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100만 촛불집회가 “국정 혼란 세력의 총동원령”?
2016년 11월 16일
등록 2016.11.21 10:12
조회 201
16일 종편 시사토크는 여전히 황당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에 출연한 서경석 목사는 100만 촛불집회를 “국정 혼란 세력의 총동원령”이라며 폄훼했습니다.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에 출연한 박태우 교수는 “대통령이 (하야)안하겠다고 하면 더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야권의 대통령 하야 촉구를 비판했습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 쇼>에 출연한 김동길 교수는 최순실을 “도깨비 같은 여자”라며 느닷없이 최순실의 외모를 비하합니다.
 
1 광화문 집회, 구경꾼들과 장사꾼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TV조선 <최희준의 왜?>(11/16)에 출연한 서경석 목사는 지난 12일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한 의미를 왜곡했습니다. 서경석 씨는 “사람들이 지난 토요일 날 광화문 촛불집회 그거를 보고서 야, 이게 민심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점이 있죠”라며 “그 부분도 저는 냉정하게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서경석 씨는 이명박 정권 때 ‘광우병 춧불 집회’를 예시로 들었는데요. “MB 때 광우병 촛불시위 있지 않습니까? 그때도 대통령이 500만 표 이상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부 MB 퇴진, 그거 전부 붙들고 나왔습니다. 그게 그 사람들이 진짜 속으로 MB 퇴진을 원했냐? 그게 아니고 주최 측에서 그걸 주니까 그냥 받아서 들은 겁니다. 저는 그래서 그걸 갖다가 우리가 정확하게 봐야 된다”며 이번 촛불집회도 전부 대통령의 하야를 지지하진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정신승리 아닌가요? 광화문에 모인 백만 인파는 현 정권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모인 국민입니다. 그러나 서경석 씨는 “옛날에 광우병 촛불시위 때도 그랬습니다. 전부 지지를 해가지고 구경꾼과 장사꾼들이 구름처럼 모였”다며 집회에 참여한 국민을 폄훼했습니다. 주권자들의 분노와 함성이 서경석 씨에게 전해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면서도 야당에 대한 비판은 빼놓지 않았는데요. 서경석 씨는 문재인 의원에 대해 “지금 우리가 솔직히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서 우리 지금 불신이 너무 깊습니다. 요전번에 송민순 회고록 문제를 가지고 거기서 어떻게 모든 것을 갖다가 북한하고 전부 상의 하냐, 이렇게. 그 문제가 지금 전혀 아직도 규명이 안 됐는데요. 그러면 국군통수권이 야당한테 넘어가면 야당이 그걸 북한하고 다 상의해가지고 국군통수권을 행사할 거냐. 그거에 대한 불신이 저희는 너무나도 큽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경석 씨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그동안에 잘못한 거로 따지면 역대 대통령 어느 누구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요 너무 마녀사냥이 심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그렇습니다”라고 맹목적으로 변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정치인을 향해 마녀사냥을 하는 건 국민이 아닌 서경석 씨입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문재인 의원에 대한 불신은 너무나도 크다고 말하는 서경석 씨, 청와대 대변인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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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광화문 집회 때 구경꾼들과 장사꾼들이 구름처럼 몰렸다는 서경석 씨. TV조선 <최희준의 왜?>(11/16) 화면 갈무리
 
2. “대통령이 (하야)안 하겠다고 하면 더 이야기해선 안 돼”
연합뉴스TV <뉴스포커스>(11/16)에서 박태우 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 교수는 “대통령이 안 하겠다고 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면 안 돼요. 여권은 합법적으로 그러면 대통령을 권좌에서 내려오는 방법을 찾아서 탄핵 절차를 밟으라는데 그것도 지금 안 하겠다고 하고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박 씨의 주장은 ‘법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절차가 갖춰져 있는데 야 3당은 무작정 대통령 헌법에도 없는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있다. 법대로 하자’는 겁니다. 최순실·박근혜의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한 가장 빠른 방법은 대통령의 자진 하야입니다. 국민도 국회도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없죠. 박 대통령은 18일도 신임 대사 5명과 새 청와대 참모진과 차관급을 비롯한 정무직 인사 10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하야는커녕 국정운영을 재개한 것인데요. 14개월의 남은 임기를 이대로 끌고 가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입니다. 정치인이라면, 특히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기대를 배신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논문표절, 성추행, 막말 등으로 사퇴한 장관 임명자나 고위공직자는 법적으로 보면 큰 책임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니 법대로 탄핵하자’는 박 씨의 말은 대통령 법적 책임 외에 다른 책임을 은근슬쩍 덮어버리고 있습니다. 야권의 대통령 하야 요구는 민의를 대신해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죠. 박 씨의 말처럼 당리당락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또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국정 공백입니다. 박 대통령은 오늘 당당하게 국정운영을 재개했지만 이미 헌정질서를 위반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내치든 외치든 하는 일마다 반대에 부닥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컨트롤 타워는 이미 부재중입니다. 하지만 헌법에는 탄핵 외에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을 제재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헌법도 대통령이 직접 헌정질서를 위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법대로 하자’는 박 씨의 주장이 절차적으로는 옳을지 모르나 실효성이 없는 이유입니다.
 
3. 최순실 얼굴은 도깨비 얼굴!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11/16)에 출연한 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습니다. 김동길 씨는 지난달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에 ‘대통령이 대담하게 국민 앞에 자백한 것이 굉장한 용기’, ‘나라에 희망이 생겼다’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민언련은 김 씨를 ‘대통령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을 지키는 출연진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20일 후엔 생각이 좀 바뀌신 듯합니다. ‘특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 첫 질문이었는데요. 그에 대한 답 대신, 대통령이 멋지게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2분 20초가량 이어지던 하야 권고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니까 국민의 기분이 지금 당신(박 대통령) 안돼요.”라고 마무리되는 듯했는데요. 그런데 김동길 씨는 난데없이 “그러고는 도깨비 같은 여자 나오고 말이에요. 그 얼굴은 왜 자꾸 비춰줘요? 국민이 괴로워요, 그런 얼굴을 보면. 그게 무슨 여성의 얼굴이 그럴 수 없는 거 아냐?”라며 느닷없이 최순실 씨 외모를 비난합니다. 도깨비에 비유해서요. 많은 국민이 괴로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자격이 없는 자가 분야를 막론하고 국정운영 전반에서 전횡을 일삼았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인거죠. 최순실 씨에게 물어야 할 죄, 밝혀야 할 의혹이 산적해 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 씨의 외모만큼은 어떤 이유에서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됩니다. 김 씨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성 얼굴’과 최순실 씨의 외모가 달랐다 하더라도 “여성의 얼굴이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는 외모 품평은 명백한 여성 혐오성 발언입니다.

<끝>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뒤에는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