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김동길 교수의 ‘노욕’을 이용한 TV조선, 바닥에 떨어진 언론의 품격
등록 2017.08.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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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단국대 석좌교수가 오랜만에 종편에 등장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3)에서 최병묵 앵커와 김동길 교수는 <보수 혼돈의 100일, 정부‧여당 ‘견제’, 어떻게?>라는 주제로  대담했습니다. 대담 내용을 떠나서 자유한국당 워크숍 제목으로나 어울릴법한 주제 자체가 충격입니다. 최 앵커는 “보수 재건이 절실한 상황 속에서 쓴 소리로 극약처방을 내려주실 분”이라는 찬사로 김동길 교수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김동길 씨의 발언은 보수 재건은커녕 보수를 향한 극단적 실망감만 키울 수준의 허위사실과 막말, 횡설수설, 억지 주장에 그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부터 만난 문재인은 거짓말쟁이’?    
최병묵 씨는 먼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평가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김동길 씨는 “낙제점”이라 단언한 뒤, 저주에 가까운 악평을 이어갔습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몰았습니다. 김 씨는 “그이는 말 한대로 하는 게 별로 없어요, 내가 볼 때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먼저 북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겠다’ 그렇게 말한 건 사실 아니에요. 그러나 김정은을 안 만나고 미국부터 가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나는 꼭 북에 가서 김정은을 만나서 평화 문제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사정이 그렇게 되지 못했다. 무슨 사정이 그렇게 되지 않았는지 그걸 국민이 알아야지. 약속만 하고”라고 말했습니다.


‘후보 시절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하더니 당선 후 트럼프 대통령부터 만났으니 문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인건데요. 사실 이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과 자칭 보수진영이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단골 소재였죠. 


사정은 이렇습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도울 김용옥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북한도 갈 수 있고, 미국도 갈 수 있다고 치자. 어딜 먼저 가겠는가?”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말한다. 나는 북한을 먼저 가겠다. 단 사전에 그 당위성에 관해 미국, 일본, 중국에 충분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보수 정당 후보들과 언론들은 문 후보의 친북 성향이 문제인 양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 4월, 문 대통령은 미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김정은과 대화하라고 말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선된다면 곧바로 미국을 방문해 북핵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 등이 “도대체 북한을 먼저 가겠다는 것인지, 미국을 먼저 가겠다는 것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며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일단 비방하고 보는 식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대북 노선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두고 말 바꾸기라고 비난한 보수진영의 논리 자체가 유치한 수준이며 케케묵은 ‘종북몰이’의 변형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김동길 씨는 아직까지도 그 낡은 비난 논리를 버리지 못하고 ‘김정은부터 만나지 않고 트럼프부터 만났으니 거짓말’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 믿는다면, 그것은 위대한 지도자답지 않다? 
김동길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깊은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나는 대통령이 인기가 좋다는 것도 그렇게 믿지 않아요. 왜 그런가 하니 김영삼 대통령이 100일 뒤에 인기는 오늘의 문 대통령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물러날 때에는 형편없었어요. 사정은 잘 아시죠?”라고 말했습니다. 최병묵 씨가 ‘꼭 똑같을 리는 없다’고 제지했지만 김 씨는 “그런 전례도 있기 때문에 오늘 인기가 높다 하는 걸 전적으로 믿는 것은 그것은 위대한 지도자답지가 않아요”라는 알쏭달쏭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동길 씨 주장과 달리 문 대통령은 한 번도 스스로 인기가 높다고 뽐낸 바 없습니다. ‘위대한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한 적도 없죠. 그런데 김 씨는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혼자만의 망상을 방송에 나와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현재 객관적 수치로 드러난 문 대통령의 인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를 사면해준 것’은 잘했다는 김동길, 바로잡지 못한 TV조선
이어 김동길 씨는 느닷없이 문 대통령이 더 지지율을 더 올릴 수 있는 묘안을 내놨는데요. 그 과정에서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했습니다. 김 씨는 “전에 국무총리 된 사람이 수감 중인데 석방을 했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이만 석방…훌륭한 일이죠. 나는 감옥에 있는 사람을 석방하는 건 훌륭한 일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김 씨는 이날 있었던 한명숙 전 총리 출소를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 씨는 한 전 총리가 형을 고스란히 다 살아 만기 출소한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석방한 것’으로 알고 있었나봅니다. 


심각한 것은 이 방송의 진행자, 제작진 모두가 이 사실을 정정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TV조선은 하루 뒤인 24일 <이것이 정치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어제 김동길 박사가 ‘감옥에 있는 사람을 석방했다’, ‘전 국무총리를 사면했다’고 말한 것은 한명숙 전 총리의 만기출소를 ‘사면’으로 오해한 발언이라 정정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정은 김 씨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뤄졌어야 합니다.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연출자와, 작가, 앵커 등이 그런 것 하나 파악 못해서 당일 정정멘트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TV조선의 수준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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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나서야 김동길 씨 발언 정정한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5) 화면 갈무리

 

김동길 씨의 ‘박근혜 석방’ 공개 요구, 이걸 방송해주는 TV조선
감옥에 있는 사람을 석방한 대통령을 칭찬한 김동길 씨, 여기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도 그런 선행을 보이라는 겁니다. 김 씨는 그 근거로 “한 전 총리보다는 사실 오늘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 씨가 당선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최병묵 씨가 ‘반사이익’이라며 수습하려 했지만 김 씨는 “반사이익이건 뭐건 간에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촛불시위가 아주 왕성하게 벌어졌고 촛불시위 때문에 당선됐다. 그건 본인이 얘기한 건데”라고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러면 오늘 감옥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면해야 되고 이걸 계기로 해서 관련으로 대재벌의 총수가 들어가 앉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멋있게 한번 국민을 감동시키면 나는 80%에서 90% 올라갈 걸로 봐요”라고 제안했습니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도 않은 사람을 대통령이 사면해야 한다는 몰상식한 소리를 늘어놓자, 최병묵 앵커가 “박사님 의견은 법률적인 개념은 아니니까, 저희가 그렇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면은 형사적인 법 조치가 할 수 있는 조치인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라고 소심하게 정정을 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결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 좀 석방해줘요’
김동길 씨의 ‘횡설수설 성토전’은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 타깃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보수정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당이 깨지는 걸 그걸 왜 막지 못했어요. 그걸 막았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합니까? 그거 안 했을 건데, 여당으로 있던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서 28명인가 도왔기 때문에 된 거 아닙니까?”라고 열을 올렸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막지 못한 보수당은 자멸하라’는 성토입니다. 흥분한 김동길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죠. 그것 때문에 지금 잡혀 들어가고 이게 꼴이 뭡니까?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가 자기 몸도 추스리지 못하고 아니, 지금 감옥에, 감방에 가서 그러고 앉아 있는 그 대통령을 말이에요”라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렇게 누구를 비난하고 원망하는 것인지 자기 자신조차 모르는 듯 한 ‘횡설수설 분노’가 이어지다가 결론은 놀랍게도 또 ‘박근혜 석방’입니다. 김동길 씨는 “때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도 석방하고 또 아무개도 석방하고. 그렇게 나가야지. 꼭 무슨 한 전 총리만 하지 않습니다. 이게 국민의 마음이에요. 위로를 주고 기쁨을 주는 거지”라며 ‘횡설수설’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문 대통령에 “부자는 국민 아니냐” 윽박지른 김동길 씨, 도대체 왜?
한바탕 곤혹을 치른 최병묵 앵커는 주제를 돌려 ‘문재인 정부 잘하고 있는 점’을 물었습니다. 그러나 김동길 씨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나는 별로 그런 걸 찾아볼 수는 없는데”라고 잘라 말한 김 씨는 “그냥 그이가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서, 대통령이. 좋은 표정으로 다니면서 가난한 사람들 다 돈 안 내도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 그런 게 참 좋은 뜻에서 나왔다고 봐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김 씨의 주장은 또 다시 횡설수설 비약으로 이어집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반드시 가난한 사람이 병 난 것에 그만한 동정을 가지는 게 아니라 병 난 사람 중에 부자도 있어도 그 사람도 똑같이 동정한다, 이런 태도가 있어야지. 아니, 가난한 사람은 나는 그 편에 든다. 그러나 부자는 나는 상관 안 한다. 그러면 부자는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라고 역정을 낸 것입니다. “그이가 부자들도 다 한국인이고 다 돌아봐줘야 됩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반감 가질 사람 없고요. 나 같은 사람은 더 지지하겠어요. 내가 부자여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그럽고 좋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가난한 사람들 편에 서 있다”라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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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23) 화면 갈무리 

 

정신을 바짝 차려도 김동길 씨의 발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아무튼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난한 사람들만 국민으로 챙기고 부자는 나몰라라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해석한 것 같습니다. TV조선 제작진은 이 발언을 하는 김동길 씨의 모습 아래 <김동길 “부자는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라는 자막을 넣어줬습니다. 


김 씨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지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취약 계층 보장성 강화 등 기존 건강보험 제도를 보완하는 목적을 지닙니다. 이미 ‘부자’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의 취지는 달라지는 바가 없습니다. 사실관계 자체를 모르고 있는 김동길 씨가 이런 횡설수설을 늘어놓아도 TV조선은 여전히 이를 정정하지 않고 “부자는 국민 아니냐”라는 자막을 달아준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한미동맹 폐기될 것’?
김동길 씨가 출연했는데 대북정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중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한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는 발언이 맘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김 씨는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니, 미국 땅에는 일어나도 되는 거고 일본은 일어나도 되는 거예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동맹국인데 말이야. 다 같이 해서 어디서도 전쟁이 일어나면 곤란합니다. 이런 얘기를 해 줘야지”,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얼핏 들으면 아, 굉장한 애국자다. 웃기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 한국은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 “그렇게 말하면, 미국 사람은 우리를 뭘로 알겠어요? 쟤들은 저희만 살려고 하느냐. 그러면 군사동맹 폐기할 거예요? 그렇게 안 돼요. 한미군사동맹 없이는 이 전쟁이 날 가능성이 더 좀 많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의 ‘군사주권’을 강조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동길 씨는 이를 두고 ‘미국과 일본에서도 전쟁이 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질 수 있고 결국 전쟁이 날 가능성이 많다’며 망상에 가까운 비약을 저지른 겁니다. 


전반적으로 김동길 씨의 대담 내내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곡해하면서 비상식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고요. 결국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근거로 개인적인 문 대통령에 대한 혐오를 방송에 나와 털어놓은 셈입니다. 


이처럼 통제 불능의 발언을 일삼는 인물을 출연시켜 단독대담을 하는 TV조선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TV조선 제작진은 개인적으로 김동길 씨를 예우해야 할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TV조선은 그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 무엇이든 시청자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품위유지 모든 것을 내버린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08월 23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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