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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 채널A의 ‘가짜뉴스 폭탄’
등록 2018.11.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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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즈가 지난 12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에 “신고되지 않은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기지”가 있고 그 중 하나인 ‘삭간몰 기지’를 사진으로 확인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보도의 근거는 6‧12 북미정상회담 3개월 전인 지난 3월 29일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기지를 찍은 위성사진 12장이 전부였습니다. JTBC가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 작성 연구원에게 최근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최근 찍은 사진은 낙엽이 많이 쌓여 시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곧바로 한미 정부는 물론 워싱턴포스트‧CNN과 같은 미국 언론, ‘한겨레’ 등 국내 언론의 반론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삭간몰 기지’가 이미 20년 전부터 언론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져 있었고 남북미 간 회담에서 ‘북한 내 모든 미사일 기지의 신고’를 약속한 바 없기 때문에 ‘미신고 기지’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평소에도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과 ‘군사적 대결’만 앞세우던 보수언론은 13일부터 일제히 뉴욕타임즈 보도를 받아쓰며 ‘김정은의 사기극’이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채널A <뉴스TOP10>의 경우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와중에 ‘우리 군이 북한이 아닌 일본을 주적으로 삼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습니다. 

 

‘원본 기사’도 확인한 바 없는 ‘북한의 수뇌부 체포 훈련’
문제의 발언은 채널A <뉴스TOP10>(11/14)가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북한 비밀기지’를 논한 직후, <북, 계룡대모형 놓고 군사훈련?>이라는 제목으로 대담을 나누던 중 나왔습니다. 채널A는 북한전문매체 미국의 소리의 <“평안북도 정체불명 건축물, 한국의 계룡대 건물 닮아…훈련용 표적 가능성”>(11/14 https://bit.ly/2TnJevD )를 인용하여 대담을 나눴는데요.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우리나라 계룡대와 닮은 건축물이 북한의 군사훈련장에 들어섰다. 신인균 대표님, 이게 무슨 의미인가요? 제가 짐작하는 그런 의미인가요?”라며 공포 분위기를 유도했습니다. 그러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저런 것들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남침을 해서 저 계룡대에 있는 육해공군 참모 총장을 비롯해서 육해공군의 최고 수뇌부를 체포하겠다는 말입니다”라고 분위기를 맞췄습니다. 마치 당장이라도 북한이 남침을 강행해 우리 군 수뇌부 체포를 시도한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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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군이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고 주장한 채널A 신인균 씨

 

그러나 미국의 소리의 보도 제목은 분명 <“평안북도 정체불명 건축물, 한국의 계룡대 건물 닮아…훈련용 표적 가능성”>이었습니다. 최근 위성사진으로 잡힌 북한 평안북도의 ‘정체불명 건물’이 ‘남측의 계룡대’를 닮아 ‘훈련용 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만 보도한 것입니다. 미국의 소리는 이 건물이 훈련용 표적인지, 계룡대 모형인지, 여기다 군사 훈련을 했는지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수뇌부 체포 훈련’을 하고 있는지 여부도 당연히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어 신인균 씨는 “사실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하는 것은 어쩌면 북한을 우리가 주권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마는 국가의 책무이기는 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라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북이 저런 훈련을 계속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로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죠. 자신의 주장을 일정 부분 철회하는 듯 했으나 우리 정부를 비난하면서 폭탄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군이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 채널A의 ‘가짜뉴스 폭탄’


신인균 씨의 다음 발언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북한의 저런 면을 충분히 알고 협상에 임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군은 지금 어쩌고 있습니까? 우리 군은 이 시기에 훈련을 중단했죠. 그리고 병사들에게 정훈교육을, 주적관을 없애고, 오히려 지금 일본에 대해서 일본을 주적으로 지금 은근히 돌리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 바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여전히 우리 수뇌부를 체포할 계획을 저렇게 세우고 있다. 이건 우리가 너무 밸런스가 맞지 않는 겁니다”

 

이에 진행자 황순욱 앵커도 당황하여 “잠시만요. 일본을 주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부분은 좀 지나친 발언인 것 같아요”라고 제지했으나 신 씨는 물러서지 않고 “실제 교육을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채널A, 이럴거면 방송하지 마세요
‘북한은 우리 수뇌부 체포 훈련을 하고 있는데, 우리 군은 주적을 북한에서 일본으로 바꿨다’는 신인균 씨의 주장은 모두 근거가 없는 저급한 선동이며, 일종의 가짜뉴스입니다.


우선 우리 군은 일상적 훈련, 우리 군의 단독훈련까지 모두 중단한 것이 아닙니다. 남북 간 군사협상을 통해 휴전선 부근 상호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했을 뿐입니다. ‘상호 적대 행위 금지’의 경우 우리만의 조치도 아니고 북한도 지뢰를 제거하고 포를 물리는 등 합의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군이 주적을 일본으로 바꿨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며, 이는 우리 군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입니다. 국방부가 일본을 주적으로 규정하거나 그렇게 교육했다는 내용의 보도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국방부도 그런 입장을 표명한 바 없습니다. 오히려 국방부는 순차적으로 ‘주적’이라는 표현 자체를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죠. 2018년 국방백서에서도 ‘북한군은 주적’이라는 표현을 ‘직접적 군사위협’, ‘심각한 위협’으로 대체했고 이 때문에 보수세력의 비판을 받기는 했으나 ‘일본’은 아예 논란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신인균 씨가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한 것에 대해서 채널A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교육을 합니다’라는 말 이외의 더 구체적인 증거로 우리 군의 변화를 입증할 수 없다면, 이는명백한 허위사실 보도로서 중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입니다. 채널A는 ‘남북관계 전문가’라는 미명 하에 신인균 씨를 아주 오랫동안, 매우 자주 출연시켰습니다. 그러나 그간 신인균 씨는 숱한 왜곡과 과장된 주장으로 여론을 혼란케 했습니다. 채널A가 언론으로서의 기본적 역할이라도 하고자 한다면 이런 막말 패널부터 정리해야 하고, 여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절한 심의가 필요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1월 14일 채널A <뉴스톱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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