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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정유라 답변, SBS만 적극적으로 반박
2017년 1월 3일
등록 2017.01.04 18:31
조회 601

3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2일 덴마크 현지에서 체포되어 4주 구금이 연장된 정유라 씨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정유라 씨는 자신에게 집중된 삼성의 특혜와 이화여대 학사 비리, 외화 불법유출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어머니인 최순실 씨에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듯, 기자들의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했는데요. 이 와중에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류철균 교수와의 만남과 학사 비리 자체는 시인하면서 최 전 총장의 청문회 위증 정황이 뚜렷해지기도 했습니다.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이 나왔다”고 태연히 말하는 대목에서는 불법적 전횡을 당연시 여기는 태도까지 엿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유라 씨의 ‘모르쇠’를 반박한 방송사는 SBS‧JTBC‧채널A 정도였습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정 씨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1. “진한 화장 없는 초췌한 모습”…너무 나간 TV조선
국정파탄 사태의 핵심 당사자이자 화제의 인물인 정유라 씨가 처음 언론에 공개되면서 방송사들은 모두 정 씨와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는데요. TV조선은 이 과정에서 가십성 내용을 담기도 했습니다. TV조선 <“저는 땡전 한 푼 없어요”>(1/3 https://bit.ly/2hNB4w0)은 정 씨가 덴마크 현지 법원에서 한국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영상을 단독으로 전한 보도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법정 심리 도중 쉬는 시간에 이뤄진 정유라 씨 질의응답을 TV조선이 단독으로 영상에 담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리포트는 그 영상을 보여주며 황민지 기자가 설명을 해주는 형식입니다. 바로 이 첫 부분에서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황 기자는 “돈과 권력을 쥔 음지의 실세 부모 밑에서 특혜 인생을 살아온 정유라 씨의 법정 모습은 초췌했습니다. 입술은 바짝 말라있고 그간 언론에서 보여졌던 진한 화장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라는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이때 화면에는 당일 정 씨의 ‘화장기 없는 초췌한’ 모습과 과거에 공개된 정 씨의 ‘화장을 한 사진’이 나란히 띄웠습니다. 노골적으로 정 씨의 ‘외향’을 부각한 ‘가십’입니다. 이후의 내용 역시 “해외재산 도피 혐의에 대해선 긴장한 기색이 역력” “입고 있던 패딩을 벗고 옷을 걷기도” “기자가 실명을 거론하자 여유 있게 응대” 등 국정파탄 사태와 관련성이 적은 정 씨의 태도 및 근황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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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포된 정유라, 과거와 현재의 외모 비교한 TV조선(1/3)

 

2. 딱 1건으로 ‘정유라 혐의 부인’ 받아쓴 MBC
받아쓰기에 그친 방송사들 중에서도 MBC가 가장 눈에 띕니다. MBC는 이날 국정파탄 사태 관련 보도량이 8.5건으로 똑같이 10건을 넘기지 못한 9.5건의 KBS보다도 적었고 20건 내외를 기록한 SBS 및 종편 4개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정유라 씨 관련 보도량도 류철균 교수 구속 등 학사 비리 보도까지 모두 합해봐야 5건이었는데 이것도 7개사 중 가장 적은 보도량입니다. 그 5건 중 이날 가장 이목이 집중된 정유라의 ‘혐의 부인’ 관련 보도는 단 1건입니다. 이는 삼성 특혜, 학사 비리, 외국환 불법유출 등 혐의별로 정 씨 발언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타사와 대조적입니다. 똑같이 받아쓰기를 한 KBS도 혐의 부인 보도가 4건이었고 TV조선 5건, MBN은 7건입니다. 반박 취지의 보도가 있는 SBS는 반박 보도 포함 7건, JTBC는 2건, 채널A는 4건입니다.   

 

3. ‘모르쇠’ 정유라, SBS는 적극적으로 반박 
TV조선처럼 가십성 보도를 내놓거나 MBC처럼 보도량이 적지는 않았지만 KBS와 MBN도 받아쓰기에 그쳐 정 씨의 책임이 무엇인지 전혀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SBS는 다릅니다. SBS는 3건의 보도에서 정 씨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SBS <6명 중 1명일 뿐? “말도 안 되는 소리”>(1/3 https://bit.ly/2j3ZTW7)는 “‘삼성이 선수 6명을 뽑아서 말을 지원해 준다더라, 타보지 않겠냐’라고 해서 그래서 6명 지원을 하면 그냥 타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말을 탔”다는 정 씨 주장이 “정유라 씨뿐 아니라 선수 6명의 전지훈련을 지원할 계획이었다”는 삼성 측 해명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BS는 이어 “SBS가 입수한 코레 스포츠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의 1차 지원 대상은 정유라와 박재홍 감독 2명뿐입니다. 그나마 박재홍 감독은 코레 스포츠가 승마 육성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2개월 반 만에 귀국했습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여기에 “삼성은 코레 스포츠로 37억 원을 직접 송금하고 독일 법인을 통해 말을 구입하는 등 약 80억 원을 지원했는데, 혜택을 본 건 정유라 씨 1명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고 정 씨 발언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라고 반발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의 반응도 전했습니다. 


바로 이어진 SBS <준비된 답변?…구속 가능성만 높인다>(1/3 https://bit.ly/2iDSj3Q)는 “정유라 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률 검토를 마친 듯한 준비된 답변을 내놨”지만 “교육부 감사와 특검 수사를 통해 학사관리 특혜에 공모한 정황 등이 이미 드러난 만큼 수사를 피해 가기 어렵”고 “오히려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만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통해 “구속 수사 가능성만 높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강경하게 정 씨 측 주장을 일축한 방송사는 SBS뿐입니다. 


한편 JTBC는 외교부 고위급 간부가 정유라 도피를 지원했다는 노승일 부장의 증언을 단독 보도하면서 정 씨를 우회적으로 비판했고 채널A는 삼성으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고도 정 씨가 정해진 승마 훈련 계획을 따르지 않은 채 애완견만 골랐다는 단독 보도를 2건 내놨습니다. JTBC와 채널A도 그나마 반박 취지의 보도를 낸 것입니다. 

 

4. ‘정호성 녹취록’, 드디어 나왔다
3일에도 KBS‧MBC 두 공영방송을 제외한 5개 방송사에서 모두 국정파탄 사태관련 단독보도가 쏟아졌는데요. 이중 JTBC 보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JTBC는 베일에 쌓인 핵심 증거인 ‘정호성 녹취록’의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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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증거 ‘정호성 녹취록’ 단독 보도한 JTBC(1/3)

 

JTBC <박 대통령 주장 깨는 ‘최순실의 통화’>(1/3 https://bit.ly/2hOFBL6) 등 2건은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에 대해 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진상규명 요구가 빗발치던 2013년,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지시하고 박 대통령이 이대로 움직인 정황이 ‘정호성 녹취록’에 담겨있다고 폭로했습니다. JTBC 보도에 의하면 “최씨가 ‘그거(야당 요구사항) 어떡할거냐’고 다그치자 정 전 비서관은 ‘거기에 대해 특별히 하실 말씀이’라며 소극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최씨는 ‘너무 안 들어가도 그런 거 같다’, ‘대국민 그걸로 나가야 돼’라며 대통령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지시”하는 등 최순실은 대통령의 세세한 일정과 행보에 보두 개입했습니다. JTBC는 이런 내용으로 인해 ‘최순실은 오랜 지인일 뿐, 대통령으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했다’는 박 대통령의 1일 기자 간담회에서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외에도 JTBC는 3건의 보도를 더해 박 대통령의 모든 일정과 국정 운영에 개입한 최 씨의 ‘국정농단’을 구체적으로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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