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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농성, ‘교통 불편’ ‘불법성’만 부각한 MBC․TV조선
등록 2017.11.29 21:01
조회 929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요구하는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 파행으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자, 마포대교 남단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갔는데요. 이 과정에서 퇴근길 여의도 일대에 교통 혼잡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은 건설근로자법을 개정해 퇴직공제부금을 인상하고 레미콘 조종사나 덤프트럭 운전사 등 1인 건설기계 노동자들도 퇴직공제부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10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정상화하고, 건설기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던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입니다.

 

건설노조 간부 2명은 그간 이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광고탑에서 18일간 고공농성을 벌여오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28일 오후 광고탑에서 내려온 이후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 체포되었습니다. 

 

SBS․JTBC 제외 5개 방송사 일제히 ‘교통 혼잡’ 부각
 29일 7개 방송사는 일제히 관련 소식을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했습니다. 이를 단신으로 처리한 방송사도 없었습니다. 특히 채널A는 이 소식을 이날 톱보도로 전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량

1

1

1

1

1

1

1

보도순서

13

13

15

14

6

1

24

총 보도시간

01:58

01:19

01:55

01:34

01:36

01:41

01:36

△ 건설노조 농성 관련 보도 양상(11/28)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이들이 왜 이런 집회를 하게 되었는지에 보도의 초점을 맞춘 보도는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방송사들이 부각한 것은 ‘집회․농성으로 인한 교통혼잡’이었습니다. 실제 보도 제목에 교통 혼잡 등의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SBS와 JTBC 뿐입니다. KBS는 ‘교통 대란’ MBC는 ‘혼잡 극심’, TV조선은 ‘퇴근길 대란’, 채널A는 ‘꽉 막힌 퇴근길’, MBN은 ‘퇴근길 혼잡’ 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에 포함했습니다. 특히 MBC는 ‘불법 점거’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KBS

<퇴직금 법안 무산…마포대교 교통 대란>

MBC

<여의대로 불법 점거…혼잡 극심>

SBS

<“1년 퇴직금 80만원” 광고탑 올라간 이유>

JTBC

<건설노조, 마포대교 점거 농성>

TV조선

<마포대교 한때 점거…퇴근길 대란>

채널A

<건설노조 도로 점거…꽉 막힌 퇴근길>

MBN

<건설노조 마포대교 점거…퇴근길 혼잡>

△ 건설노조 농성 관련 보도 제목(11/28)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나마 KBS는 전날 <퇴직금 10년째 그대로…“이유 있는 울분”>(11/27 https://goo.gl/oVjf1T)에서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나가고 있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상세히 전달하며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시민 불편과 집회 참가자 ‘불법성․폭력성’만 부각한 MBC와 TV조선, 채널A는?
이중에서도 MBC와 TV조선은 철저하게 이 집회 농성의 목적을 숨기고, 폭력성과 불법성을 부각했습니다.

 

MBC <여의대로 불법 점거…혼잡 극심>(11/28 https://goo.gl/vFgiRY)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2만여 명이 서울 여의대로를 무단 점거한 채 행진하면서 퇴근 시간에 여의도 일대가 극심한 혼잡을 빚었”고 “시위대는 경찰의 잇따른 해산 명령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앵커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 역시 “서울 여의대로 10개 차로가 2만여 명의 시위대로 꽉 들어찼”는데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오늘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뒤 도로를 무단 점거했기 때문”이라며 “시위대는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등 한때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 보도에는 이들이 대체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임금 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하며”라는 구절이 있지만 이는 그 어떤 집회에 붙여놓아도 될 법한 추상적 표현일 뿐입니다. 


TV조선의 <마포대교 한때 점거…퇴근길 대란>(11/28 https://goo.gl/5TK4S1)도 “퇴근시간에 여의도 일대 교통이 마비됐습니다” “퇴근길 여의도 일대는 거대한 주차장이 돼버렸습니다. 극심한 혼잡은 1시간 반 가량 이어졌습니다”라며 시민 불편을 부각했습니다.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차단벽을 있는 힘껏 흔듭니다. 경찰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차단벽 너머로 손을 뻗칩니다” “노조는 신고 구역을 벗어나 왕복 10차로 도로까지 무단으로 점거했습니다”라며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성과 불법성을 강조한 것도 MBC와 동일합니다.

 

익명의 경찰관계자의 “(시민들이) 난리 났어 난리. 막무가내로 길 막고 있으니까.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라는 발언을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이번 집회를 반복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첫 도심 불법집회”로 규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문재인 정부와 건설노조 양쪽에 모두 부담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반면 보도 속에 언급된 집회 이유는 “건설노조가 법 개정을 요구하며”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K-013.jpg

△익명의 경찰관계자 발언을 인용해가며 시민 불편을 부각한 TV조선(11/28)

 

채널A는 집회의 이유,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을 짧게나마 소개했습니다.

 

채널A <건설노조 도로 점거…꽉 막힌 퇴근길>(11/28 https://goo.gl/BHVJAq)은 보도 말미 “건설노조는 오늘 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데 맞춰 시위에 나섰는데요”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을 내놓기 이전까지는 내내 여의도 주변의 극심한 교통체증 소식을 전하며 “퇴근길 교통사정이 걱정”이라는 멘트만을 쏟아냈습니다. 

 

 

MBN․JTBC는 농성 사유도 조금 전달
MBN, JTBC는 교통혼잡 상황을 전하면서도 채널A보다는 조금 더 상세하게 파업 농성의 사유를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방송사의 보도 역시 건설노동자들의 상황을 알리기에는 부족한 보도였습니다.


MBN <건설노조 마포대교 점거…퇴근길 혼잡>(11/28 https://goo.gl/qXYzYs)은 앵커부터가 “전국건설노조가 하루에 4천 원으로 계산되는 퇴직금을 인상하라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라는 멘트를 했고요.

 

기자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개정안은 10년째 하루 4천 원에 머물고 있는 건설근로자들의 퇴직금을 높이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MBN은 이와 함께 “국회로 향하는 시위대가 마포대교를 점거하면서, 퇴근길 큰 교통 혼잡을 빚기도 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신고한 행진 경로를 벗어나 국회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물병이 날아들고 경찰 방패벽이 부서지는 소동” “집회를 마친 참가자 9천여 명이 한때 마포대교를 점거하면서 퇴근길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는 정보도 상당한 분량으로 전달했습니다.


JTBC <건설노조, 마포대교 점거 농성>(11/28 https://goo.gl/j69sLW)은 앵커멘트를 통해 “집회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고하지 않은 경로로 행진에 나서면서 마포대교 양방향 통행이 한 시간가량 막혔습니다”라는 점을 먼저 언급했는데요.

 

“노조는 오후 2시 30분부터 국회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일용직이나 임시직 건설 노동자들을 위한 퇴직금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논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자 경로를 이탈해 행진한 겁니다”라는 설명은 48초가 되어서야 나옵니다. 

 

 

SBS는 교통혼잡 아닌 건설노동자 고충에 집중, KBS는? 
반면 SBS는 보도에서 교통 혼잡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SBS는 ‘건설노동자들이 왜 이러한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에 집중했는데요.

 

실제 <“1년 퇴직금 80만원” 광고탑 올라간 이유>(11/28 https://goo.gl/2B8ih3)는 “국회 앞에 있는 30m 높이 광고탑 위에서 건설노동자 두 명이 18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일하면 지금은 4천 원씩 퇴직금이 쌓이는데, 10년째 그대로인 이 금액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겁니다”라는 앵커멘트로 시작됩니다. 한 두 마디라도 꼭 교통혼잡 문제를 언급한 타 방송사와는 전혀 다른 태도인 것이지요. 


이어지는 내용에서도 SBS는 “건설 노동자가 하루 일을 할 때마다 건설사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 4천 원을 적립합니다. 일을 그만두면 이 돈을 퇴직금으로 받는데, 한 달에 16일을 일한다 해도 1년 치 퇴직금은 80만 원에 못 미칩니다. 이마저 못 받는 근로자도 있습니다. 덤프트럭이나 굴착기 등 자신의 장비로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아예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굴착기 기사의 “일반 직장 생활을 28년 했다면 퇴직금만 해도 상당히 될 겁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 하나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라는 발언을 보여주었고요.

 

“이들의 요구조건을 비롯해 건설노동자 고용 개선안을 논의하기로 했던 국회 고용노동소위”가 “결실 없이 끝났”다는 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집회 현장의 상황은 “서울 여의도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던 2만여 명의 건설노조원들은 청와대로 가겠다며 마포대교 방향으로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습니다”라는 멘트로만 전했습니다. 


 KBS <퇴직금 법안 무산…마포대교 교통 대란>(11/28 https://goo.gl/cNRN5t)은 10년째 묶여 있는 건설 일용직의 퇴직금 문제를 소개한 전날 보도를 언급한 뒤, “일대의 교통이 큰 혼잡을 빚었”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KBS는 “퇴직금 인상 내용을 담은 건설 근로자법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상정된 법안의 우선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과 함께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법안 심사가 무산돼 연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전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날 보도만 본다면 SBS보다는 부족했지만, MBN이나 JTBC보다는 더 노동자들의 농성 사유에 집중한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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