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좋은 선거보도’, 지역 언론 <뉴스민>이 모범 보였다
등록 2018.06.20 10:08
조회 361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5월 ‘이달의 좋은 보도’ 신문 부문에는 한겨레 ‘5‧18 성폭행‧고문 폭로 보도’, 방송 부문에 SBS ‘대진침대 방사능 물질 검출’ 단독 보도, 온라인 부문에 뉴스민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 방송‧온라인 특별상에 KBS‧뉴스타파‧프레시안의 ‘삼성 전무 기술 유출 무죄 판결 공동보도’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6월 29일(금) 오후 2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마포대로 14가길 10 동아빌딩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심사 개요

좋은 온라인보도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 매체 : 뉴스민

취재 : 경북민심번역기 특별취재팀(이상원‧박중엽‧김규현 기자, 김서현 데이터연구원), 보도 일자 : 4/20~6/11

선정위원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활동가/방송), 유민지(민언련 기획부장/신문)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상임 활동가/온라인),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5월 1일부터 31일까지 일간지 및 방송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의 보도

 

지난 13일, 7기 전국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국민은 압도적으로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 등 한반도 이슈가 잇따르면서 저조할 것으로 우려됐던 투표율도 1995년 1기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겼다. 한반도 이슈에 지방선거 보도가 완전히 묻혀 버리고, TV조선‧채널A 등 보수 종편을 중심으로 여당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빗발쳤음에도 민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선거 보도 비중은 4월부터 6월까지 내내 5%를 밑돌았고 종편의 시사 토크 프로그램은 선거 방송의 절반 이상을 ‘드루킹 사건’, ‘이재명 스캔들’ 등 여당 후보 논란에만 쏟아 부었다. 역대 선거 보도 중 단연 최악이라고 평할 수 있는 선거 보도 양상이었다.


소위 중앙 메이저 언론이라 불리는 언론사들이 이렇게 부실한 선거 보도로 일관할 때 지역에서 빛난 선거 보도 사례가 있었다. 바로 경북지역 인터넷 언론인 뉴스민의 선거 특별페이지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https://bit.ly/2MBBLWg)이다. 뉴스민은 인포그래픽과 영상 보도를 중심으로 경북 대부분 지역의 민심을 탐방 형식으로 취재해 경북 정치 지형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모든 보도가 ‘민심 르포’로 구성됐으나 보도마다 타 매체가 놓쳤던 지역현안과 유권자 의제를 지역민의 목소리로 풀어내 모범을 보였다.

 

‘보수의 심장’ 경북, <뉴스민>이 민심 탐방에 나선 이유
뉴스민은 경북 지역의 민심을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특별 페이지를 기획했다. 뉴스민은 첫 보도 <뉴스민 프로젝트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를 시작합니다>(4/20 https://bit.ly/2MDrFo7 )에서 그 배경을 한계가 있는 현실과 가능성 있는 미래에서 찾았다. 뉴스민은 “13곳의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하나의 당(자유한국당) 소속입니다. 경북도지사는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도 나섰던 3선의 김관용, 6회 지방선거 기준으로 23명의 기초단체장 당선자 중 20명이 새누리당”이라는 현실로 인해 “답 없는 경북, 수구 꼴통”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음을 담담하게 적시했다. 이어서 “2017년 대선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등이 아닌 지역도 경북에 6곳이나 있었습니다”라며 변화의 가능성을 살폈고 “왜 비난의 화살이 시민을 향하는가. 한편으로는 왜 정치가 만들어 놓은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명사를 얻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 “시민들의 삶을 현장에 다가가서 살펴보고자” 지방선거 기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민심 취재’? <뉴스민>은 달랐다
뉴스민의 특별 기획 이름 자체가 <경북민심번역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도는 실제로 ‘민심 탐방’에 집중됐다. 사실 ‘민심 탐방’은 그리 특별한 취재 형태가 아니다. 많은 매체들이 시민을 인터뷰 해 ‘민심’이라는 제목을 붙여 보도를 하고 이는 매우 흔한 선거 보도 방식 중 하나이다. 때로는 언론이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민심’만 취사선택해 보도하면서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에 과도한 ‘민심’ 보도는 지양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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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각 지역 정치지형을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한 <뉴스민>

 

그러나 뉴스민의 <경북민심번역기>는 양질에서 차이를 보였다. 뉴스민은 구미, 김천, 의성, 군위, 청송, 상주, 안동, 경주, 포항, 영덕, 울진, 칠곡, 성주 등 경북의 주요 지방선거 선거구를 모두 탐방했다. 영주, 영천, 문경, 영양, 청도, 고령, 예천, 울릉이 제외됐으나 인력 등 자원이 한정적인 소규모 지역 인터넷 언론이 두 달 간 이룬 성과로서는 충분하며 이렇게 전 지역을 아우른 민심 보도는 서울의 중앙 언론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보도의 내용도 충실했다. <경북민심번역기>는 경북 지역 정치 지형을 설명하는 인포그래픽 보도 <1239, 172, 64>(4/20 https://bit.ly/2ymMRLP )를 제외한 대부분의 보도가 <뻘건맛>이라는 제하의 ‘지역 민심 르포 생중계’로 이뤄졌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지역민의 인터뷰와 함께 지역현안과 유권자 의제, 해당 선거구의 정치 지형까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뻘건맛 : 성주편>(5/21 https://bit.ly/2JY1tTf ) 생중계 르포가 먼저 보도되고 나면 이후 해당 회차의 인터뷰 중 일부를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한 걸음씩 움트는 변화, 성주>(6/1 https://bit.ly/2lluoWK )와 같은 후속보도를 내는 형식이다. 실제로 <한 걸음씩 움트는 변화, 성주>(6/1)는 <뻘건맛 : 성주편> 중 성주의 변화를 기대하는 상인 배미영 씨, “40대 이상은 아직 한국당을 좌우하지”라고 말하는 70대 여 모 씨 인터뷰를 대비시키면서 성주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통계로 풀어냈다. “지난해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18.1%, 홍준표 56.2%, 안철수 12%, 유승민 6.9%, 심상정 5.7%”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박근혜 후보가 86%를 득표했던 18대 대선과 비교하면 “성주의 한국당 압도적 지지 정서는 많이 퇴색했다”는 것이다. 

 

진짜 ‘우리’가 말하는 민심과 지역현안
뉴스민 <경북민심번역기>는 노동자‧농민부터 지역 상인과 노년층까지, 상당히 다양한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냈고 여기에 지역 현안도 자연스레 녹아들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뻘건맛 : 구미편>(4/24 https://bit.ly/2tapmAH )에서는 한국화학 노동조합을 찾아가 구미에서만 30년 간 노동운동을 한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부 교육국장을 인터뷰했다. 배 국장은 “구미는 3교대 사업장이라서 (선거일에)출근한다”, “구미공단 노동자들이 생존 문제가 위기 상황에 왔다고 느껴진다. 지방선거에 어떤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지방선거에 투표조차 하기 어려운 구미 지역 노동자들의 상황을 토로했다. 이 보도는 독자로 하여금 ‘노동자의 참정권 보장 방안’을 고민케 한다.


<울진의 애증, 원전…“공사 재개해야”, “폐기도 대비해야”>(5/28 https://bit.ly/2JzOPxz )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어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의 한 가운데 선 울진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울진면 북면 부구리 50대 손 모씨는 “원자력 공사가 진행 중단되면서 여기는 지역 경기가 확실히 죽었죠”라며 탈핵에 반대했고, 울진군 죽변면 죽변시장 김창욱(69) 씨는 “원전만 갖고는 주민들이 고루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민들 자체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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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민을 통해 여성 농민의 이동권 보장 문제 제기한 의성 농민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여성농민에 관심 두지 않는다”>(4/30 https://bit.ly/2ljUkBS )에서 인터뷰한 의성 농민 최경하 씨는 “여성농민이 대체로 자기 재산도 없고, 자기 이름도 없고. 지금은 많은 여성이 직접 운전해서 다니시는데 촌에 와보면 아시겠지만, 이동의 자유가 없어서 그냥 집에 갖혀 있다”며 ‘의성 인구소멸 1위’의 원인을 ‘여성 배제’로 꼽았다. 최 씨는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바꿔주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뉴스민은 ‘안동찜닭골목 건너편에서 만난 시민 강임석(67) 씨’, ‘성주읍 금수세탁소 60대 백상기 씨’ 등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역 특성 고려한 ‘민심 분석’
뉴스민이 단순히 민심을 전달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한 시도도 평가할 만하다. 특히 눈여겨 볼 보도는 <경주에서 만난 ‘보수=먹고사니즘’의 상관관계>(5/21 https://bit.ly/2MDMcJd )이다. 경주 시민들의 완고한 ‘자유한국당 지지 의사’를 확인한 뉴스민은 그 배경에 천착했다. 43세 여성 공인중개사 사장님들의 “우리 극보수인데, 잘못 오셨다. 내가 봤을 때”라는 인터뷰로 시작한 이 보도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래요. 근로자만 잘 살고, 사업자는 다 망하고. 그런 세상이다. 지금”이라며 보수성의 원인을 설명한 부분에 주목했다. 결국 엄청난 정치적 이유가 아닌 ‘먹고 사는 문제’가 민심의 향방을 가른다는 것이다. 뉴스민은 “보수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정치 세력 이거나 적어도 보수 세력이 집권할 때 먹고 살기 좋았던 기억”이 경주의 정치 지형을 결정한 요소라고 짚었다. 그 근거로는 “경북은 2015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취업인구 중 자영업자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30.1%) 광역시·도다. 바꿔말하면 임금노동자가 두 번째로 적다(59.9%)는 의미”라는 점을 꼽았다. “고정 임금을 받는 인구가 많은 도시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도시가 체감 경기는 더 나쁠 것”을 감안하면, 경북에서는 특히 위의 공인중개사 사장님처럼 느낄 사람들이 많고 이것이 보수정당 지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물론 변화를 촉발할 요소도 있다. 뉴스민은 “여느 경북 도시들처럼 보수성이 높지만, 동시에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던 경주의 과거 선거 결과를 제시했다. 실제로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 4명, 열린우리당 1명, 민주노동당 1명씩 비례 시의원 후보를 냈는데, 민주노동당이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꺾고 비례 시의원을 배출”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을 택한 이런 민심은 ‘근로자만 잘 산다’는 43세 여성 공인중개사 사장님의 인터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는 경북에서도 “산단을 중심으로 제조업체가 모여 있는 도시”, “구미, 포항, 칠곡, 경산과 더불어 경북 시·군 중 임금노동자가 많은 5개 도시”로 꼽히는 경주의 특성에 기인한다. 경주에는 용강산업단지처럼 젊은 임금노동자가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이 있어 근로자들의 진보정당 지지도가 경북 타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뉴스민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통일도 좋지만 사람이 살도록 해줘야 한다”는 경주 시민들의 목소리와 같이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흔한 광고 배너도 없는 <뉴스민>, ‘지역 대안 언론’의 완성을 꿈꾸다
뉴스민은 “대구경북을 살아가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등 핍박받는 민중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민중대안언론”을 표방하는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미디어”를 자임하고 있다. 이러한 정체성 때문인지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를 도배하고 있기 마련인 ‘광고 배너’도 찾아볼 수 없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일궈낸 <경북민심번역기>라는 선거 기획보도의 가치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경북 전지역을 포괄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으나 ‘민심 르포’라는 진부한 형식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으며 매우 가치 있는 내용들을 별도의 형태로 구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권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보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민심번역기>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 어느 매체에서도 등장할 수 없었던 수많은 ‘필부필부’들이 ‘유권자 의제’를 전달하며 한 명의 기자 역할 이상을 해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지역현안도 녹아들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보수야당을 택한 경북에 큰 변화가 꿈틀대고 있음을 객관적 분석으로 보여주려 노력하기도 했다. 이는 뉴스민 스스로 내세운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미디어’라는 역할에 충실한 보도이자, 그 어느 언론도 하지 않은 ‘선거 보도의 모범’이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뉴스민이 ‘대안언론’으로서 완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끝>
문의 이봉우 선임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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