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때 아닌 ‘반찬투정’ 해프닝, ‘친문 골품제’까지 확대 해석한 MBN
등록 2017.08.3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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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 남긴 글 때문에 곤혹을 치렀습니다. 지난 26일 청와대 오찬 뒤 박용진 의원은 “청와대 밥은 부실해도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당청의 의지는 식탁 가득 넘쳐났다고”라고 썼다가 ‘부실해도’라는 표현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청와대에 반찬투정 하느냐’라는 질타를 받았습니다. 논란이 일자 박용진 의원은 ‘부실해도’를 ‘소박해도’로 바꿨고 문재인 대통령도 “역설적인 표현으로 여유 있게 봤으면 좋겠다”고 옹호했죠.


그런데 이 작은 헤프닝에 언론이 ‘박용진의 청와대 반찬투정’으로 어찌나 많이 다뤘던지, 문 대통령이 다시 “기사화까지 되는 것은 우리 정치를 너무 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언급할 지경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침소봉대’의 전형은 종편 시사 프로그램에서 나왔습니다. 

 

박용진 ‘반찬글’은 19분, 원세훈 댓글사건은 3분 다룬 <뉴스와이드>
MBN <뉴스와이드>(8/28)는 <박용진 “반찬 투정” 논란, 문 대통령 직접 해명 나선 이유?>라는 제목을 달아 아예 대담의 주제 중 하나로 뽑았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박용진 반찬투정’ 관련 주제를 다룬 시간은 무려 19분입니다. 과연 이 주제가 이렇게 길게 열띠게 다룰만한 주제였던 걸까요? 놀랍게도 MBN <뉴스와이드>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댓글 사건을 다룬 시간은 3분에 불과합니다. 패널 3명의 간단한 의견을 들은 후 별다른 분석 없이 대담을 종료해버렸죠. 국정원의 여론 조작보다도 ‘박용진의 반찬투정’을 훨씬 비중 있게 다룬 겁니다. 


방송 내용은 더 심각합니다. 패널들은 이날 나온 어떤 주제보다 더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그 중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이 각자 자신만의 ‘이론’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하나같이 주관적인 망상에 불구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언론의 품격을 떨어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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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반찬투정”논란을 대담 주제로 잠은 MBN
MBN <뉴스와이드>(8/28) 화면 갈무리

 

황장수의 계급론: ‘육두품도 안 되는 박용진’ 
황장수 씨는 박용진 의원의 SNS 논란에 다짜고짜 ‘계급론’을 설파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요? 황 씨는 먼저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선 이유가 “이쯤에서 스톱이 좀 걸려야 된다라는 의지가 나타난 부분이라고 봅니다”라고 말을 꺼내더니 “진골 성골이 있고 육두품도 있고 그 밑에도 있지 않겠습니까?”라며 느닷없이 고대 신라의 계급 제도를 거론했습니다. 이어서 “만약에 친문 핵심 의원이 그런 발언을 했다고 하면 그야말로 이것은 그냥 자랑이다. 박용진 의원도 결국은 자랑하려고 한 거예요”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어서 “지지층이 평소에 박용진 의원을 좀 좋지 않게 보니까 비문이라고 조금 해석이 되죠. 뭐 그렇게 비문도 아닌데. 그러니까 오독, 즉 잘못 해석을 해서 지금 몽땅 이렇게 가서 악성 댓글을 남긴 겁니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지만 요약을 해보자면 ‘민주당 내에는 문 대통령과 친분 정도에 따라 신분 계급제가 있고, 문 대통령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진골이며 비문일수록 육두품 혹은 그보다 아래’라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똑같이 ‘반찬이 부실하다’는 말을 해도 계급이 높은 사람이 하면 ‘자랑’이지만, 계급이 낮은 사람이 하면 여론이 반발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비유에 불과하다고 해도 황 씨의 발언은 ‘방송 부적격’에 해당합니다. 단순한 SNS 해프닝으로부터 ‘민주당 내 골품제’라는 터무니없는 결론을 이끌어 내, 박 의원과 민주당, 문 대통령, 더 나아가 그 지지자들까지 ‘신분제의 노예들’로 묘사한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분히 박 의원의 SNS논란을 빌미로 정부 여당과 그 지지자들을 조롱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양문석의 ‘프락치설’: ‘우리 편은 그럴 리가 없다’ 
황 씨의 ‘황당 발언’에 양문석 씨가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황 씨의 ‘계급론’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곧이어 양 씨 본인도 흥분하며 과도한 해석을 남발했습니다. 양 씨는 “지금 누구든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역설적 표현을 하든 정면으로 비판을 하든 정말 이를 악물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에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팬 안에 스며진 프락치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제작진이 MBN <뉴스와이드>의 트레이드마크인 ‘까마귀 소리’를 내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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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성 댓글러는 프락치라 단정짓는 양문석 씨
MBN <뉴스와이드>(8/28) 화면 갈무리

 

양 씨는 “누가 봐도 역설적인 표현”이라며, “칭찬을 하고 있는데 저걸 가지고 너는 캐비어를 원했냐, 이게 무슨 반찬 투정하냐. 이렇게 비판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기분 좋게 바라보던 많은 국민이 저러한 극성 팬들에 의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할 수 있게 되고 자꾸 문재인 대통령을 떠나가게 만들 수 있는. 누가 봐도 그래요”, “문사모의 특징이 뭔 줄 아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던 그런 울분과 분노와 한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기본적이고 올곧은 맥락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결론은 ‘프락치설’입니다. 양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실패하게 만든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마저도 쫓아내고 있는 저 사람들이 진정한 문팬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저는 문팬 속에 스며든 프락치들이다. 라고 보는 것이고 저는 저런 프락치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을 기사화하고 오늘 우리가 이렇게 평론까지 해야 하는 부분들이 참 씁쓸하다 겁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양문석 씨의 논리는 “△박용진 의원의 SNS글은 누가 봐도 칭찬글이다. △누가 봐도 칭찬글을 비난하면 문 대통령에게 해롭다.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에 해로운 행동을 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저런 댓글을 단 자들과 이를 기사화한 것은 프락치다”로 정리됩니다. 요컨대 ‘우리 편이 저런 행동을 할 리 없다’는 확신에서 시작된 비약입니다. 확대 해석과 과도한 보도들을 나름 비판한 대목도 보이지만 근거도 없이 ‘프락치’를 거론하며 ‘편 가르기’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것은 부적절합니다.  

 

차명진의 ‘정치기술 101’: “박용진은 청와대에 아첨, 문 대통령은 친국”
황장수 씨가 ‘계급론’을, 양문석 씨가 ‘프락치설’을 주장하는 사이, 차명진 씨는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 씨는 먼저 “결론적으로 박용진 의원이 우리 뉴스와이드 프로그램에 나와서 상당히 똑똑하게 발언을 했지만 역시 초선은 초선이다”라며 비아냥댔는데요. 당황한 제작진이 다시 ‘까마귀 소리’를 틀었습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명진 씨는 “정치판을 좀 잘 모른다. 저는 생각이 든 게”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차명진 씨는 박용진 의원이 왜 정치판을 몰랐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이번 SNS 발언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요? 차 씨는 “원래 정권이 출범한 후에 100일이 되면 있죠. 논공행상, 다 끝나요. 소위 여당의 여권 내 서열화가 다 끝나거든요. 그런 상황인데 박용진 의원은 아직도 미련을 갖고 대통령이나 집권 실세와의 간격을 좀 좁히기 위해서 본인이 나름대로 아, 청와대는 이렇게 참 소박하고 부실한 음식을 갖고 참 사람을 대할 정도로 참 정말로 일만 열심히 하는 데구나,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을 정권 실세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곱게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분이 그것을 잘 모른 거예요. 내가 이렇게 해주면 좀 더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겠지라는 착각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박용진 의원의 SNS 글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실세들을 향한 아첨이었다는 겁니다.


이어서 차명진 씨는 박용진 의원에게 ‘일침’을 놓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박용진 의원님. 박용진 의원의 서열은 이미 결정됐고요”라고 말하자 제작진은 급히 또 ‘까마귀 소리’를 내보냈고 차 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앞으로 변화가 제가 볼 때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심지어 차 씨는 문 대통령고 겨냥했습니다. “아니, 그리고 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여기에 나섰나. 정말 친국(親鞠)을 하신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사건이 정말 중요한 사건이에요”이라는 겁니다. 


‘친국’은 ‘예전에 임금이 직접 중죄를 지은 자에게 일일이 따져 묻는 일을 이르던 말’입니다. 결국 차 씨는 박용진 의원의 SNS 글을 ‘대통령을 향한 아첨’으로, 이를 두둔한 문 대통령의 행위는 ‘친국’으로 비하하면서 정부‧여당을 조롱한 겁니다. 단순한 SNS 해프닝을 확대 해석하는 상상력이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내 말만 들어봐’ 무례한 패널들, 난장판이 된 스튜디오
차명진 씨의 이러한 발언에 발끈한 양문석 씨는 ‘딱 한 마디만 합시다’ 팻말을 들더니 “정권 실세들이 불쾌하게 생각을 했다. 부실하다고 이야기. 자, 어느 맥락에서 저게 기분 나쁠 표현이 있는지. 두 번째 정권 실세들이 누구죠? 그리고 정권 실세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죠? 비서실장? 문재인 계보입니까? 박원순 시장 계보입니다. 그다음에 정무수석 전병헌 수석, 문재인 계보입니까? 국회의장 정세균 계보입니다. 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권 실세들이 저기에서 한마디도 이야기 안 했고 애초에 문재인 지지자들도 아니었고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그 실세들이 기분 나빠서 저런 이야기에 대해서 박용진 그 의원을 갖다가 언론플레이해서 나쁘게 몰아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이야기죠”라고 반박했습니다.

 
흥분한 양문석 씨의 발언에 이번엔 황장수 씨가 끼어들었습니다. 황 씨는 “이거는 솔직히 말하면 비주류의 비애다. 이렇게 정리를...”라고 정리하려 했고 진행자인 김형오 앵커가 “그러니까 이 당내 비주류, 주류의 어떤 갈등인지 아니면 지지층들 간에서의 X맨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주관적 표현들이 좀 나왔습니다”라고 수습하려 했습니다. 양문석 씨는 진행자의 수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그런데 저는 이 상황에서 자꾸 비주류와 주류, 친문과 비문, 이런 식으로 몰아가고 싶겠죠, 두 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흥분했습니다.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습니다. 황 씨는 “지금 이 새로운 정권의 시대에 그런 패를 가르는 발언을 하다니”라고 말했고 양 씨가 “아주 단순한 해프닝이고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문팬들 내에 스며든 프락치들의 작태였다니까요?”라고 되받아치는 등 자신의 주장, 그것도 주관적인 망상에 불과한 주장이 난무했습니다. 진행자의 제지도 통하지 않았고 까마귀 소리만 오랫동안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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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문석 씨와 황장수 씨의 말싸움을 말리느라 곤란한 김형오 진행자
MBN <뉴스와이드>(8/28) 화면 갈무리

 

MBN은 과연 이런 방송을 19분 동안 이어갈 가치가 있었는지 심각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MBN의 패널들은 정치인이 자신의 개인 SNS에서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단순 해프닝을 매우 엄중한 정치 사안인 것처럼 과대 해석했고, 급기야 ‘프락치설’, ‘계급론’ 등 황당한 주장으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모두 방송의 품위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저급한 행태일 뿐 아니라, 객관성과 합리성을 해치는 ‘민폐’에 해당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8일 MBN <아침&매일경제>, MBN <뉴스와이드>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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