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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시민 제보체크

2017년 ‘엉터리 폐업률’로 2018년 ‘최저임금’을 때린 언론
등록 2018.09.03 18:22
조회 2620

문재인 정부의 꾸준한 최저임금 상승 기조에 많은 언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자영업자를 내세워 최저임금을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보도가 많은데요. 최근엔 ‘자영업 폐업률’이 등장했습니다. 그중 문화일보와 YTN 관련 시민 제보가 들어와서 아래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자영업 폐업률 87.9%, 음식점 폐업률 92%’?
문화일보 <올해처럼 폐업신고 많은 경우는 처음이다>(8/20 https://bit.ly/2Pw2kwV )는 “세무직 공무원 줄폐업 늘어” “영세업자들 ‘탁상공론 말고 세금완화 등 현실적 대책을’”이라는 소제목을 내세웠고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7.9%로, 2016년보다 10.2% 증가했다”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자영업 폐업률 87.9%’의 원인이 ‘최저임금 상승’ 때문이라는 것이죠. 이와 유사한 보도는 상당히 많습니다. 모두 ‘폐업률 90% 육박’을 내세웠는데 수치가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YTN <이브닝 8뉴스>(8/20) <“장소 못 해 먹겠다”…음식점 주인들 가세>는 “지난해 음식점 폐업률은 92%”라며 “최저임금을 내릴 수 없다면 세제 혜택이나 소득 공제라도 늘려달라”는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입장을 보도했는데요. 여기서는 자영업 전체의 폐업률이 아니라 ‘음식점’만의 폐업률을 따로 따져서 92%라는 더 큰 수치를 내세웠죠. 보도 취지는 똑같이 ‘최저임금으로 음식점 등 자영업 폐업률 급상승’입니다. 


과연 이같은 ‘폐업률’ 수치는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상식적으로 특정 년도의 폐업률이라면 그 전년도의 자영업자 중 몇 명이 폐업했는지 그 비율을 따져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이 강조한 ‘90%의 폐업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산출된 숫자입니다. 결론적으로 많은 언론이 ‘폐업률’이라 보기 어려운 수치로 ‘최저임금’을 때리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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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점 폐업률 92%’ 내세운 YTN(8/20)

 

언론이 내세운 ‘폐업률’은 진짜 ‘폐업률’이 맞나
먼저 문화일보가 차용한 ‘자영업 폐업률 87.9%’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수치 자체는 사실 문화일보가 처음 보도한 게 아닙니다. 


한국경제 <자영업 10곳 문 열면 8.8곳 망했다>(7/21 https://bit.ly/2Pu6w04 )에서 먼저 이 숫자를 내세워 ‘자영업 10곳 중 8.8곳이 망한다’는 여론전을 펼쳤는데요. 그런데 한국경제는 “2016년 자영업 폐업률은 전년 대비 10.2%포인트 높은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습니다. 즉, 2016년 자영업 폐업률이 문화일보 기사에서 ‘지난해(2017년) 폐업률’로 둔갑한 겁니다. 문화일보는 ‘2016년 폐업률’을 근거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한 셈입니다. 


문화일보와 같이 ‘폐업률 87.9%’를 강조한 보도들이 설령 ‘지난해 폐업률’을 제대로 쓴 것이라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그 폐업률이 실제 폐업률과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언론이 보도한 87.9%는 사실 ‘새로 개업한 자영업자 수 대비 폐업한 자영업자의 비율’입니다. 통계청 자료(https://bit.ly/2NdwIhW )를 바탕으로 이 방식대로 계산을 하면 2017년에도 87.3%로 비슷한 숫자가 나옵니다.

 

 

총사업자

개인사업자

2016년

2017년

2016년

2017년

총계

총계

신규

폐업

총계

총계

신규

폐업

자영업

(아래 4개 종목 합계)

2,295,266

(F)

2,338,648

496,489

(A)

433,621

(B)

2,080,452

2,113,742

457,998

408,776

(E)

도매 및 상품중개업

675,600

690,257

107,083

87,356

520,004

528,770

83,660

72,490

소매업

862,550

877,902

198,319

172,268

823,597

836,407

188,980

166,152

숙박업

45,817

48,510

9,783

7,246

43,737

46,273

9,472

7,077

음식점업

711,299

(H)

721,979

181,304

(C)

166,751

(D)

693,114

702,292

175,886

163,057

(G)

△ 통계청 자료

 

2017년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 (도소매업과 음식, 숙박 등 자영업 4대 업종으로 한정) 496,489명을, 2017년 신규 등록 사업자 433,621명으로 나누면 87.3%가 나옵니다. YTN의 ‘음식점 폐업률 92%’ 역시 이런 계산법에 의한 수치입니다. 2017년 음식점 폐업자수 166,751명을 창업자 수 181,304명으로 나누면 91.9%라는 숫자가 나오죠. 대부분의 언론이 ‘2017년, 개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을 ‘폐업률’로 산정하고 있는 겁니다.

 

문화일보가 계산한 자영업 폐업률 수치 = (B/A) X 100 = 87.3%

YTN이 계산한 음식점 폐업률 수치 = (D/C) X 100 = 91.9%

 

‘폐업률’은 ‘사업하고 있던 사람 중 폐업자 비율’이다
따라서 문화일보와 YTN 등 언론들이 사용하고 있는 숫자는 정확히 말해 ‘폐업률’이 아닌 ‘신규 대비 폐업률’입니다. 


KBS 인터넷 판 보도 <“폐업률 90%” 자영업 위기? 문제는 ‘생존율’>(8/27 https://bit.ly/2oy4CzZ )은 이런 오류를 지적하면서 “한해 10곳이 문을 열고, 8.8곳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폐업률이 87.9%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문을 연 10곳 중에서 8.8곳이 문을 닫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바로잡았습니다. 새로 사업을 시작한 그 사람들 중 8.8명이 폐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폐업률’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죠. 또한 “자영업 현황을 말하면서 법인사업자를 포함한 총사업자를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자영업 실태를 알고 싶다면 법인을 제외한 개인사업자 통계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국세청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폐업률’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요? 
KBS에 따르면 국세청은 “한 해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하는지 알고 싶다면, 해당 연도 폐업자 수를 ‘전년도 총계’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고 제안합니다. ‘폐업률’의 의미는 당연히 ‘사업을 하고 있던 자영업자 중 몇 명이 폐업했는가’가 되어야 하며 그 수치에 가까운 것은 ‘전년도 사업자 대비 폐업자 수’입니다. 


이 방식으로 2017년 ‘자영업 폐업률’을 다시 계산하면 17.8%가 나옵니다. YTN이 보도한 ‘음식접 폐업률’ 역시 22.9%로 완전히 다른 수치가 산출됩니다. 

 

실제 자영업 폐업률 수치 = (E/F) X 100 = 17.8%

실제 음식점 폐업률 수치 = (G/H) X 100 = 22.9%

 

왜 2017년 수치로 2018년의 현상을 비판하나
이렇듯 문화일보와 YTN 등 대다수 언론은 의미가 다른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률’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비판했는데요. 수치상의 오류를 차치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을 비판한 것은 상당한 무리수입니다. 


물론 최저임금 상승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될 수 있고 이 때문에 정부는 많은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KBS 역시 언론의 ‘폐업률’ 수치를 바로 잡으면서도 “창업 후 살아남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중요하다며, “2015년을 기준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이다. 2년 생존율은 49.5%, 5년 생존율은 27.5%로 떨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특히 2017년 통계만 나온 자영업 개‧폐업 관련 수치만으로 최저임금을 때리는 것은 거짓말이나 다름없습니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인상한 최저임금은 2018년부터 적용되었고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 역시 내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자영업 관련 수치는 아직 인상된 최저임금을 반영하지도 않은 상태라는 겁니다.

 

적용년도

시간급

일급

(8시간 기준)

월급

(209시간 기준, 고시 기준)

인상률

(인상액)

심의의결일

결정고시일

‘18.1.1~’18.12.31

7,530

60,240

1,573,770

16.4 (1,60)

17.7.15

17.8.4

‘17.1.1~’17.12.31

6,470

51,760

1,352,230

7.3 (440)

16.7.16

16.8.5

△ 연도별 최저임금액 (단위: 원, %  최저임금 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큰 나머지, 기본적인 사실 왜곡마저 서슴지 않는 언론으로 인해 노동권을 보호하고 최저 생계 수준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의 의미마저 오염되고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8월 20일(월) YTN <이브닝 8뉴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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