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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자극 피해서’ ‘대화기조 유지해서’ TV조선·채널A의 이상한 트집
등록 2017.12.12 18:21
조회 289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미국 조야에서는 선제타격론 등이 재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일부 언론은 어째서인지 ‘전쟁을 독려하는 듯한’ 보도를 내놓으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TV조선과 채널A는 ‘북한과 계속 대화를 하려고 한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몸을 사린다’는 황당한 주장을 근거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주로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기도 합니다.

 

 

TV조선 ‘정부가 북한 자극하는 일 피하려 한다’고 훈계 
먼저 TV조선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공개 최소화’…북 자극 우려?>(12/4 https://goo.gl/zkYkz5)는 “우리 군은 한미연합 공중훈련 현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가 뒤늦게 일부 장면만 공개”했고 “지난 1일 김정은 제거 ‘참수부대’ 개편식도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갔다며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청와대와 정부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내내 군이 훈련현장 등을 제대로 공개, 언급 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이 보도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는 엇박자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 제목은 좀 더 노골적인데요. <공중훈련도, 참수부대 창설식도 ‘공개 NO’…북한 자극할까 눈치보나?>입니다. 


<“참수 부대라 부르지 마라”>(12/8 https://goo.gl/YrRQov)에서도 TV조선은 “우리 군은 이달 초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일명 '참수작전'에 투입할 특전사 특수임무여단을 창설”했는데 “군이 이 부대를 '참수부대'로 부르지 말라고 했”다며 “북한을 자극할까봐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적했습니다.

 

또 TV조선은 “송영무 장관은 참수 부대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는데 “정작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문정인 안보특보였”다며 “문 특보는 참수 부대 창설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장관은 용어부터 정제해서 써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보도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난 9월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같은 느낌이지 안보 특보라던가 정책특보 사람 같지 않아서 개탄스럽습니다”라는 발언을 굳이 보여주기도 합니다. 


보도는 “야권에선 북한 김정은이 핵실험과 화성-15형 발사까지 고강도 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군이 북한을 자극할까봐 걱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해상봉쇄를 하려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무자비한 자위적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라는 기자 멘트로 마무리됩니다. 앞서 보도와 마찬가지로 왜 북한을 자극할까봐 걱정하냐는 질책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이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軍 “참수부대라 부르지 마라”…군마저도 북한 의식하나?>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민감한 시기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이 보도만 보면 TV조선은 한반도 평화보다 ‘왜 한국이 북한과 붙어보려 하지 않는지’를 더 신경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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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수’를 연상시키는 참수 부대의 훈련장면을 보여준 TV조선(12/8)


뿐만 아니라 이 보도는 참수 부대 훈련장면을 전하며 한 부대원이 다른 부대원의 목 부근을 날카로운 무기로 반복하여 찌르는, 참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 눈치나 보는 정부’ 대신 ‘당당하게 잔인한 훈련 장면을 공개’해 북한을 자극하고 싶었던 걸까요? TV조선의 이 방송을 미성년자를 포함한 한국 시청자들이 먼저 접할 것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새입니다.

 

 

채널A도 ‘평화적 해법․대화 강조 기조’에 불만 표해
채널A 관련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위기 상황’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전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 <“내년 3월 선제공격” 시간표 짜는 미군>(12/6 https://goo.gl/cnC6xV)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북한의 ICBM 개발을 막을 시간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으니 “내년 3월이면 정말로 레드라인을 넘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군사대응 가능성에 관심이 더 커졌”다는, 마치 남의 나라 전쟁 가능성을 점치는 듯한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 역시 유엔사무총장 언론특보를 지낸 마크 세던 교수가 영국 일간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을 근거로 “미국이 염두에 둔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어서 대북 선제타격 분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는 ’우리 일이 아닌 것만 같은‘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채널A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CNN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완성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밝”히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만큼 무력보다 외교로 접근하자는 메시지를 미국에 던”진 것을 소개한 뒤 보도 말미 “첨단 전투기를 230대를 한반도에 띄우며 북한을 압박하는 현 시점에, 평화적 해법만을 강조한 건 군사옵션에 대한 김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미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반박을 덧붙였는데요.

 

당사자국의 외교부장관이 평화적 해법을 강조한 것을 자국 언론이 ’미 조야의 지적‘을 들어 반박해야 할 일인 것인지 의문입니다. 

 

 

’운전자론 포기‘ 들먹이며 억지도
채널A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종교 지도차 청와대 오찬 간담회 중 “남북관계는 두 가지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하나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이고 또 하나는 남북관계를 위한 대화다. 북한 핵문제는 북-미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남북 대화는 북한 핵에 가로막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비판 논리는 ‘운전자론의 한계를 깨닫고 이를 포기했다’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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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해결이 북-미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운전자론 덮는다’는 해석 내놓은 채널A(12/7)


이를테면 <“북핵은 북미 중심”…‘운전자론’ 덮나>(12/7 https://goo.gl/FPuLgd)에서 앵커는 “중국이 확인해 준 것처럼 또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은 북한의 핵심 공격 대상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은 북한과 미국이 중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수석이 아니라 운전석에 앉겠다는 ‘한 때’의 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라는 멘트를 내놓았는데요.

 

애초 한반도 운전자론은 단순히 북핵 문제를 북한과 한국 단 두 국가만의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자체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니 이 사안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요. 다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과의 관계와 한반도의 명운을 다른 국가들의 손에 넘겨두지 않고, 당사자국으로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개입해야한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북한 핵은 반드시 해결하고 압박도 해야 하지만 군사적 선제타격으로 전쟁이 나는 방식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동의 없이 한반도의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미국에 단호히 밝힌 바 있다”며 한반도 전쟁 불가론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며 미국이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드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밝힌 것이지요.

 

그런데도 채널A는 남북 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일체 소개하지 않고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북핵에 가로막혀 있다면서 ‘북핵 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라는 설명만을 내놓으며 사실상 트집을 잡은 것이죠.


또 채널A는 보도 말미에서 “미국에서는 CIA가 정한 3개월 데드라인이 지나면 선제타격이 검토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며 “북미 대화를 내세워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보려는게 정부의 전략이지만 정작 한미간 인식차는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앞선 보도들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민감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이슈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4~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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