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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노동개혁 통과 못 시키면 ‘식물 국회’? KBS는 ‘땡박뉴스’(2016.5.20)
등록 2016.05.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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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19)
‧ KBS<앵커&리포트/막 내린 19대 국회…“역대 최악” 오명>(10번째, 김경수 기자,
https://me2.do/xYlHdTHP)
19일,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의료사고 피해구제·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신해철법) 등 129건의 무쟁점 법안과 4건의 인사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결과에 따른 감사요구안 1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 1건 등이 처리됐다. 이 자리에서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이 예상을 깨고 통과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기존 방침대로 부결을 지시했으나 비박계 의원들과 탈당파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당장 진상 규명이 시급한 ‘어버이연합 게이트’,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에 대한 청문회도 20대 국회에서는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은 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른바 ‘신해철법’과 국회법 개정안은 물론, 한국인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를 설치하는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 다양한 법안이 통과됐지만 지상파 3사와 TV조선은 이러한 성과는 모두 무시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주력했던 법안들로서,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의 폐기됐다는 이유로 19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로 규정했다.
특히 KBS는 의회 민주주의의 본모습을 보여줬던 최초의 필리버스터까지 끌어들여 사실상 야당에 대한 비난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20대 총선 정국에서 정부‧여당이 야당에 공세를 취하며 개진했던 ‘일하는 국회’라는 구호와 완전히 일치한다. KBS <앵커&리포트/막 내린 19대 국회…“역대 최악” 오명>는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보도 제목에 “역대 최악”을 명기하고 사안을 설명하고 있는 앵커 뒤로 ‘식물 국회’라는 큼지막한 자막까지 화면으로 내보냈다.


KBS가 이렇게 국회 비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정부가 원하는 쟁점법안이 처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보도에서 나열한 ‘역대 최악의 국회’의 근거들을 보면 “18대 국회 마지막에 통과된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국회를 멈춰 세웠습니다” “2014년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151일 동안 국회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국회'라는 말까지 생겨” “올해 초엔 테러방지법을 놓고 야당이 192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도” “마지막 본회의에서도 쟁점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고, 노동개혁법안을 추진해온 청와대 수석은 눈물” 등이다. 전적으로 정부의 관점에 서있음을 알 수 있다.

 

△ KBS <막 내린 19대 국회…“역대 최악” 오명>(5/19)

 

KBS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토론과 합의를 국회선진화법을 장애물로 묘사했고 세월호참사 특별법에 있어서도 특조위의 수사권을 빼앗고 독립성을 훼손했던 정부‧여당의 책임을 ‘식물 국회’로 갈음했다. 국정원에게 전 국민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벌어진 필리버스터도 KBS에게는 장애물로 규정되었다. ‘쉬운 해고’로 집약되는 노동개혁법 폐기를 다룰 때는 ‘청와대의 눈물’에 공감했다. KBS는 정부‧여당에 불리한 ‘상시 청문회법’의 통과는 아예 묵살했다. 공영방송이 합리적인 근거가 아닌 정부의 입장에 따라 국회를 비난한 것이다.

 

쟁점법안에서 ‘쟁점’의 내용이 아닌 ‘법안 통과’에만 혈안이 된 이런 태도는 MBC와 SBS, TV조선에서도 똑같이 나타났지만 KBS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MBC <막 내린 19대 국회…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톱보도, 정동욱 기자, https://me2.do/5vo6FCia)는 “최악의 식물국회”를 언급하면서 “경제활성화법 처리 무산에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라며 청와대 입장을 강조했다. SBS <마지막 본회의까지…경제법안 끝내 폐기>(21번째, 김수형 기자, https://me2.do/FWXqOrs7)는 MBC 세월호특별법 개정안 폐기는 언급하지도 않은 채 “정부 여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노동 관련 4개 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등 경제 관련 쟁점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며 편파성을 노출했지만 의원들의 지각과 결석에 보도의 절반을 할애해 최소한의 균형은 지켰다. TV조선 <부결 당부에도 통과…‘비박’ 반발?>(5번재, 최지원 기자, https://me2.do/FKFhuZRo)도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19대 국회는 마지막 본회의까지도 의원들의 지각으로 개의가 늦어지고, 무더기 결석으로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채운 채 법안을 처리”라는 언급으로 ‘친정부성’을 희석했다. 한편 채널A는 <끝까지 지각‧결석 ‘최악 19대’>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쟁점법안 등 1만여 개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법안 처리율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을 뿐 구체적인 법안을 다루지는 않았다. MBN도 의원들의 지각과 결석에 초점을 맞췄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19)
‧ JTBC <19대 마지막 본회의 ‘반란’ “모든 현안 청문회 가능”>(톱보도, 안의근 기자,
https://me2.do/F3gVHDdy), <비박계‧탈당파 ‘찬성표’>(2번째, 신혜원 기자, https://me2.do/GzHUF5um), <‘상시 청문회법’ 파장>(3번째, 신혜원 기자, https://me2.do/xX4Y6xU1)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합리적으로 전달한 방송사는 JTBC뿐이다. JTBC는 톱보도에서 “오늘(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이 자체로는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만”이라며 19대 마지막 본회의를 앞 다투어 ‘식물 국회’로 보도한 타사의 태도가 부적절함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이어서 “이 자리에서 뜻밖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이라며 뉴스가 될 만 한 사안은 ‘상시 청문회법’ 통과임을 강조했다. 다음 보도에서는 “법안에는 정의화 의장과 새누리당 의원 6명,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4명이 찬성표”를 던져 “정치권 안팎에선 '비박계와 무소속의 반란'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 JTBC <‘상시 청문회법’ 파장>(5/19)

 

3번째 보도는 ‘상시 청문회법’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신혜원 기자는 ‘상시 청문회법’ 통과로 인해 “한 상임위 내에서 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야당이 원하는 모든 사안이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고 손석희 앵커는 “그렇게 되면 '노는 국회'는 이제 물 건너 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장점으로 여겨지기도 하죠. 일단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고… 당장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요, 다음 회기가 시작되면?”이라며 당장 시급한 현안들의 향방을 물었다. 신 기자는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하는 상황이고, 또 어버이연합 의혹,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척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손 앵커는 “원론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국회는 시끄러워야 한다'라는 것’에 아마 많은 분들이 동의할 수도 있습니다”라며 국회가 정부 법안에 대한 ‘거수기’로 전락해서는 곤란함을 지적했다. 이는 노동개혁법 등 정부의 주력 법안이 통과되지 않자 ‘최악의 식물 국회’라며 비난을 쏟은 타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방송 보도의 문제점은 5월 17일부터 20일까지의 문제를 묶어 5월 21일, 별도로 발표하겠습니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KBS <쿠팡 ‘횡포’…소지품 검사‧화장실 허락>(19번째, 임재성 기자,
https://me2.do/5VnLhvwJ)
KBS가 실로 오랜만에 ‘사회 고발 보도’를 내놓았다. “직원들이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받고, 화장실 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직장”이 있다며 “불법과 인권 침해”로 얼룩진 쿠팡의 노동환경을 고발한 것이다.
임재성 기자는 쿠팡의 인천 물류센터를 보여주면서 “야간 근무가 끝나가는 새벽 5시 반, 호출을 받고 모인 직원들은 주머니를 털어 조장에게 보여줍니다” “몸수색도 진행” “개인 사물함까지 검사를 받아야만 퇴근” 등 소지품 검사 실태를 전했다. 이를 “사전 동의가 없는 불법 행위로 물건을 포장하고 분류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서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고, 그나마도 한 번에 한 명씩만 갈 수 있습니다”라며 이동의 자유마저 제한된 상황을 화면에 담았다. 기자는 “모든 일을 원청이 떠넘기기 때문에 부당 대우나 불법적인 일이 벌어져도 원청에 책임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하청에 모든 걸 전가하는 구조가 노동인권의 침해요소로 남는 것”이라는 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위원의 인터뷰도 덧붙여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까지 짚었다.

 

‧ JTBC <팩트체크/박승춘 처장의 ‘국민’이란…>(2부 3번째, 김필규 기자, https://me2.do/GzHUF5um)
올해 36주년을 맞이한 5.18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논란을 부추기고 ‘국론 분열’을 운운한 보훈처에 7개 방송사 중 JTBC만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17일, 18일 이틀 동안 국민들이 ‘제창’을 반대한다는 보훈처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JTBC는 19일에는 아예 <팩트체크>를 할애했다.
손석희 앵커는 “기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끝까지 불허한 이유를 묻자 "국민의 의사가 중요해서" "국민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누차 국민을 강조했습니다. 박 처장(박승춘 보훈처장)이 얘기한 '국민'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 국민의 의사는 제대로 읽은 것인가”라며 이에 대해 짚어보았다. 김필규 기자는 “5·18 단체는 찬성하지만 5·18 외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한다는 박 처장의 발언을 들어 “박 처장이 주로 의견을 듣고 여론이라고 판단한 기준, 그 대상은 보훈단체”라고 설명한 뒤 “이것부터 사실과 달랐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보훈처에 등록된 14개 보훈단체를 직접 전수 조사한 결과,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광복회에서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데 이에 대해서는 입장을 확정하지 않고 보류"라고 응답”하는 등 “박 처장이 얘기했던 대로 보훈단체 모두를 자기주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보훈처는 보훈단체 분들을 위한 기관이다. 그 단체 분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박 처장의 발언에도 “보훈처는 정부조직법에 의해서 설립돼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지, 보훈단체들의 어떤 회비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라며 일갈했다. 오히려 보훈처가 “이들 단체에 매년 200억에서 300억 원을 주는 입장”이라며 “국가차원의 기념식을 치르면서 일부 단체의 의견을 국민의 의사라고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나 테러방지법 같은 경우에 지금 보시는 것처럼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는데도 정부가 밀어붙이지 않았습니까? 이런 거 보면 앞서 보훈처가 설명한 설명은 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비단 5.18과 관련된 보훈처의 결정 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방향성 자체가 문제라는 취지의 비판도 있었다. JTBC <팩트체크>가 박 처장의 황당한 논리를 조목조목 짚어 비판함으로써 5·18의 의미를 훼손한 보훈처의 문제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