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보고서] 2016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 보고서
등록 2016.06.2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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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전두환 측근 출연시켜 또 다시 518 왜곡
- “총 든 폭도를 진압한 것”이라 주장 -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광주 시민을 학살했다. 1980년 광주 학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숱한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결과 전두환 씨는 법정에서 내란음모 살인죄를 선고받았다. 1997년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국가 기념일을 지정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들은 그동안 계속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해왔다. 2013년에는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2013/5/13)와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2013/5/15)에서 “북한군 600명이 내려와 ‘광주사태’를 일으켰다”, “당시 시민군은 실제로 북한군이었다”는 주장을 내보냈다. 진행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거나 반박하기는커녕 적극 동의했고, 프로그램은 이들의 주장을 자막으로 강조했다. 방송 직후 각계에서 종편 방송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TV조선은 열흘이 다 되어서야 <장성민의 시사탱크>(2013/5/22)는 사과방송을 내놨다. 그러나 사과 방송 이틀 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2013/5/24)에 출연한 변희재 씨는 “광주 사태를 폭동이라고 주장한 걸 가지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들고 충격적인 일들이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함께 출연한 박성현 씨는 “무기 들고 일어났으면 폭동이야”라며 거듭 광주를 폄훼하고 모욕하는 말을 쏟아냈다. 채널A <종합뉴스>(2013/5/13)도 사과방송을 했지만, 이후에도 “시민군은 북한군”이라고 발언한 인물들을 버젓이 방송에 출연시키고 있다. 예컨대 “당시 시민군은 실제로 북한군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이어갔던 서석구 씨는 2014년 1~2월 채널A <쾌도난마>와 TV조선 <정치옥타곤>에 ‘좌경판사의 고백’ 등의 제목으로 3차례 이상 출연했다.

 

“전두환의 명예를 지켜라”, 특명 받은 종편?
2016년 5월에도 종편은 또 다시 전두환 씨를 ‘옹호’하며 1980년 광주의 진실을 가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5/17)는 전두환 씨와 부인 이순자 씨의 사진과 함께 인터뷰 육성을 내보냈다. 전두환 씨는 “광주사태하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때 어떤 사람이 총 쏘라고 하겠냐. 바보 같은 소리다. 대통령 되려다가 못된 사람이 모함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순자 씨는 “각하(전두환)가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서 모든 게, 518가족들과 오해가 말끔히 풀리고 하면 뭐를 못하겠냐”며 전두환 씨에 대한 518 유가족들의 분노를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 방송에는 김충립 씨(전 특전사 보안대장)가 출연했는데,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전두환 씨와 이순자 씨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전두환 대통령은 발포에 대해 책임이 없고, 그걸 뒤집어씌운 사람(노태우)이 있다”거나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백담사에 있을 때부터 광주시민들의 명복을 마음으로 빌고 계셨다”고 주장했다. 진행자는 김 씨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감탄사를 내뱉거나 동조했다.

 

△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5/17) 화면 갈무리

 
이런 발언을 등장시킨 것은 채널A만의 돌출행동이 아니다. 2016년, 보수언론은 ‘조직적 행보’라 느껴질 만큼 전두환 씨의 변명에 방점을 찍는 보도들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조용헌 살롱/全斗煥의 뿌리>(5/16, 33면, https://me2.do/FtVFBzyC)라는 칼럼에서 “전두환의 뿌리는 전라도”라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최보식이 만난 사람/“전두환은 12‧12와 상관있고 5‧18과는 무관”>(5/16, 기사 삭제)에서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을 인터뷰하며 “전두환은 5.18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실었다가 기사를 내리기도 했다. 5‧18 기념일 당일, 동아일보는 <횡설수설/전두환과 이순자의 천생연분>(5/18, 35면,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https://me2.do/FyY7KKSV)이라는 칼럼을 내놓는 막장행보를 보였다. 월간지 「신동아」는 <전두환․이순자, 30년 침묵을 깨다!>(2016. 6월호, https://me2.do/x2JHOAds)에서 “발포책임이 없다”는 전두환 씨의 주장을 실은 인터뷰 기사를 내놨다.

 

이렇게 2016년 보수언론들이 총동원되어 전두환 씨에 대한 변호를 앞 다투어 쏟아내는 사이, 종편도 제대로 한몫을 했다. 김충립 씨는 전 특전사 보안대장이다. 이런 김 씨가 TV조선 <장원준의 신통방통>(5/17)과 MBN <뉴스와이드>(5/17)에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특히 MBN <뉴스와이드>는 5월 13일 김 씨를 직접 출연시킨 후, 5월 17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18일에는 인터뷰 중 주요 발언을 뽑아 거듭 소개했다. 진행자 송지헌 씨는 김 씨의 주장에 비판적 태도를 보였으나, 어떤 지적을 하더라도 5‧18을 앞두고 전두환 씨의 책임을 부정하는 인물의 주장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적절했다. 특히 김 씨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는 “무기 탈취해가지고 총 들고 달려들고 싸우니까 폭도로 보고 진압한 것”이라거나, “아무리 백성들이 억울하다고 하고 해서 부마사태 때 그 사람들이 폭도들이 가서 무기고 깨고 총 들고 와서 사격했냐? 총 들고 탈취하고 사격하니까 상대방이 총을 안 가졌으면 왜 쏘겠냐”라고 주장했다. 신군부에 항거한 광주시민들을 폭도를 모는 황당한 주장이며, 총을 들지 않은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진실마저 왜곡한 것이다. 5‧18 기념식 전날과 당일, 역사적 사실조차 난도질하는 이의 목소리를 내보내야 했을까?

 

△ MBN <뉴스와이드>(5/18) 화면 갈무리

 

김 씨는 MBN 방송 중에 전두환 씨가 사과할 마음이 있다며 이와 같은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김 씨는 “(전두환 씨가)죽는 순간에도 사형수로 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건의 한 것”이라는 것이다. 광주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민주주의를 짓밟은 행위에 대한 반성도 아닌, 오직 전두환 씨와 그 자손들, 일당의 ‘불편함’과 ‘불명예’를 해소하기 위한 ‘사과 쇼’였던 것이다. 종편과 보수언론은 그들의 ‘쇼’에 맞장구치고 중계해준 꼴이다.


종편에서는 “전두환 씨는 발포책임이 없다”, “518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지만, 한겨레신문과 JTBC 등은 전두환 씨가 계엄군의 집단 발포를 승인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으며, 전 씨가 광주 진압 군인들에게 포상휴가를 내렸다는 점을 보도하며 전 씨의 거짓말을 추궁하고, 전 씨의 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한겨레 <전두환 ‘광주 발포 결정’ 회의 참석>(5/19, 1면, 정대하 기자, https://me2.do/x0fn4Dkp)와 JTBC <팩트체크/'5·18 발포 명령' 부인한 전두환, 책임 없나?>(5/17, 김필규 기자, https://me2.do/GlPfmKit) 참조)

 

 

종편,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 딱지’를 붙이다
2016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기 기념식을 앞두고,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1997년부터 매년 열리는 기념식마다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1980년 광주에서 희생된 열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일 뿐만 아니라, 광주정신과 이어진 민주화투쟁의 현장에서 숱하게 불러졌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빼버리고 ‘방아타령’으로 바꿔버렸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부정하려는 시도라며 야당과 시민단체, 유가족 등이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박근혜 정부까지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단의 ‘합창’으로만 규정하고, 제창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6년에는 총선 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대통령을 만나 야당 대표들이 처음으로 한 제의가 518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으나 정부는 끝내 거부했다.

 

△ TV조선 <장원준의 신통방통>(5/17) 화면 갈무리


그런데 종편 시사토크쇼에서는 이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정황을 생략한 채 “노래하나 때문에 국론이 분열돼서 되겠느냐”, “제창을 강요하지 말라”는 출연자들의 주장이 많았다. TV조선 <장원준의 신통방통>(5/17)과 MBN <뉴스&이슈>(5/18)에 출연한 이진곤 씨는 “명분의 싸움이고 감정의 싸움”, “뭐 당장 올해 안된다고 해서 518 기념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폄하하는 주장을 반복했다. 여상원 씨는 채널A <아침경제 골드타임>(5/17), TV조선 <김광일의 시사탱크>(5/18)에서 “합창이라고 해서 따라 부르지 말라는 규정이 있냐”, “제창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 침해”라며 518 정신계승과 훼손이라는 본질은 접어둔 채 합창과 제창 문제로 축소시키기도 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을 옹호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색깔론’도 이어졌다. TV조선 <김광일의 시사탱크>(5/17)에서 황성준 씨는 곡을 만든 사람들의 이력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적 성격보다는  민중민주주의적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며 황당한 발언을 했다. 황성준 씨는 TV조선 <뉴스를 쏘다>(5/20)에 출연해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의 작사가나 작곡하신 분들이 순수 자유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민중민주주의적 관점이 강하다는 거죠”라고 주장했다.

황장수 씨는 TV조선 <김광일의 시사탱크>(5/16)에 출연해서 “이 노래가 반미항쟁의 시각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TV조선 <이슈본색>(5/16)에 출연한 이진곤 씨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혁명가 같다”면서 “국가 행사에 그런 원한이 가득한, 그런 투쟁적인 노래를 꼭 불러야겠냐”고 주장했다. 황태순 씨도 TV조선 <뉴스를 쏘다>(5/3)에서 “꼭 짚어야 할 것은 과거 구 통진당이 왜 하필이면 애국가 제창은 안하고…이념적인 불을 지펴놓았던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고, 채널A <시사인사이드>(5/18)에서는 “거기서 ‘임’이라는 것이 김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보수우파들의 주장”이라고 감쌌다. 이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을 거부하는 ‘보수우파’의 입장을 전하면서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종편 출연자들은 그동안 민언련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친정부․여당 성향으로 분류된 출연자였다.

 

박승춘 보이콧에는 ‘분노’, 국가폭력 유가족에 대한 성희롱 발언은 ‘무관심’

 

 

 

△ 5월 18일 TV조선 <김광일의 시사탱크> 화면 갈무리


2016년 5월 18일 거행된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려던 박승춘 보훈처장은 유가족의 제지로 발길을 돌렸다. 끝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막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종편 프로그램은 박승춘 보훈처장이 입장하지 못한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면서 유가족들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특히 TV조선 <김광일의 시사탱크>에 18일과 20일 출연한 여상원 씨는 “반민주적인 처사”,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용인하지 못하는 것은 5‧18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채널A <이용환의 쾌도난마>(5/18)에 출연한 이종훈 씨는 “일반국민들이 저 장면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정권 교체해가지고 당당하게 바꾸면, 내후년부터는 당당하게 제창 할 수 있지 않냐”며 “냉철하게 접근했더라면 훨씬 더 성숙해 보였을 것”이라는 훈계를 늘어놨다.

한편 기념식 이후 보훈처 간부의 국가폭력 유가족에 대한 성희롱 문제가 불거졌다. 4‧3항쟁 유가족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자리배정을 요청하자 보훈처 A과장이 “그럼 내 무릎에라도 앉으면 되겠네”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5‧18 제창 논란과 전두환 관련 이슈를 집중 보도하던 TV조선과 채널A, MBN은 유가족 성희롱 논란은 적극 다루지 않았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5/23)과 MBN <뉴스&이슈>(5/23)에서 해당 논란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채널A에서는 보훈처 간부의 유가족에 대한 성희롱 발언 논란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광주정신 폄훼하는 인물과 이들 발언 유포시키는 종편에 강력 대응해야
2013년 방송통심심위위원회는 TV조선과 채널A의 광주 왜곡 보도에 대해 "법적·사회적으로 공고화된 역사적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했다"며 중징계를 했고, 종편은 사과방송을 했다. 그러나 이상의 모니터 결과만 보더라도 2016년 현재 종편이 5·18 광주민주화 정신을 존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종편이 광주정신을 존중하고 계승한다면, 5·18 기념일에 당시 특전사 보안과장과 인터뷰를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총 든 폭도를 진압한 것’일 뿐이라는 뻔뻔한 주장을 하게 하고, 학살 책임자 전두환 씨를 변호하는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광주에 대한 폄훼는 물론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한번 유포된 왜곡 발언은 인터넷과 SNS로 여전히 유포되고 있다.


그나마 지난 3월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와 광주시는 5·18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단호히 법적 조치를 취하고, 검찰 등 수사기관엔 재발 방지를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그 일환으로 당시 시민군이던 관계자들이 5.18 민주화 운동을 비방했다는 관련 혐의로 지만원 씨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신군부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회피 및 변호의 목소리는 소수 인사들의 일회성 돌출발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교수가 수업 도중 “5.18 운동에 북한이 개입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과 연관된 곡이다”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이에 5·18 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이 6월 15일, 해당 대학 총장에게 서신을 보내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대한 대응을 광주와 5월 단체들에게만 미뤄둬서는 안된다. 이는 단순히 5·18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광주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폄훼 발언을 한 인사들이 방송에서 배제되고, 향후 관련 발언이 재발되지 않도록 종편과 출연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2016년 6월 29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