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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청년실업이 노동자 탓? 기본도 어긴 TV조선의 ‘마녀사냥’(2016.5.16)
등록 2016.05.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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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13~15)
‧ TV조선 <판포커스/취업난에 또 동반 자살까지>(5/15, 13번째, 이승훈 기자,
https://me2.do/xQIaahYW), <판포커스/실업 최악인데…노동계는 농성>(5/15, 14번째, 이승재 기자, https://me2.do/5f9kkt0J)
정부가 내년 인건비 동결이라는 초강수까지 내걸고 밀어붙이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TV조선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5일 TV조선 <판포커스/취업난에 또 동반 자살까지>는 강원도에서 일어난 청년 3명의 동반자살 사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부적절한 자살보도이다. 자살보도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자살 원인을 실업으로 억지로 끼워 넣기도 했다. 기자조차 “조사결과 2명은 무직, 1명도 고용이 불안해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라고 말해 스스로 ‘추정’ 수준의 보도임을 실토하고 있으나 리포트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자살원인을 실업으로 단정하고 있다. 앵커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지금 순간에도 세상을 등지려 하고 있”다고 했고, 기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 취업 실패 압박감에 청년들이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취업난에 괴로워하며 처지를 비관하던 이씨 등은 온라인에서 만나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업 비관 자살을 강조하는 억지 보도를 내놓은 TV조선은 다음 보도 <실업 최악인데…노동계는 농성>(5/15, 14번째, 이승재 기자)에서 느닷없이 청년 실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겼다. 제목에서부터 노동계에 대한 악의가 가득 담긴 이 보도는 “정부가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나섰지만 진척이 더뎌지고 있고, 노동계는 장외 투쟁을 선언”했다며 노동계를 비판했다. 이승재 기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아직은 시기상조이고 충분한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노조의 반발을 언급하고 “임금체계 개편은 아들·딸들의 일자리를 위한 약속이자 또 법으로 의무화된 책무”라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후의 보도 내용도 모두 성과연봉제를 청년 실업 대책으로 규정하는 정부 입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청년 취업 확대를 위한 응급 처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청년 실업자는 지난해보다 3만명 는 48만여 명, 청년 실업률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성과 연봉제는 해마다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임금체계로는 신규 채용이 늘 수 없다는 판단에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TV조선 <실업 최악인데…노동계는 농성>(5/15)

 

TV조선의 <판 포커스> 보도 2건은 청년 실업 대책인 성과연봉제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고 이 때문에 청년들이 자살하고 있다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성과연봉제가 청년 실업 대책이라는 정부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이를 청년의 자살 사건과 연계하여 보도한 것은 대단히 악의적이다. 교묘하게 노동자를 ‘가해자’로 모는 ‘선동’이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노동개혁 드라이브의 일환이다. 성과연봉제가 청년실업의 대책이라는 논리는 지난해 8월, 임금피크제의 공공기관 도입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구호와 정확히 일치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청년층의 고통을 ‘전가의 보도’처럼 무조건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와 신규 채용이 어떤 상관관계를 지니는지 제대로 설명조차 한 적이 없고 성과 평가 기준을 놓고 노조와 의논도 거치지 않았다. 무조건 동의서에 서명만 하라는 태도이다. 그러다보니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특성상 개인별 공정한 인사평가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성과연봉제 도입이 저성과자 퇴출, 즉 ‘쉬운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노동자의 임금이 적어지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조나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7곳은 매년 해오던 산별교섭을 거부하는 등 불법적, 독단적 행태도 빈축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불황과 청년실업을 해결한다면서 인력감축,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와 같이 노동자의 생계만 쥐어짜는 방식만 고수하는 정부의 방향성이 본질적인 문제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고위직의 뿌리 깊은 부패와 무분별한 개발 사업 및 해외 투자가 엄청난 규모의 부채로 이어졌음에도 손실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묻고 있는 형국이다. 민간기업 역시 10대 재벌의 사내 유보금이 550조에 이르고 순환출자구조, 일감 몰아주기로 경영진의 배만 불리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은 채 성과연봉제의 민간 확대만 외치고 있다. TV조선을 포함한 대다수 방송보도에서 이런 문제의식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TV조선은 청년층 자살의 원흉으로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노동계를 꼬집었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대변하려는 TV조선의 의지는 익히 알려져 있으나 사실에 대한 은폐와 왜곡, 특정 계층에 대한 마녀사냥은 용납될 수 없는 행태이다.

 

자살보도 관련 기본도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보도
한편 청년들의 자살 사건을 다룬 <판포커스/취업난에 또 동반 자살까지>(5/15)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의2(자살묘사) 1항 “방송은 자살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와 3항 “방송은 객관적 근거 없이 자살 동기를 판단하거나 단정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현저히 위반한 보도이다.


보도에서 기자는 “승용차 안쪽 에어컨 틈마다 청테이프가 붙어 있습니다. 주변엔 불을 피우기 위한 깡통 등이 놓여있습니다”라며 말하고,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자살자들의 자살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실제 자살도구가 되었던 차량의 내부를 클로즈업 하거나, 자살한 당사자들의 사건 당시의 상태를 그래픽으로 처리해 ‘예상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기자가 마치 목을 매는 행동을 재연하며 그 실루엣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자살예방협회의 <자살보도 권고기준>는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뒤, 2항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3항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등 자살 보도시 유의해야 할 점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권고기준의 세부사항 2장에는 “자살은 다수의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실연, 실업, 질병 등의 고통스러운 사건들 자체가 유일한 자살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5장 “특히 자살한 사람이나 자살 장면, 자살 방법에 대한 사진 등을 개제하지 말아야 한다”, 6장 “어떤 방법으로 자살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연구에 의하면,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자살 빈도보다는 자살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도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8년 유명 연예인이 번개탄을 이용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에  번개탄을 사용한 자살사망자가 2004년 50명에서 2005년 62명, 64명, 해마다 증가해서 2013년에는 1825명으로 10년 새 30배 이상 늘었다고 보고된바 있다. 여기에 번개탄이라는 자살 도구와 방법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거듭해 부각한 언론의 책임도 분명하게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TV조선은 정부의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를 위해 얼마나 무책임한 보도를 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13~15)
JTBC <생화학 프로그램, 부산서도 ‘가동 계획’>(5/13, 7번째, 정제윤 기자,
https://me2.do/GLfTDIod), <미군 ‘주피터 프로그램’이란…>(5/13, 8번째, 정제윤 기자, https://me2.do/5J7MWrsE)
주한미군의 한국 내 생화학 실험의 실태를 밝히려는 JTBC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일, 주한미군이 탄저균에 이어 지카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도 용산에서 추진 중임을 단독으로 보도한 JTBC는 12일 ‘해석 오류’라는 국방부의 해명을 반박한 데 이어 13일에는 미군의 생화학 실험 프로젝트인 ‘주피터 프로그램’을 심층 보도했다.

 

△JTBC <생화학 프로그램, 부산서도 ‘가동 계획’>(5/13)

 

JTBC <생화학 프로그램, 부산서도 ‘가동 계획’>은 “미국 군사전문 잡지 '시그널'”에서 “미군 '생화학방어합동참모국'의 캔 캄머러 소장은 인터뷰를 통해 "이 시스템을 선보일 곳은 부산 제 8부두로, 올해 3분기쯤에 이뤄질 계획"이라고 소개”했다며 “용산과 오산 기지에 탄저균과 페스트균 등이 반입”되었던 ‘주피터 프로그램’이 부산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우리 국방부는 “관련 사안에 대해 주한미군에서 한국 정부에 조만간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만 답했고 “주피터 프로그램 관련해 미군과 계약한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부산에서 실행될 '주피터 프로그램'에 참여할 직원들을 뽑겠다"는 공고를 낸 상황”임을 감안할 때 이미 “해당 논의가 일부 이뤄졌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다음 보도에서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한 정제윤 기자는 “탄저균과 같이 인명 살상용으로 이런 치명적인 생화학균으로 생화학 무기 등을 만들어서 공격할 것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해서 방어체계를 갖추는 것”으로 ‘주피터 프로그램’을 소개한 뒤 “지난해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돼서 논란이 됐던 오산 기지와 용산 기지에 있고요. 그리고 전북 군산에도 있습니다. 이렇게 3곳에서 현재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고 부산에도 추가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미군의 생화학 실험 프로젝트가 계속 한국에 집중되는 상황에 대해 전진배 앵커는 “미군 쪽이 한국이 주피터 프로그램. 그러니까 생화학전 방어 프로그램에 적합한 곳이다라고 계속해서 강조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라고 물었고 정 기자는 “주피터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피터 이매뉴엘 박사가 미국의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친우방국이다, 이 점을 강조”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게 과연 한국의 안보만을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인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우방국이라는 이유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생화학전 대비 프로그램을 한국에 집중하는 미군의 속셈,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우리 정부의 무책임을 모두 지적한 것이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JTBC <단독/정부 “살균제 배상은 개별 소송으로”>(5/15, 5번째, 박현주 기자,
https://me2.do/x0fllYaS), <‘가습기 살균제 배상’ 해법은?>(5/15, 6번째, 강버들 기자, https://me2.do/xgcxxp1a)
2011년 첫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책임 규명과 피해차 처벌, 보상 문제 등 후속조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방송사들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정부의 책임이 빠져있다. 2012년 피해 구제 결의안을 만들어 놓고도 ‘특별대우’를 운운하며 입법을 막았던 정부와 여당은 현재도 같은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고 “왜 제가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가”라는 말로 유가족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방송사들은 11일 환노위 보도에서도 이러한 윤성규 장관의 ‘책임 회피’는 잘라낸 채, ‘고개 숙인 정부’에 초점을 맞춰 정부를 두둔했다. 사실상 국민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JTBC만이 방송사들 중 유일하게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다. 15일, JTBC는 “지난 11일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를 단독으로 공개해, “정부가 피해자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선 "손해배상 책임은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라", 즉, 개별 소송으로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피해 구제기금에 대해선 "온정주의로 흐르기 쉽다"며 "피해와 관련 없는 기업까지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기자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이 증명된 2011년, 당시 정부는 개별적 재판을 통해 피해를 구제하라는 입장”이었다면서 “정부의 입장은 5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 보도에서 강버들 기자는 “법률 대리인인 민변은 정부가 흡입 독성 시험을 기업에 요구하지 않은 채 제품을 허가했고, 업체 요청을 받아들여 제품에 국가통합인증(KC) 마크까지 부여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 “결국 정부가 판매를 허가해줬고 이후 민간에서 문제를 여러번 제기했는데 2011년에서야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 피해를 키웠는데도 정부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일반 사고 다루 듯하는 부분이 문제” 등 정부의 책임이 분명함을 밝혔다. 이어서 “‘법이 제대고 갖춰지지 않아 손 쓸 방법이 없었다’는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법원의 태도도 언급했고 “일반법으로 처리 할 경우 피해자 스스로가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개별 소송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라며 ‘개별 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정부의 방안을 반박했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