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9월 12~15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모니터 브리핑
등록 2013.09.24 11:40
조회 380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9월 12~15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김정일 와병’, 외신 인용·추측성 보도에 신중해야

.................................................................................................................................................

 


1. ‘김정일 와병’ 보도, 신중한 태도 필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순환기계통(뇌혈관 관련) 수술을 했으며 회복 중이고 집권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양치질을 한다”, “주변도움 받아 움직일 수 있다” 등 김 위원장의 수술내용이나 회복상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정부의 정보력을 지나치게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3사의 관련 보도 역시 문제다. 방송3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외신의 추측성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고 있다(<표 1> 참조). 또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계구도를 전망하거나, 김 위원장의 집권능력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를 내보냈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보도 태도가 요구된다(<표 2> 참조).

 


2. KBS·SBS의 이상한 인터뷰

KBS와 SBS가 연휴를 맞아 각각 <치매>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기획보도를 내놓았다. 그런데 두 방송사는 각각 다른 나라의 노인 요양 시설을 다루면서 똑같은 사람을 인터뷰했다. 일부 자료화면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등장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KBS는 12일부터 연속기획보도 <치매>에서 노인복지 선진국들이 치매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를 보도했다. 13일 <공정한 평가로 성공>에서는 호주 시드니의 한 요양시설을 소개했는데, “요양 기관을 평가하는 별도의 민간기구를 만들어 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요양기관에 대한 엄정하고 공정한 평가제도 때문에 기관 간의 건전한 시장경쟁이 유도됨으로써 호주는 단기간에 요양기관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에일린’이라는 노인을 인터뷰했는데, 그는 “이곳에서 생활해 행복해요. 음식도 다양하고 무엇이든지 즐길 수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노인은 같은 날 SBS의 기획보도에도 등장했다. SBS도 12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을 하겠다며 <국가가 돌본다>는 기획보도를 시작했다. 13일 <생활을 즐길 권리>에서 SBS는 독일 엣센의 성 루드게리 노인 입소시설을 취재했는데, 여기에서도 ‘에일린’이라는 노인이 인터뷰이로 등장한다. 그는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해요. 모든 게 좋아요.”라고 거의 비슷한 소감을 밝혔다.

 


3. KBS 탐사보도팀의 돋보이는 부동산 보도

KBS는 14일과 15일 각각 <못 믿을 보고서>와 <“장관·수석이 혜택”>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는 탐사보도를 내놓았다. 두 보도 모두 치밀한 취재와 분석을 통해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못 믿을 보고서>(9.14)에서는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연구기관이라는 건설산업연구원이 집값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시뮬레이션을 거쳐 나온 숫자보다 더 낮춰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보도는 “건산연은 집값이 크게 오른 최근 6년 동안 해마다 예외없이 집값이 물가상승률 정도 오르는데 그치거나, 아예 떨어진다고 전망했다”며 “탐사보도팀이 이 문제를 파고들자, 건산연은 언론에 미칠 영향이나 정책 변수 등을 고려해 집값 전망치를 수정해 왔다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KBS탐사보도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집값 전망치를 낮춘 이유가 “건산연은 지난해 말 나온 2008년 집값 전망 보고서에서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테니,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배제 등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며 “이중 양도세 비과세 등의 주장은 이미 정책에 반영됐다. 특히 정부가 건설업계의 주장을 수용하는 빈도는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관·수석이 혜택”>(9.15)에서는 정부가 종합 부동산세를 완화할 경우 “현정부의 장관과 청와대 수석의 경우엔 77%가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도는 “지난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된 가구는 37만 9천여 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에 불과”하지만 “현 정부의 전,현직 장관과 청와대 수석 42명 가운데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모두 34명으로 전체의 81%”라며 “종부세가 완화됐을 경우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현재 종부세 대상인 34명의 전,현직 장관과 수석들 가운데 개인별 합산으로 과세방식이 바뀌면 2명이,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오르면 8명이, 그리고 1가구 1주택을 면제해주면 19명이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3가지가 모두 바뀌면 전체의 77%인 26명이 종부세를 더이상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4. MBC, 정부의 ‘연기금 투입 통한 주가 방어’ 문제 지적

MBC는 정부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기금의 주식시장 유입을 유도해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입었다며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MBC는 13일 <6조3천억 손실>에서 “올 들어 증시침체로 국민연금기금이 보유한 주식이 무려 6조 3천억원 손실이 나면서 국민연금의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그 이유를 취재했다.

MBC는 “‘9월 경제 위기설’이 집중 제기되던 이달 초.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에 대해 지금이 투자 적기라며 주식시장 참여를 종용”한 뒤 “하루만에 4천 3백억원의 연기금이 투입됐고 이후 나흘 연속 천억원 이상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가 1500선이 위협받던 7월 초에도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기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 한 뒤 “이틀 연속으로 천 8백억원이 넘는 연금이 투입됐고 결국 1,500선은 지켜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민연금 기금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정부로부터 정치적 개입인데 그게 올해 주식 시장이 지금 어려운 시점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실장의 인터뷰를 실어 정부가 연기금을 주가 방어에 끌어들이는 문제를 지적했다. <끝>



2008년 9월 16일

(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