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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게 동지’… 문고리 배신자론 꺼내든 채널A
등록 2017.11.06 18:10
조회 485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모두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국정원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직접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나온 만큼 박근혜 씨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이 와중 채널A는 ‘문고리 3인방의 배신’과 ‘박근혜 씨의 참담한 심정’ 따위를 운운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채널A, 오늘의 키워드로 ’문고리 배신‘ 꼽아
문제의 보도는 <뉴스분석/박근혜 vs ‘문고리’>(11/2 https://goo.gl/kFPtjS)입니다. 이 보도는 김승련 앵커와 사회부 배혜림 법조팀장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있는데요. 질문과 답변 내용, 자막, 화면 구성이 모두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도 도입부, 배 팀장은 먼저 “오늘의 키워드”를 아예 “‘문고리’의 배신”으로 꼽고 “‘문고리 3인방’의 검찰 진술이 박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게”되었다며 이들이 등을 한꺼번에 돌린 이유를 지금부터 알아보겠”다고 발언했는데요. 이 순간 채널A는 해당 멘트를 하는 배 팀장 옆으로 <문고리의 ‘배신’>이라는 글자를 크게 띄웠습니다. 


김 앵커의 첫 질문도 “배신이란 것. 등돌림이란 것. 일단 자백이 나왔지만 ‘문고리 3인방’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쉽게 애길 했단 말이죠. 이게 어떻게 가능한거죠?”로 ‘배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때 자막은 <‘20년 문고리’의 폭탄 자백, 어떻게 나왔나?>였고 배 팀장은 “뇌물수수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는 단순 전달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고 하더라도 40억 원의 뇌물혐의를 모조리 인정하기에는 억울함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진짜 배신자가 누구인지 가려내기까지
그런데 이런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았던지 김 앵커는 재차 “그러니까, 심부름을 했다고 하지 않는다면 수뢰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일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죠. 최근에 정호성 전 비서관은 법정에서 눈물까지 흘렸거든요. ‘내가 어떻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할 수 있느냐’. 이 세 사람. 배신한 것 맞습니까?”라는 질문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의 혐의가 아닌 ‘배신을 했느냐’에 여전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이에 배 팀장은 “네. 이 세 사람. 각기 좀 달리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에게 이미 한 차례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지요. 탄핵 심판에 나와서 박 전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끝내 재판에 나타나지 않은 겁니다.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서 처벌을 피해갔습니다”라며 ‘진짜 배신자’를 가려내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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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 3인방의 박근혜 배신에 초점을 맞춘 채널A 보도(11/2) 

 

김 앵커는 배 팀장의 이런 대답에 “아 그렇군요. 지금 설명을 들어보면 정호성 전 비서관은 좀 다른 것 같군요”라는 반응을 보였고요. 다시 배 팀장은 “네. 조금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자신의 마지막 재판에서 대통령이 지인의 의견을 묻는 것은 통치의 일환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감싸는 발언을 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정호성 전 비서관의 증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때 자막은 <박 전 대통령 앞에서 눈물 흘린 정호성>입니다. 말하자면 앵커와 기자가 질의응답을 통해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배신하지 않았고 다른 두 사람은 배신을 했다’고 정리를 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3인방에 대한 박근혜의 ‘신뢰’ 강조하기도
이어지는 내용은 더 황당합니다. 김 앵커는 “그렇다면 이번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각으로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영상은 2015년 초니까 신년 기자회견인데, 좀 익숙한 장면이실겁니다”라며 2015년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여주었는데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저는 그 세 비서관(문고리 3인방)이 묵묵히 고생하면서 그저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하고. 그런 비서관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하면서 문고리 3인방이 최순실 씨의 남편 정윤회 씨에게 ‘비선 보고’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박근혜 씨가 의혹을 무시하고 이들을 감싸는 모습인데요. 결코 ‘의리’ ‘큰 신뢰’따위로 미화되어 소개될 장면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영상을 보여준 뒤 김 앵커는 “그러니까 큰 신뢰를 보였을때인데. 저때가 언제죠?”라고 반응했고요. 배 팀장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문고리 3인방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을 때였습니다. 이 3인방이 위기에 놓였을때인데 박 전 대통령은 보시는대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서 이들의 방패가 되어서 두둔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내어놓았습니다. 이때 자막은 <‘문고리 전횡’ 의혹에도 감쌌던 박근혜…왜?>입니다. 말 그대로 박근혜 씨가 문고리 3인방을 얼마나 신뢰하고 감싸왔는지를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3인방의 ‘배신’이 얼마나 ‘몰염치한 것’인지를 부각하는 구성입니다.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게 동지’ ‘배신감’까지 운운
뿐만 아니라 김 앵커는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저희 취재진이 들은 얘기에 따르면 이 3인방은 누구보다 오래 함께했기 때문에 ‘애들’ 이렇게 표현하면서 굉장히 가깝게 지냈다고 하는데. 그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 배신감의 정도랄까. 가늠이 가능할까요?”라며 뜬금없이 박근혜 씨의 심정을 언급했는데요. 이에 대해 배 팀장은 무려 “네. 동지는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게 동지죠. 박 전 대통령이 정작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금 가장 어려운 사건에 놓여있는건데. 등을 돌린 셈입니다. 이들 비서관에게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라는 답변을 내어놓았습니다. 이 뒤에는 “하지만 배신감을 논하기 전에 자신의 주변을 다스리지 못했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며 박근혜 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핵심은 ‘박근혜 씨는 그렇게 감싸고 아끼던 문고리 3인방 중 두 명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보도 말미 김 앵커는 “이렇게 세 사람 다 인정을 하고 나왔단 말이죠. 수사 앞으로 어떻게 되는겁니까?”라는 질문을 내놓는데요. 이때 자막은 <등 돌린 문고리들의 ‘폭탄 진술’ 재판에 악재>이고요. 배 팀장의 대답은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 보이콧을 선언하고 정치 투쟁으로 노선을 갈아탔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뇌물 혐의로 검찰 수사를 한 차례 더 받아야 하는 원점으로 돌아온겁니다. 최악의 상황이 된거죠. 다만 국정원 돈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흘러갔다고 해도 그 돈이 모두 5만원권 현찰입니다. 자금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 증빙을 하지 않아도 문제삼지 않는 돈이라는 것에서는 사용처를 밝혀내서 뇌물혐의를 입증해내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입니다.

 

이 대답을 들은 김 앵커는 “빠르게 진행됐지만 입증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라며 코너를 마무리했습니다. 배신으로 박근혜 씨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나 혐의 입증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지요. 대통령이 국정원 돈을 뇌물로 받은 뒤 불법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 상황에서 ‘배신’, ‘신뢰’를 운운한 겁니다.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게 동지’ ‘배신감’까지 운운
채널A의 이런 황당한 태도는 이날 두 번째 보도이자 단독 보도인 <“어디에 쓰는지 대통령에게 못 물었다”>(11/2 https://goo.gl/kybD4L)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보도는 “18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곁을 지키다 그제 전격 체포된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사용처를 캐물었”으나 “하지만 모두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사실을 부각하여 전하고 있는데요. 보도 말미에는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뒤에도 돈 한 푼 받은 적 없다며 청렴함을 강조해 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순실에 이어 정치적 동지들까지 등을 돌리면서 추가 형사처벌 위기에 놓였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박근혜 씨의 3차 대국민담화 당시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 왔습니다”라는 발언 영상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채널A는 어쨌거나 ‘배신’하지 않고 ‘의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싶기라도 한 걸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7>․<종합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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