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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오늘의 방송보도]또 ‘국회선진화법=식물국회’, KBS 해도 너무 했다(2016.5.27)
등록 2016.05.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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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5/26)
KBS <앵커&리포트/일하는 20대 국회 ‘협치’에 달렸다>(2번째, 김기흥 기자,
https://me2.do/FWXA4NhH)
2014년 12월,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북한인권법안을 포함해 11건의 법률안을 직권상정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 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을 근거로 거부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 19명은 지난해 1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 26일,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수결의 원리나 민주주의에 위배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귀결된 현재,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다수당의 독단을 방지하고 여야 합의를 중시하는 국회선진화법의 특성상, 19대 국회와 달리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자 KBS는 노동개혁법과 경제 활성화법을 통과시키지 못했음을 언급하면서 19대 국회가 ‘식물국회’였다고 강조했다. ‘쉬운 해고’로 집약되는 노동개혁과 ‘의료 민영화’ 논란을 내포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을 막았다는 이유로 국회선진화법을 ‘식물국회’로 연결시키는 ‘친정부 편파성’을 또 드러낸 것이다. KBS는 26일, 헌재의 각하 결정을 전하는 톱보도로 전했다. <“입법권 침해 아니다”…헌재, 각하 결정>(톱보도, 노윤정 기자, https://me2.do/5zAnPO7p)는 “식물국회 논란을 불러왔던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습니다”라며 ‘국회선진화법=식물국회’ 도식을 내세웠다.


심각한 보도는 두 번째 보도인 <앵커&리포트/일하는 20대 국회 ‘협치’에 달렸다>였다. 보도가 시작되자마자 18대 국회의원들의 몸싸움을 보여주면서 황상무 앵커가 “18대 국회 때의 모습인데요, 이렇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잦은 충돌로 동물 국회라는 오명까지 얻었죠. 그래서 도입된 게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처럼 18대 국회는 ‘동물국회’라더니 19대 국회에 대해서는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평가를 받은 19대”라고 표현했다. 이어서 “헌재 결정으로 20대 국회도 선진화법 적용을 받게 돼,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문제가 없다는 헌재의 결정이 20대 국회도 ‘식물국회’로 만들 것이라는 취지이다.
리포트가 시작되자 이번엔 김기흥 기자가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당은 과반 의석을 갖고도 강력히 추진했던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라며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폐기가 큰 실책인 양 묘사했다. 이후 “신속처리 안건으로 처리하려면 전체의석의 5분3인 180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간 '협치'가 강조”된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마무리 멘트에서 “20대 국회도 협치에 실패해 불임국회, 식물국회의 굴레를 반복한다면 국회 스스로 선진화법 개정에 합의하라는 국민적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국회선진화법을 ‘식물국회’의 원흉으로 모는 KBS의 태도는 비단 이 보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KBS는 19대 국회가 마지막 본회의가 치러졌던 지난 19일에도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간 갈등이 생길 때마다 국회를 멈춰 세웠습니다” “2014년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151일 동안 국회가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식물 국회'라는 말까지 생겨” “올해 초엔 테러방지법을 놓고 야당이 192시간 동안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도”라며 19대 국회에 혹평을 퍼부었다. 그 근거가 모두 국회선진화법, 세월호 특별법, 필리버스터 등 박근혜 정부가 후퇴 시킨 ‘합의’ ‘소통’ ‘책임의무’ 등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와 관련되어 있어 KBS의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KBS는 국회선진화법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똑같은 태도를 반복한 셈이다.

 

△ KBS <앵커&리포트/일하는 20대 국회 ‘협치’에 달렸다>(5/26)

 

특히 국회에 대해서 한 보도 속에 ‘동물국회’, ‘식물국회’에다 ‘불임국회’까지 나온 것 자체가 지나칠 뿐 아니라, ‘불임국회’는 특히 거슬리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결혼 이후 아이를 원하는데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7쌍에 1쌍이라는 현실 속에서 이런 표현은 그들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줄 수 있는 표현이다. 일부 언론이 ‘불임국회’이나 ‘불임정당’과 같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공영방송 KBS에서는 이런 표현은 쓰지 않아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날 노동개혁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폐기를 들어 19대 국회를 ‘식물국회’ ‘불임국회’로 묘사한 방송사는 KBS뿐이다.


정부가 밀어 붙이는 방향으로 국정이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제대로 근거조차 대지 못하면서 국회에 부정적 낙인만 찍는가하면, 한국어 능력시험까지 보는 등 한국어를 선도해나겠다면서 저녁종합뉴스에서 ‘불임국회’라는 차별적 표현을 버젓이 내놓는 KBS의 현실이 답답하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방송 보도들
‧ KBS <“조현병 전수조사…행정입원 근거 마련”>(15번째, 선선민 기자,
https://me2.do/xgc3E5GA)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사회 전반의 ‘여성 혐오 정서’가 화두가 된 시점에서 경찰은 피의자의 ‘조현병’을 범행의 핵심 배경으로 지목하면서 ‘강제 입원 조치’까지 선언했다. 인권침해 소지는 물론, 경찰이 사태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는 일 <앵커&리포트/조현병 특징 ‘망상‧환각’…심해지면 ‘범죄’>(5/23)에서 경찰의 결정을 받아쓰면서 조현병을 강력 범죄 가능성과 연결 지었다. ‘묻지마 강력 범죄’ 중 조현병에 의한 범죄가 30%라고 강조하면서 망상, 환각 등의 증세를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곧 범죄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보도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심리분석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피의자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다”며 경찰과 KBS 보도와 같은 언론 행태를 모두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KBS는 26일에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들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행정입원을 위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인신보호관 제도도 도입”했음을 전하는 보도에서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인질극. 범인은 지나가던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은 조현병 환자”라며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굳이 끼워 넣은 것이다. 여기에 “자기 병에 대한 인식이 없다보니 자꾸 (치료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라는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의 인터뷰를 덧붙여 ‘조현병 환자 강제입원’이라는 경찰과 정부‧여당의 조치에 힘을 실었다.


반면 ‘행정 입원’에 대한 인권침해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현병 치료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조현병과 범죄를 연결지으며 ‘개인의 강제적 치료’에 초점을 맞춘 보도이다. 앞서 언급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은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하면 조현병 환자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다”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되며, 사회적·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가해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 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면서 온 사회가 더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게 됐다”며 언론을 비판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KBS는 여전히 ‘소수자 왜곡 보도’를 반복한 것이다.


이날 타사의 ‘강남역 살인 사건’ 관련 보도를 보면 KBS의 왜곡이 더 두드러진다. SBS는 <불안한 여성들…“땜질 처방으론 안 된다”>라는 보도를 통해 “여성을 노린 '묻지마 범죄'”에 주목하면서 “억눌렀던 개인의 분노를 여성을 포함한 약자를 향해 쉽게 배출하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전했다. JTBC는 KBS와 같이 경찰의 ‘강제입원’ 조치에 법적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당정의 결정을 다뤘지만 “지난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이와 정반대 취지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환자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강제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만든 것”이라며 주먹구구식 대책 마련을 조명했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방송 보도(5/26) : 없음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사)민주언론시민연합(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