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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 ‘상시 청문회법’ 누가 더 질색하나 경쟁하는 방송사들(2016.5.23)
등록 2016.05.23 20:11
조회 313

■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20~22)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KBS, MBC, TV조선의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반응 l KBS <앵커&리포트/“언제든지 청문회”…대통령 거부권 ‘촉각’>(5/20, 2번째, 정아연 기자,
https://me2.do/GRbLBK71), MBC <“행정부 마비법” 우려…“감시 기능 강화”>(5/20, 3번째, 이준희 기자, https://me2.do/5RkLbOSI) TV조선 <“진상규명 용이” VS “정국혼란 가중”>(5/20, 4번째, 신정훈 기자, https://me2.do/5U8WRHu1)
19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청문회 개최 요건을 크게 완화해 현행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사가 가능하게 됐다. 마지막 본회의를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로 규정했던 KBS, MBC, TV조선은 바로 다음날인 20일부터 이 ‘상시 청문회법’을 폄훼하고 나섰다.


KBS는 19일에는 ‘상시 청문회법’ 통과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일에는 톱보도와 두 번째 보도 2건을 통해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공세에 나선 새누리당의 입장에 잔뜩 힘을 실었다. KBS 톱보도는 “야당들은 환영입장이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행정부 마비법'이라고 격앙된 반응”이라며 여야의 반응을 나열하는 수준이었다. 2번째 보도 <앵커&리포트/“언제든지 청문회”…대통령 거부권 ‘촉각’>(5/20)에서는 ‘우려’에 방점을 찍었다. 정아연 기자는 “기존 국회법에서는 청문회 개최 요건이 '중요한 안건'이나 국정 감사 관련 등에 국한”됐지만 “개정된 국회법은 '상임위의 현안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해 문턱이 확 낮아”졌고 “이 때문에 정부 부처나 기관들은 무분별한 청문회 개최를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일선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는 팽개치고 국회 청문회에 매달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덧붙여 ‘우려의 목소리’를 강조했고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과 야당과 협치가 중요한 시점에서 거부권 행사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조명하기도 했다.


반면 진상 규명이 시급한 ‘어버이연합 게이트’,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 현안에 대한 청문회가 조속히 열릴 수 있다는 법안 본연의 의미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KBS가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져 나왔던 4월 한 달간, 해당 사안을 단 1.5건만 보도하며 은폐하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무책임도 눈감아줬던 것(민언련 <사과 거부한 정부를 ‘고개숙인 정부’로 탈바꿈시킨 KBS>, https://me2.do/x1iGIPUB)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태도라고도 할 수 있다. KBS가 공영방송임을 포기하고 ‘관제 방송’이 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 KBS<“언제든지 청문회”…대통령 거부권 ‘촉각’>(5/20)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이런 편파적인 태도는 MBC와 TV조선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MBC는 20일부터 22일까지, 각 1건을 보도했는데 모두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편파보도였다. 특히 <“행정부 마비법” 우려…“감시 기능 강화”>(5/20)의 경우 중립적 제목을 쓰고도 정작 리포트에서는 정부‧여당의 주장만 구체적으로 전했다. MBC는 정부‧여당의 반발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상임위 차원의 상시 청문회로 '행정부 마비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국정 현안마다 청문회를 요구하면 공무원들이 소신껏 일하기 어렵고, 정쟁에 악용될 수 있으며 삼권분립 원칙에도 반한다는 것입니다”라며 핵심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 그러나 야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된 야당은 청문회를 남용하지 않겠다면서도 20대 국회 개원 후 곧바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라고만 갈음했다. 이는 ‘여소야대’ ‘수적우위’를 강조하면서, 야당이 정당한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에 청문회를 이용하려 한다는 여당 측 비판을 떠올리게 하는 설명이다. 


TV조선은 더 노골적이다. 20일, 3건을 보도하며 여야의 반응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전한 TV조선은 그 중 1건인 <“진상규명 용이” VS “정국혼란 가중”>(5/20)에서 작정한 듯 여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하원 앵커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관심도가 높은 사건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용이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정쟁도구로 활용활 경우 정국의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습니다”라며 보도를 시작했다. 리포트에서는 야당의 ‘정쟁 도구’라는 프레임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지금까지의 청문회처럼 여야 정치 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면 정쟁만 격화하는 결과가 될 수도” “상시 청문회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진상규명의 장이 될 수도, 정쟁의 장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는 것이다. 이 보도는 “미국처럼 문자 그대로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다면 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를 강화”할 수 있다며 조건을 달았으나 결국 초점은 지금까지 열린 청문회를 모두 ‘정쟁의 장’으로 매도하는 데 맞췄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MBC <‘남남북녀’ 결혼? 사기주의보>(5/22, 11번째, 정준희 기자,
https://me2.do/GAGyqADQ)
MBC가 22일, 새터민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내놨다. 보도의 내용은 탈북 여성 관련 ‘결혼 사기’에 대한 내용이다. 이 보도는 이주여성과의 국제결혼 문제들을 보도하면서 이주여성을 결혼의 도구 수준으로 묘사하고, 여성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피해 남성의 입장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시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정민 앵커는 “북한을 탈출해 국내에 정착한 새터민들의 숫자가 이제 3만 명에 달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한 사람 3명 가운데 2명은 여성”이라며 탈북 여성의 숫자가 상당함을 강조하면서 보도를 시작했다. 이어서 “탈북여성들의 숫자가 늘면서 이들을 국내 남성들과 짝을 지어주는 결혼정보업체들도 성업 중입니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리포트가 시작되자 기자는 “본인도 탈북 여성이라는 상담 직원이 북한 출신 여성과의 만남을 권합니다” “다른 회사 역시 북한 출신 미녀들은 현모양처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탈북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하는 업체들을 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성들은 오롯이 돈을 보고 붙는 여성들도 있을 거예요. 저희 여성들은 사람을 먼저 봐요. 착하고 예쁘신 분들이”라는 황당한 여성비하 발언을 그대로 담았다. 이어 새터민 여성이 “여성의 임무는 남편한테 최선을 다해서 대접 잘하는 것, 그러면 가정이 행복할 것 같아요”라는 말하자 큰 환호와 박수를 받는 업체 홍보 영상을 보여줬다. 업체들이 “북한 미녀응원단 등으로 알려진 이미지를 이용해 새터민 여성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며 북한 응원단의 응원 모습과 북한 공연단의 모습도 담았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잔뜩 모아 전달하면서 새터민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보도나 다름없다.

 

△MBC <‘남남북녀’ 결혼? 사기주의보>(5/22)

 

이어 기자는 이런 홍보와는 달리 새터민 여성들은 다르게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북한 출신 여성과 만났던 이 40대 남성은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얘기”한다며 “무시한다니까요. 나를 가르치려 든다니까요”라는 피해자 남성의 인터뷰를 녹취 인용했다. “마음도 없는데 그냥 한번 나가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여성들이 다. (가입비) 300만 원을 그냥 떼였죠”라는 피해자 증언에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탈북 여성들의 특성상 결혼정보회사가 국내 입국 전 신상에 대해 속여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6개월 사귀고 난 다음에 결혼할 때쯤 되니까 그 여자가 공개를 하더라고요. 북한에 애가 있다고. 애를 (한국으로) 납치해달라는 거예요. 만약에 성공하면 1,500만 원이고” “10명 소개시켜준다고 하면 9명은 가짜고, 미혼이라고 얘기하면 중국에 애 있고 장난도 아니에요. 결혼하고 나면 돈 다 거기로 부치는데요? 남편 몰래”와 같은 피해자 증언을 이어 붙였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는 ‘결혼 사기’ 범죄의 책임 소재가 탈북여성인지, 업체인지 전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 증언 모두가 거짓말의 주체를 ‘탈북 여성’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는 모든 탈북 여성들을 피의자로 오인할 수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인권보도준칙 제9장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 인권’의 다항에서 “사회 부적응 등 부정적 사례를 보도할 경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실천 매뉴얼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도는 일부 결혼정보업체의 문제 행태를 그 자체로만 신중하게 전하지 않고, ‘거짓말 하는 새터민 여성’과 두루뭉술 싸잡아 비판함으로써 새터민 여성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조장하고 있다. 기자는 결혼정보업체의 사기 피해로 남성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지만, 정작 이 보도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당사자는 새터민 여성이다. 과거 ‘베트남 처녀의 순결’ 여부를 강조하던 전근대적 수준의 이주여성 관련 보도태도가 새터민 여성으로 옮아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보도를 공영방송 MBC가 내놨다는 것은 더 충격적이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20~22)
‧ JTBC <단독/‘돈으로 재갈 물리기’ 대학 재정지원>(5/20, 7번째, 이상화 기자,
https://me2.do/GjwUg2Bn), <200개, 2조 6천억 사업 뜯어보니…>(5/20, 8번째, 박민규 기자, https://me2.do/F2GEbIGU)
프라임 사업 등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교육 정책에 대한 우려가 각계에서 깊어지고 있다. 민언련도 <언론포커스/교육부의 대학교육 학살에 방조하는 언론>(5/12, 김동민 단국대 외래교수, https://me2.do/FWXqMwbd)에서 “대학의 의미도, 교육의 의미도 모르는 외골수 관료들이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 고려하는 엽기적인 발상을 무모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방송보도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발견할 수 없었는데 20일, JTBC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단독/‘돈으로 재갈 물리기’ 대학 재정지원>에서 “'프라임, 에이스, 링크, CK' 암호 같기만 한데요, 이 단어들은 바로 정부가 펼치는 대학 재정 지원사업의 이름”이라며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소개한 JTBC는 “이 지원 사업이 정부가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교육부는 산학협력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겠다며 매년 41여 개 대학에 2000억을 지급”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이 돈을 받은 대학의 해당 학과 취업률을 조사했더니 오히려 지원 전보다 4%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고발했다.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도 비슷”해서, “일반고 학생 선발을 장려한다며 52개 대학에 280억 원을 지원했지만 이 중 고려대, 경희대 등 15개 대학은 오히려 일반고 출신 입학생이 줄었”다고 한다.


다음 보도 <200개, 2조 6천억 사업 뜯어보니…>(5/20)는 정부의 대학 교육 정책이 그 방향부터 잘못되었음을 직접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항상 대학 일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강조하지만, 따지고 보면 막대한 돈의 힘을 빌어 대학을 좌지우지하고”있다는 것이다. 박민규 기자는 “2014년 기준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총 11조 원”인데 이 중 “2조 6000억 원 정도가 프라임이나 링크 같은 대학 재정지원 사업용 예산인데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대학들은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정부는 이렇게 대학들을 경쟁시켜 돈을 줄 대학을 선정”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 목표에 관한 내용과 함께 취업률, 대학 구조조정 달성도, 총장 직선제 등도 점수화”되어 “대학들은 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상황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사업의 방향성 논란”을 지적했는데 “전체 지원사업에서 R&D 분야 비중은 2009년 46%이었던 게 2013년 33.4%로 줄었습니다. 대신 정권 차원에서 강조하는 정책 기조와 관련된 정부재량사업이 대폭 늘고 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FTA가 관심을 받을 때는 기획재정부가, 창업 활성화 정책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이 사업을 만드는 식” “대학 구조조정, 산학협력, 일반고나 특성화고 출신 학생 선발 확대 등은 물론이고, 새마을운동 수출이나 해외대학에 이러닝을 보급하는 용도에까지 지원금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JTBC는 학문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을 ‘취업 사관학교’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구조조정, FTA, 새마을운동 등 정부 입맛에 맞는 정책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 민언련 오늘의 강추 방송 보도들 :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