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6년 4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6.5.23)
등록 2016.05.23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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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게이트’ JTBC는 ‘종횡무진’, 공영방송은 ‘침묵’

 

민언련이 2016년 4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과 간담회는 5월 25일(수) 오후 7시 공덕동 민언련 사무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좋은 방송보도, ‘어버이연합 게이트’ 속속들이 파헤친 JTBC

 

지난 4월, ‘어버이연합 게이트 의혹’은 시사저널의 단독보도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4/11)을 통해 처음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보수단체는 그 돈으로 탈북자를 고용해 ‘친청와대 집회’를 벌여 왔다는 것이 사태의 일단이다. 이 충격적인 사안의 첫 발은 시사저널이 내딛었지만 JTBC가 4월 17일부터 보여준 활약은 말 그대로 ‘종횡무진’이었다. 시사저널이 어버이연합의 탈북자를 고용했다는 사실과 그 자금의 출처가 정체불명의 선교복지재단임을 밝히자 JTBC는 해당 선교복지재단이 ‘벧엘선교재단’이라는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이며 자금의 출처는 전경련임을 폭로했다. 이후 시사저널은 ‘청와대 지시설’에 주력했고 JTBC는 ‘벧엘선교재단’, ‘비전코리아’, ‘희망나눔’ 등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은 어버이연합의 ‘다른 이름들’을 고발하는 동시에, 보수단체들을 관리해 온 국정원의 행보도 폭로했다. JTBC는 전경련-어버이연합-국정원-청와대로 이어지는 ‘4각 커넥션’의 ‘여론 개입’ 정황도 단독으로 구체화해 보여줬다. JTBC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도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물꼬를 튼 매체가 시사저널이라면 JTBC는 각종 증거를 보여주며 진상 규명에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차명계좌’부터 ‘통일부‧국정원 개입’까지, 4월을 ‘하얗게 불태운’ JTBC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JTBC가 밝혀낸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의혹은 다음과 같다.

 

 

<표1>에서 잘 드러나듯이 JTBC가 단독으로 전한 핵심적 정황의 상당수가 어버이연합의 ‘자금줄’과 관련되어 있다. JTBC는 계좌 입출금 내역과 어버이연합의 ‘아바타’일 가능성이 높은 유령단체에 대한 탐문 등 직접적인 증거를 다수 제기했다. 전경련이 지금까지 ‘전략적 침묵’을 유지하면서 의혹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JTBC의 이러한 ‘실증적 보도’가 자리 잡고 있다. JTBC가 ‘자금줄’에만 매달린 것도 아니다. 시사저널이 제기한 ‘청와대 지시설’은 JTBC와 이뤄진 추선희 사무총장의 잠적 전 마지막 언론 공식 인터뷰를 통해 더 분명해졌고 국정원과 통일부가 보수단체들을 관리해 온 정황도 JTBC가 단독으로 전했다.

 

‘자금줄’ 관련 직접적 증거 제시한 JTBC
전경련이 자금을 지원하는 통로로 이용된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는 4월 19일, 처음으로 보도됐다. JTBC <어버이연합 등 ‘탈북자 알바’ 동원 의혹>(4/19, 9번째, 백종훈 기자)는 “기독교선교복지재단의 2014년 재단 계좌 입출금 내역”에서 “선교나 복지활동과 무관해 보이는 내역들”이 발견되었고 그 중 “자칭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의 사무총장 추선희 씨에게 네 차례에 걸쳐, 총 1750만 원이 보내진 것”을 단독으로 전했다. 백종훈 기자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현금카드를 소유하고 통장을 관리”한다는 내부자 증언에 따라 사실상 “사실상 추 씨의 차명계좌”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6일 뒤 JTBC는 <‘빙산의 일각’ 1억 2천만원>(4/25, 4번째, 강신후 기자)에서 직접 ‘벧엘선교재단’ 사무실을 찾아가 “먼지 쌓인 집기가 한쪽에 쌓여 있고, 달력은 2009년 6월에 멈춰” 있는 폐허임을 확인해 ‘유령단체’가 됐음을 밝혔다. “이렇게 활동이 완전히 중단된 재단에 전경련이 3년에 걸쳐 5억원이 넘는 돈을 입금”한 정황상, 전경련이 ‘차명계좌’를 통해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는 의혹은 더 분명해졌다. 이렇듯 어버이연합의 ‘자금줄’인 벧엘선교재단의 정체를 드러내는 JTBC 보도는 계좌 내역과 사무실 탐문 등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의혹 제기의 수준을 넘어섰다.

 

 

JTBC는 어버이연합이 ‘벧엘선교재단’ 외에도 두 가지 ‘다른 이름’을 통해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아 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JTBC <‘전경련 뒷돈’ 일파만파 또 다른 ‘우회 통로’ 의혹>(4/21, 7번째, 유선의 기자)는 “탈북어버이연합 현 대표”이자 추선희 사무총장의 측근인 김 모 씨가 대표인 ‘페이퍼 컴퍼니’ “비전코리아”의 정체를 폭로했다. <단독/‘희망나눔’도 어버이연합>(4/28, 5번째, 김도훈 기자)은 “서울시에 등록된 단체 '희망나눔'” 역시 2010년, 어버이연합이 이름만 바꾼 단체였으며 “전경련이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자금을 입금하기 시작한 2012년 2월” 이후 서울시 지원이 필요 없게 되자 다시 본래 이름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국정원과 통일부도 보수단체 지원 ‘들통’
JTBC는 시사저널이 선제적으로 보도했던 ‘청와대 연루설’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백미는 언론 매체 중 유일무이했던 추선희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였다. 22일, JTBC와 시사저널의 보도에 반박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던 추선희 사무총장은 같은 날 저녁, JTBC <단독인터뷰/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4/22, 9번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추 총장은 ‘청와대 지시설’에 대해 “지시가 아닙니다. 우리는 협의를 했고 (청와대 행정관이) 아는 사람이니까. 수요집회 때 나가서 우리가 (집회하겠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은 사실상 당시 청와대의 ‘친정부 집회’ 요청 사실과 그에 대한 ‘조율’을 시인한 것으로서 ‘청와대 연루설’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직접 인정한 셈이 됐다. 또한 추 총장은 전경련의 차명계좌 자금 지원에 관련해서도 전진배 앵커가 영수증 제출 내역이 있냐고 묻자 추 총장은 “영수증 제출이 아니었습니다. 보고서 제출이었을 겁니다”라고 했다가 “사본은 아마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라고 말을 바꾸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했다. ‘벧엘선교재단’이 차명계좌라는 의혹이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인터뷰 뿐 아니라 단독보도에서도 보수단체와 정부 간의 뒷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JTBC <단독/ ‘비전코리아 보조금’ 들통>(4/26, 7번째, 유선의 기자)는 “어버이연합과 같은 주소지를 사용하는 탈북자 지원단체 비전코리아”에 대해 “통일부는 뒤늦게 자금 지원 사실을 인정”했고 “사업추진실적도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행정자치부도 이 법인에 지난 1월 3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전코리아’는 “2년 사이 정부지원금 8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보수단체 ‘관리’ 정황>(4/26, 10번째, 김지아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 파기환송심에서 나온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국정원이 무상급식이나 대북지원 등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시위를 지시한 뒤 광고나 기사를 내도록 하고 이 내용을 댓글로 전파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정원도 연루되었음을 전했다.

 

보수단체를 지원하며 여론을 선동해온 정부의 행태를 조목조목 입증한 JTBC의 공로는 독보적이다. 민언련 ‘좋은보도‧나쁜보도 심사위원단’은 JTBC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관련 보도 역시 좋은 보도로 손색이 없었지만, 취재의 치밀함과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JTBC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가 2016년 4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될만한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나쁜 방송보도, ‘어버이연합 게이트’ 철저히 은폐한 공영방송

 

JTBC가 선도적으로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내자 어버이연합은 단숨에 정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좋은 방송보도의 <표1>에서 살펴보았듯이 JTBC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매일같이 ‘특종’을 쏟아냈다. 어버이연합의 ‘자금줄’부터 정부의 뒷거래 정황까지 알려지자 신문사들도 4월 18일부터 주요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4월 18일부터 28일까지 한국일보가 23건, 경향신문이 41건, 한겨레가 37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신문은 달랐다. 11일 동안 동아일보는 단 2건을 보도했고 조선일보가 4건, 중앙일보도 7건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와 재계의 치부를 보수언론들이 숨겨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와 MBC의 은폐 수준에 비하면 보수신문들의 소극적 보도는 ‘새 발의 피’였다.

 

한 달 내내 KBS 1.5건, MBC 1건…공영방송의 참담한 현주소

KBS와 MBC의 보도량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4월17일부터 30일까지, 두 공영방송의 보도 건수는 KBS 1.5건, MBC 1건 뿐이다. JTBC가 총 51건의 보도로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진상을 파헤친 것과 비교하면 KBS와 MBC는 사실상 사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11건을 보도한 TV조선을 제외하면 3건의 SBS, 2건의 채널A도 사태를 은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두 공영방송의 보도시기를 보면 은폐의 ‘의도성’이 의심된다. SBS, TV조선, 채널A, MBN은 모두 JTBC의 첫 보도가 있었던 17일로부터 사흘 남짓이 지난 20일과 21에 걸쳐 첫 보도를 냈다. 21일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검찰에 어버이연합에 대한 전경련의 자금 지원 의혹을 수사 의뢰한 날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맞춰 타사는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의 ‘커넥션’ 전반을 소개했지만 KBS와 MBC는 침묵했다. 두 공영방송이 관련 첫 보도를 낸 시기는 26일로 약속이나 한 듯 일치한다. 26일, 서울중앙지검은 전경련의 자금지원에 대한 수사를 형사 1부에 배당했다. KBS와 MBC는 이미 의혹의 상당 부분이 드러난 이후, 검찰 수사가 착수되고 나서야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다룬 것이다.

 

주요 의혹 모두 누락, ‘무보도’나 마찬가지
4월 26일이면 이미 JTBC는 어버이연합의 ‘자금줄’과 전경련의 지원 경로, ‘친청와대 집회’ 정황들을 모두 밝혀내고 국정원과 통일부의 보수단체 지원 실태를 폭로하던 시기이다. KBS와 MBC는 이때가 되어서야 첫 보도를 냈으니 내용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KBS <간추린 단신/검찰, ‘어버이연합 의혹’ 수사 착수>(4/26, 24번째)는 그동안 밝혀진 의혹과 ‘청와대 지시설’이 무엇인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서울중앙지검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만 전했다. 두 마디 언급에 불과한 짤막한 단신이다 보니 ‘청와대 지시설’ 등 주요 사안은 모두 누락됐다. KBS는 29일, <야 ‘어버이연합’ 특위 구성…여 “정치 공세”>(20번째, 우정화 기자) 제하의 리포트 1건을 추가했는데 여기서도 주요 의혹은 소개하지도 않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특별대책위를 구성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맞섰습니다”라며 여야의 대립만 전했다.


MBC는 <어버이연합에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 수사>(4/26, 20번째, 조국현 기자)는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의 집회에 개입했다는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청와대 지시설’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어버이연합의 해명에 의해 입증된 청와대의 ‘집회 요청 협의’, 어버이연합의 자금 수령 시기와 ‘친청와대 집회’ 시기의 일치 등 JTBC에 의해 드러난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누락됐다.
심지어 KBS는 지난 21일, ‘황정민의 FM대행진’에서 ‘간추린 모닝뉴스’를 진행하던 이재석 국제부 기자가 “JTBC와 시사저널을 비롯한 몇몇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일단 전경련이 돈을 보낸 사실 자체는 확인이 되는 것 같다”며 ‘관제 시위’ 파문을 전하자, 바로 다음날 이재석 기자를 교체해버렸다. KBS2FM의 김병진 부장은 “팩트 정도만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추측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개편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도 염두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협회는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KBS의 입장인가”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아직 그 진실이 모두 드러나지 않았다. 추선희 사무총장이 ‘친청와대 집회’를 조율했다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입행정관은 어버이연합이 시사저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자 “JTBC 앞에도 가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22일에는 법원에 자신과 관련된 ‘청와대 지시설’ 보도가 실린 시사저널 1384호 출간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기각되기도 했다. 보수단체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자 청와대가 언론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전경련과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고 추선희 사무총장은 JTBC 기자는 물론, 방송인 유병재 씨와 개그맨 이상훈 씨까지 고소하며 잠적 상태에서 ‘발끈’한 바 있다.


국민적 의구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국가 권력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할 공영방송은 입을 다물었다. 민언련 ‘좋은보도‧나쁜보도 심사위원단’은 4월 나쁜 방송보도 후보 중,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근거도 없이 진보 단체를 끌어들이고 청와대 지시설을 ‘과장’이라 왜곡한 TV조선 보도도 있었으나 진실을 은폐한 공영방송의 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KBS와 MBC의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침묵’이 2016년 4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됐다. <끝>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