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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채널A ‘민주노총 사무총장 농성’ 보도, 단신보다 ‘부실’
등록 2017.12.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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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배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이영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을 점거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 총장은 한상균 위원장을 포함한 구속노동자 석방과 자신에 대한 부당한 수배해제, 근로기준법 개악 완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를 촛불정부라고 칭하고 있고 지난해 겨울 온 국민과 노동자가 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적폐청산-박근혜 사퇴를 외친 결과로 태어난 정권으로 그만큼 기대도 높았”으나 “안타깝게도 온 국민보다 1년 먼저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은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갇혀 있으며, 같은 이유로 사무총장은 만 2년의 수배생활을 견뎌 와야 했고 개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국회의 근기법 개악 추진 소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이른바 ‘양대지침 폐기’를 선언했으며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추진된 올바른 결단이었다”면서 “한상균 위원장은 그 양대지침 폐기를 위해 투쟁하다 구속됐음에도 불구하고 한상균 위원장 석방 요구에 대한 정부의 응답은 도무지 들려오질 않는다”며 “진정한 적폐청산은 억울한 구속-수배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며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계속하라는 근로기준법 개악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TV조선․채널A는 ‘한상균 석방․이 사무총장 수배해제’만 강조
이 소식을 18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것은 KBS와 MBC, TV조선, 채널A입니다. 이 중 KBS <민주노총 사무총장, 민주당사 단식 농성>(12/18 https://goo.gl/aEHAU2)과 MBC <민주노총 지도부 민주당사 점거 농성>(12/18 https://goo.gl/hpBXwx)은 단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식 농성의 사유는 1분30초 전후의 TV조선이나 채널A 보도 보다 30초 내외의 KBS, MBC 보도에 더 정확히 나와 있었습니다. 실제 KBS는 “이들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 노동자 석방과 근로기준법 개정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농성 사유를 설명했으며, MBC는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습니다”라는 멘트에 이어 “민주노총은 ‘개정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이 중소 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저임금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반면 TV조선과 채널A가 전한 농성 사유는 오직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이영주 사무총장 자신에 대한 수배 해제’ 뿐이었습니다. 즉 근로기준법 개악 중단 요구는 슬쩍 빼놓은 것인데요.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향한 ‘억지 촛불 청구서’ 이미지 부각한 TV조선 
특히 TV조선 <민노총, 여 당사 점거 “한상균 석방”>(12/18 https://goo.gl/N6zZUe)은 “2년 넘게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기습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 덕에 태어난 정권’이라며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중당은 통진당 해산 2년을 맞아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했습니다”라는, 민주노총이 ‘촛불 청구서’를 무리하게 내밀고 있다는 취지의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기자 역시 “이 사무총장은 현 정부 탄생의 공이 민주노총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과 자신의 수배 해제에 손놓고 있다며 단식을 선언했습니다”라며 이 사무총장이 ‘현 정부 탄생에 대한 기여도’를 앞세워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뉘앙스의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보도 말미의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노동계 초청 대화도 보이콧하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라는 설명 역시 민주노총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한 반항’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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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사무총장의 민주당 당사 점거 및 단식 농성 돌입 소식을전하며

‘촛불 청구서’ 논리 강조한 TV조선 (12/18)

 

그러나 대한민국헌법과 국제법, 국제노동기구 협약이 모두 보장하고 있는 저항권을 행사하다 구금된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석방 요구나 이 사무총장의 수배 해제 요구를 ‘민주노총이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으니 보상으로 내놓아야 할 선물 목록’ 따위로 치부 할 수는 없습니다.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등은 “한상균 위원장 구금은 세계인권선언, 자유권규약에 위배되는 자유의 자의적 박탈에 해당한다”며 “구금된 배경을 조사하고 책임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며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기도 합니다.


채널A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촛불 청구서’ 논리는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상균 석방하라” 민주당 점거>(12/18 https://goo.gl/sZiZNV)는 이 사무총장의 농성 사유를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과 자신에 대한 수배 해제를 요구”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과 자신에게 걸린 수배 해제 등을 요구” 등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폭력 집회 주도’ 설명 부각은 4개 방송사 ‘공통’ 
덧붙여 이 사무총장이 ‘폭력 집회를 주도한 인물’이라는 설명은 4개 방송사가 모두 앞세웠습니다. 앞서 KBS의 단신은 “폭력 시위 주도 혐의로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라는 설명으로 시작되었고요. MBC 단신 역시 첫 멘트가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수배 중인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입니다.

 

TV조선은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수배된 지 2년 만입니다. 이 총장 등 4명은 민주당 대표실에 기습적으로 들어갔지만, 당사로 올라가지 못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경찰 관계자와 민주노총 관계자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채널A도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년 넘게 수배 중인 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 “이 사무총장은 2015년 한 위원장과 함께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2년 넘게 수배 생활을 해왔습니다”는 등의 설명을 반복하여 내놓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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