준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을 띄우는 경향도 강합니다. 방송사들이 초유의 헌정유린을 자행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공범들의 전횡을 서서히 덮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선 여론전에 나선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1. 보도량 급변…방송사는 벌써 대선?
17일 방송사들의 저녁종합뉴스에서는 전날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근혜-최순실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이 줄어들어, 대선 주자 간 경쟁을 다룬 대선 보도량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는 겁니다. 특히 채널A의 국정파탄 보도량은 전날 16건에서 8건으로 절반 수준이 됐고 TV조선도 13건에서 9건으로 급감했습니다. 16일에도 대선주자 보도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내던 MBN만 큰 변화가 없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이 10건 아래로 떨어진 것도 지난해 11월 이후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KBS와 MBC 역시 똑같은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공영방송 모두 17일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이 전날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런 경향에서 벗어난 것은 SBS와 JTBC뿐입니다. 두 방송사는 꾸준히 국정파탄 사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17일에도 국정파탄 사태 22건, 대선주자 관련 보도는 1건을 낸 JTBC는 타사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국정파탄 사태 추이 및 추가적 의혹 제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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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 및 대선주자 관련 보도량 변화(1/16~1/17)

 

2.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국정파탄 사태’…보도량 줄일 이유 없어
KBS‧MBC‧TV조선‧채널A‧MBN의 보도량 변화에 특별한 배경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KBS는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을 줄인 17일, △치킨집 불황 △길거리 묻지마 폭행 △눈길보다 위험한 살얼음 도로 △달걀 품귀현상 등 생활 뉴스를 추가했을 뿐입니다. MBC 역시 △닭다리로 실습하고 수술하는 중국 성형학원 △제2의 소라넷 법무사가 운영 논란과 같은 사건‧사고 뉴스가 눈에 띕니다. TV조선‧채널A‧MBN도 비슷한 뉴스들이 보일 뿐, 다른 중대한 정치‧사회‧안보 이슈로 인해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을 줄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17일에는 최순실‧장시호 1차 공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 검찰이 공개한 안종범 수첩의 내용, 블랙리스트 수사 현황 등 국정파탄 사태와 관련한 이슈가 전날보다 더 많았습니다. 이틀 간 나타난 보도량 변화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가 벌써부터 대선에 초점을 맞추며 국정파탄 사태를 소홀히 다루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박 대통령의 공범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 김종, 차은택 등 주요 피의자 및 재벌 기업의 처벌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 반기문 논란 직접 해명한 ‘대변인’ TV조선
이렇듯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 모두 국정파탄 사태와 비슷한 비중을 둔 대선주자 관련 보도에는 일관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반기문 띄우기’입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는 이미 반 전 총장이 귀국한 12일부터 낯 뜨거운 ‘동정 미화 보도’를 연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수위만 낮을 뿐, 지상파 3사도 ‘반기문 행보 받아쓰기’ 행태는 똑같습니다.


17일, TV조선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주자에만 비판과 검증의 날을 들이대고 반기문 전 총장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정치적 선호를 노골화했습니다. 이날 TV조선의 대선주자 관련 보도는 총 8건인데요. 이중 야권 비판 및 검증은 3건인 반면 반 전 총장 관련 비판 보도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반 전 총장 관련 논란을 직접 나서서 해명하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TV조선 <“퇴주잔 마셨다” 종일 논란>(1/17 https://bit.ly/2jv9GV8)은 “어제는 꽃동네 '턱받이 논란'이 일더니 이번엔 부친 묘소 성묘 때 '퇴주잔'을 왜 마셨냐는 뒷말까지” 나왔다면서 “반 전 총장 측에선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이라며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과 함께 “누군가 기다렸다는 듯 왜곡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퇴주잔’ 논란의 경우 “원본 영상을 보면 첫잔은 받아서묘소에 퇴주하고, 둘째 잔을 받아 묘소에 올리고 절을 한 뒤 부인과 함께 음복”했는데 “유포된 영상은 퇴주 과정을 생략하고 편집”했다는 겁니다. ‘꽃동네 턱받이 논란’ 역시 TV조선이 직접 “턱받이 앞치마는 꽃동네 측이 입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 해명을 했고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 편집해 퍼뜨리거나 사소한 일까지 트집 잡는다는 지적”까지 강조했습니다. 이쯤 되면 ‘반기문 대변인’이라 할 만합니다. 반기문 전 총장에게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보여주기식 민생 행보’때문이라는 본질적인 시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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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보여주기 논란’에 직접 ‘왜곡‧트집’이라 비판한 TV조선(1/17)
 

4. 반기문은 대신 해명해주더니…문재인과 야권은 일단 비판부터?
반면 TV조선 <“군복무 1년” “10개월” 포퓰리즘?>(1/17 https://bit.ly/2jIRB39)은 군복무기간을 줄이겠다는 문재인‧이재명 등 야권주자를 향해 “대선 때만 되면 나오는 포퓰리즘성 공약”, “현재 우리군은 62만 명으로, 128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절반 수준입니다. 핵 미사일 위협과 함께 북한의 국지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인기만 앞세운 안보 공약이라는 지적”이라며 맹폭을 퍼부었습니다. 또한 TV조선 <정치인들의 ‘노인 폄하’ 역사>(1/17 https://bit.ly/2jmra3s)는 ‘대선출마에 나이제한 상한을 두는 게 맞다’고 주장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주장을 빌미로 야권 인사들이 꾸준히 ‘노인 폄하’를 자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인은 투표할 필요가 없다고 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만 63세, 유시민 작가도 60대를 코 앞에 두고 있”고 2012년 총선에서는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무례하고 저속한 언어로 '막말 제조기'란 별명을 얻은 장본인”이라는 겁니다. 보도 말미에는 “어르신 세대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 잘한다고 지지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바꿀,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어르신들에게 좀 없는 거죠”라고 말하는 문 전 대표 모습까지 추가해 마치 문 전 대표도 ‘노인 폄하’ 대열에 합류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5. 사람 가리는 방송사들의 검증‧비판 잣대
이런 태도는 비단 TV조선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채널A는 TV조선처럼 노골적으로 반기문 전 총장을 대변하지는 않았으나 봉하마을과 팽목항을 방문한 반 전 총장 행보를 받아쓴 보도가 1건 있습니다. 채널A는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야권주자들의 군복무 기간 단축을 ‘포퓰리즘’으로 비판한 보도 2건, 표창원 의원 노인 폄하 논란 2건 등 야권 비판 보도만 5건입니다. 양적으로는 오히려 채널A의 불공정이 더 심각합니다. MBC는 문재인 전 대표의 사드 관련 입장 말 바꾸기 논란과 군복무기간 단축 주장 논란을 묶어 1건으로 냈고 여기다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받아쓴 보도를 1건 붙였습니다. 역시 문 전 대표에만 검증과 비판의 날을 세운 겁니다. KBS와 SBS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모두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JTBC는 반 전 총장의 기존 정당 입당 의사만 1건 보도했습니다. 이날 MBN만이 <반기문, 또 동생 비리 의혹>(1/17 https://bit.ly/2j7T6He)에서 “반기문 전 총장의 둘째 동생 반기호 씨가 미얀마에서 유엔을 등에 업고 사업을 벌였다는 의혹”을 다뤄 유일하게 ‘반기문 검증’을 선보였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와 정당의 정책 및 기조를 검증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러나 이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공정성, 그리고 후보나 정당에서 나온 주장이나 정책의 내용을 왜곡하지 않는 객관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최근 MBC‧TV조선‧채널A가 보이고 있는 태도는 이러한 공정성‧객관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23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 반기상 부자 사기 및 돈세탁 혐의 피소, 반기호 유엔 특혜 의혹 등 사적 비위와 12일 귀국 직후 과도한 보여주기식 행보로 가는 곳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정치색 등 반 전 총장에게도 검증할 사안이 수두룩합니다. 방송사들이 어째서 이를 단 한 건의 보도로도 다루지 않고 유야무야 모른 척 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러면서 야권에만 무리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입니다. TV조선‧채널A는 모병제를 통한 강병 정책 및 대체복무제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등 대안이 오래 전부터 제시됐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실행되기도 했던 ‘군복무기간 단축’을 ‘북한 위협’이라는 케케묵은 ‘북풍’ 하나로 ‘포퓰리즘’ 취급했습니다.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입니다.

 

6. 편파적인 대선 보도하면서 국정파탄 핵심 사안은 왜 보도 안 하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편파적으로 반기문 전 총장을 띄워주는 방송사들이 정작 중요한 국정파탄 사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KBS와 MBC는 심각합니다. 두 공영방송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을 급격히 줄였습니다. 17일 보도량은 KBS 5건, MBC 4건에 불과한데요. 특검의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가 2월 초순으로 예정됐다는 소식, 특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 김기춘‧조윤선 두 사람을 소환했다는 사실, 최순실‧장시호 1차 공판을 1건씩 단순 전달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KBS는 비선의료진 김영재 원장 소환을, MBC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구속 여부를 보도하지 않았고 두 방송사 모두 블랙리스트 관련 추가 보도가 없습니다. 


TV조선‧채널A‧MBN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그동안 국정파탄 사태 관련 단독보도를 열성적으로 쏟아내던 것과 달리 17일 단독보도는 단 1건만 냈습니다. 그나마 단순전달이라 해도 누락한 소식은 없고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김기춘‧조윤선 소환 외에 1~2건의 추가보도를 냈다는 점이 KBS‧MBC보다 조금 나을 뿐입니다. 


SBS와 JTBC는 타사가 전하지 않은 소식을 타전하면서 꾸준히 국정파탄 사태에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SBS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을 지시했다는 특검 조사 결과 등 블랙리스트 관련 단독보도가 2건이고 지난해 9월 삼성의 정유라 말 지원이 보도되자 삼성이 210억 원의 지원금을 은밀한 방식으로 우회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정황도 2건 단독 보도했습니다. JTBC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공동체임을 입증하는 단독 보도만 3건입니다. JTBC <퇴임 뒤엔 평창, 과거엔 삼성동 자택도?>(1/17 https://bit.ly/2j80xyn) 등 3건의 단독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최순실 모친 임선이 씨가 계약했고 최순실 씨는 평창에 박 대통령 퇴임을 위한 ‘VIP 아방궁’ 건립을 추진했다고 폭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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