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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어제 저녁뉴스]‘최순실 PC’가 최순실 것이 아니다? MBC의 무모한 프레임(2016.10.28)
등록 2016.10.2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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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송사 저녁뉴스 관전 포인트는 세계일보의 ‘최순실 단독 인터뷰’를 방송사들이 어떻게 다뤘는가 하는 것입니다. 세계일보 인터뷰는 여러 모로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습니다. 최순실 씨가 스스로 지인을 통해 세계일보 인터뷰를 자청하고 시점도 정했다는 점, 인터뷰 내용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비슷하다는 점,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은 미르‧K스포츠 재단 및 ‘비선조직’ 관련 의혹은 모두 부인했다는 점 등이 그렇습니다. 항간에는 ‘대통령과 사전교감에 의해 나온 인터뷰’, ‘안종범 수석 등 청와대 실세들에게 일종의 지침을 내린 인터뷰’라는 추측도 나옵니다. 특히 JTBC 보도의 근간이 된 PC를 자기 것이 아니라고 한 대목은 말의 앞뒤도 맞지 않아 오히려 의심을 더 키우기만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매체의 반응은 ‘최순실의 거짓말 인터뷰’라는 것입니다. 과연 방송사들도 똑같은 반응이었을까요?

 

1. “PC 입수 경위부터 의문”, MBC의 무모한 프레임
MBC는 27일 ‘최순실 PC 사용자 논란’에만 2건을 할애했는데 그 중 1건은 “현재로선 최씨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는 취지의 보도입니다. 여기까지는 납득할 만합니다.


문제의 보도는 바로 다음에 나온 <“선임자 요청으로 개통…사용자 모른다”>(10/27 https://bit.ly/2eBRtCl)입니다. MBC는 제목에서부터 최순실 씨가 개통한 것도 아니고 사용자도 누군지 모른다는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줬습니다. 이상현 앵커는 “최 씨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태블릿PC 입수 경위부터 의문이 생기고 있”다며 최 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세로 기자는 PC를 개통한 인물로 알려진 김 행정관의 “이후 최순실 씨와는 연락한 적도 없고 전혀 모르는 관계였다”라는 주장을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PC가 최순실 씨의 독일 집 쓰레기통에서 입수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청와대 문건 등이 담겨 있고, 작은 노트 크기에 불과한 소형기기를 굳이 버리고 갈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여기다 “다른 사람 명의로 된 거, 최순실 씨가 직접 사용했다는 단서도 없는 걸 가지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라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도 덧붙였습니다.

 

 △‘태블릿PC 내 것 아니다’라는 최순실 주장에 힘 실어준 MBC(10/27) 

 

2. KBS와 채널A도 ‘태블릿 PC’를 ‘공방’으로 처리, 그럴 사안일까
MBC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KBS와 채널A도 ‘태블릿 PC’의 최순실 씨 소유 여부를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KBS는 ‘태블릿 PC 진실게임’에만 2건을 할애했고 채널A도 1건의 보도에서 ‘PC 소유 논란’을 다뤘습니다. SBS, TV조선, MBN이 PC 소유 문제를 따로 다룬 보도 없이 최순실 씨 인터뷰가 사실과 다른, 수상쩍은 인터뷰라 비판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물론 KBS는 “최 씨가 연설문 수정은 인정하면서도 태블릿 PC와의 연관성은 부인한 점은 또 다른 논란” “실사용자가 누구든, 보안 문건이 다수 저장된 기기가 어떤 경로로 민간에 흘러갔는지도 문제” 등 최 씨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시시비비가 명백한 사안을 굳이 2건이나 보도하면서 ‘논란’으로 만들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최 씨 입장을 반박하는 논리를 소개하지도 않고 “청와대 문서 유출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일은 태블릿PC의 실제 소유자를 가려내는 데 달려 있”다고 보도한 채널A도 ‘태블릿 PC 소유자 논란’을 키우려 한다는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3. JTBC가 보여준 증거는 ‘모르쇠’, MBC는 대체 왜?
태블릿 PC가 본인 것이 아니라는 최순실 씨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한 MBC 보도는 같은 날 JTBC가 반박했습니다. JTBC는 최 씨 인터뷰가 나오기 하루 전인 26일, PC에 저장되어 있던 최순실 씨의 ‘셀프카메라’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27일 보도에서 JTBC 서복현 기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가 어제 JTBC 보도 이전에 이뤄진 게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라며 ‘카운터펀치’를 날렸습니다.
이외에도 JTBC가 내놓은 ‘최순실 PC’의 증거는 넘쳐납니다. 서 기자는 “자신이 쓰지도 않은, 자신의 PC도 아닌데 취득했다면 취득 경위를 밝히라고 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라고 최 씨 주장을 반박했고 “최 씨가 인정한 부분. 그러니까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부분도 이 PC가 최 씨의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라며 최 씨의 주장 자체가 자가당착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 대해서 도움을 받았다고 이미 인정을 했”는데 해당 PC에서 대선 유세문, TV토론회 자료, 비공개 신문광고, 심지어는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부적인 ‘오방낭 복주머니’까지 나왔다고도 했습니다. 또한 PC의 최종 수정자 아이디가 최 씨의 딸 이름이었던 ‘유연’으로 되어있던 것도 최 씨가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화룡점정은 최순실 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유출되지 않아야 될 연설문이 유출됐다는 게 인정이 됐는데 이런 자료들을 또 다른 누군가가 받아봤다면 비선 의혹을 받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MBC 김세로 기자는 이런 사실들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요?

 

4. 은근슬쩍 추진된 한일군사정보협정 재개, 보도한 방송사는?
정국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혼란스러운 시점에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재개하기로 밝혀 ‘시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미국 경유 없이 한일 간 군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사실상 ‘군사동맹’을 의미합니다. 하필이면 최순실 씨에게 군사기밀 등 외교‧안보 자료가 유출된 ‘국기문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에서 일본과의 민감한 군사안보 문제를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송사들이 절반 이상의 뉴스를 ‘최순실 국정농단’에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도한 방송사가 있었을까요? 다행히도 7개 방송사 중 SBS와 JTBC가 보도를 내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켰습니다. SBS는 1건의 보도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 등 일본 정부의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과 군국주의화 경향에 대한 국민 반감이 이번에도 변수”라 지적했고 JTBC는 2건을 통해 “비선실세 파문으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나온 정부 발표에 의구심과 우려의 목소리” “협정이 체결되면 일본 아베 정부의 군사 우경화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반면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KBS, MBC, TV조선, 채널A, MBN. ‘최순실 국정농단’도 좋지만 ‘국정농단’을 틈타 체결될 수도 있는 한일 간의 ‘졸속 협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네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6년 10월 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